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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신자들. 대중운동의 본질에 관한 125가지 단상
저자 에릭 호퍼
책 소개
맹신자의 심리를 날카롭게 파헤친 이 시대의 고전!
무엇이 인간을 광신적 극단주의로 몰고 가는가?
나치즘과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광풍이 휩쓸고 간 1940년대 샌프란시스코의 부두 노동자 에릭 호퍼는 일하는 틈틈이 철학 논문을 썼다. 왜 어떤 이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모두 벗어던지고 국가, 교회, 정당 따위의 집단에 광적으로 매달리는가? 호퍼의 첫 번째 저서이자 대표작인 『맹신자들』은 종교운동, 사회혁명운동, 민족운동 등 여러 대중운동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속성을 밝히기 위한 시도이다. 호퍼는 초기 기독교에서 현대의 공산주의, 나치즘, 민족주의까지를 아우르며 광신 현상과 대중운동을 철저하게 연구했다. 개인이 광신자가 되는 과정을 추적한 그의 책은 이후 종교적·이념적 근본주의자, 테러리스트, 자살폭탄자의 심리를 규명한 고전이 되었으며 오늘날의 세계를 이해하는 데 여전히 유효한 논의거리를 던지고 있다.
예수는 기독교 신자가 아니었고 마르크스는 마르크스주의자가 아니었지만, 신념에 주린 대중은 그렇지 않다. 어떤 주의(ism)나 이념(ideology)에 사로잡힌 사람에게 인생과 우주는 하나의 단순한 공식과 같다. 자신이 절대적 진리를 소유했다는 확신은 누군가를 배타적으로 규정하면서 극악무도한 폭력을 낳기도 한다. 미국의 사회철학자 에릭 호퍼가 믿음이 너무나 두터워 더 이상 의심하지 않는 자, 맹신자(숭고한 대의에 기꺼이 목숨을 바치고자 하는 광신적 신념가)의 마음을 낱낱이 해부한다.
출판사 서평
눈이 멀고 귀가 먼 믿음, 맹신 현상을 해부하다!
독학한 부두 노동자의 아포리즘
1940년대 샌프란시스코의 부두 노동자 에릭 호퍼는 일하는 틈틈이 글을 썼다. 대공황의 반작용으로 파시즘, 나치즘, 공산주의 등 전체주의 체제가 발흥하는 시기를 보내며 써내려간 아포리즘이었다. 1951년 ‘독학한 부두 노동자’의 첫 책은 발표되었고, 그는 이 저서로 큰 명성을 얻었다. 책이 출간된 당시 전 세계는 제2차 세계대전과 히틀러, 스탈린의 충격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했고, 냉전의 물결이 막 일어나던 차였다.
나치와 스탈린의 추종자에게는 어떠한 심리적 동기가 있을까? 나아가 어떤 이들은 왜 자기 자신을 벗어던지고 국가나 교회, 정당 따위의 집단에 광적으로 몰두할까? 호퍼는 도발적인 분석으로 광신 현상의 심리적 요인과 대중운동의 본질을 추적한다.
대중운동의 획일적 속성
- 현재의 자기를 혐오하는 좌절한 사람, 광신의 대상을 가리지 않는다, 희망의 즉각적 약속
이 책은 여러 대중운동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성을 다룬다. 호퍼는 모든 유형의 헌신과 신념, 권력 의지, 단결과 자기희생에는 어떤 획일적인 속성이 있다고 말한다. 광신적 기독교 신자, 광신적 이슬람교 신자, 광신적 민족주의자, 광신적 공산주의자, 광신적 나치가 서로 다른 것은 분명하지만, ‘광신’이라는 점에서 한 부류로 취급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책에서 다루는 ‘대중운동’은 반체제 저항운동뿐만 아니라 인간이 집단을 만들어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모든 운동을 아우른다. 초기 기독교 운동, 종교개혁 운동, 프랑스 혁명, 러시아 혁명, 나치즘, 일본의 근대화, 시오니즘 운동 등을 포괄하는 의미다.
태동기 대중운동에 참여하는 많은 이들은 자신의 삶이 순식간에 극적으로 변한다는 전망에 이끌리기 쉽다. 대중운동의 지도자도 이러한 대중의 열망을 꿰뚫어보고 보잘것없는 현재를 극복하면 영광스러운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고 대중을 선동한다. 이러한 장밋빛 미래에 이끌리는 이는 주로 좌절한 사람이다. 현재의 자신을 경멸하는 좌절한 사람은 자기의 삶이 통째로 바뀌는 급진적인 변화를 선호한다.
변화를 갈망하는 이러한 좌절한 이들의 심리 상태 때문에 모든 초기의(태동기) 대중운동은 좌절한 사람들한테 호소하는 경향이 있다고 호퍼는 말한다. 그에 따르면 자신이 쓸모없다는 자기혐오에 사로잡힌 사람일수록 자신에게서 벗어나 좀 더 완전하고 숭고해 보이는 무언가를 추종하기가 쉽다. 숭고한 대의에 에너지를 쏟음으로써 자신의 하찮은 삶, 망가진 인생으로부터 도피하는 것이다. 실로 좌절한 사람에게는 자신이 열정적으로 매달릴 어떤 대상이 필요한 것이므로 그것이 종교든 사회혁명운동이든 민족운동이든 가리지 않는다. 따라서 호퍼에 따르면 광신적 공산주의자가 광신적 애국주의자나 광신적 가톨릭 신도로 바뀌는 일은 이치에 맞다. 맹신자에게는 대의명분이나 이상이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자신이 얼마나 열정적으로 매달릴 수 있느냐 여부에 있다.
따라서 사람이 어떤 신념이나 대의를 위해 목숨을 거는 일이 아주 터무니없는 것은 아니다. 자기혐오에 사로잡힌 사람은 자신을 거부하고 하나의 조직에 완전하게 하나된다. 그는 교회나 국가, 정당 같은 신성한 조직의 품 안에 있을 때 비로소 열정과 힘을 경험한다. 그러므로 조직이나 대의를 위해 목숨을 희생하는 일은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는 일이다. 조직이 그리는 영광스러운 미래를 위해 폭력을 동원해야 한다면 더 없이 무자비해질 수도 있다. 이렇듯 개인이 광신자가 되는 과정을 영리하게 추적한 호퍼의 책은 시공을 초월하여 극단적 테러리스트, 자살폭탄자의 심리를 이해하는 지침서가 되고 있다.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호퍼의 목소리는 어떤 의미가 있는가?
이 책은 단순히 대중운동론을 다루는 책이 아니다. 인간 내면과 행동을 명석하고 압축적으로 분석해낸 심리서이자, 대중운동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동기와 심리, 참여자의 유형과 내면 등을 추적한 사회철학서이기도 하다. 특히 군대, 증오, 설득과 강압, 지식인, 소수자 등을 논하는 호퍼의 혜안은 아주 빛난다. 호퍼는 마지막 장에서 대중운동의 발단과 성숙기까지를 살피며, 대중운동이 제대로 지속되기 위해서는 세 유형의 사람이 발전 단계에 따라 각각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말한다.
1) 대중운동의 토대를 닦는 것은 지식인,
2) 대중운동을 실현하는 것은 광신자,
3) 대중운동을 굳건히 다지는 것은 실천적인 행동가라야 한다고.
나치즘이 재앙으로 끝난 것은 히틀러라는 광신적 지도자가 성숙기까지를 이끌었기 때문이다.
호퍼는 좋은 지도자의 예로 링컨, 간디, F. D. 루스벨트, 처칠 같은 지도자를 꼽는다. 이들은 히틀러, 스탈린, 루터, 칼뱅과는 달리, 좌절한 영혼을 대중운동의 재료로 삼지 않았다. 이들 “지도자의 자신감은 인간에 대한 믿음에서 나오며, 자신이 인류를 명예롭게 대하지 않는 한, 아무도 명예로울 수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초기(역동기 혹은 활성기) 대중운동을 촉발하고 주도하는 맹신자들에게 호퍼는 일종의 혐오감을 가지고 접근하는 듯하지만, 대중운동이 정체된 사회를 각성하고 혁신하는 요인이 된다고 강조한다. 역동기 대중운동은 본래의 목적이 얼마나 숭고했건 간에 크든 작든 해악을 남긴다. 호퍼는 역동기 대중운동이 지나치게 긴 것은 좋지 않으며 바람직한 지도자는 간디와 같이 역동기를 언제 끝내야 하는지 간파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대중운동의 목표는 숭고할 필요가 없다. “신사의 나라라는 잉글랜드의 이상”, “은퇴자의 연금 생활이라는 프랑스의 이상”은 구체적이고 제한적이다. 모호한 목표는 극단주의가 탄생하는 여지를 만들기 때문이다.
육체노동자로 일하며 평생 책 읽고 글 쓰는 일을 쉬지 않았던 호퍼는 “평범하고 일상적인 사건이 역사를 만든다”고 믿었다. 자신의 독자적인 개성과 정체성을 포기하고 권위에 복종하는 것을 호퍼는 경계했다. 그는 “자신의 귀보다는 눈을 더 신뢰”하는 사람이었다. 이미 정해진 행동 강령을 맹종하는 것이 아닌 자기의 판단과 경험을 바탕으로 자기만의 삶의 기획하는 이였다.
불확실한 세상에서 점점 더 많은 이들이 자신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절대 진리’나 ‘기적’을 찾고 있다. 격렬한 변화의 시대에 호퍼의 목소리가 여전히 의미 있는 까닭이다.
역동기의 기간을 결정하는 몇 가지 요인
유익한 대중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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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광기 파헤친 에릭 호퍼의 ‘맹신자들’
2차 대전 후 1951년에 한 부두노동자가 출판…아이젠하워, 힐러리의 호평
에릭 호퍼의 ‘맹신자들’은 2차 대전 직후인 1951년에 출판되었는데, 당시 미국 대통령이던 드와이트 아이젠하워가 감명 깊게 읽고, 주변에 적극 추천했다고 한다. 가난하게 태어나 샌프란시스코 부두 노동자로 일하던 호퍼(Eric Hoffer, 1902~1983))가 고된 노동 속에서 틈틈이 책을 읽으면서 써낸 첫 번째 작품이다. 공산주의, 나치주의라는 광기의 시대를 보내면서 호퍼는 대중운동의 공통점을 찾으려 노력했고, 이 책은 그 결과물이다.
호퍼의 ‘맹신자들’(The True Believer)은 사회심리를 분석한 책이다. 호퍼는 초기 기독교 운동, 종교개혁 운동, 프랑스 혁명, 러시아 혁명, 나치즘, 일본의 근대화, 시오니즘 운동 등, 이념과 목적은 다르지만 이들 운동에는 본질적으로 하나의 흐름이 있다고 파악했다. 모든 대중운동은 지지자들에게 기꺼이 목숨을 바치겠다는 의지와 단결된 행동 성향을 촉발한다. 어떤 목적이건 광신과 열광, 간절한 의망, 증오와 편협을 낳는다. 동시에 강력한 행동의 물결을 일으키고 맹목적 신념과 일편단심을 요구한다.
호퍼는 대학에서 사회학 또는 철학을 전공한 학자가 아니라, 먹고 살기 위해 온갖 일을 하다가 사회현상에 관심을 가진 무명의 철학자였다. 그는 이 책으로 스타 작가가 되었다. 이 책이 나온지 70년이 더 되었지만 미국에선 사회변동의 큰 굴곡이 있을 때마다 각광을 받았다. 2001년 9·11 테러 직후, 2009년 티파티 운동, 2011년 월가 점령 운동 때에도 “맹신자들”에 대한 관심이 증폭했다. 힐리러 클린턴은 2016년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에게 패배한 직후 출판한 자서전 ‘무슨 일이 일어났나’(What Happened)에서 선거 때 자신의 스태프들에게 ‘맹신자들’을 권했다고 토로했다. 힐러리는 대중의 광기를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벌어지는 특정 정치인에 대한 광신적 지지를 이해하는데도 이 책이 유효할 것이다.
책은 125개의 단상으로 구성되어 있다. 호퍼는 개인이 광신자가 되고, 대중운동화하는 과정을 추적했다. 예수는 기독교 신자가 아니었고 마르크스는 마르크스주의자가 아니었지만, 신념에 주린 대중은 그렇지 않았다. 어떤 주의나 이념에 사로잡힌 사람에게 인생과 우주는 하나로 집약된다. 자신의 생각이 절대적 진리라는 믿음은 다른 생각을 배타적으로 규정하면서 극한 폭력을 낳기도 한다. 호퍼가 믿음이 너무나 두터워 더 이상 의심하지 않는 자, 숭고한 대의에 기꺼이 목숨을 바치고자 하는 광신자들의 세계를 해부했다.
주요내용을 요약한다. (2022년 번역판, 궁리출판)
▶일본의 경이적 근대화는 민족주의와 유신정신 없이는 불가능했다. 일부 유럽국가, 특히 독일의 급속한 현대화에도 민족주의 열기가 높아진 분위가가 한몫 거들었다. 케말 아타튀르크가 터키의 근대화를 거의 하룻밤 사이에 달성할수 있었던 것도 진정한 민족운동이 일어난 덕분이다. 반면에 이집트에서는 메메트 알리 시대부터 서양과의 접촉이 빈법했으나 대중운동의 추동력을 일으키지 못했기 때문에 발전이 더뎠다. 민족주의는 현실적인 목표를 내걸고 대중의 숭고한 대의를 이끌어 내는 동력이 되었다. (p20)
▶레닌과 볼셰비키는 마르크스주의의 전능함을 맹신했다. 나치에게는 마르크스주의처럼 강력한 강령은 없었지만 절대무오류의 지도자에 대한 신념이 있었으며, 신기술에 대하나 확신도 있었다. (p24)
▶권력이라는 도구를 갖는것보다 중요한 것은 미래에 대한 믿음이다. 미래에 대한 믿음이 없는한, 천년왕국의 요소가 없는한 어떠한 믿음도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국가나 세계를 변혁하려는 사람들은 부푼 희망에 불을 지피고 일으키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공산주의가 유럽과 전세계 많은 지역에서 승리한다면, 그것은 그들이 불만을 자극하는 방법이나 증오를 퍼트리는 방법을 알아서가 아니라 희망을 설득할줄 알기 때문이다. (p24~25)
▶좌절한 사람에게 대중운동은 자기의 삶을 통째로 대체하는 무언가, 혹은 삶을 견딜만하게 만들어주는, 그러나 자기 혼자 힘으로 이끌어갈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 새로 일어난 대중운동의 활력과 성장은 자기희생을 각오하는 열정을 불러일으키거나 충족시킬 잠재력에 달려 있다. (p31)
▶하나의 대중운동에 두세 유형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히브리인의 이집트 탈출은 노예반란이자 종교운동이자 민족운동이었다. 일본 군국주의의 본질은 종교적이다. 프랑스 혁명은 하나의 새로운 종교였다. 거기에는 “이성혁명의 신조인 신성한 원칙 – 자유와 평등 – 이 있다. 프랑스 혁명은 동시에 하나의 민족운동이었다.
볼셰비키 혁명과 나치 혁명은 종교적 성격을 띠었다. 낫과 망치, 만(卍)자 기장은 기독교의 십자가와 동급이다. 이들의 행진은 종교 행렬과 같은 의례다. 볼셰비키 혁명과 나치 혁명도 무르익은 민족주의 운동이었다. (p38~39)
▶이민은 좌절한 이들이 어떤 대중운동에 가담하면서 변화와 새출발의 기회를 제공한다. 이주는 대중운동의 대안으로 기능할수 있다. 이집트에 있던 유대인들의 이주는 하나의 종교운동이자 민족운동으로 발전했다. 로마제국 쇠락기의 야만족 이주는 단순한 인구 이동 이상의 것이었다. 이민족들이 수적으로 소수였지만 이들이 침입하자 억압당하고 못마땅한 삶을 살던 모든 계급이 그들에게 합세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그것은 겉보기에 이민족의 정복이라는 탈을 쓰고 시작된, 하나의 사회혁명이었다. (p41)
▶역사라는 놀이는 흔히 중간의 다수자들을 제쳐놓고 최상위와 최하위 사람들에 의해 이뤄진다. 한 국가에서 가장 열등한 구성원들이 그 과정에서 두드러진 영향을 발휘할수 있는 이유는 그들이 현재 상태를 털끝만치도 존중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혁명 초창기의 지원병들, 집단이민자들, 종교운동과 민중운동, 광신적 애국운동의 추종자들 가운데 최하층민들이 많고, 이들은 국가의 성격을 형성하고 역사를 건설하는 봉기와 대중운동에 자취를 남긴다. (p46)
▶ 불평분자들은 각계각층에 존자하지만 가장 흔히 볼수 있는 곳은 다음 범주다. 천민, 부적응자, 부랑자, 소수자, 청소년, 야심가들, 일련의 악덕이나 강박에 사로잡힌 사람들, 무능한 사람들, 과도하게 이기적인 사람들, 따분한 사람들, 죄인이다. (p47)
▶ 기세등등한 대중운동은 희망이 눈앞에 있음을 설교한다. 이는 지지자들에게 행동을 고무하기 위한 것이며, ‘모퉁이 바로 뒤에 있는’ 희망이 대중으로 하여금 행동하게 만드는 것이다. 기독교는 세계의 종말과 천국이 임박했음을 설교하며, 무하마드는 신도의 눈 앞에 전리품을 흔들었고, 자코뱅당은 자유와 평등의 즉각 실현을 약속했으며, 초기 볼셰비키는 빵과 토지를 약속했고, 히틀러는 베르사이유 조약의 속박을 즉각 중지하겠다고 약속했다. (p53)
▶처절하게 좌절한 사람들이 단결과 자기희생에 자발적으로 나선다는 사실이다. 무엇이 좌절한 사람을 괴롭히는가. 바로 자신이 돌이킬수 없이 망가졌다는 자각이다. 쓸모없는 자신에 대한 혐오와 그 감정을 잊고 위장하고 벗어버리고 없애버리고 싶은 욕구가 기꺼이 자기를 희생하고자 하는 의지를 낳는다. 이런 자기도피에는 가지각색의 태도와 욕구가 나타난다. 좌절감은 단결과 자발적 자기희생의 욕구를 일으킬 뿐 아니라 그 욕구를 실현시키는 기제를 만들어 낸다. 현실을 비하하는 기질, 몽상에 빠지는 습성, 습관적인 증오심, 남 하는 대로 따라하려는 경향, 현혹되기 쉬운 경향, 불가능한 것을 시도하려는 경향 등의 현상은 단결의 동인이자 무모함을 부추기는 배후다. (p93)
▶폭력이 광신을 부르고, 광신이 폭력을 초래하는 것이 맞을 성싶다. (p158)
▶간디와 트로츠키 같은 이들은 처음에는 별로 힘 없는 지식인이었지만 뒤에 가서 행정가나 장군으로 비범한 재능을 발휘했다. 대중운동의 기반적업은 말이나 글을 다루는 기술이 탁월한 사람들이 가장 훌륭하게 해낸다. (p193)
▶대중운동을 이끄는 지식인에는 성직자, 필경사, 예언자, 작가, 화가, 교수, 학생, 그리고 일반적인 지식인 등 다양한 유형이 있다. (p194)
▶오직 광신자만이 진정한 대중운동을 부활시킬수 있다. 광신자 없이는 투쟁적 지식인이 만들어 놓은 불만이 방향을 잃고 무의미하게 발산되어 무질서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랄 것이고, 쉽게 제압될 것이다. 광신자 없이는 어쩌면 새로운 시작이 없을수도 있다. (p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