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따뜻한 남쪽 나라가 그리워...
-5 ℃ 꽁꽁 언 몸으로 치고 던지고....
부상 '동계훈련'
근력 등 기초체력 길러야 빠른 동작이나 배팅등은 금물
3월 예선 앞두고 추위속 강훈 - 눈앞 성적에 급급 '무리수'
아마 시절의 성적만을 보면 분명 프로에서 1년에 10승은 할수 있는 유망주인데, 입단하고서는 비실비실거린다. 팔꿈치니 허리부상으로 제대로 훈련한번 받지 못하고 2~3년을 채우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왜 그럴까? 정확한 원인 분석은 힘들지만 전문가들은 고교 대학시절 겨울훈련을 너무 강하게 받은 탓으로 여긴다. 추운 날씨에도 공을 세게 던지거나 치면 팔꿈치나 허리, 어깨에 무리가 와 부상을 입기 일쑤란다.
▲1월 13일 서울 강남 어느 중학교 야구장=낮 최고 섭씨 2도의 쌀쌀한 날씨에도 아랑곳없이 선수들은 프리배팅 50개씩 두차례 모두 100개의 타격을 하고 훈련을 마쳤다.
▲1월 14일 서울 어느 고등학교=실내지만 간이 연습장이라 스산하긴 마찬가지. 피칭머신을 상대로 한 선수가 수십개씩 타격훈련을 하는게 오후 훈련의 주된 일정.
▲1월 15일 경기도 어느 대학교 구장=선수들의 부상을 염려해 기술 훈련은 피했지만 타격감을 유지하기 위해 티베팅은 필수.
중부지방의 낮 최고 기온이 섭씨 5도를 넘기기 힘든 추운 날씨에도 초, 중, 고, 대학 야구팀들의 훈련은 열을 뿜는다.
고교야구는 3월 중순부터 열리는 각종 대회 예선전을 대비해 프로야구보다 강도높은 훈련을 하고 있다.
물론 고교, 대학팀들의 해외 전지훈련은 이제 사치가 아니다. 선수들 개인 부담으로 태국, 대만, 괌, 사이판, 일본에 15~20일씩 캠프를 차린다.
또 제주나 남해, 순천 등 따뜻한 남쪽 지방에서 훈련을 하는 팀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70여개에 달하는 고교, 대학팀의 훈련을 소화하기에는 시설이 모자라 어쩔수 없이 중부지역의 팀들은 겨울의 절반 가량을 자기네 학교 운동장에서 훈련을 하지 않을수 없다.
S고 등 몇몇 학교는 운동장 사정상 12월말에 괌이나 사이판, 태국으로 전지훈련을 떠났다가 1월 중순에 귀국, '기온 적응'을 거꾸로 하기도 한다.
지난 26일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전지훈련 장소를 애리조나에서 제주로 급격히 바꿔 비난을 받았다.
해외로 전지훈련을 떠나는 이유는 단 하나. 국내 날씨가 너무 추워 훈련하기에 부적당하기 때문이다.
한화 감독이나 코치들이 구단의 조치에 반발한 것은 제주는 기온이 높지 않고 바람이 많아 정상 훈련을 못하는 것은 물론, 부상 선수가 생길 것을 염려해서다.
제주는 말할것 없이 부산, 창원, 남해, 순천, 강릉도 타격이나 피칭 등 야구 기술훈련을 하기에는 맞지 않다.
하지만 하루 종일 체력훈련을 하기엔 너무 지루해서, 또 감독들이 비과학적인 사고 방식을 가져 한겨울인데도 3월과 마찬가지로 던지고 때리고 달린다. 연습경기도 마다하지 않는다.
지난 21일 미국으로 돌아간 메이저리그 시카고 커브스의 최희섭. 그는 거의 한달간 남해의 대한야구캠프에서 훈련을 했는데 타격 훈련을 전혀 하지 않았다.
구단에서 미리 짜준 프로그램에 따라 허들 넘기, 왕복 달리기 등 주로 순발력을 기르는데 중점을 뒀다. 타격을 하지 않은 것은 쌀쌀한 날씨 탓에 부상을 입지 않기 위해서다.
최희섭처럼 추운 날씨에는 체력훈련만 해야 하는데도 우리 선수들은 감독의 지시로 기술훈련을 병행해 부상이라는 덫에 언제나 걸릴 위험에 처해 있다.
상식적인 이야기지만 겨울에 훈련을 강하게 하면 왜 부상에 시달릴까?
겨울은 몸만드는 시기다. 반복된 동작으로 근육을 만들어 가야 하므로 빠른 동작이나 베팅은 금물이다.
근력이 좋아야 파워가 생기고 파워를 바탕으로 스피드와 순발력이 갖춰진다. 이를 무시할 경우 피로도가 높아지고 부상으로 연결될 확률이 높아진다.
추운 날씨에 손이 곱으면 방망이를 쥐는 그립이 약해진다. 그런 자세로 타격을 하면 팔꿈치와 어깨에 손상이 오기 쉽다.
추우면 자연히 타격 자세를 움츠리게 되는데 어깨가 구부려지면 팔이 빠지게 된다.
투수들도 마찬가지다. 날씨가 쌀쌀하면 보폭이 좁아지게 돼 팔로만 던지는 경향이 있다. 엘보가 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멀쩡하게 보이는 데도 프로에 입단해서 팔꿈치에 뼛조각이 돌아 다니거나 인대가 늘어나 1군 등록도 못한 채 이름없이 사라지는 경우는 고교, 대학때 무리하게 훈련을 해서다.
물론 훈련 여건상 겨울 3개월을 체력훈련으로만 버티기에는 무리가 있다. 기술 훈련을 꼭 해야만 할때는 지켜야 할 수칙이 있다.
섭씨 10도 이하라면 혈관이 수축되고 인대와 핏줄이 쉬 손상될 수가 있다.
따라서 준비운동을 철저히 해 체온을 높인뒤 던지거나 때리는 훈련을 해야 한다. 훈련중 손이 시려울 정도가 되면 다시 달리기로 몸을 데운뒤 방망이나 공을 잡아야 한다. 타격 훈련을 할때는 장갑을 끼는게 필수다.
운동장 사정이 뜻대로 되진 않지만 부상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1월 중순까지는 학교 구장에서 체력훈련에 중점을 둬야 한다.
1월말 부터는 티베팅으로 타격감을 살린뒤 2월중 따뜻한 곳에서의 전지훈련때 실전 적응을 해야 된다.
하지만 지금 전국의 곳곳에서는 추위에 아랑곳없이, 체력훈련을 충분히 하지도 않은 채 타격과 피칭은 물론, 연습경기도 마다하지 않아 선수들의 부상이 방치되고 있다.
감독들에게는 당장 올시즌 성적이 문제가 될뿐, 제자들이 프로나 대학에 가서 제대로 뛰든 말든 그들의 미래는 안중에 없기 때문이다.
< 김수인 전문기자 victorino@>
◇도움말
▲어은실(이학박사.프로농구 LG 컨디셔닝 코치) ▲주의탁(의학박사.주정형외과 원장) ▲장호연(신일고 감독.전 삼성 코치)
무리한 겨울훈련 후유증
프로서 악몽
이정길- 김경환 등 날개 접어
아마야구 최고 스타로 프로무대에 뛰어들자 마자 한국 최고의 야구선수가 되는 꿈을 접어야만 할 때 그 선수의 고통은 너무도 크다. 대대적인 투자를 한 구단도 속이 쓰리다. 게다가 그 이유가 부상이라면….
대표적인 선수가 이정길이다. 그는 95년 말 LG에 입단할 당시 신인 최고액인 4억원(계약금 3억8천만원, 연봉 2천만원)의 몸값을 받았다.
팬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으며 프로무대에 등장했지만 96년에 단 한경기에도 나서지 못했다. 어깨부상이 그 이유였다. 97년 2월 어깨수술을 받았지만 3월 임의탈퇴 선수로 공시됐다. 꾸준한 재활로 98년 2군무대에서 뛴 뒤 99년 1군에 오르기도 했으나 5경기에 나간 뒤 결국 은퇴했다.
93년 롯데에 입단했던 김경환도 같은 경우다. 어깨부상으로 2년간 1군무대에 한번도 오르지 못하다가 95년 막바지에야 복귀해 포스트시즌서 마무리로 활약하며 부활의 청신호를 켰다. 하지만 3번의 어깨 수술도 허사였고, 98년 임의탈퇴 선수가 돼 은퇴했다.
92년 빙그레에 입단했던 지연규는 곧바로 찾아온 팔꿈치 부상에 한시즌도 제대로 뛰지 못한채 98년 마운드를 떠났다.
대전고에서 2년간 코치생활을 하다 현역복귀를 선언, 2000년 한화를 찾아 테스트를 거쳐 지난해 4승 9패의 성적으로 희망의 불씨를 살렸다.
국가대표 시절 에이스로 꼽혔던 정민태 임선동(이상 현대) 손민한(롯데)도 입단 초기 부상으로 크게 애를 먹은 케이스.
부상에 시달린 선수들은 대개 투수지만 야수들도 자질구레한 부상에 노출되긴 마찬가지.
전문가나 트레이너들은 이들이 경기중 혹사를 당한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겨울훈련때 무리하게 투구를 해 어깨나 팔꿈치에 이상이 생긴 것으로 보고 있다. < 권인하 기자 indy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