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 배송/ 서안나(徐安那)
돈이면 다 된다
유령도 배송된다
어떤 유령은 새벽에도 도착한다
도서산간 지역은 배송비가 추가되기도 한다
배송 중인 유령을 조회하면
유령은 브레이크가 없다
배송 기사들이 유령을 싣고
속도의 제단 위로 흩어진다
정지는 퇴출이다
속도는 약자들의 도덕이 되었다
인간은 타인의 새벽과 피부를 훔친다
인간의 노동은 더 이상 사랑이 아니다
새벽 배송은 인간이 만든 형벌
속도는 우아하고 부패를 앞지른다
우리는 신선한 유령을 옹호한다
배송 완료 메시지가 뜨면
현관 앞에 배송기사들이
얼굴을 두고 가기도 한다
박스를 열면
사라지는 내가 있다
택배 상자를 밀봉한 테이프에
흙이 되지 못한 땀방울이 묻어있다
나는
휘어지는 유령의 궤도를 사랑한다
웹진 『시인수첩』 2026 봄호 발표
서안나(徐安那) 시인
1990년 《문학과 비평》겨울로호 시 등단, 저서로는 시집 『푸른 수첩을 찢다』, 『플롯 속의 그녀들』, 『립스틱발달사』, 『새를 심었습니다』, 『애월』, 평론집 『현대시와 속도의 사유』, 연구서 『현대시의 상상력과 감각』, 『타자와 감각의 변주』, 공저『정의홍선집 1ㆍ2』, 편저 『전숙희 수필집』, 동시집 『엄마는 외계인』, 출간. 대학 출강.
[출처] ■ 웹진 시인광장 선정 올해의 좋은 시 500[329]유령 배송 - 서안나(徐安那) ■ 2026년 5월 26일 이메일|작성자 웹진 시인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