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 안 된 직매립금지, 지자체 재정부담만 키웠다
공공소각장 확충 시급, 민간시설 반입협력금 확대 필요
폐기물 처리수수료 가산금 10%→20% 인상 추진
생활폐기물 직매립금지가 본격 시행된 지 6개월을 맞아 제도의 성과와 한계를 진단하는 세미나가 열렸다. 참석자들은 자원순환사회로 전환해야 한다는 정책 방향에는 공감하면서도, 준비되지 않은 시행으로 폐기물 감량보다 소각 중심의 정책이 강화됐고 공공 처리시설 부족으로 민간소각 위탁이 늘면서 지방자치단체의 재정부담만 가중됐다고 지적했다.
또한 2030년 직매립금지의 전국 시행을 앞두고 안정적인 폐기물 처리 인프라 구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적 과제라고 입을 모았다. 직매립금지 시행 6개월은 원칙을 유지하면서도 현실적인 처리 역량을 확보하고 국민 불편과 지역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자원순환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과제를 남겼다는 것이 이날 세미나의 공통된 결론이었다.
'직매립금지, 제대로 가고 있나?'를 주제로 한 이번 세미나는 7월 20일 김위상 국회의원이 주최하고 기후에너지환경부가 후원했다.
직매립금지는 2015년 6월 환경부(현 기후에너지환경부)·서울시·인천시·경기도가 참여한 4자 협의를 시작으로 2021년 기관장 회의를 거쳐 시행됐지만, 국민이 체감하기 어려운 행정 중심의 정책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기후생명정책연구원 장정구 대표는 "매립 의존을 줄이고 자원순환사회로 전환해야 한다는 정책 방향에는 동의하지만 시행 과정에서 폐기물 감량보다 소각 중심으로 흘렀다"며 "공공처리시설 부족으로 민간소각 위탁이 확대되면서 결국 지자체의 재정부담만 키웠다"고 비판했다.
그는 4자 협의체 합의에도 불구하고 인천지역 4개 기초지자체가 시행 불가 입장을 밝히고, 서울·경기도의 반대로 정부가 시행을 유예하는 등 합의된 정책조차 제대로 추진되지 못한 현실을 지적했다. 이어 "민간 처리시설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처리단가의 불안정성이 커지고 결국 지방재정과 시민 부담으로 이어진다"며 "수도권에서 발생한 폐기물 처리 부담이 충남·충북·강원 등 타 지역으로 전가되는 구조"라고 비판했다.
소각처리 비용 비교에서도 지역별 차이가 나타났다. 당진시 사례에서는 민간소각시설 처리비가 t당 19만원으로 공공시설인 서산광역자원화시설(23만9천원)보다 약 20.8% 저렴했다. 반면 인천은 민간소각장이 18만~21만원인 반면 공공소각장은 13만9천원, 수도권매립지는 16만1천원으로 공공시설이 가장 경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역시 직매립금지 시행 이후 2021년 169억원 흑자에서 2025년 275억원 적자로 전환됐으며, 기반사업 부담금도 고갈 위기에 처한 것으로 분석됐다.
장 대표는 "발생지 처리원칙을 제도화하고 주민 수용성과 환경 안전성을 확보하면서 공공소각장 확충을 서둘러야 한다"며 "현재 공공폐기물처리시설에만 적용되는 반입협력금을 민간 처리시설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한국여성소비자연합 김주원 사무처장은 서울·경기·인천 소비자 3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응답자의 49.8%는 직매립금지 성공의 핵심으로 '쓰레기 발생량 감축'을 꼽았으며, 94.3%는 공공소각시설 확대에 찬성했다. 다만 환경안전성 확보(40.2%), 발생지 처리원칙 준수(35.7%), 충분한 보상과 투명한 정보공개(25.6%) 등이 전제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생활폐기물과 황남경 과장은 "수도권 시행 이후 생활폐기물은 전량 적정 처리되고 있으며, 소각시설이 부족한 지자체는 과도기적으로 민간위탁을 병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민지원기금 확대를 위해 폐기물 처리수수료 가산금을 기존 10%에서 20%로 인상하고, 입지선정위원회 대신 주민지원협의체 의결을 통해 증설을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송원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직매립금지 제도는 쓰레기 감량과 재활용 확대, 소각시설 확충 등 후속 자원순환 정책이 함께 추진되지 못했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 없이는 지역 갈등을 해결하기 어렵고 제도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진상 환경칼럼니스트는 "제도 시행 이전 공공소각장 증·개축을 위한 충분한 준비기간이 있었음에도 이를 놓쳤다"며 "현재 수도권 27개 공공소각장 신·증설 사업 가운데 실제 착공은 성남시와 옹진군 두 곳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공공소각장을 단순한 혐오시설이 아니라 에너지 생산거점이자 문화·체육시설을 결합한 복합공간으로 전환하고 주민 참여와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국자원순환에너지공제조합 김형순 이사장은 "민간소각장은 연간 120만t 이상 처리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처리비도 공공시설과 비슷한 수준"이라며 "공공과 민간이 역할을 분담해 직매립금지 시행 초기의 충격을 완화하고 중장기적으로 공공 처리기반을 확충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경국제전략연구소 김동환 박사는 "이번 세미나는 직매립금지 시행 이후 지자체들이 현장에서 겪고 있는 현실을 종합적으로 점검한 자리였다"며 "공공소각장 확충과 민간 처리시설의 제도적 활용, 반입협력금 확대 등 현실적인 보완대책이 병행되지 않는다면 직매립금지 정책은 지방재정 부담만 키운 채 정책 신뢰를 잃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 총평
이번 세미나는 직매립금지 정책의 방향성보다 '시행 기반'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확인시켜 준 자리였다. 자원순환사회로의 전환이라는 정책 목표에는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공공소각시설 확충과 폐기물 감량 정책, 주민 수용성 확보가 뒤따르지 않은 채 제도가 먼저 시행되면서 민간 위탁 확대와 지자체 재정부담이라는 부작용이 현실화됐다는 진단이 잇따랐다. 2030년 전국 시행을 앞둔 지금 필요한 것은 규제 강화가 아니라 처리 인프라와 제도적 보완을 먼저 완성하는 일이다. 공공과 민간의 역할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발생지 처리원칙과 주민지원제도를 함께 정비할 때 비로소 직매립금지 정책은 환경성과와 정책 신뢰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환경경영신문 https://ionestop.kr// 신찬기 전문기자, 공학박사, 대기기술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