모든 진흙덩이가 그렇듯이 질그릇으로
최고의 작품이 되어서 왕궁의 식탁이나 부잣집의 장식장에 올라가는 것이
최고의 꿈이었다.
다행인 것은 우리들 의 토기장이가 이 나라 최고의 장인이란 것이었다.
그가 만든 그릇들은 거의 다 왕궁이나 부잣집으로 팔려나갔다.어느 날. 토기장이가 내 앞에 앉아서 나를 반죽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나도 흥분하기 시작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멋진 작품으로 태어날 내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런데 좀 이상했다.
토기장이가 빚는 나의 모습은 이전과는 전혀 다르기 때문이었다.
한쪽으로 기울어진 주둥이에 유난히도 넓은 손잡이.
나를 지켜보는 다른 진 흙들의 웃음 소리가 들렸다.
난 너무 속상해서 눈물이 나 올 것만 같았다.
나를 이런 흉칙한 모습으로 빚은 토기장 이의 손길이 밉고 또 미웠다.
마지막으로 불가마에서 나온 내 모습은 정말 절망적이었다.
토기장이가 날 왜 이런 모습으로 빚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토기장이는 내가 완성되자마자 나를 품에 앉고 어디론가 뛰어갔다.
그가 도착한 곳은 어느 가난한 농부의 집이었다.
아무리 나를 이렇 게 가난한 농부에게 팔려고 했어도
이런 모양으로 만든 토기 장이가 나는 생각할수록 미웠다.
차라리 바닥에 떨어져 내 가 깨져 없어지기를 바랄뿐이었다.
그런데 밖으로 나온 농부의 모습을 보는 순간 난 너무 놀라고 말았다.
그 농부는 농사일을 하다가 두 손이 잘린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는 평범하게 생긴 그릇을 사용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토기장이는 이 사실 을 알고 이 농부를 위해 손이 아닌 팔로
사용할 수 있는 나 처럼 생긴 그릇을 만들었던 것이다.
나를 붙잡고 눈물을 글썽이는 농부에게 토기장이가 말했다.
더 고마운 것은 나요.
내가 질그릇을 만들면서 이렇게 기뻤던 적은 처음이요.
이 그릇은 나의 최고의 작품이요.
토기장이가 만든 최고의 작품이 나라는 사실을 난 그 때 깨달았다.
그리고 나를 빚던 토기장이의 그 따스한 손길을
그제야 느낄 수가 있었다.
위의 글을 보니까 다음의 얘기도 생각나네요.
조금 깨어져 금이가고 오래된,
못생긴 물항아리 하나가 있었습니다.
그 항아리의 주인은
다른 온전한 것들과 함께 그 깨어진 항아리를
물을 길어오는데 사용했습니다.
오랜 세월이 지나도록 그 주인은
깨어진 물항아리를 버리지 않고
온전한 물항아리와 똑같이 아끼며 사용했더랍니다.
깨어진 물항아리는
늘 주인에게 미안한 마음이었습니다.
'내가 온전치 못하여 주인님에게 폐를 끼치는구나.
나로 인해 그 귀하게 구한 물이 새어버리는데도
나를 아직도 버리지 않으시다니….'
어느날, 너무 미안하다고 느낀 깨어진 물항아리가
주인께 물었습니다.
"주인님, 어찌하여
!
저를 버리고 새로운 온전한 항아리를
구하지 않으시나요.
저는 별로 소용 가치가 없는 물건인데요."
주인은 그의 물음에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그 물항아리를 지고 계속 집으로 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길을 지나면서
조용하고 부드럽게 말했습니다.
"얘야, 우리가 걸어온 길을 보아라."
그제야 물항아리는
그들이 늘 물을 길어 집으로 걸어오던 길을 보았습니다.
길가에는 예쁜 꽃들이 아름다운 자태를 자랑하듯
싱싱하게 피어 있었습니다.
"주인님, 어떻게 이 산골 길가에
이렇게 예쁜 꽃들이 피어있을까요?"
주인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습니다.
"메마른 산 길가에서
너의 깨어진 틈으로 새어나온 물을 먹고 자란 꽃들이란다."
"넌 우물에서 집으로 오는 길에
오른쪽 길에만 피어난 꽃들을 보지 못하였니?
나는 너의 결함을 잘 알고 있었기에,
네가 물을 흘리는 곳에다 꽃씨를 심었단다.
날마다 네가 뿌려주는 물로 인하여 꽃은 자연스레 잘 자라났고,
나는 꽃들을 따다가 내 집안에도 아름답게 장식할 수도 있었단다.
너의 존재가 없었더라면 나에게는 꽃을 바라보는 기쁨도,
집을 아름답게 꾸밀 수도 없었지 않겠니?"
금간 물동이는 흠 있는 자신의 존재가 더 이상 부끄럽지 않게 되었고
자기 결함마저도 사랑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세상에는 버릴것이 하나도 없다(소용없는 것이란 없다)'는
노자의 말씀이 생각나게 하는 일화입니다.
무엇이든 다 자기 자리가 있고
자기가 할 역할이 있다는 것이지요.
언뜻 보기에는 무용지물로 보이더라도 말입니다.
그 어떤 것도 경우에 따라,
때와 장소와 상황에 따라 나름대로
쓰임이 있다는 것이겠지요.
때론 내가 아주 초라해 보일때가 있습니다.
때론 세상에서 가장 겁많은 사람으로 여겨질때도 있습니다.
때론 세상에서 가장 가난하게 여겨질때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깨진 항아리가 꽃을 피우게 했던것 처럼
나도 어딘가에 꼭 필요한 사람이리라 생각합니다.
깨진 조각에만 연연해하기보다는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을 찾아나서야 겠습니다.
나라는 존재는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보석임에 틀림없을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