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0일 진천선수촌을 방문해 형제처럼 끈끈한 우정을 자랑하는 선수 4명을 만났다. 대표팀을 대표하는 선수로 떠올랐거나, 떠오를 예정인 이들. 서재덕(R, 한국전력), 정지석(L, 대한항공), 박진우(C, 우리카드), 부용찬(Li, 삼성화재)이 주인공이다.
(서재덕)
서재덕은 본래 포지션이 라이트로 공격력이 뛰어난 선수다. 블로킹 감각도 좋다. 현재 소속 팀인 한국전력에서는 레프트로 뛰며 공격보다 수비에 집중하고 있지만, 대표팀에서는 라이트로서 공격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박진우는 처음으로 시니어 대표팀에 발탁됐다. 국가대표 센터 계보를 이을 선수로 꼽힌다. 특히 블로킹에서 강점을 보이는 선수다. 지난 2014~2015시즌에는 최민호(현대캐피탈)와 함께 남자부 베스트7 센터 부문에 뽑히며 가치를 인정 받았다.
정지석은 고등학교 졸업 후 2013~2014시즌 신인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6순위로 대한항공에 입단했다. 95년생이지만 프로에 몸담은 햇수로는 벌써 4년 차다. 일찌감치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 U23배구선수권대회 등 대표팀에 승선해 경험을 쌓았다. 빠르고 강한 공격으로 프로 무대를 휘젓고 있다.
부용찬은 국가대표 단골 멤버다. 안정적인 리시브는 물론 끈질긴 디그로 코트를 든든히 지킨다. 지난 2015~2016시즌에는 세트당 2.89개로 정민수(우리카드) 오재성(한국전력) 등을 제치고 디그 부문 1위를 차지했다. 목을 아끼지 않는 파이팅과 쾌활한 성격 역시 그의 장점 중 하나다.
실력만큼이나 입담도 국가대표 급이었던 이들과 대화를 공개한다.
(부용찬)
국가대표 발탁 축하 드려요. 소감부터 들려주세요.
부용찬(이하 부) 재덕아 우리 국가대표 몇 년 차지? 아, 4년 차예요. 대표팀은 올 때마다 영광이죠. 매일 상대 팀으로 보던 선수들과 같은 팀에서 뛰게 되니까 재미도 있고 좋아요.
박진우(이하 박) 저는 올해 처음으로 대표팀에 왔어요. 참 영광스러워요. ‘아, 내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선수가 됐구나’하면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정지석(이하 정) 저도 성인 대표팀은 처음이에요. 가문의 영광이고, 앞으로 더 열심히 해서 매번 대표팀에 뽑힐 수 있도록,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가 될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서재덕(이하 서) 작년에 이어 올해도 대표팀에 들어왔는데요, 가슴에 태극기를 달고 뛴다는 게 자랑스러워요. 부담감, 책임감도 있죠. 항상 열심히 하는 건 당연한 거고요. 이번 월드리그가 한 팀 한 팀 쉬운 경기가 없어요. 하지만 꼭 이겨야 하기 때문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하루 일과가 궁금해요. 보통 선수들과 비슷하겠죠?
서 맞아요. 특별한 건 없어요. 먹고, 운동하고 먹고, 운동하고 그래요. 아직 운동한 지 얼마 안 됐어요. 몸 관리를 잘해야 하기 때문에 야간에 러닝 등 운동하는 선수들이 많아요. 살을 빼야 하거든요. 저는 1년 내내 체중관리를 해요. 제가 먹는 걸 좀 좋아해서요. 아시다시피 제가 많이 먹기 때문에 그만큼 또 빼야 해요. 매일이 몸무게와 전쟁입니다(웃음).
요즘엔 무엇을 중점적으로 훈련하고 계신가요?
부 스피드 배구와 스마트 배구를 겸비하려고 해요. 요즘 배우고 있는데 무척 재미있어요. 감독님께서 마이클 조던의 ‘덩크슛’ 공격을 만들어주셨어요. 몇 미터를 날아와서 공격을 해야 한다는 뜻이에요. 많이 배우고 있어요.
서 감독님께서 선수들이 훈련에 재미를 느끼라고 ‘덩크슛’ 공격이라는 단어를 지어주신 거 같아요.
스피드 배구라는 게 사실 쉬운 것은 아니잖아요.
서 활동량도 많고 더 빨리, 더 많이 움직여야 하니 힘든 건 사실이에요. 아직 훈련 기간이 한 달 정도 남았고 모두 프로 선수이기 때문에 그 정도는 당연히 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거기에 맞춰 항상 준비하고 있어요.
(박진우)
현재 몸 상태는 어떤가요?
박 3월 말부터 소속 팀인 우리카드에서 운동을 했어요. 몸 상태는 좋아요.
부 저도 괜찮아요. 서재덕 송희채 정성현 이렇게 살이 많이 찐 애들은 좀 힘들 거 같네요. 저희가 소집된 지 일주일 째인데 살 빼려고 매일 저녁에 나가서 뛰더라고요. 얘네는 힘들 거예요. 지석이도 몸 관리 좀 해야 하고요.
서 아냐. 지석이는 원래 점프가 없는 거야.
정 아픈 데는 없어요. 몸은 휴가 끝나고 대한항공에서 팀 훈련을 한 달 소화하고 바로 대표팀에 들어와서 거의 70% 정도 올라왔다고 생각해요. 남은 30%가 어렵죠.
서 저는 지난 시즌이 많이 힘들었나 봐요. 끝나고 푹 쉬었어요. 제 몸이 어느 정도 올라왔기를 바라요. 사실 아직 장담은 못하겠네요. 월드리그 시작하기 전까진 몸을 만들어야죠.
감독님은 어떤 분인가요?
부 굉장히 유쾌하시고요, 가늠할 수 없어요. 감독님께서 어떤 말씀을 하실지 기대가 돼요. 배구를 재미있게 지도하시더라고요. 저희도 즐거움을 많이 느끼고 있어요. 선수들을 굉장히 아끼시는 게 많이 느껴져요.
정지석 선수는 아직도 어딜 가나 막내예요.
부 하는 거 보면 막내 같지 않은데?
서 선배 아냐?
정 제가 너무 어수룩하게 굴면 형들이 뭐라고 할까 봐 제가 살짝 미친 척 한 거예요.
부, 서 야 그게 일부러 한 거냐?
정 본능? 습성? 형들이 다 엄청 잘해줘요. 방도 혼자 쓰고요. 고충 같은 건 없어요.
유난히 괴롭히는 선배도 있나요?
서 야 여기서 말해. 이럴 때 말하는 거야.
정 OK저축은행…
부 송희채라고…(장난)
(정지석)
부용찬 선수는 리베로 최고참이에요(웃음).
부 리베로 (정)성현이가 올해 처음으로 대표팀에 들어왔어요. (정)지석이, (박)진우, (곽)명우 등 처음인 친구들이 많기 때문에 최대한 많은 도움을 주려고 하고 있어요. 소속 팀에서도 마찬가지겠지만 항상 어느 자리, 어떤 상황에서든 책임감을 갖고 팀에 도움이 되려 하고 있습니다.
박진우 선수는 첫 대표팀 승선이라 더 떨리겠어요.
박 제가 많이 부족한 속공을 보완하려고 더 신경 쓰고 있어요. 감독님께서 가르쳐 주시는 거 최대한 빨리 습득하려고 노력 중이에요. 최대한 저를 많이 보여주고 싶어서요.
선수의 눈으로 서로를 평가해주세요.
서 우리 지석이가 제일 잘하는 거 같아요. 리시브가 좋고 감이 좋아요. 지난 시즌에 하는 거 보셨겠지만 정말 빠르고 강해요. 개인적으로는 이번 월드리그에서 가장 기대되는 선수예요.
정 한국전력에서는 신영철 감독님께서 추구하시는 스타일이 있잖아요. 재덕이 형은 수비 임무가 크고 공격적인 부분이 많이 드러나지 않았는데 대표팀에서는 공수 모두 만능이에요. 형은 성균관대 시절부터 유명했어요.
박 용찬이 형은 일단 파이팅이 좋아요. 선수들을 잘 다독여주고요. 여기서 같이 훈련을 해보니 뒤에서 해주는 역할이 굉장히 크고 믿음직스러워요. 자신 역할을 충실히 해내는 모습을 보며 많이 배워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부 네가 감히 날 판단해(웃음)? 말 잘한다 진우. 본인은 속공이 부족하다고 하는데 저는 진우를 우리나라 최고 센터라고 생각해요. 상대 팀에 있으면 너무 잘해서 얄미운? 까다로운 선수예요. 다만 약간 게으른 면이 있어서 조금만 더 열심히 하면 신영석(현대캐피탈)을 능가하는 센터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여자대표팀이 올림픽 본선 진출에 성공했어요. 단체로 응원했다고 들었는데 한편으론 자극 받기도 했을 거 같아요.
정 연습해야죠. 올림픽 예선 보면서 여자대표팀 선수들은 큰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는데 저희는 그러지 못하니까 뭔가 아쉬웠어요. 당장 월드리그에서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다음 올림픽에 대한 준비를 잘 하면 저희도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여자배구도 같이 흥해서 배구인으로서 다 함께 잘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마지막으로 각오 한 마디씩 들려주세요.
부 미팅할 때도 얘기했던 건데 저희는 각자 소속 팀이 다르기 때문에 단합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다같이 하나가 돼서 재미있게 배구를 했으면 좋겠어요. 결과에 신경 써야겠지만 너무 얽매이는 것보다는 즐기면서 배구를 했으면 해요. 가장 중요한 건 다들 부상 없이 잘 마무리하고 돌아왔으면 좋겠습니다.
박 각 팀에서 제일 잘하는 선수들이 모인 거잖아요. 그만큼 더 잘 뭉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대회에 나가서는 1승이라도 더 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정 실력, 기술로는 말할 게 없어요. 다들 잘하니까요. 제가 여기서 막내잖아요. 늘 하던 대로 패기 있게 파이팅 할 거예요. 다른 형들과 비교해 뒤처지지 않게 노력해 좋은 성적 내도록 하겠습니다.
서 우선 저희가 어느 경기에서든 이기려고 모인 거잖아요. 월드리그에서 최선을 다해서 좋은 모습, 이기는 모습 보여드리고 싶어요. 해외에서 하는 경기도 있지만, 서울 장충에서 하는 경기(7월1~3일)도 있기 때문에 많은 팬들이 와서 응원해주시면 저희가 승리로 보답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