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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
사진속 여자애라니..... 뜬금없이 그게 무슨 소린지.....
하지만 잠시동안 내 머릿속을 어지럽혔던 의혹들은 들려오는 옥이의 말에
조금씩 풀려간다.
" 이... 이금영??.. "
아마도 내 기억으로는 처음이지 싶다... 옥이의 입에서 욕이 나오지
않은것은.... 아주 잠깐의 만남이었지만 이 자식의 입에서 욕이 섞이지
않은적이 없었으므로.....
그나저나 대체 금영이 이름을 부르면서 말을 더듬는 이유는 뭔데??
" 오랜만이다. 최승옥 "
하지만 어울리지 않게 말까지 더듬었던 옥이와는 반대로 우리의 금영이는
다시금 젖가락을 들더니 아주 건방지게 인삿말을 건낸다.
어째... 기대하지도 않았던 묘해지고야 마는 분위기..... 이게 뭐냐고 시팍!!!
초등학교 동창이었던 것은 이미 금영이에게 전해 들었고.... 그러므로 이
두 사람이 아는 사이임에는 알겠지만.... 좀전에 들려왔던 사진 얘기는 뭐며...
거기다가 상관도 없는 정해민인지 뭔지 하는 놈은 어떻게 금영이를 아는건데....
" 어?... 어.... 오랜만이다 "
참... 빨리도 얘기한다 옥아.... 니가 그러면 그럴수록 내가 이상한 생각을
가지게 되는것을 너는 아느냐??..... 그러나, 뜻하지 않았던 동창생들의
만남에 잠시 넋을 잃은사이.... 누군가가 우리 테이블에 다다랐고... 그와
동시에 탄성과도 같이 터지는 빌어먹을 놈의 목소리......
" 이야~~~ 또 다른 한명 발견!!!!!!! "
진짜 환장 하겠네.... 어째서 니놈이 시방 내눈에 비치는 것이냐.....
애초에 니놈 눈에 들었던 것은 내가 아닌 금영이었거늘.....
" ....... 안녕? "
미췬 홍난희..... 안녕이라니... 니가 시방 안녕은 하냐??!!!
" 응! 안녕!! 이쁜언니??^^ "
안녕은 얼어죽을...... 게다가 그 무척이나 반가운듯한 말투는 뭔데....
이런식의 만남은 절대로 허락하지 않았던 내 앞에서......-_-
" 여진아!! 승옥아!! 일로와봐!! 어제 걔야!!! "
니미,,, 내가 빚쟁이냐??... 죄다 불러 모으게??...
싯팔, 더군다나 옥이와는 마주치고 싶지 않단 말이다.....
" 어??!! 어제 돈 안주고 튄년이다!!! "
바로 이것 때문에 말이지.... 졸지에 빚지고 도망친 꼴이라니....
내 알기로는 느그들이 그곳을 먼저 벗어났거늘...... 왜 그 모든 죄를
나에게만 옴팡 뒤집어 씌우는건데!!!!!!
뚜벅... 뚜벅... 뚜벅... 뚜벅... 교묘하게 어우러지는 두 사람의 발자국
소리.... 그와 동시에 숙여지는 내 고개는 또 뭐냐고.... 당당하게 지영진 앞에
서리라 다짐했던 나는 어디로 가고 웬 빚쟁이 하나가 여기 있는건데... 시팍!!!
" 뭐야.... 이거 배짱한번 두둑한데?? "
이런 나이드신 노인네성 발언을 한놈은 보나마나 지영진이겠지.....
" 야! 야! 영진아!! 얘가 어제 너 차고서는 졸라 후회 했나보다 야!! 우리
학교까지 찾아온거 보면!!! "
옥아... 옥아.... 후회는 아니 하였어.... 단지, 이유를 갖다 붙이자면...
이미 내 통장에 들어와 있을 오십이 문제라면 문제겠지만 말이야.....
" 하?!.. 얘가 아직 나를 모르나보다 옥아 "
" 그러게 말야... 지나간것은 돌아보지 않는 지영진이시지 "
미친것들.... 아주 쌩 지랄을 해라... 니놈들 말이 사실이라면 나는 더욱더
신이 난다는걸 이렇게 계속 모르고만 있어주라... 부탁이다!! 이것들아!!!
그러나... 이것은 기회였다....
홍난희 지영진에게 차일수 있는 대망의 첫번째 기회......
" 야! 너 나랑 사겨!! "
숙이고 있던 고개를 빳빳히 들고 내 옆에 서 있던 지영진을 똑바로 쳐다본뒤
당당하게 외쳤다... 엄청나게 촌스럽게 말이지....-_-
그러면 잠시후.... 타이밍을 기막히게 노렸던 성과는 빛을 발한다.
" 병신... 딴데가서 놀아라 "
당연히 그럴줄 알고 있었다는 듯이 이 미친놈이 콧방귀까지 뀌고는 마치 나를
비웃으며 가지도 않고 내 앞에 서 있는다.
이쯤되면 자연스레 내 앞에서 사라져 주는것이 예의거늘....
이런 양심도 없는 새끼를 보았나..... 니놈이 언렁 사라줘져야 내가 마음껏
웃음을 터트릴것이 아니냐!!! 한건을 무사히 해치운 성공을 차축하는 웃음을
말이다!!!! 그런데 그때였다.......
" 가자 "
들고있던 젖가락을 탁 소리나게 테이블로 던지듯 내려놓는 송이년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먼저 밖으로 나가 버렸다. 하기사, 속이 쓰리기도 하겠지....
이제 남은 기회는 네번으로 좁혀 졌으니께..... 움하하하하!!!!!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간신히 참으며 혹시라도 새 나갈까 손으로 입까지
막으며 나도 자리에서 일어났고... 곧이어 앨범을 품에 꼭 안은 금영이도
일어서는데......
" 이대로는 못가지 "
나와 금영이 앞을 막으며 눈을 빛내는 옥아..... 정말 한대 까버리고 싶구나....
이 징그럽게 끈질긴 새끼야!!!!!!!
" 뭐야 최승옥. 비켜 "
잘한다 이금영!!! 니가 또 우리오빠 말고는 사내라면 아주아주 끔찍해 하고는
하지.... 더욱더 강력하게 몰아 부치렴 친구여....... 그러나,,,
" 뭐래... 너한테는 볼일 없으니까 니가 비켜가 "
어째서 니놈이 주도권을 잡아채는 것이여..... 아까까지만 해도 우리 금영이를
보고 말까지 더듬었던 웃기던 놈 주제에!!!!!
" 여전하구나. 재수없는건 "
그럼 그렇지... 그대로 불러날 이금영이 아니지.... 그런데 이거 뭔가
이상한데??....
" 이제 알았냐? "
" 알고야 있었지... 하지만 나이 먹어서도 똑같다니... 너답기는 하다 "
" ..... 나 다운게 뭔데?? "
" 글쎄 뭘까... 그냥 나와서 한 말이니까 나도 잘은 몰라.. 그리고 그런걸
알고 있을만큼 너한테 관심도 없고 "
" .. 그... 러냐??.. "
" 응. 왜? 넌 나한테 관심있니? "
" 씨발 뭐래...... 내가 돌았냐?? "
" 아니라니 다행이네 "
" 하?! 씹... 싸가지 없는건 여전하구만 "
" 별로 그런 소리 안 듣고 사는데 유독 너만 그렇게 말하더라 "
" 그래서? 기분 나쁘냐?? "
" 아니, 뭘 느낄만큼의 관심도 없다고 말했잖아. 너한테는...신경안써 "
" 나도 그런데 너도 그러냐? "
" 어 "
니들.... 이상해.... 그냥 무심코 보면 철천지 원수같아 보이지만.... 조금만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오히려 각별한 사이 같달까??... 대체 니들 초등학교때
뭔짓을 하고 헤어졌길래 몇년이 흐른 오늘날에도 이런 웃기지도 않는 공감대가
형성 되는거니??.. 서로 얼굴을 맞대고 아주 가끔씩이지만 웃기까지 하면서도...
입에서 나오는 말들은 하나같이 섬뜩한 칼날이잖아....
그러면서도 끝까지 얼굴 맞대고 이유는 뭐야... 진짜 이해 안된다 니들.....
그 둘이 쏘아대는 오로라가 얼마나 강한지 나는 물론이거니와 지영진과
정해민까지도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을때... 난데없이 울리는 내 핸드폰
벨소리에 어찌됐든 웃으며 서로를 노려보던 둘은 자연스레 눈빛을 거두었고,
이제는 죄다 나를 쳐다보는 상황.... 고만들 째려봐라 지금 받을꺼니께....
시팍!! 사실은 발신자 확인을 끝낸 순간 받고싶지 않았거늘....
요샌 왜 이렇게 되는일이 없냐고...!!!!!!!
" 여보셔 "
" 난희야~~~ 지금 어디야???!!! "
하여간 채신머리도 없이 목소리가 그게 뭐냐 이 인간아...-_-^
" 왜 "
" 그냥~~ 오빠가 우리 난희 맛난거 사줄려고 그러지!! "
전화.... 받기를 잘하였구나..... 이런 복이 굴러들어 오다니!!!
" 오빠 어딘데?? 내가 글로갈께 "
" 오빠 지금 시내니까 그럼 니가 시내와서 전화할래? "
" 알았어!! 쓩~하고 날아갈께!! "
" 응!! 보고 싶으니까 빨리 날라와야 돼!!! "
뚝.....
니미,,, 마지막 말만 안했다면 딱 좋았을 것을..... 하여간 이 인간은
조금만 상대해 주면 끝도 없이 들이댄다니까.....-_-
" 누구야?? 난파오빠지?? 응??!! "
옆에서 다 들어 놓고서 대체 재확인은 왜 필요한거며.... 그 어울리지도 않는
가녀린 표정은 뭔데... 병신같이 오빠 앞에서는 아무말도 못하는게....
" 같이갈래? "
하지만.... 니가 계속 그러니까 내가 거절을 못해.... 이번에도 분명히 입도
뻥긋 못한채 맹추같이 웃기만 할 널 아니까.......
" 응!!!!! "
" ^^ "
우리는 그렇게 그 분식집 안에 있는 세명의 남자들에게는 전혀 일말의 미련도
보이지 않은채 그곳을 빠져 나가려는데.....
" 얌마 "
누군가를 부르는 지영진의 목소리... 근데 그것이 어째 날 부르는거 같다냐......
대답은 하지 않은채 고개만 돌려 지영진을 바라보면.....
" 실망했냐? "
얜 또 뭐라는거야........ 바빠 죽겠고만.....!!!
" 뭐라고? "
" 너무 실망하지는 마라. 앞으로 너 하기에 들렸으니까 "
그렇게 차마 알아 들을수도 없는 말을 마친 지영진은 왠지 모르게 풀이 죽어
보이는 옥이의 어깨를 움켜 쥐고는 우리보다 먼저 이곳에서 벗어나 버렸다.
그리고 뒤이어.....
" 또 보자^^ "
라고 하며, 내 손을 덥썩 잡더니 위 아래로 크게 서너번 흔들고는 자신의
친구들을 따라가는 정해민까지.......
정말 골치 아픈 녀석들이 아닐수 없다.... 내 어쩌자고 이런것들 하고.....
대체 얘네들을 몇번이나 더 만나야 되는거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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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家네 [09]
여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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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7.03 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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