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은 전 세계적으로 마치 전염병처럼 퍼져나가고 있다. 비만은 일반적으로 지방 조직량이 증가한 상태로 정의되며 신체적 요구 사항을 넘어서는 체질량의 축적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WHO는 비만과 과체중을 과도한 지방 축적으로 인해 다양한 건강 문제에 대한 이환율이 높아진 상태라고 설명한다. 무려 1842년에 Adolphe Quetelet이 만들어 낸 Quetelet dindex는 체중을 신장의 제곱으로 나눠 계산하는 방식으로 현재 BMI(체질량 지수)라고 하여 비만을 분류하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이다. 이 척도를 사용하면 과체중은 BMI 25 이상, 비만은 BMI 30 이상으로 정의한다.
2016년에 과체중 성인이 19억명이 넘고 1975년 이래 비만인 수가 전 세계적으로 3배 증가 하면서 비만은 전 세계로 퍼져 현재 인구의 상당 부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히포크라테스가 이미 2000년 전에 알고 있었던 것처럼 ‘비만은 질병 자체일 뿐만 아니라 다른 질환의 전조’로서 대사 질환(예: 제2형 당뇨병), 뼈 및 연조직 병리(예: 골관절염), 심혈관 질환(예: 고혈압)은 비만의 주요 동반 질환에 속한다.
또한 비만은 폐 기능 손상, 천식 발생 증가, 폐쇄성 수면 무호흡증 증후군(OSA)을 유발한다. 비만 환자는 호흡기 감염에 취약한 것으로 관찰되었으며, 이는 위에서 언급한 동반 질환 발생률 증가뿐만 아니라 만성 저등급 염증 상태와도 관련이 있을 수 있다.
한편 질병관리본부 자료에 따르면 국내 비만 환자는 10명 중 3명이며, 전문가들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인의 비만 기준은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는 체질량지수(BMI)가 25kg/m2 이상(대한비만학회), 둘째는 허리둘레가 남자 90cm 이상, 여자 85cm 이상인 경우 비만으로 판정한다.
비만과 염증
백색 지방 조직은 주로 지방 세포, 대식세포 및 혈관으로 구성된다. 체중이 증가하면 그만큼 증가된 중성 지방에 대처하기 위해 지방 세포의 크기(과형성)와 수(비대)도 따라서 증가한다. 이로 인해 지방 세포의 세포 사멸, 저산소증 및 유리지방산의 증가를 초래할 수 있다.
지방세포, 대식세포에서 생성되는 다양한 아디포카인의 분비도 일어나는데 일반적으로 항염증성 분비물은 하향 조절되는 반면, 전염증성 아디포카인의 분비는 증가한다. 이는 만성 저등급 염증(low-grade inflammation)의 원인이 된다.
암과 비만
여러 연구에서 비만과 암 사이의 연관성은 밝혀진 바 있다.
체질량 지수(BMI)와 23가지 암 유형에 대한 코호트 연구를 체계적으로 검토하고 정량적인 메타 분석을 하여 다음과 같은 연관성이 밝혀진 바 있다.
비만한 사람은 인슐린 저항성, 렙틴 저항성, 에스트로겐 증가, JAK/STAT, NFkB 신호, 이로 인한 염증성 세포 및 염증 마커의 증가로 인해 암에 취약하게 된다.
만성적인 염증은 항종양 면역 반응을 억제하고 돌연변이 축적, 종양 세포의 성장과 생존, 종양에 영양을 공급하는 혈관 형성, 종양 덩어리의 생성을 촉진하는 조건을 만들어 암 위험을 증가시킨다. 그리고 주변 조직을 침범하여 전이를 자극한다.
이는 전통의학의 관점과 유사하다. 인체 내부 장기와 혈관에는 지방 이외에도 어혈, 담습痰濕(정체된 썩은 물)이나 독소들이 적체되어 있다. 이들은 고혈압이나 당뇨뿐 아니라 여러 가지 성인병이나 암을 유발하는 원인들이다.
전통의학의 대시호탕, 방기복령탕, 영계출감탕, 오령산, 방풍통성산, 월비가출탕, 삼황사심탕, 마행의감탕, 도핵승기탕 등을 활용하여 산화된 콜레스테롤, 플라크, 어혈 및 정체된 썩은 물이나 독소 등 유해물질들을 제거하게 되면 체중감량은 물론 얼굴색이 맑아지고 어지러움, 두통 등이 해소되고 인슐린 저항성과 연관된 대사 질환이 개선되는 사례들이 있다.
또 여성들의 경우 손발이 따뜻해지고 생리통이나 월경불순이 정상화되고 불면증이나 우울증이 개선되기도 한다.
이번 연재에서는 비만에 대해서 전통의학에서 보는 비만의 원인, 고방의 관점 및 동의보감처방, 사상의학의 관점, 관련 처방 등을 알아본다.
비만에 대한 간단 처방으로 다음과 같은 처방을 활용한다.
- 오령산: 우리 몸의 70%를 이루는 수분 중 수독을 제어하는 처방이다.
- 평위산: 위비움을 잘 되게 한다.
- 노회, 대황, 센나, 차전자 등이 들어있는 변비약, 마그네슘 등
- 시호제: 가미소요산(갱년기장애), 대시호탕, 시호가용골모려탕(밤에 못잔다)
- 오적산
- 방풍통성산
- 녹차 추출물, 엘카르니틴
즉 [위비움, 수독처리, 변비의 해소, 독소의 해소, 간기능을 도움]에 처방의 포인트가 있으며 여기에 심폐기능을 높여서 에너지 대사를 활성화하는 마황제, 카페인이 함유된 녹차추출물, 엘카르니틴, 아르기닌, 항산화제, 알파리놀렌산을 비롯한 오메가3를 고려한다.
전통의학에서 보는 비만
전통의학에서는 체중 증가의 원인을 비기허((脾氣虛)로 보기도 한다. 비장은 위 속에 들어온 영양분을 활용하여 혈액과 기운으로 변형시키는 역할을 하는데, 약해진 비장이 이 모든 일을 관리할 수 없게 되면 수분을 비롯해서 에너지화 되지 못하고 배설되지 못한 영양분이 적체되기 시작한다. 이것이 습(濕)이 된다.
습(濕)은 체내에 정체되는 과도한 물과 점액이며 이로 인해 바이러스, 세균, 진균 등이 머무르기 쉬운 환경이 조성되는 것까지를 다 포함하는 개념이다. 소화기관에서의 습(濕)은 소화기관 내에 머물러 있는 노폐물, 지방과 처리되지 못한 물을 말한다.
이 내용의 이해를 위해서는 전통의학에서 보는 비장의 개념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전통의학상의 비(脾)는 위(胃)의 기운을 도와 음식을 소화시키고 소화된 음식물에서 얻어낸 영양물질을 전신에 운반, 흡수하는 작용을 하는 장기다.
이동원(李東垣)의 동원십서(東垣十書)나 의학입문(醫學入門)에는 같은 말이 나오는데 "비위(脾胃)가 모두 실(實)하면 잘 먹고 살이 찌게 되며, 비위가 다 허(虛)하면 음식을 못 먹고 마르게 되는데, 혹 적게 먹어도 살이 찌거나 살이 쪘어도 사지(四肢)를 들지 못하면 이는 비(脾)가 실(實)하고 사기(邪氣)가 왕성함이다"라 했고 "음식을 잘 먹는데도 마른 사람이 있으니 이는 위(胃)에 화사(火邪)가 기분에 잠복하여 잘 먹어도 비(脾)가 허(虛)하면 기육(肌肉)이 마른다"라 하여 비(脾)가 왕성하면 잘 먹어 비만(肥滿)이 오고 비(脾)가 허(虛)하면 못 먹어서 혹은 잘 먹어도 몸이 마르게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황제내경(黃帝內經)에는 "비(脾)는 살을 주관하며 또한 비는 몸에 있는 살과 연관 된다"고 씌어 있고, 동의보감(東醫寶鑑)에도 "근육은 비(脾)에 속하며 비장(脾臟)이 허하면 살이 빠진다. 비(脾)가 기육(肌肉)을 주관 한다"고 하여 비와 살과의 상관관계를 말하고 있으며 이제마의 장부론(臟腑論)에도 비(脾)는 중상초(中上焦)를 주관하여 그에 속한 부속장기들을 관장하므로 비(脾)가 실해지면 비당(脾黨)에 속한 근육(筋肉)등 부속 기관(器官)들이 함께 실(實)해진다고 되어 있다.
하지만 위 내용은 지금의 살이 찐다는 개념보다는 '비장이 왕성하면 근을 둘러싼 기육(肌肉)에 혈액과 에너지가 충실하게 공급된다'에 가까우며 비가 과항진되어 살이 찐다는 것으로 해석하더라도, 이는 비장의 장상학 중 수곡정미의 운화에 관한 것으로서 수액의 운화와는 관련이 적다.
수곡정미의 수곡(水穀)은 음식물을 말하고, 정미(精微)는 영양소로서 수곡정미(水穀精微)란 음식물이 소화된 후에 얻어지는 엑기스를 뜻한다. 이러한 수곡정미의 운화(運化: 엑기스를 뽑고 노폐물을 처리하는 과정)만이 아니라 수액의 운화기능이 떨어져도 담습이 적체되어 살이 찌게 된다. 수액의 운화는 비장과 함께 폐, 신이 공통적으로 관리하므로 이들 모두의 조화로운 기능이 중요하다.
또한 비록 수액의 운화 기능이 떨어진 비 기허로 인해 적체된 담습이라 하더라도 나중에는 열성을 띠게 되는데 이것은 동의보감(東醫寶鑑)의 풍(風)문에서 “습(濕)이 담(痰)을 낳고, 담은 열(熱)을 낳으며 열이 풍(風)을 낳는데 열이란 풍의 본체로서 풍이 열에서 나서 열로써 본(本)을 삼고 풍으로써 표(表)를 삼으니 모든 풍증을 지닌 사람은 다 풍에 열을 낀 것이다“하여, 다습(多濕)한 비인(肥人)들이 병적인 열을 띠게 되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으며 황제내경에서도 살이 찌면 반드시 안으로 열이 발생하게 된다고 하여 다습(多濕)비인(肥人)의 열에 관해서 언급한 바 있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