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책소개
눈을 뜨니 토끼가 되었어
산책을 하던 늑대가 나무 위에서 사과를 쪼아 먹고 있는 새를 본다. 늑대가 이를 드러내자 새가 늑대에게 사과를 준다. 그리고 다음 날, 눈을 떠 보니 늑대는 토끼가 되어 있다. “엄마, 내가 토끼가 되었어요!” “그래, 아무러면 어때.” 엄마는 늑대가 토끼가 되었는데도 놀라지 않는다. 학교 선생님과 친구들도 토끼가 된 늑대를 보고 아랑곳하지 않는다. 수업 시간에는 토끼 사냥하는 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점심시간에는 모두 맛있게 고기반찬을 먹는다. 친구들과 잡기 놀이를 할 때는 도망 다니기 바쁘고, 미술 시간에는 이로 나무를 갉아 토끼를 만든다. 토끼가 된 늑대는 집으로 가는 길에 다시 사과나무 아래로 간다. 이번에도 새에게 사과 한 알을 얻는다. 그리고 다음 날, 다시 늑대가 되어 눈을 뜬다. “아빠, 내가 다시 늑대가 되었어요!” 엄마와 아빠는 이번에도 놀라지 않을까? 선생님과 친구들은 여전히 늑대를 똑같이 대할까?
내일 나는 어떤 모습일까?
깊이 있는 수많은 작품으로 어린 독자와 어른 독자 모두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던 송미경 작가가 이번에는 『토끼가 되었어』를 통해 내일의 나를 기대하며 걱정하는 이들의 마음을 대변한다. 우리는 언제나 내가 누구인지에 대해 생각한다. 내일의 나는, 미래의 나는 무엇이 될지에 대해서도 궁금해 한다. 어린이와 청소년기는 나 자신에 대해 궁금해 하며 정체성을 확립해 나가는 시기이다. 『토끼가 되었어』의 주인공 또한 눈을 뜨면 바뀌는 나 자신을 바라보며 내일은 또 자신이 무엇이 되어 있을지 궁금해 한다. 내가 토끼의 모습을 하고 있든 늑대의 모습을 하고 있든 나는 나인데, 주변에서 바라보는 시선은 나의 겉모습에 따라 무척 달라진다. 토끼의 모습일 때는 내가 무엇을 하던 신경 쓰지 않던 이들이, 늑대의 모습이 되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겁내고 도망가기 바쁘다. 그렇다고 겉모습에 따라 태도가 달라지는 이들을 탓할 수는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겉으로 드러나는 상대의 말과 표현, 외양을 보고 서로를 판단할 수밖에 없다. 서로의 깊은 내면을 탐구하고 깨닫는 데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기 때문이다. 진짜 나의 모습을 알아주는 이는 아주 적고, 그래서 더욱 소중하다. 책을 보며 나의 진짜 모습은 무엇인지, 내가 되고 싶은 모습은 무엇인지, 나를 알아봐 주는 단 한 사람은 누구인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그림책이다.
무채색의 선과 면 사이, 빨간 토끼 한 마리
송미경 작가는 동화와 청소년소설 작가로 오랫동안 활약해 왔고, 『둥둥 북을 쳐요』 『오늘의 개, 새』 등의 작품을 통해 직접 그린 그림 솜씨를 펼쳐 보이기도 했다. 『토끼가 되었어』는 어린이들뿐 아니라 모든 세대 독자들이 함께 보며 작가가 쓰고 그린 깊고 신비로운 세계 속으로 빠져들어 나와 우리를 돌아볼 수 있는 작품이다. 책을 펼치면 거친 듯하면서도 차분한 무채색 사이사이, 빨간 토끼가 오롯이 보인다. 늑대 가족의 커다란 식탁 위, 늑대 선생님과 친구들이 둘러싼 교실 한가운데, 친구들이 신나게 공을 차고 있는 운동장 구석, 모두 맛있게 고기를 먹고 있는 급식실 안에 작고 빨간 토끼가 있다. 나와는 다른 이들로 둘러싸인 공간 안에서 토끼는 또 늑대는 무엇을 느끼고 생각할지, 그림을 바라볼수록 등장인물의 마음이 느껴진다. 문장의 행간 사이, 등장인물이 놓여 있지 않은 여백 안에서도 생각할 거리를 던져 주는 그림책이다. 아이들은 고착화된 존재가 아닌 무엇으로든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존재임을 시사하며 작가 고유의 분위기와 위트가 살아 있는 그림책 『토끼가 되었어』를 통해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져 보자.
첫댓글 오늘의 나, 내일의 나, 여러 해가 지난 후 나의 모습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