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대학 토목환경공학과 4학년 황수미씨(22)는
키 1백70cm에 몸무게57kg으로 어디서나 눈에 띄는 늘씬하고
시원한 외모를 가지고 있 다.
하지만 고교 3학년 때 체중은 1백17kg에 허리가 40인치였고,
대학 입학 초까지만 해도 1백kg을 넘었다.
그러던 것이 대학 1학년 여름방학부터 네번의 방학이 지나면서
그의 몸무게는 52kg으로 줄어들었다.
자그마치 65kg을 빼는 데 성공한 것 이다.
하지만 자신에게 적당한 체중은 57kg이라고 판단해서 5kg을 늘렸고,
2년째 그 몸무게를 유지하고 있다.
그에게는 이제 더이상 예 전의 뚱뚱했던 모습을 찾을 수 없다.
다이어트를 시작할 때 그의 소원은‘개그맨 이영자만큼만
날씬해졌으 면’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다이어트가 끝나고는 ‘미스코리아감이 다’라는 찬사를 들었다.
그리고‘독한 년’이란 별명을 얻었으며 같은 과 ‘
뚱땡이 패밀리 클럽’으로부터 ‘배신자’로 낙인찍혀 ‘쫓겨났다’.
미팅만 했다 하면모두 성공이고 친구들과 옷을 사러 가거나
화장을 하는 것도 즐거워졌으며, ‘배고픔’을 잊기 위해
한 공부덕에 4년 내내 장학금도 받았다.
이 정도면 황수미씨에게 다이어트는 살을 뺐다는 의미 이상이며 ‘
새로운 인생’을 가져다줬다고 말해도 될 것이다.
그는 살을 빼기 위해 전문가의 도움도 받지 않았고,
돈도 들이지 않았다.
오직 자신 의 의지만으로 먹는 것의 유혹을 이겼을 뿐이다.
방법은 너무 간단 했다.
대학 1학년 여름방학 부터 방학마다 12kg 정도씩 감량하고
학기중에는 한번 뺀 몸무게를 유지 하는 식으로 네번의 방학을
지냈더 니 52kg까지 빠졌다는 것.
보통 아이보다 적은2.7kg으로 태어나 주위의 걱정을 샀던 황수미씨 가 살이 찌기 시작한 것은 일곱 살부터였다.
그때를 생각하면 먹은 기억밖에 없을 정도로 아이스크림과
달걀 과자 등을 먹어댔다.
얼마 나 먹었던지 초등학교 입학할 때는몸이 2배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가족 중 아무도 뚱뚱한 사람이 없었기에 그의 부모도 ‘저러다 빠지 겠지’하고 별 신경을 안 썼다고한다.
‘뚱’자로 시작하는 별명은 다 가졌던 학창시절
황수미씨는 그때부터 뚱뚱한 사람이 겪어야 하는 모든 과정을
다 거 쳤다.
초등학교 시절 아이들의 놀림과 따돌림은 물론이고,
짝 손잡 고 달리기’시간에는 ‘차라리 혼자 달리겠다’며
아무도 그와 짝이 돼주지 않았다.
그럼에도 여전히 살은 쪄서 초등학교 졸업 당시 키 가
163cm에 86kg이나 되었다.
거기다 배가 얼마나 나왔던지 좋아하 던 남자애 집을 미행하다 결국은 배 때문에 포기해야 했던 가슴아픈 일도 있었다.
남자애가 뒤를 돌아봐 얼른 숨었는데, 배가 나와 걸린 것이었다.
별명은 당연히 ‘뚱땡이’ ‘오서방’ ‘난다난다 꽃돼지’‘
배둘레햄’ ‘뚱님이’ ‘뚱돼지’등 주로 ‘뚱’자로 시작했고,
맏며 느리감이다, 레슬링이나 유도선수하면 좋겠다’와
같은 말이 늘 따 라다녔다.
“성격이 워낙 낙천적이라서 그런지 속은 상했지만 크게 신경쓰지
않았어요. 그리고 중고교 시절도 별 문제 없이 잘 지냈죠.
왜 여자들 은 친구가 뚱뚱하면 안심이 되고 편해서
그런지 더 좋아하잖아요.
체육시간이나 기합받을 때 선생님들이 “힘들면 적당한 때 빠지라”
며 봐주시던 일, 체력장 매달리기 시간에 선생님 묵인하에 친구 여
섯 명이 받쳐줘 만점을 받은 일, 친구들과 순대 떡볶이 족발 튀김
등을 맘껏 먹던 일 등 재미있는 일도 많았어요.”
하지만 자신을 놀리는 내용을 적은 쪽지를 돌리는 등 심하게
따돌리 는 친구들도 있었고, 가끔은 스스로도 자신의 몸매에
짜증이 나기도 했다.
황수미씨의 어머니도 딸의 체중이 걱정이 됐던지 온갖 다이어트를
시켰다.
식초 다이어트, 포도 다이어트, 사과 다이어트, 다시마 다이 어트,
감자즙 다이어트, 달걀 다이어트 등을 비롯해서 시판되는 다이
어트 식품은 모두 권했다.
그러나 하루 여섯 끼씩을 먹어도 배가 고픈 대책없는 식욕을
도저히 감당해낼 수가 없어 포기했다.
또 그렇 게까지 살을 빼고 싶지도 않았다.
그러다 고등학교 3학년 말이 되자 공부 때문인지 스트레스
때문인지 자연히 살이 조금씩 빠져 99kg이 되었다.
그리고 대학합격 후 살을 빼야 할 것 같아 한달간 비만관리실을
다녔더니 2kg이 더 빠졌다.
하지만 얼마 안 있어 다시 1백kg을 넘어섰고, 거대한 몸은 대학에
가서도 여전히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같은 과의 친구는 “키도 크고 몸도 뚱뚱한데다 숏커트 머리에 목소
리까지 걸걸해 처음엔 남잔 줄 알았어요.
다들 무섭고 같이 다니기 창피하다며 친구하기 싫어했고 그냥
'보디가드’라고 불렀어요.
그 런데 수미가 워낙 재미있고 성격이 좋아서 그런지
모두들 금방 친해 졌고 잘 지냈어요.”한다.
그렇게 대학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안돼 살을 빼야겠다는 결심을
하 게 만드는 일이 몇 가지 생겼다.
우선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때 ‘안 재욱’같이 생긴 남자 선배를 보고
'그래 이 남자가 내 운명이야’라고 느낀 후 멀리서도 금방
알아볼 정도로 좋아하게 됐다.
그리고 나름대로 마음을 표현했다. 종이학은 날아갈 것 같아
접기 어렵다는 거북이를 천 마리 접어주었고 선물공세를 펴기도 했다.
그러나 어느 날 그 선배가 자신의 선물을 너무 하찮게 다룬다는 것을
알았다.
한 친구는 사뭇 무시하는 어투로 “네가 그 선배와 어울린다고 생각하
니?” 하고 말했다.
“물론 저를 좋아할 거란 기대는 안했지만 그래도 충격이었죠.
그리 고 한번은 길을 가는데, 여자애 몇 명이 저를 피하면서
자기들끼리 '뚱뚱한 애가 제일 재수 없어’하더군요.
너무 심하다고 생각했어요. 또 친척들끼리 밥을 먹는데,
빈그릇만 보면 모두들 ‘니가 이거 다 먹었지’하며 숟가락도
안든 저를 몰아붙이는 거예요. 한두 번 듣던 얘기도 아닌데, 그땐 왜 그렇게 서럽던지 막 울었어요.
그리고 는 '죽더라도 살은 빼고 죽어야겠다’고 결심했죠.”
황수미씨는 정확히 95년 6월30일부터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방법은 매일 1시간 30분 정도 사우나를 하고 음식은 최대한
줄이는 거였다.
아침은 밥 몇 숟가락, 점심은 그날 가장 먹고 싶은 것을 하나 생각
해 사먹거나 만들어 먹고, 오후 3시 이후엔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처음 일주일은 지금 생각해도 끔찍할 정도로 힘들었다.
거기다 가족 들은 이미 포기해 버렸는지 며칠이나 하는지
두고 본다는 식이었다.
아버지도 딸의 팔뚝을 만져보고 “너는 살이 너무 단단해서 빠지긴
틀렸다”고 했다.
중고교 시절 시중에 나와 있는 다이어트는 다 시도해본 경험이
있었기에 포기할 법도 했다.
하지만 그의 결심은 굳었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자 몸이 가벼워졌
고 기분도 좋아졌다.
외출은 절대 안했고, 배가 고프면 지쳐 쓰러져 잠을 자거나 공부를
했다.
그리고 자기를 좋아하게 될 선배를 떠올 렸다.
두달 후 그는 86.7kg이 됐고, 기쁜 마음에 헐렁한 티셔츠 대신
쫄티를 사입고 학교에 갔다.
가족과 친구들은 놀라면서도 한편으론 '금방 또 찌겠지’하고
관심을 안 가졌다.
"학기중에는 몸무게를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루 세 끼를 먹되 조
금씩 먹었어요. 술자리에 가더라도 술은 절대 안먹고 ‘입맛이 없
다’는 핑계를 대며 채소안주만 먹었고요.
하긴 날씬한 친구들이 '나 요즘 살쪄서 죽겠어’라고 말하는데,
그 옆에서 차마 먹을 수 도 없었어요.
그리고 몸이 무겁다 싶으면 걸었어요. 그러다 방학이 되면 똑같은
방법으로 다시 다이어트를시작했죠.
방학에는 하루 8백~1천kcal 이 상은 먹지 않고 오후 5시 이후엔
절대 안 먹었어요.
정말로 4번의 방학 동안 한 번도 포식을 한 적이 없어요.
그랬더니 2학년 1학기 때는 75kg, 2학기 때는 64kg까지 빠지대요.”
하지만 2학년 겨울방학은 결코 만만치 않았다. 59kg이 되자 한달 동
안이나 살이 하나도 안 빠지는 것이었다.
'이게 한계인가 보다’하 고 포기하려다가 왠지 한번만 더 해보자는
생각에 하루 8백kcal를 반으로 줄였다.
그때 식단은 과자 4조각, 요구르트 1병, 사과 1조각, 우유 반컵이었다. 그렇게 3주가 지나자 7kg이 빠져 드디어 52kg에 허리 25인치가 되었다.
3학년 첫 개강일에 학교 친구들은 그를 알아보지 못했다. 하긴 매일
보는 가족들조차도 자기 눈을 의심해야만 했다.
물론 부작용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우선 2학년 여름방학때 배고픔
도 잘 느껴지지 않을 정도가 되자 영양이 부족했기 때문인지 머리카
락이 뭉텅이로 빠졌다.
어머니가 사다준 간개선제를 먹고 좋아지긴 했지만 꽤 오래동안
계속됐다. 그리고 2학년 겨울방학 때는 방문 앞 에서 기절한 적도
있었다. 어머니는 “그러다 죽겠다”며 그만 하라
고 말렸으나 소용없었다.
전에는 “쪄도 내가 찌니 걱정하지 말라” 고 했는데 이제는
“죽어도 내가 죽는다”고 했다.
“머리카락이 빠지고 기절을 해도 겁은 안 났어요. 오히려 거식증에
걸렸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했으니까요.
그 정도로 살을 빼고 싶었 고, 25인치 옷 한번 입어보면 소원이
없을 것같았어요. 사실 1학년 때 친구와 옷을 사러 가서 사이즈가
99인 조끼를 입었는데도 튿어진 적이 있었거든요.
정말 맞는 옷이 없어 옷구경 다니는 것도 싫었죠.
그리고 워낙 기본 체력이 있었기 때문에 걱정을 안했던 것 같아요.
다른 사람들은 조금만 굶어도 어지럼증이 생긴다고 하는데, 저는 그
렇게 하고도 학교 다니는 데 이상이 없었거든요.
마지막에 변비가 오긴 했지만 소화도 잘됐고요.”
또 다른 부작용은 살을 너무 많이 빼서인지 살이 늘어지고 탄력이
없어진 것이다. 지금도 생일날이면 장미꽃을 나이만큼 사다주곤 하
는 자상한 아버지는 그런 딸을 위해 헬스기구 두 개를 구입해 주었
다.
그것으로 매일 한 시간 정도 운동을 하고, 얼마간 수영을 다녔더
니 많이 좋아졌다.하지만 살이 튼 흔적은 여전히 남아 있다. 그래도
어머니 아버지는 아무래도 몸에 무리가 있을 것같다며 한약을 지어
주기도 했고 칼로리가 덜 나가는 닭백숙 같은 음식을 만들어주었다.
황수미씨는 사우나와 음식조절이라는 자신의 방법이 옳았다고 말한
다. 사우나는 다이어트에 나쁠 게 없을 것 같아 선택했고, 음식조절
은 그동안 실패한 경험으로 봐서 모든 살빼는 방법은 결국 음식을
조절하는 것이었기에 이왕 안 먹으면서 살을 뺄 거라면 좋아하는 것
을 적게 먹자고 결정한 것이었다.
2학년 여름방학 한달간 사우나 대 신 헬스를 다녔는데, 헬스가
자신에겐 별 도움이 안된 것 같다고 한다.
어떤 일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그렇게 살을 뺀 후 모든 게 달라졌어요. 우선 몸과 마음이 가벼워
졌고, 모든 일에 자신감이 생기고, 사람을 만나는 것이 즐거웠어요.
특히 남자 앞에만 서면 주눅이 들어 말도 못했는데 지금은 ‘혹시
저 사람이 나를…’하는 생각을 한다니까요. 친구들이 미팅을 나가
거나 옷을 사러 갈 때면 살며시 빠져나오곤 했는데, 지금은 앞장서
서 가죠. 그리고 첫 소개팅에서 만난 타대학 의류학과 남학생이 의
상발표회 때 모델이 돼달라고 부탁해 무대에도 서봤고요. 정말 다시
태어난 기분이에요.”
하지만 그에게 52kg은 무리였던지 5개월간이나 생리가 없었고 가족
들도 너무 말라서 보기 싫다며 60kg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래
도 자신의 건강을 믿었기에 병원 한번 안 가봤다. 그냥 조금씩 몸무
게를 늘려 57kg을 만들었더니 생리도 다시 시작했고, 모두들 더 보
기좋다는 반응이었다.
그는 다이어트를 하면서 공부도 더 열심히 해 4년 내내 장학금을 받
았다. 아버지는 서예를 권했지만 너무 기운이 없어 차라리 공부를
하는 게 좋았다고 한다. 덕분에 과수석도 했고 건축기사 시험도 2차
발표만을 남겨 놓고 있다.
그리고 그가 살을 빼는 데 결정적인 계기가 됐던 선배는 그해 군대
에 갔다가 올해 복학을 했는데, 현재 좋은 선후배 사이로 지내고 있
다고 한다.
“수미요, ‘독한 년’이란 소리 들을 만하죠 뭐. 그렇게 먹기 좋아
하고 먹는 것엔 절대 돈 안 아끼며 ‘뷔페 먹으러 가자’고 늘 선동
하던 애였는데, 어떻게 하루아침에 변했는지 모르겠어요. 그리고 방
학 때는 다이어트한다고 저희들 진짜 한 번도 안 만났어요. 이제는
밥을 먹으러 가도 밥은 별로 안먹고 찌개에 든 채소만 건져먹곤 해
요. 거기다 먹을 때마다 이건 몇 칼로리, 이건 몇 칼로리 하면서 얼
마나 까다롭게 군다고요.”
벌써 1년이 지났지만 친구들은 아직도 그의 변화가 신기한 모양이
다. 그리고 그렇게 변한 친구의 모습이 무척 보기 좋다고 한다. 그러
면서 한편으론 그동안 그가 자신의 외모 때문에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한다.
실제로 황수미씨는 1학년 때 청바지에 티셔츠만 입는 단벌숙녀였고,
2학년 때까지도 누가 미팅을 권하면 사양하곤 했다. 물론 이제는 아
니다. 여전히 소탈하지만 가끔은 멋도 부릴 줄 알고, 그를 좋아하는
남자도 많이 만났다.
살이 쪘든 날씬하든 다 같은 황수미인데, 외모 때문에 특히 이성에
게 자신이 다르게 평가되는 것이 혹시 서운하지는 않았느냐고 물었
다. 하지만 그는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아요. 그냥 좋은 게 좋은 거
죠 뭐. 사실 이쁘고 날씬한 게 보기도 좋잖아요”라고 가볍게 말한
다. 참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대답이다. 그런 성격이 힘든 다이어트
기간을 잘견디게 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는 요즘도 절대 방심하지 않는다.
“학교에 늦어도 아침은 반드시 먹고, 저녁 6시 이후엔 과일 외엔
되도록 안 먹으려고 해요. 음식도 튀긴 음식 대신 국 찜 구이 등을
먹고, 달걀요리는 수란을 만들어 먹고요. 쫀득쫀득한 게 먹고 싶을
땐 묵을 먹고, 음료는 녹차를 마시죠.
하긴 이제는 많이 먹으려고 해 도 먹히지가 않대요. 그리고 운동은 집에서 헬스 기구로 하는 게 너 무 단조로워 그것보다는 시내에서 집까지 50분 정도 걷곤 해요. 이 것들은 학기중에 체중을 유지할 때도 마찬가지로 했던 거예요.”
황수미씨는 헌혈도 자주 한다. 처음엔 ‘살을 빼는 데 도움이 될
까’ 하고 했는데, 지금도 기회만 되면 한다. 그래도 몸에는 별 무리
가 없다. 여전히 건강하다는 증거다.
그런가 하면 지난달에는 ‘기적의 다이어트를 한 여대생’으로 TV
에도 소개가 됐다. 그 덕에 요즘엔 밖에 나가면 사람들이 알아보고
다이어트 비법을 물어오곤 한다. 하지만 그는 “의지로 먹는 유혹을
이겼다”는 말밖에는 별로 해줄 말이 없다. 그러면서 “누구나 하면
돼요. 그리고 성공하고 나면 모든것에 자신감이 생길 거예요” 하고 덧붙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