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학교 리포트를 쓰러 연극 다시라기를 본다고 하니까 어머니께서는 어머니께서 대학 시절에 보았던 연극이라며 즐거워 하셨다. 다시라기는 ‘다시 태어나다‘ 라는 뜻이며, 진도의 굿을 연극화한 것이라는 것, 지금 진도에서는 ’다시라기 연극 보고 진도 여행하기‘ 등의 이벤트를 기획했다는 것 등을 수업 시간에 들은 정보와 인터넷 등으로 찾은 결과로 잘 알아보고 연극을 보러 갔다. 게다가 극단 민예의 카페에 가입까지 해서 추가 할인을 받기도 했다.(웃음) 목요일 저녁 7시 30분, 나는 많은 사람들이 본다고 하지 않았나? 하고 당황했다. 연극을 보러 온 사람은 단 10여명, 극장도 생각보다 많이 작았다. 그러나 연극이 시작되자 나의 걱정은 사라졌다. 슬퍼하는 상주를 놀리며 나타나는 가짜 상주와 그로 인해 벌어지는 다시라기 굿은 너무나도 즐거웠던 것이다. 가짜 상주와 그를 둘러싼 저승사자 사건. 저승사자가 하는 금전 만능주의에 대한 말과 중간에 가짜 상주가 잠시 연극을 쉬면서 하는 말
그런데 옛날에는 탈을 쓴자는
탈을 쓴체 했다는데
요즈음은 탈을 썼는지 안 썼는지
분간할수가 없어요
나 역시 지금
가짜 상주 노릇을 하고 있긴 하지만
어떤때는 제 자신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를 때가 가끔 있거든요
요새는 불을 땐 굴뚝에서도
연기가 안날 때가 있지 않아요?
그러다가 느닷없이 일이 터지고
그러고는 갑자기 어제의 원수가
둘도 없는 친구가 되는가 하면,
조금전의 친구가 적이 되기도 한단 말이에요
믿을수가 없어요
믿을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는 것 같아요
사람도, 강물도, 사랑도, 미움도,
내 자신까지도 믿을수가 없으니...
이 말에 나는 적잖이 감동했다. 나중에 극단 분들께 물어보고 이 두 대사로 이 연극이 강제로 금지된 적도 있었다고 하니 예전부터 예술을 하던 분의 검열에 대한 고통도 알 만 했다.
팜플렛의 설명을 따오자면 [전통적 의미에서 "진도 다시래기"는 마을에 초상이 나면
마을 사람과 상여꾼들이 출상전날 상가에 모여, 상주와 그 가족들을 위로하면서
마당에서 벌이는 소박한 소극]이라고 한다.
가짜 상주와 넙죽네, 장님과 노총각 사령, 그리고 저승사자. 옛날 희곡이라는데 현대적인 재미를 적잖이 가미해서 아주 즐거웠다.(특히 랩과 댄스 하는 각설이들의 마당은 정신이 멍해지게 웃기다.) 가짜 상주가 자신을 잡으러 온 저승사자가 저승에서도 돈 많은 사람이 최고라는 말과 가짜 상주의 부모 귀신이 저승사자를 사기 쳐서 보복으로 그를 잡으러 왔다는 말을 듣고는 저승사자를 광 속에 가두는 심문 장면은 정말 명장면이었다. 광 속에 가둬진 저승사자는 넙죽네에게 저승에 가면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다고 꼬드기고, 그녀는 저승사자를 풀어주어 같이 저승으로 도망가게 된다. 이 부분에서 저승사자가 거짓말을 했다고 말하다가 넙죽네가 넙죽넙죽 땅을 치며 울어대자 농담이었다면서 다시 꼬드기는 장면도 굉장히 재밌었다. 봉사는 결국 저승사자와 넙죽네를 찾아 돌아다니다 그 둘을 만나게 되고, 저승사자가 약속하는 부귀 영화와 봉사 사이에서 갈등하던 넙죽네는 산기를 느껴 남편인 봉사를 부른다. 저승사자와 싸우고 그를 물리친 봉사가 힘이 빠져 조용히 숨을 거두는 동안, 넙죽네는 아이를 낳는다. ‘다시래기’ 바로 다시 태어난 아기인 것이다. 생명의 윤회를 저렇게 표현할 수도 있구나 하고 나는 다시금 감동했다. 그리고 모두가 감동해 있을 때 마지막 웃음을 주는 말
가짜상주: 어이 일어나~ 다시라기 굿 끝났네.
죽은 봉사: 음? 벌써 끝났나?
하지만 봉사가 일어나고 다시라기 굿이 끝나자 탈상이 시작되고 진짜 상례가 벌어진다. 한바탕 웃음 뒤의 진지한 예절. 그것이야말로 진짜 우리의 풍속과 예절이 아닐까? 예전에 이미 완벽한 연극 구조로 다시라기 굿을 한 우리 나라 사람들의 멋진 모습이 생각난다. 그리고 관객들이 장례식에 찾아온 사람들이라 가정하고 관객과 함께 벌여나가는 연극의 모습. 그리고 상주를 위로하는 즐거운 놀이 속에 숨은 날카로운 풍자와 진지한 생명과 죽음에 대한 물음. 극단 민예 카페에 있는 ‘자살이 늘어가는 사회에 대한 나름대로의 대답’ 이라는 말이 전혀 무색하지 않은 좋은 연극이었다.
첫댓글 ...크윽, 이렇게 재미있단 말이다! 다시 날잡아 보러가요오오오~(조용히 맞는다.)
제대로 날 잡으란 말이야!!!!너 약올릴려구 감상평 올린거지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