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르만 민족의 대이동
4∼6세기에 유럽에서 일어난 게르만민족의 대이동.

일반적으로 민족대이동이라 하면, 흑해(黑海)의 북쪽 해안에 있던 게르만계(系)의 고트족(Goths族)이 4세기 말 서진(西進)하여 온 훈족(Hun族)에게 밀려서 376년 서고트족이 다뉴브강을 건너 처음으로 로마제국의 영토 안으로 이주한 것을 계기로 라인강· 다뉴브강 등 로마제국 국경선의 북동쪽 일대에 있던 게르만인의 여러 부족이 잇따라 이동을 시작, 특히 동게르만에 속하는 여러 부족이 서로마 영토 안으로 깊숙이 이주·정착하여 각 지역에서 각각의 부족국가(部族國家)를 세운, 거의 6세기 말까지 210여 년 간의 과정에 일어난 일을 가리킨다.
그러나 세계사적으로 보면 이 시대는 동·서양에 걸쳐서 거대한 세계제국의 통일이 동요(動搖)되거나 파탄되고, 변방에 있던 소박한 이민족(異民族)이 고대의 고도문명사회의 내부에 침입함으로써 그 영향을 받아 주변에서 새로운 국가를 건설하는 등, 문화사적·정치사적으로 매우 유사하며 주목할 만한 현상을 보여준 시대에 해당한다.
동양에서는 진(秦)·한(漢)의 대제국붕괴 후 삼국시대를 거쳐 중국의 북방은 이민족의 침공으로 이른바 5호(胡) 16국이 분립하였고 이어 남북조시대(南北朝時代)의 분열을 지나(魏晉南北朝時代), 6세기 말엽에는 다시 수(隋)·당(唐)의 통일로 세계제국을 실현했다.
서양에서는 로마제국이 동서로 분열되어, 동로마에서는 비잔틴제국이 간신히 구제국(舊帝國)의 체제를 유지하였으나 발칸반도의 각 지역에서는 아바르·체코·마자르인· 불가리아족(族) 등 슬라브계 및 터키계의 여러 부족이 이주하여 나라를 세웠다.
서로마제국은 476년에 멸망하여 그 뒤에 성립한 게르만부족국가가 분립(分立)되었으므로 이 지역에서는 두 번 다시 세계제국의 부흥을 볼 수 없게 되었으며, 완전히 새로운 원리(原理)와 기반 위에선 봉건국가(封建國家)로의 길로 나아가게 되었다.
한편, 동·서양에 걸친 대규모의 민족이동을 촉발시킨 직접적인 원인은 중앙아시아 스텝지대의 유목기마민족(遊牧騎馬民族)의 동향(動向)이었다고 생각되는데 동양사에서 나타나는 흉노(匈奴)가 게르만인과 접촉하여 서유럽을 침공한 훈족과 동일 민족이었는지 아닌지는 간단히 단정할 수 없다. 그것은 양쪽 모두 이동과정에서 잡다한 이민족과 합치거나 변질했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게르만인에 대해서 보면 게르마니아의 각 지역에서는 이미 2세기 말경부터 독자적인 이동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오랜 정치적 통합인 키비타스(civitas)가 점차 붕괴되고 이에 대신하는 보다 큰 몇 개의 슈탐(stamm), 즉 부족집단이 나타나 이것이 단위가 되어 멀리 동방 또는 남방으로의 이동이 활발해졌다.
동·서고트족이 때마침 훈족과 접촉하게 된 것은 그들이 발트해(海) 연안으로부터 2세기 말에 이동을 시작해 정착과 이동의 과정을 반복하면서 남동쪽으로 내려가 4세기에 이르러 드네프르·다뉴브 두 강을 사이에 두고 흑해 북쪽 연안 일대에서 동고트와 서고트로 분리되어 정착하였다.
이동집단의 단위인 슈탐은 그게 다음 3가지의 그룹으로 나눌 수 있다. 그 하나는 이동 전(前) 게르마니아 동부의 동게르만 여러 부족, 다음은 서부에 있던 서게르만 여러 부족,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북방 스칸디나비아반도와 유틀란트반도의 북게르만 여러 부족이다.
동게르만에 속하는 부족으로는 동고트· 서고트· 반달· 부르군트· 랑고바르드 등이며, 서게르만에는 프랑크족· 작센족· 프리젠족· 알라만족· 바이에른족· 튀링겐족 등이고 북게르만에는 데인족· 스웨덴족· 노르웨이족 등을 들수 있다.
이 가운데 북게르만 여러 부족은 동게르만·서게르만보다 약간 늦은 8세기부터 11세기에 걸쳐 노르만인의 이름으로 잉글랜드· 아일랜드· 노르망디· 아이슬란드 및 동쪽으로는 멀리 키예프 러시아에까지 이동하여 각 지역에 나라를 세웠고, 일반적으로 이것을 제2의 민족이동이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