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살핌·공감 못받는 노인이 치매 걸릴 위험 높아”
분당서울대병원 연구팀 8년 조사
주변에서 공감과 이해, 보살핌 등 정서적 지지를 충분히 받지 못하는 노인들은 치매에 걸릴 위험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가사나 거동을 도와주는 것보다 얘기를 들어주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게 치매 발병을 줄이는 데 보다 효과적이라는 점을 밝힌 최초의 연구다.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기웅 교수,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 오대종 교수 공동연구팀은 국내 60세 이상 노인 5852명을 8년 동안 추적 관찰하며 정서적·물질적 지지와 치매 발병률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고 12일 밝혔다.
본 연구를 진행한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기웅 교수.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연구팀은 8년간 설문조사를 통해 각각 4개씩 질문을 던지고 결과를 수치화했다. ‘정서적 지지’ 항목에서는 △자주 얘기를 들어주고 △비밀을 털어놓고 △걱정을 나누고 △문제를 이해해줄 사람을 찾을 수 있는지를 물었다. ‘물질적 지지’ 항목에서는 △거동이 불편할 때 도와주고 △병원에 데려다주고 △식사 준비를 해주고 △가사를 도와줄 사람이 있는지 물었다.
각 문항에 전혀 없음(1점)부터 항상 있음(5점)까지 평가해 합산한 결과, 전체 참가자의 평균 점수는 각 20점 만점에 정서적 지지 15.1점, 물질적 지지 16.3점이었다. 지지도가 높은 그룹은 해당 항목에서 상위 25%인 경우, 낮은 그룹은 하위 25%인 경우로 정의했다.
그 결과 물질적 지지는 치매 발병률과 별 관련이 없었다. 반면 정서적 지지는 차이를 낳았다. 정서적 지지도가 높은 그룹의 노인들은 치매 발병률이 매년 1000명당 9명에 그쳤다. 정서적 지지도가 낮은 노인의 발병률은 연 1000명당 15.1명에 달했다.
특히 여성에게서 이 같은 결과가 두드러졌다. 정서적 지지를 받지 못하는 여성은 치매 발병 위험이 61% 높았고, 치매 중 가장 흔하다고 알려진 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도 66%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를 주도한 김기웅 교수는 “본 연구는 치매 예방에 있어 겉으로 드러나는 사회적 활동의 양(量)보다 사회적 활동의 질(質)이 중요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지역사회 및 국가 단위의 치매 예방 전략을 수립할 땐 정서적 지지를 체계적으로 제공할 수 있게 하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