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년 가을부터 내가 기도하고 싶을 때마다 찾아가는 곳이 있다.
이곳은 월 1회 2박 3일 무료피정을 실시하고 있는데
그 때는 전국에서 사람들이 모인다.
지금까지 다니고 있으니 천주교에서 이름이 알려진 강사들은
거의 다 만나본 셈이다.
그 분들 중에 아랑드롱을 닮은 신부님이 계셨다.
이 분이 맡은 분야는 미사와 치유기도인데...
그 분의 열정적 분위기와 매력은 늘 청중들을 사로잡았다.
어느 날 대성당에서 사람들이 갑자기 손뼉을 치는 소리가 들려
돌아보았더니 아랑드롱 신부님께서 갈채를 받으며 입장하고 계셨다.
박수소리는 신부님께서 단상에 오를 때까지 계속되었다.
강론 때 신부님께서는 당신이 겪고 있는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하셨다.
그 유혹은 주로 이성으로 인한 것인데...
아름다운 여성을 보았을 때 그 여성이 눈 앞에서 사라진 뒤에도
잔영이 남아서 혼자서 성무 일도를 바칠 때
도무지 기도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성체조배를 드리면서 계속 기도를 했는데...
그래도 눈으로 인한 유혹은 계속 되었다.
참다 못해 어느 날은 주님께
차라리 내 눈을 뽑아주시라고 청하기도 했다.
그래도 눈의 유혹은 그치지 않았다.
당신께서 그런 체험을 하신 탓인지 신부님께서는 치유시간 때마다
우리 모두의 악습을 고치게 해달라고 울부짖으셨고
신자들도 성당이 떠나갈듯 소리 높여 통곡을 하곤 했다.
최진실이 결혼한다는 소식을 잡지 등에 발표한 즈음에
신부님은 느닷없이 최진실 이름을 들먹이셨다.
"내가 신부만 아니면 ...진실이는 내 꺼야! 내 꺼라구!!!
이 뜨거운 혈기로 내가 어떻게 혼자 살 수 있어?" 라고 말씀하셨다.
신부님의 직설적 표현에 신자들은 모두 웃음바다를 이루었다.
그러고 난 후 또 악습을 치유해주시기를 청하는 기도를
소리 높여 외쳐대면
신자들도 저마다 각자의 부족한 점
또는 반복되는 나쁜 습관을 고쳐주시도록 주님께 애원하고 부르짖었다.
"진실이는 내꺼야 !!!!" 라는 억지는 몇 개월간 계속되었다.
진실이가 신부님이 그리는 이상형의 여성상이었는지
아니면 우리를 즐겁게 하기 위한 발상이었는지는 모르지만...
(저는 후자일거라고 추측합니다.)
신부님께서는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일어나
기도하기 어려운 밤 시간(자정을 넘긴 시간)에
주로 성체 조배를 하셨는데
그러던 어느 날 성체 조배 때
악습을 고쳐주겠다는 주님의 응답을 들었노라고 하셨다.
그 후로 아랑 드롱 신부님은
진실이 이름을 부르지 않으셨을 뿐만 아니라
눈의 유혹에 관한 이야기도 더 이상하시지 않으셨다.
그러나 악습퇴치를 위한 기도만큼은 꼭 해주시곤 했다.
철야기도회에 오는 신자들이 신부님을 좋아하는 이유는
단순히 아랑 드롱처럼 잘 생기고
청중을 잘 휘어잡는 말솜씨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보다는 하느님께로 향하고자 하는 뜨겁고 순수한 열정
자신의 어려움을 과감히 폭로하고 그 고통을 보여주는 용기와 겸손
그리고 유혹에 맞서 어떻게 싸웠는가 하는 것을
생생히 증언함으로 인해
우리에게 더 기도하고 노력할 용기를 불어넣어 주시는
산 모델이 되어주시는 까닭이다.
시련은 여러 가지 형태가 있고 극복의 양상도 다양하지만
최종적으로는 죽음을 각오한 자기포기나 비움의 정신을 요구한다.
그런데 죽음 아니고는 포기할 수 없는
나의 전 존재가 흔들리는 과제와 대면했을 때
과감하게 죽음(내적인 자기 포기의 죽음?)을 택한 사람들은
하느님을 만나거나 그 분의 특별한 은총을 받았다는 체험을
여러분들한테서 들었다.
사도 바오로는 육체를 따라 살면 우리가 죽을 것이며
성령의 힘으로 육체의 악한 행실을 죽이면 산다 (로마 8: 13)고 하면서
우리 자신을 하느님께서 기쁘게 받아주실
거룩한 산 제물로 바치는 것이
진정한 예배 (로마 12 : 1) 라고 말씀하셨다.
이 말씀을 음미해보면 사람이 살아있는 동안
진정한 예배를 한 번 드리려면
악습을 고치고 자기에게 죽는 죽음을 맛보아야 한다는 뜻으로
다가온다.
정말 평생 진정한 예배 한 번 못 드린다면
과연 주님 앞에 자유롭게 나아갈 수 있을까 ????
일회뿐인 우리의 삶! 뽕도 따고 님도 보듯
나쁜 습관도 고치고 주님도 꼭 만나야 할 것이다.
애타는 기도와 탄원과 희생으로 마침내 주님의 마음을 감동시킨
아랑 드롱 신부님처럼 ...
신부님께서는 정말 마음을 다하여 하늘 꼭대기에 이르도록
외치셨을 뿐 아니라
(마이크를 잡고 수백명의 신자들과 있는 힘을 다하여
부르짖는 소리의 강도를 상상해보시면 ...)
그 이외에도 성체 조배 등 노력을 아끼지 않으셨으니
어찌 주님께서 그 분의 기도에 연민의 정을 느끼지 않으셨으랴 !!!!
당신의 유혹 받음을 계기로 우리 양떼들까지 함께 이끌고
투쟁에 동참케 하셨으니
주님께서는 신부님이 그렇게 기도하리라는 것을 아마도 미리 아시고
덫을 치신 게 아니가 싶어지기도 한다.
기도하지 않고는 아무도 악령을 쫓아낼 수 없다 ( 마르꼬 9 : 29 ).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일어나 기도하여라 ( 루가 22 : 4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