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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山行 이력은 넓지도 좁지도 않다.
사회 초년 시절엔 회사 과장님이 산을 워낙 좋아하던 터라 과원들 데리고 전국 여기저기를 쏘아다니곤 했다. 회계과라 여직원이 반수는 됐는데 저녁 민박집에서 월남뽕하던 추억이 새록하다.
얼마간 그러다 술에 찌들고 운동이라곤 담을 쌓고 살아서 요즘 같으면 30-40분이면 오를 남한산성 서문까지를 어쩌다 한 번 가면 쉬다오르다 하며 숨이 끊어질 듯한 고통을 맛봐야 했다.
나이만 젊었지 체력은 빵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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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 주말엔 1박2일로 설악산에 갔다.
실상 설악산에 대해선 잘 모른다.
1987년인가 회사에서 단체로 갈 때 눈길 걸어 오색약수터에서 출발 대청봉까지 다녀온 기억이 있고,
다음으론 기껏해야 흔들바위까지가 전부였다.
이번 여행은 '두산OB 산악회' 10명이 동행했다.
평소엔 한 달에 한 번 북한산을 주로 하고 인근의 산을 다닌다.
나이가 많은 선배들과 동기들...
다정한 山友들이다.
난 작년 여름 58친구들 지리산 무박종주에 질린 적도 있고,
바위가 많은 산행을 좋아하지 않는 터라 소위 산행 + 관광의 B조를 택했다.
A조 7명은 용대리 - 백담사 - 영시암 - 수렴동대피소 - 봉정암 - 중청 산장(1박) - 공룡능선 - 영시암 - 용대리 코스를 택했고,
B조 3명은 봉정암까지 갔다가 내려와서 영시암에서 1박하고 속초로 가서 놀다가 오후에 내려온 A팀과 합류했다.
못이 백개여서 백담사인데, 대소 연못이 참 많았다.
산과 초목과 꽃, 계곡과 못이 일품인 설악산의 아름다움을 예전엔 미처 몰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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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처음으로 절에서 하루를 자고 또 두 끼 봉양을 했다.
우리 3인은 3병의 세홉들이 소주 세 병, 스팸 통조림 몇 개, 또 몇 통의 참치 캔을 가지고 있었다.
난 그저 그렇지만 나머지 두 명은 애주가들이다.
우린 저녁 공양 때 술 병 상표를 뜯고 물인 것처럼 위장하여 통조림 두 개와 비닐 봉지에 넣어 가지고 갔다.
얼기설기 엮은 공양 터 한쪽 구석에 자리를 잡고 밥을 담아와 소주를 물인 것처럼 조심조심 먹다가 절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들키고 말았다.
어쨌든 '쫑'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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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의 저녁을 일찍 왔다.
비까지 오락가락하니 우리 셋은 곧 무료해졌다.
물론 끊임 없는 주제로 대화를 하고 있었으나, 마음은 남은 술 패트 두 병과 스팸 깡통에 있었다.
열시가 넘었을 때 우린 드디어 실행에 옮겼다.
방에서 버너에 불을 붙이고 코펠에 돼지고기 통조림을 까서 볶으기 시작하고,
남을 술을 깠다.
비오는 산사엔 흔치 않은 냄새가 쫘악 깔렸을 거다.
이윽고 군기반장 쯤 되는(우린 이후로 '헌병'이라 불렀다) 아줌마가 들이닥쳤고, 고달픈 충고를 들어야 했다.
우린 절에서 '커피'는 되고 왜 '술'은 안 되냐고 되지 않은 말대꾸를 하며 버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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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의 밤은 깊어갔으나 우린 쉬이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아침 공양을 하고 양치질을 하러 갔다가 우리 셋은 여지없이 '국수 공장'에 잡히고 말았다.
영시암은 큰스님의 뜻에 따라 오가며 지나치는 모든이들에게 국수 공양을 대접하고 있었다.
실은 전날 우리도 무심히 한 그릇씩을 먹었었다.
그 국수를 준비하는 일을 과히 '큰 일'있었다.
가마솥 네 개에 장작 불을 피워 끓여내고 김치를 썰고, 다시마 국물을 끓이고...
여성 보살들 몇이서 거의 전업으로 봉사를 하는데 일손이 필요했다.
장작을 나르고 김치를 썰고 생국수를 나르고 국수를 넣고 휘젓고 푸고 물에 행구고 ...
하나 재밌는 것은 그 여성들 중 '대빵' 쯤되는 이가 우리 회사 다닐 때 매점이 있었는데 나와서 엄마 일을 돕던 딸이었다. 인연이라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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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시암을 떠난다.
永矢庵
영원히 내려가지 않으리라는 뜻이란다.
하지만 우린 내려가야지.
고기 냄새 풍기고 술 먹은 업보만 남기고.
하기사 국수 삶는 노력보시는 했으니 죄과는 면했겠지?
아침, 백담사까지 걷고 버스를 타고 용대리까지 나와 주차한 승용차로 속초로 나갔다.
동명항 근처 횟집에서 자연산 회에다 낮술을 했다.
물론 난 운전을 자청, 콜라로 대신했지만.
이후로 용대리로 가서 A팀을 만나 다시 식음을 즐기고 서울로 향했다.
피곤하지만, 기억에 남을 만한 여행이었다.
*** 참고로 수렴도 대피소에서 봉정암까지 7KM 정도 되는데 안내에 소요시간이 3시간 30분으로 나와 있어 얼마나 빨리 올라가나 재며 갔더니 1시간 20분 걸리더구먼.
스스로 제법 뿌듯하던데.
((( 수 양 딸 )))
1. 시 간 : 수요일 19:30 -
2. 장 소 : 양재천 영동6교
3. 대 장 : 강아지
4. 훈련부장 : 신밧드
5. 훈련 : 양재천-탄천 12KM 정도 자유주
6. 기타 : 뒷풀이로 뭣 먹을까?
첫댓글 블루야! 설악산 좋은산이다. 작년 설악산 생각 나누나!!! 양재천에서 보자!!
3병의 세홉들이![소주](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_30.gif)
세 병, 스팸 통조림 몇 개, 또 몇 통의 참치 캔 ![!](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54.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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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위에 적어진거 먹어 ![!](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54.gif)
![!](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54.gif)
![ㅎㅎ](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70.gif)
![ㅎ](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6.gif)
뒷 풀이로
설악 산행이 아니고 나들이 다녀왔구만, 설악 자연의 빼어난 경관도 구경 않하고 뭐하러 먼길 갔을까 ? ㅋㅋ 설악은 지리산 하고 다른맛이 있는데... 설악산 산행함 잡아 볼까 ? 속초 펜션 좋은곳 있어 ,바로 바다가 보이는 곳, 바다에 앉아 있는 기분이 드는 곳이야 , 자연산 회 떠다 바다 보며 맛보는 맛은 정말 환상이더라 , 한번 날 잡아보자 ~~ 근데 난 여름에는 더위에 지쳐서 가을이 좋아 ,
이 글하고 관계는 없지만, 사고가 바른 친구들이 많다는걸 알았다 . 본인이 잘하면 누가 탓하리오 모든건 상대적인것을 ....
참 빨리도 깨우쳤네. 내 보기엔 아직 아닌 듯.ㅋ 시간 맞으면 뒷풀이라도 참석 예정
강아지 대장을 비롯한 수양달 친구들 요즈음 무탈하게 잘 지내고 있구나 수양달 잘 지키고 있어라 조만간 외도를 끝내고 복귀 하련다.
그래... 잘지키고 있을께. 독립군도 조금씩 좋아 진다는 전화 받았는데.. 좋은 소식만 있어 좋다 !!
내일 아침엔 미륵산이나 올라 갔다 와야지. (익산 미륵사지 근처 산 속에 쳐 박혀 있는데 저녁에 광수 놀러 온다는디 ..)
반가운 어른이 !! 며칠 전에 안부 전화 ㅋ 목소리 들었지..하는 일 마무리 되면 옛날 고향 놀러 오렴, 어여뿐 은결이도 보고 싶네...,
블루가 녹음이 짙어가는 설악을 다녀왔구먼. 급한일좀 해치우고 참석할께
아휴 세상에나 산사에서 고기를 구워 먹다니....국수 삶는거 장난이 아니지
ㅎㅎ 내일 불루는 다롱이 한테 한마디 듣게 생겼네..
여러가지 경험하고 왔네.다소 괴짜이긴 하지만....
가긴 가야되는디....시간이 맞을라나,똥차두 온다했는데...ㅋㅋ
ㅋ 똥차 .. 포니야 ! 여가선용이가 퇴촌으로 근무지가 옮겨졌다고 하니 전화해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