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날씨도 좋고, 식혜 맛도 좋고...
2023년 2월 28일 화요일
음력 癸卯年 이월 초아흐렛날
어느새 짧은 달,
2월이 안녕을 告하려고 한다.
다른 달은 30일, 31일을 머물다 가지만
2월은 안타깝게도 28일이 마지막날이다.
그 옛날 로마의 황제 아우구스투스에 의해
8월은 길어지고 대신 2월이 짧아졌다나 뭐라나?
그런 것까지 알아야 할 필요는 없음이겠지만...
어찌되었거나 2월엔 참 열심히 살았으니 됐다.
짧은 달, 2월아! 고맙다! 잘 가거래이~~
산골은 오늘 아침도 영하의 기온이 계속이다.
어제 아침 보다는 조금 올라간 영하 9도에 머문다.
남녘에는 동백이 피고 홍매화가 피기 시작한단다.
그러나 이 산골에는 아직도 겨울이 머무르고 있다.
응달에는 눈이 하얗게 쌓여 언제 녹을지 모르니까...
그렇기는 하지만 눈속에서도, 얼음장 밑에서도
봄기운은 꿈틀거리고 있겠지?
또다시 엔진톱과 함께하는 나뭇꾼 촌부의 일상이다.
이른 아침은 영하의 기온에 춥지만 햇살이 퍼지면
아주 좋은 날씨다. 일하기엔 안성맞춤이라고 할까?
영주에 다녀오느라 힘들었을 것이라며 제발 하루쯤
쉬라는 아내의 성화를 못들을 척하고 아랫쪽에 벌려
놓은 나무작업장으로 내려갔다. 잔뜩 쌓여있는 나무,
사방에 널부러져 있는 나무를 보며 혼자 중얼거렸다.
"이 많은 나무를 언제 다 자를꼬?"
"자르는 것 뿐인가? 장작이 되려면 패야하는데..."
"시나브로 하다보면 끝이 있겠지?"
"그러니까 서두르지는 말고 쉬엄쉬엄 해보자!"
"다음 겨울에 쓸 땔감인데 서두를 필요는 없으니..."
이렇게 나뭇꾼 촌부는 겨울 끝자락에 또다른 겨울,
다음 겨울채비를 위한 나무작업을 하고 있다.
하루 작업량을 대충 눈대중으로 정해놓고 시작을
했다. 엔진톱 소리에 공방에서 진열장을 만든다던
이서방이 내려왔다. 잔뜩 쌓여있는 나무더미에서
통나무를 꺼내 작업하기 쉽게 가까이 갖다주었다.
긴 세월 호흡을 맞춰왔기에 손발이 척척 맞는다고
할까? 가능한 각자의 일은 알아서 하되 틈이 나면
서로를 돕는다. 이런 방법이 서로를 위하는 것이고
간섭을 하지않고, 의견충돌이 없는 좋은 모습이다.
우리는 서로 불편없이 이렇게 함께 살아왔으며, 또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한참 일을 하고 있었는데 아내가 손수 만든 식혜를
가져와 목마르면 마시라면서 아직 눈이 녹지않은
축대밑 응달의 눈속에다 아랫쪽이 살짝 묻힐 만큼
세워놓고 갔다. 이런 걸 자연 냉장고라고 해야겠지?
날씨가 좋아 입었던 겉옷을 하나씩 벗어야만 했다.
그리고는 눈속에서 식혜를 꺼내 마셨다. 엄청시리
시원하다. 이가 시릴 정도라면 믿을까? 믿든말든
상관이 없다. 햇살이 좋아도 눈속에 살짝 파묻힌
그 식혜는 오전 내내 시원하게 마실 수가 있어 좋다.
식혜는 밍밍한 것 보다는 이가 시릴 정도로 차가운
것이 시원하여 제맛이다. 아내의 식혜는 그야말로
그 맛이 그 어떤 식혜보다 더 좋은 천하일품이다.
첫댓글 천하일품 식혜
드시면서 2월 끝 날
보람차게 보내시길요~~
삶에서 할 일이 있다는 것은 행복입니다.
2월의 마지막 날에도 일상이 큰 변화가 없이
움직일 수 있으니 행복이지요. 맛있는 식혜가 그립군요.
산골은 아직 춥군요~~~
어쨋든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사는 것은 행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