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 인생
어제 3주간의 입원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 왔다.
나는 지난 1월 사다리에서 떨어져 허리를 다치고 나서 처음 몇 달간은 동네 작은 정형외과를 전전하였다. 처음과 다음에 간 정형외과에서는 X-레이를 찍어보고는 뼈에는 이상이 없다고 하고 소염진통제만 처방해주었다. 진통제 덕분에 그럭저럭 지내왔는데 그간 한의원에 가서 침도 맞아보고 했지만 별다른 차도가 없었다. 이상하다 싶어 또 다른 정형외과를 갖더니 X-레이 판독해보니 13번 흉추에 골절이 왔는데 다친 지 오래되어 수술도 안 된다고 하며 그냥 골다공증 주사와 진통제 주사만 이틀에 한 번씩 놔 주곤 했다. 그럭저럭 다친 지 6개월이 넘었는데도 낫기는커녕 증세가 점점 심해져 아침에 자리에서 일어나기도 힘들고 기침이 나거나 하면 갈비뼈가 울려 아주 힘든 상태가 지속되었다.
이런 와중에도 지난 7월 18일 경기 나라지킴이 모임에 나가 72회 고성국박사가 강연에서 내년 총선에 자한당이 과반을 넘어 승리할 것이란 말에 모두들 고무되어 김일두를 위시하여 배화승, 유한호, 이은호, 박종관과 나까지 모두 여섯 명이 2차로 근처 생맥주집에 가서 생맥주 한 쪽기씩 하고 다시 내친김에 노래방까지 밤늦게 까지 흥겹게 놀고 집에 오니 12시가 다 되었다. 그런데 다음날은 더 힘든 게 아닌가. 이러면서 한 열흘이 흘러간 지난 8월 초 아무래도 안 되겠다 싶어 집사람과 같이 불광동에서는 그래도 이름 있는 척추관절 전문병원에 갔더니 일단 정밀 검사가 필요하니 하루 입원하란다. 그리고는 X-레이와 MRI를 찍어 보고나서는 진단결과를 애기해 주는데 우선 9-10번 척추가 골절되었고 또 4-5번 척추에 디스크가 심하며 협착증도 상당히 있다는 것 아닌가. 그야말로 척추병 종합세트인 것이다.
치료는 디스크가 심하여 레이저시술이 필요한데 시술비가 비싸다며 350만원이란다. 골절은 갑옷같이 생긴 보조기를 한 3개월 차고 움직이지 말고 자연적으로 뼈가 붙기를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며 협착증은 주사로 치료한다고 하고 전체적으로 3주간의 입원이 필요하단 것이다. 사실 척추는 될 수 있으면 건드리지 않는 게 좋다고들 하는데 다른 방법이 있을 수 없어 시술을 받기로 하였다. 레이저 디스크 시술은 디스크가 튀어나온 반대편에 고주파 레이저를 쏴 디스크를 수축 시키면 튀어나온 부분이 안으로 빨려 들어간다는 것이다. 나는 혈압약과 같이 혈전 방지제를 먹고 있어서 한 3~4일 약을 끊고 시술을 해야 한다고 해서 입원한지 나흘만인 지난 8월6일 시술을 받았다. 시술은 등에 부분마취를 하고 0.4mm 주사바늘을 옆구리를 통하여 척추 연골에 꽂고 레이저를 조사하는 것이다. 시술 시간은 한 40분 정도 걸리는데 주사 찌를 때 약간 따끔하고 시술 중 허리 부위가 약간씩 욱신거리고 또 조금 후끈거리는 느낌이 있을 뿐 큰 고통은 없었다. 시술이 끝나고 나서 발가락을 움직여 보라고 하고 움직인다고 하니 이번에는 다리를 들어 보라고 한다. 다리도 들린다고 하니 다 끝났다고 하며 병실로 돌려보내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날 저녁 마취도 풀리고 밤에 화장실에 가려고 하니 걸을 때 한 발짝 띨 때 마다 허리가 새큰거리며 몹시 힘든 게 아닌가. 내가 시술을 괜히 했나 싶기도 하고 오만 생각에 잠도 제대로 못자고 뒤척거리다 다음날이 되니 새큰거리는 것도 많이 나아져 괜한 걱정을 한 셈이었다.
내가 있던 병실은 6인실인데 나 보다 먼저 있던 사람들 중 둘은 며칠 만에 먼저 퇴원하고 한 사람은 나보다 한 2주 전에 들어와 나랑 쭉 같이 있다가 이틀 먼저 퇴원 했다. 이 친구는 45세인데 병명은 오른쪽 무릎 십자인대 파열에 무릎 연골이 다 달아 없어져 줄기세포 치료를 받는다고 한다. 본인은 세탁소를 운영하는데 입원해 있는 동안 한 달간 문을 닸았다고 한다. 직장 다니는 부인이 일이 끝난 후 매일 밤늦게 병실에 와서 한두 시간 있다가 가곤 했다. 그리고는 나와 같은 날 입원한 김선생이란 이는 나와 나이가 동갑이다. 이이도 나와 같은 척추 골절이란다. 디스크는 시술 할 정도는 아니라서 나와 같은 보조기를 차고 골절 치료를 한다고 하며 퇴원도 같은 날 했다. 이이는 병원 밥을 못 먹는다며 부인이 매일 밥을 싸 가지고 병원으로 오는 것이었다. 집이 전농동이라는데 버스 타는 시간만 한 시간 이상 걸리는 데 말이다. 그런데 얼마 전 부인이 오른쪽 발목을 다쳤다고 목발을 집고 왔다.
하여간 대단한 부인이다.
내가 입원 한지 한 일주일 뒤 또 한사람이 들어왔다. 이이는 이선생이란 이인데 나이는 77세 병명은 척추관 협착증인데 여기 오기 전 증세가 아주 심했다고 한다. 협착증은 여러해 전부터 있었는데 걷기가 힘든 상태였고 다른 병원에서 주사를 맞았는데 주사를 맞고 나니 증세가 씻은 듯이 나아 좋다고 했는데 한 4~5개월 지나니 다시 증세가 나타나 할 수 없이 병원에 다시 갔더니 또 주사를 놓았고 주사를 맞으면 금방 증세가 싹 가셨는데 이번에는 한 두 달 만에 다시 증세가 나타났고 나중에는 주사를 맞아도 열흘도 못 갔다는 것이다. 그 병원에서도 나중에는 주사가 근본 치료는 아니고 증세만 완화시키는 것 이라고 하며 큰 병원에 가서 수술을 받으라고 하더란다. 그래서 큰 병원에 가서 여러 가지 검사하고 수술 날자 까지 받아 놨는데 수술은 전신 마취하고 척추에 무슨 금속 기둥 네 개를 박아 고정시켜 치료하는 것이라고 하더란다. 그런데 이이도 나이가 있는 만큼 전신 마취도 그렇고 기둥이란 게 수술 후에도 잘못 움직이다가 휘거나 떨어져 나가면 재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해 수술 날자가 닥아 오자 점점 불안해져 다시 이 병원에 왔더니 여기서는 레이저 시술로 치료하며 전신마취도 필요 없고 시술도 한 시간 정도로 간단하다고 하더란다. 다만 시술비가 400만원으로 좀 비싸고 시술로 100% 완전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일상생활에는 큰 지장이 없을 거라고 하길 래 마침내 예약한 수술을 취소하고 이 병원에서 시술을 받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이는 그간 하도 고생을 많이 해서 그런지 한 70%만 나아도 그게 어디냐는 것이다. 이이는 나보다 늦게 들어와 하루 먼저 퇴원했다.
나는 이번 입원 생활을 하면서 이런 생각을 해 봤다. 사실 허리 병 말고도 나는 여러 가지 증세가 있다. 우선 고혈압 고지혈증은 기본이고 저녁에는 전립선 약도 먹는다. 쥐오름도 자주 있어 마그네슘 제제도 먹는다. 귀는 오래전부터 이명으로 잘 듣지 못한다. 왼쪽 무릎 관절도 시원치 않아 가끔씩 아프다. 그런데 한편 생각해보면 우선 나는 위와 장은 아무 탈 없다. 밥도 잘 먹고 소화도 잘 된다. 심장도 남 보다 좀 큰 편이지만 별 이상은 못 느낀다. 아버지와 외삼촌 모두 84세에 돌아가셨는데 두 분 모두 돌아가시기 전 10년 정도 투석을 하셨다. 그런데 나는 아직 콩팥에 문제는 못 느낀다. 그리고 나는 안경 안 끼고 책도 본다. 그간 팔굽혀펴기를 한 동안 못했지만 연초까지만 해도 매일 아침 오십 개는 너끈히 했다. 이런 저런 걸 종합해 보면 나는 한 30%의 흠결이 있어도 그래도 아직 한 70%는 쓸 만하지 않은가? 그러니 70%의 인생이라도 고마워해야 하지 않을까?(끝)
첫댓글 퇴원하였다니 다행이요. 아마 우리나이 쯤되면 거의가 여기저기 터지고 부러지고...마치 낡은 자동차 같이 쉬지 않고
아플 것입니다. 늙는 다는 것으 아픈것이라는 말은 사실이요. 이제 마무리 치료를 잘 하여 젊었을 때 깉지는 못해도
지금보다 활발하게 활동하기를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일단 퇴원은 했지만 아직 시술한 자리와 골절이 다 아물지 않아
통원치료도 하고 보조기를 계속 차고 한 3개월은 있어야한다고 합니다.
절은이도 아픈데 나이든 우리들이 아픈건 어쩌면 당연한 일 이겠지요. 늘 건강 조심하시길..
그동안 고생을 엄청 하셨네요
나이 들어서 아푸지 않고 산다는게
어디 쉬운 일인가요, 앞으로도 많이 호전
되었다는 소식 듣기를 바랍니다.
산우회도 계속 아푸신 분들이 계시니
마음이 우울합니다, 나도 언젠가는~~~
네,감사합니다. 그간 거동이 불편하여 지팡이를 달고 다녔습니다만 입원 전까지는 꼭 가야할 곳은 다녔습니다.
일단 치료를 하고 나니 증세는 많이 좋아진 느낌입니다. 이번 가을 산행에는 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채송화님도 늘 건강하시길...
우선 병세가 조금이나마 좋아져서 퇴원 하셨다니 반갑습니다.
저는 멀리 떨어져있어 동창들의 동향을 잘 모르고 있는지라
동창들의 전언이나 56카페에서 알게되는 귀동냥 신세입니다.
저도 어깨와 손목 통증으로 한 6개월간 정형외과 신경과 한의원을
전전하며 고생하다 류마티스 판정을 받고 한달간 집중 치료한 결과
지금은 활동하는데 별지장이 없어 살맛이 납니다.
너나 할거없이 나이가 들면 온몸의 구석구석이 퇴화되고
재생이 어려우니 아픈게 당연하다고 생각할수 밖에 없죠.
우리 다 같이 안아프기 내기 합시다.....ㅎㅎㅎ
고이민현님께서도 나와 비슷한 기간 고생하셨군요. 그리고 지금은
치료결과가 양호하여 일상생활에 별 지장이 없다니 다행입니다.
말씀대로 안 아프면 좋겠지만 그게 안되면 덜 아프기라도 하면 되겠습니다.
즉 100%는 아니더라도 70%만 이라도 만족할 수 밖에... ㅎ ㅎ
이 더위에 참으로 고생하시는구려.
지난 번에 만났을 때는 많이 호전되는 듯 보여 안심이 됐었는데, 그게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고생은 많았어도 좋아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니 남은 치료 잘 받고
빨리 완쾌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선선해질 때 쯤 좋아하시는 소주 한 잔 함께 해야지요.
네. 사실 병원이 집보다 시원하여 더위는 몰랐습니다. ㅎ ㅎ
소생도 하루빨리 친구들과 다시 어울리고 싶슴니다.
늦어도 시월까지는 가능하기를 기대합니다. 댓글 감사드리며...
. . . 지난 번 _ 병원에 계신다는 소식 읽고 - 웬 일일가 ? 하고 많이 걱정을 했었는데, 이제 나으시니 됬읍니다.
이제 날씨도 시원해 질때가 되니, 좀더 긍정적인 생각으로 _ 건강 다시 찾으시기 바랍니다.
네. 멀리서 이렇게 성원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소생도 여러 동문들께서 염려해 주신 덕분에 점차 회복해가고 있습니다.
무심헌님께서는 강철같은 체력을 가지셔 모두들 부러워 합니다.
늘 그 건강을 유지하시길...
이제 부터는 동암의 앞길에 "Sun- Shine" 만 있으시길 기원하겠습니다. 고생하시었어요.
감사합니다. 그렇게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자연인께서도 Sun- Shine한 나날이 계속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