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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38세쯤이면 우아한 풀셋트 귀걸이, 목걸이, 반지에 잘 갖춰진 옷을 입고 살고 있을 줄 알았다.
그땐 그랬다.
27세가 바라 본 10여년 뒤의 모습은 풍족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우아함을 외면하지 않는 어느 정도 안정적인 중년의 나이로 딱 38세를 상상했었다.
그런데 38세가 훌쩍 더 지난 지금, 내마음은 아직도 27세다.
웬지 풀셋트 장신구와 잘 갖춰진 옷을 입는 것이 어색할 것 같은 나이..
아직도 청춘인 게다.
100세 시대.
내 마음도 내 몸도 중년이라 불리우면 조금 억울함을 느낄 지금이지만
청년시대가 길어진 만큼
삶의 풍족함에서는 오히려 더 멀어진 느낌이다.
그땐 그랬다.
젊으니까, 한 번 뿐인 인생, 다시 오지 않을 젊음!
그것 하나만으로도 조금은 무리인 듯한 사치도,
친구를 만나 밤늦게 돌아 다니는 것도..
특권이고 허용이다. 나 스스로...
지금은 그때보다는 여러모로 좀 더 나아진 듯이 보이나
마음은 그리 쉽게 그때만큼 누리고 살지는 못하는 것 같다.
더 길어진 삶 만큼
자녀의 청년기까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무감과
무엇보다 노년기의 자립-자녀에게 의존하지 않는 것이 자녀와 나를 위한 진정한 자유라는 그런 생각들..
그렇기에 계속 쭈욱~ 씀씀이가 마냥 여유로울 수는 없다.
모임 비노시티를 다녀 온 뒤의 내 느낌은
'살기 위해 먹느냐? 먹기 위해 사느냐?' 이런 딱 이분법적인 고민에 서면
나는 현재 살기 위해 먹는다.
그렇다면 나는 언제쯤이면 먹기 위해 산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래도 매 끼니가 살기 위해 먹는다고만 하면 얼마나 슬픈 일인가?
때로는 가끔 '먹기 위해 사는 날'도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한번쯤 '먹기 위해 산다'고 그러고 싶은 날에는
여기 초량의 비노시티(VINO CITY)가 딱이다.
서론이 길었다.
그래도 이렇게 좋은 음식을 좋은 장소에서 좋은 사람들과 함께 즐기고 나서
이런 생각들이 떠 오른다는 것은
그 자체로서 이 '비노시티'에서의 식사는 가치있고 아주 훌륭한 것이다.
이 휼륭한 만찬을 같이 즐겨보자
고르곤졸라 크림소스의 한우 안심 스테이크
사진으로는 색깔이 좀 짙게 나왔다.
그러나 실제는 카라멜 색의 한우는
많이 검지 않다.
은빛 손톱을 한 칼질이 고혹적이다.
히야~~, 이것이 선홍빛 고기란 말이지..
레어, 미디엄, 웰단으로 가늠해 보니
이것은 미디엄이렷다.
선홍빛 핏물이 쭉쭉 배어 나올만큼은 아니니까.
어떻게 먹지? 이리 덜 익힌 듯한 고기는 처음인데.
나는 역시 웰단인데..
그러나 눈 딱 감고 한번은 먹어 봐야지
이런 고민이 무색하게도 스리~~
잘려진 고기는 덜 예뻤지만, 흐흠~ 너무 맛있다.
처음 먹어 보는 최고로 맛있는 부드러운 고기 맛~ 흐흐
오히려 이 선홍빛 덕분에 더 맛있다고 느껴질 정도로
미각이 마구마구 예민해지면서 기분 좋아진다.
맛을 보고 나서는 가격이 합리적이고 오히려 저렴하다고 느껴질 정도이다.
몇 점 먹지 않았는데도 든든하고 참 맛있었다.
파스타
PESCATORE(토마토, 크림, 오일 중 택 1) 21,000원
신선한 새우와 관자, 오징어와 각종 해산물이 들어간 시그니처 파스타라고 되어 있다.
아, 메뉴판을 보니 현기증이 난다.
어떻게 읽을까, 무얼 골라야 하나.
그럴 땐 일행에게 주문을 맡기거나 지배인?에게 물어 보면 된다.
맛있는 요리 하나 먹자고 머리 아프게 공부할 필요는 없으니까.. ㅎㅎ
오일 소스. 전혀 오일 맛이 파스타와 분리되는 느낌이 없이 간이 잘 되어 있다. 부드럽다
사진 찍느라 한참 지났는데도 파스타면은 여전히 탱글탱글, 쫄깃쫄깃,
파스타 삶는 분도 고수, 만드시는 분도 훌륭하신 분~
이런 파스타도 있구나 싶을 정도로 훌륭한 맛이다.
참 만족스러운 맛있는 파스타.
한 끼 식사로 이것만 먹어도 기분이 아주아주 좋아질 것 같다.
새우 한 마리를 통째로 입안에 머금고 보니 신선한 재료에 더욱 흡족해지고..
고르곤졸라 크림 파스타 23,000원
GORGONZOLA DI MANZO 숙성된 한우안심과 각종 버섯이 들어 있다.
버섯은 그리 즐겨 먹는 것이 아닌데도 야채인듯 파스타 속에서 쉽게 잘 먹을 수 있었다.
고르곤졸라 크림이었구나.
참 맛있다고, 치즈맛이 짜지도 않고 제대로 잘 느껴진다고 생각했더니
역시 내가 좋아하는 고르곤졸라 치즈~~ㅎ
버섯 옆에 있는 것을 무심코 하나 베어 물었다. 조금 씹는 맛이 있다.
남은 조각을 찬찬히 보니 두툼한 고기, 한우 안심
아~ 고기가 고르곤졸라 크림과 어울어져 이런 맛도 나는구나, 흠칫 놀라고(맛있다는 말)
이것은 카르보나라였던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21,000원
CARBONARA 베이컨 크림소스의 부드럽고 담백한 파스타
메뉴판을 보면서 대충 짐작해 본다.
고르곤졸라 크림 파스타일지도 모른다 23,000원
두툼한 한우가 아니라 고기가 얇게 썰어져 있어서 베이컨이라고 짐작해 본다.
자, 이제 피자의 세계로~~
프로슈토 루꼴라 피자 21,000원
PROSCIUTTO E RUCOLA 프로슈토, 루꼴라, 파르미지아노 치즈가 들어간 피자
토핑된 시금치와 상추 중간쯤으로 생긴 이 푸른 것이 루꼴라라고 한다.
주로 이탈리아에서 사용되는 향신채소의 일종이라고 검색된다.
몸에도 좋겠지,
신선한 푸른 것이 얹혀져 있으니
한손으로 잡아서 먹을 때 가장 먹음직스럽게 보인다.
이것은 모르겠다.
맛나게 먹고 이름은 들었는데
메뉴판을 보아도 어느 피자인지 어림짐작도 하지 못하겠다.ㅋ
그만큼 나는 먹는 것에 열중했었다.
딱 알맞은 온도, 딱 맛있을 때
음식을 즐기며 열심히 먹어 주는 것이
좋은 음식에 대한 예의이니까ㅋㅋ
치즈맛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피자였던 것 같다.
피자와 안심 스테이크와도 잘 어울리는 맛이다.
이것도 피자다.
색감이 좋다. 치즈맛이 이것은 더 풍부했던 것 같다.
그러면 고르곤졸라 치즈?
아~~ 또 피자, 내가 좋아하는 치즈 가득한 피자.
과하지 않은 치즈에 피자라는 음식이
맛있는 재료들의 조합으로 잘 어울어져
그야말로 요리~, 훌륭한 요리라고 느껴지는 순간이다.
비노시티에서 인상깊었던 음식 순으로 사진을 나열하다 보니
식전빵이 가장 늦게 등장했지만
이것 또한 훌륭한 빵이다.
부드럽고, 겉은 조금 바싹,
올리브유에 가운데 것은 발사믹 식초?
(내가 아는 소스는 발사믹 식초밖에 몰라서 ㅋ)
올리브유에 찍어 먹으니 더더욱 맛있었더라는~~
식전빵도 결코 허투루 할 순 없지.
코스 요리의 첫 인상이니까.
레드 와인
누르스름한 물은 슬림해지는 마테차~
이탈리아 산 ~ 모스카토 뿔리아 MOSCTO Puglia
...
칠레 산 ~ 까시제로 델 디아블로 Casillero del Diablo
프랑스 산 ~ 제이피 쉐네 까베르네 시라 J.P.CHENET CABERNET-SYROH
모임 협찬으로 가져온 와인들
이 중에 양쪽 바깥쪽의 화이트 와인과 레드와인이 내가 가지고 온 것들
하얀 것은 식전에 먹는 와인, 빨간 것은 메인요리 육류와 먹는 와인,
이 정도만 아는 나는 백화점 와인코너에서 무조건 추천해 달라고 한다.
하얀 것 하나. 빨간 것 하나, 달기는 그때그때 기분 따라 맘대로~
그리고 괜찮으면서도 세일 중인 저렴한 것으로~
원래 육류의 맛을 제대로 느끼려면 달지 않은 레드와인이 좋다고 하던데
와인 입문자로서는 이번 것은 모두 조금 달달한 와인들이어서 부담없이 잘 맛 보았다..
비노시티(VINO CITY) 이탈리아어로 비노는 '와인'이라고 한다.
네이버행님(이제는 박사님이 되셨나?)은 비노의 또 다른 뜻을 '비누'의 옛말이라고 썼다.
생뚱맞은 이 다른 뜻의 한국말과 이탈리아말인 '비노'
그렇지만 우아하지 않은가, 그럴싸하지 않은가,
비누로 매일매일 온 몸과 얼굴을 깨끗이 하듯
이탈리아와 프랑스에서 즐겨하는 와인으로 온 몸의 피를 맑게 한다면
몸과 마음이 모두 맑고 깨끗하게,
사람과 사람 사이도 맑고 깨끗하게, 따뜻함만이...
이쿠.. 또 비약이 심해졌다.
한번 상상하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나는 결론...
내 특기다!
하지만 이 해석이 멋지지 않은가? ㅎㅎ
내가 한번은 꼭 가보고 싶었던 와인바였다. 비노시티는.
모양이 맘에 드는 와인 앞에서 찰칵찰칵
테이블마다 이리 예쁜 것들이 제각각이다.
으잉? 한쪽 벽면에 완전 신판 일본 만화 '신의물방울' 셋트!
드라마로 나온 것을 슬쩍 보긴 했으나 무슨 내용인지는 모른다.
이 또한 와인바인 비노시티에 생뚱 맞다.
책 하나를 빼어 들고서야 의문이 풀렸다.
아하~, 이리 멋진 홀로그램의 예쁜 와인
또 하나를 빼어 봤다. 이번엔 화이트 와인이다.
그럼 또 다른 것은? 와인병과 와인잔이 함께.
빼어드는 것마다 각기 다른 와인~
멋있다.
풀셋트로 소장할 만하다.
어릴 때 영화에서 본 예쁜 여자...
한 벽면 가득 채운 와인들과
또 주방의 모습과 그 왼쪽의 와인장
비노시티! 분위기도 고급스럽고 멋있다.
호텔 레스토랑 온 듯한 조용하고 우아한 분위기
여기는 10층, 창문 너머 도시의 야경이 끝내준다.
창문에 어린 밖의 야경과 실내 불빛이 겹치면서
비노시티 로고와 동원로얄듀크 로고가 함께 둥둥 떠 있다.
사진과 실물 중에 어느 것이 더 아름다울까?
이번에는 실물이다.
10층 비노시티 여기서
은은하고 아름다운 야경을 배경으로
와인과 파스타, 스테이크를 사이에 두고
마주 앉은 사람과 단 둘이 얘기 나눈다면
영화의 장면이 부럽지 않겠다.
다시 실내를 찬찬히 살펴 보면
은은한 조명의 참 따뜻한 공간이다.
입구에 놓여 있는 이것은 오만원도 아닌 오십만원짜리 와인 선물 셋트란다.
예쁘다. 초코렛과 커피 맛이 날 것만 같다.
입구
또 입구
화장실도 찍어 봤다. 화려하진 않고 깔끔, 심플
1층엔 락앤웍 퓨전 중식당과 테이크 아웃도 할 수 있는 율리어스 마이늘 커피
10층엔 와인 레스토랑, 정통 이탈리안 음식점인 비노시티
12시까지 영업, 일요일은 쉰다.
씨젠의료재단 건물이다.
검색해 보니 씨젠의료재단측이 1층과 10층의 커피점, 음식점, 세 곳 모두를 직영한다고 한다.
점심 특선이 확 땡긴다. 35,000원
맛있는 안심 스테이크를 우아하게 풀코스로~
4인 셋트 메뉴도 부담없다. 80,000원, 100,000원
분위기와 음식의 질을 따져 본다면 전혀 부담없는 가격이다.(그만큼 후한 점수를 준다)
역시 우아한 레스토랑에서
졸업특선메뉴와 2월의 파스타 메뉴를 이용하면
저렴하게 질 높은 훌륭한 식사를 할 수 있겠다.
2월의 메뉴가 있다면 3월의 메뉴도 있지 않을까? 굿~
비노시티(VINO CITY)
051-469-9247
부산시 동구 중앙대로 297 10층(동구 초량동 1145-11)
지하철 초량역 9번 출구로 나와 부산진역 방향으로 50M? 가면 YWCA 건물 맞은 편 건물 10층
부산진역 3번 출구로 나와도 되지면 여긴 조금 더 먼 듯하다.
아주 우아한~ 맛있는 레스토랑 비노시티를 잘~ 다녀 왔다.
첫댓글 후기를 보니 다시 안심 스테키
생각이 납니다~
쩝쩝! 또,먹고싶네요.
감상하고갑니다~^^
안심 스테키~ 최고의 맛, 선홍빛이 이리도 맛있는 색깔일 줄은 몰랐습니다.ㅎㅎ
창창한님의 후기를 보니 또 그곳에가고싶다능...
멋있는/맛있는 후기에...
나도 먹기위해살것인가?..
살기위해 먹을것인가?...
를 깊이 생각해볼까?.....................
암튼 편한날에 함더가봅시다... 그 맛을 느끼러................................... ^<^
오늘 점심은 어떻게 드셨습니까?
먹기 위해? 살기 위해?
@창창한 하하...
그냥 한끼 때워야한다는 의무감으로 . . . 비빔당면.다욧...
저 많은걸
다 드셨어요?
기본이죠. 다욧트 중이라 살짝 부족한 듯이 느껴졌지만 ㅋㅋ
훌륭한 식사 하셨네요~
수필 한편 읽고가는 기분이에요~삶이 묻어나는 글....최고에요^^
고맙습니다 미네르바님~. 칭찬 불끈~^^
사자왕님께 이 말씀을 듣고 싶어서
다섯시간 정도에 걸쳐 작성했습니다
기운 빠져서 라면 먹고 있어요 ㅋ
후기 즐감했습니다 굿
감사합니다 굿~
이제부터 작가님이라고 불러야겠는걸요~~ 스테이크 사진보면서 또다시 입맛 다시고 갑니다!!
ㅎㅎ 땡큐요. 엠마님이 메인 작가라면 전 보조 작가
나날이 발전해서 이젠 정말 여느 잡지에 기고해도 될 듯~ 훌륭한 후기입니다. 참잘했어요 짝짝짝~
과한 칭찬에 기분 좋아합니다. 짝짝짝. 땡큐~
와워~
그런칭찬해주면..
에코님아 창한이 진짠줄안데이 ㅋㅋ
진짜 아닌가요 부산아저씨
내가 또 띨한 건가? ㅋㅋ
@부산아저씨 진짜 잘했지 않나요 ㅎㅎ 잘 지내시죠~
@창창한 삐질끼가...
성의있게.진솔하게..맛있어보였어요...
잘썼다고..................요
떨브나 ㅋㅋ
@에코 방가요...
설명절 즐겁게보내시구..
새해 복많이 받으셨지요.............. ^<^
벌써 삐질삐질 ㅡ근데 누구세요? 부산아저씨는?
@창창한 나요...나..............ㅋㅋ
정성 가득한 후기~ 즐감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J화공J님
정성으로 말하자면 J화공J님이
으뜸
성의 있는 후기 잘봤습니다.
다음에 또 뵈어요.
넹~ 감사합니다. 환대해 주셔서 좋았습니다
이 좋은 날들에 맛있는 음식을 함께 좋은 분위기에서 좋은 분들과 같이 했다는게 참 뜻깊었던거 같아요.ㅎ 멋진 후기이십니다.^^
그것이 제가 번개에 참석하는 이유랍니다^^
반가웠습니다
우와~ 맛매거진의 맛칼럼 코너를 한참동안 읽은 느낌?
음식도 물론 맘에 들었지만, 서론이 더 맘에 드네요...ㅎㅎ
저는요 가끔 살기위해 먹는다기보단 먹기위해 산다는 느낌이 들때도 있어요. 아주 멋진 요리앞에선ㅋㅋ
잘쓴 글 한편 잘읽고 갑니다~~
ㅎ 고마워요. 잘 통하는 동글이님이 좋아요~
전 먹기위해 삽니다!ㅋㅋ
믓진후기 잘보고 갑니다.^^
원더풀~~
한권의 요리잡지를 읽는 거 같아요~ 이런 멋진 글솜씨가 있는 줄 몰랐어요 와우^^
맛있는 사진보다 더 멋진 글솜씨에 흠뻑 취해서 갑니당^^*
내가 이래서 초아랑을 격하게 좋아한다니까요~
@창창한 ㅋㅋ...
ㅋㅋ...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5.02.24 10:18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5.02.25 06:46
넘 멋진 후기입니다~
요즘들어 우아한 [창창한]님의 매력에 빠지고 있는중~ㅎㅎ
함께한 시간 넘 즐거웠습니다~
정모에서 뵈어요`~^^*
우아한~ 좋지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