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바구니의 심리학이라고 해서,
사실 새로운 거 하나 없구요.
날도 더운데, 잉여롭게 가만히만 있자니 땀흘려 일하고 계시는 햇님에게 저 자신이 부끄러운지라,
글이라도 쓰자라는 마음에, 이렇게 오늘도 투닥투닥 키보드워리어질을 합니다.
투닥투닥 나는야 키보드워리어~~ 랄랄라 ♬♬
대형마트는 돈도둑, 내 지갑을 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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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씨는 수공예 바구니를 파는 장사꾼이었는데,
최근 들어 가게 장사가 너무나도 안 되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하루는, 박학다식하다고 소문난 동네책방 주인 소씨와 대화를 나누다가,
장사가 안된다는 그의 고민을 들은 소씨가 그게 뭐 대단한 일이라고!! 라며 해결책을 하나 제시해주는데..
'이보게, 자네 지금 대나무줄기로 만든 저 바구니를 8원에 팔고 있지 않은가??
오늘부터 대나무줄기를 지나가는 사람들이 다 볼 수 있게끔 하루는 창포물에 담궈놓고 그 다음날은 하루종일 볕에 말리고,
이걸 60일 동안 반복하는 거야, 그리고나서 그 대나무줄기로 바구니를 엮게.
그리고 자네는 그 바구니를 12원에 내놓는 거야.
팔 때는 사람들에게 이 바구니는 새로 만든 제품으로써,
창포물에 담구고 볕에 말리기를 서른번, 때깔이 더 좋고 향이 더 오래가는 것 뿐 아니라, 질기기도 더 질긴
신제품이오 하고 홍보하는 걸세.'
'그건 좀 억지같은데.. 그건 그렇고, 그렇다쳐도 원래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이 신제품이란 것에 사람들이 과연 혹하겠소???'
'이 답답한 양반아. 나는 지금 정씨에게 이 신제품을 팔라고 하는 게 아니야.
저기 저 가득 쌓여있는 저저 대나무바구니 재고들을 팔게 해 주려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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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저 소씨는 심리전의 달인입니다.
각설하고, 그가 쓴 심리전의 메카니즘을 살펴보죠.
이건 참조점(Reference Point)에 대한 얘기인데,
사람들이 각자의 이유들에서, 정씨의 8원짜리 바구니가 그리 매력적이지 않다 생각한 거고,
소씨는, 사람들의 그런 생각을 업셋시킬 수 있는 새로운 요소 하나를 만들어 준 건데요.
바로, "12원짜리 바구니"라는 새로운 참조점이죠.
질은 약간 더 높은 것 같은데, 4원이나 비싼 신제품이라는 것은 반대로 말해,
질은 약간 떨어지지만, 무려 4원이나 낮은 경제적인 제품이란 소리 또한 되거든요.
창고에 그득 쌓여있는 원래 대나무바구니들이 말예요.
'사람들의 머릿 속에 하나의 참조점이 닻을 내리게 되면,
그 참조점이 바로미터가 되어 다른 사물들의 가치가 결정지어지게 된다.'
① 사람들은, 정씨가 대나무줄기를 창포물에 담궜다가 볕에 말리고, 이런 과정들을 반복하는 것을 봤고,
그러한 과정이 신제품을 탄생시키기 위한 절차였다는 것을, 그러니까 정씨가 새로운 제품을 내놓았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그 신제품의 가격이 12원이라는 것까지 알게 된 상황.
→ 12원짜리 신제품이 참조점화 됨.
② 사람들은, 신제품이 이전 것보다 뭔가 좋아졌다라고 모호하게 평가내리는한편,
그렇다해도 12원은 너무 과하다고 생각하죠.
근데, 그 옆에 놓여져있는 다른 제품을 보니, 이 신제품과 거의 비슷한데, 가격이 8원이라는 것 아닙니까?
호오. 이것 봐라. 이건 저렴하네? 숙성과정만 없다 뿐이지, 이 신제품과 똑같잖아. 근데 4원이나 더 싸!!
→ 참조점 대비 가격 경쟁력이란 어드밴티지 발생. 제품의 매력도가 x에서 x+@로 상승함.
이거 뭐 그냥 대나무바구니네 하고 지나가던 것이,
새로운 참조점 형성으로 인해, 가격 경쟁력 뛰어난 경제적인 제품으로 탈바꿈됩니다.
여기서, 소씨의 판매타겟은, 12원짜리 브랜드뉴 바구니가 아녜요. 얘는 미끼상품이고,
진짜 팔고 싶었던 건, 재고 그득히 쌓여있던 8원짜리 구제품이었던 것.
대형마트엔 상품별로 각자 가격표가 보기 쉽게 부착되어 있고,
소비자들은 수월한 가격비교를 통해, 경제적인 구매를 했노라고 자평하며 집으로 향합니다.
근데 이럴 수 있죠.
원래는 살 마음 하나 없던 상품인데,
다른 것들에 비해, 유독 싼 거야. 근데 그 퀄리티는 그닥 떨어지지 않는 것 같거든??
호오 이것 봐라. 이거 물건이네. 이거 안 사면 내가 손해지, 득템햇다. 헤헷!
오 여기서 득템 ♪, 오 여기에도 이런 아이템이 ♩, 앗싸 오늘 득템률 쩐다 ♬. 히히
카트엔 물건들이 그득그득. 나는야 똑똑한 소비자라는 자화자찬에 내 마음은 셀프훈훈 ♨♨
맞아요. 좋으면 그만인 거죠 뭐.
나도 좋고, 대형마트도 좋고, 윈윈일 수도 있는 거죠 뭐.
이건 각자의 판단인 겁니다.
난 대형마트 좋아, 싸게 살 수 있으니까!!! 하면 그것도 맞구요.
아이씨. 싸다고 괜히 필요없는 것들 잔뜩 샀네. TT 라면 그것도 맞는 겁니다.
그냥 알고 가자라는 거죠. 소씨 같은 사람들이 심리전 쓰는 법을요. 재밌잖아요. 히히
이보게 소씨, 내가 소씨 아이디어에서 영감을 얻어 이번에 새로운 업종을 하나 개발했네!! 소셜커머스라고
대형마트는 식전이 아닌 식후에, 한달에 한번이 아닌 일주에 한번씩
▒ Cold-to-Hot Empathy Gap이라고.
제가 제일 좋아하는 경제학자이자 심리학자인 Loewenstein이라는 아자씨의 이론인데,
쉽게 말해, 배고픈 사람은 배부른 사람 이해 못하고, 배부른 사람은 배고픈 사람 이해 못한다는 개념입니다.
배부른 상태가 Cold, 배고픈 상태가 Hot이라 하면,
전자는 식욕이 충족돼 있는 상태니 보다 이성적인 처리가,
(Ex. 밥 먹고 나서 TV 시청 중, 홈쇼핑 간장게장에 유혹되지 않음)
후자는 식욕이 결핍돼 있는 상태니 보다 충동적인 행동을 취하게 될 거란 얘기죠.
(Ex. 다이어트 중인데, 해피투게더 야간매점 보고 라면 폭풍 흡입)
그래서.
식전에 대형마트에 가면, Hot한 상태에서 식재료를 마구마구 사게 된다는 겁니다.
이것도 맛있겠다. 저것도 맛있겄다. 저것도 먹을테야. 저것도저것도!!!!
그리고나서.
컴백홈 후, 와구와구 저녁을 먹고 나면, 서서히 Cold해지면서 이런썅 내가 너무했네... 라 자책한단 거죠.
살 필요도 없는 것들을, 순간의 충동에 막 사재낀 거나 다름없으니 말예요.
▒ 한 실험에서.
The Effect of Purchase Quantity and Time on Variety-Seeking Behavior
I.Simonson
Journal of Marketing Research
참가자들에게 한 쪽은 3주간 먹을 간식을 한꺼번에 고르게끔 하고,
다른 쪽은 한주동안 먹을 간식을 매주마다 고르게 했습니다.
그 결과, 전자의 참가자들은 상당히 여러 종류의 간식을 골랐고,
후자의 참가자들은 매번 고르던 간식을 고르는 경향이 강했는데,
이게 무슨 뜻이냐면, 전자의 참가자들은 후자의 참가자들보다 예측을 더 많이 했었어야 했다는 거에요.
내가 당장 먹고 싶은 건 이건데, 2주나 3주가 지나면 좀 질리겠지??
그러니까 이것도 사 놓고 저것도 사 놓자. 어떻게 사람이 매번 똑같은 것만 먹고 살까..
근데, ㅋㅋ 똑같은 것만 먹으며 살더라는 겁니다. ㅋㅋ
후자의 참가자들이 몸소 증명해 보였더랬죠.
그러니까, 결국엔 자기들이 제일 좋아하는 특정 식품만 계속해서 사 먹는단 거에요.
근데, 전자의 참가자들은 자신들이 그러리라는 걸, 좀체 예측해내지 못 했던 거
장을 몰아서 보게 되면,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것, 내가 진정 원하는 것 위주로 사기 보단,
상대적으로 이거저거그거 여러가지 종류로 사재기를 해 놓게 돼서,
돈은 돈대로 들고, 먹을 건 먹을 거대로 별로 안 땡기니 집에서 썩히게 되고,
마트는 마트대로 다시 한 번 와야 되는 상황이 발생하겠죠.
먹던 거 또 먹고 싶은데, 정작 그걸 사재기 안 해놨으니까요.
참 재밌죠. 우리들 인간은, 우리 자신에 대한 것조차 제대로 예측해내지 못할 때가 태반이니 말입니다.
어느 상황이든지 솔루션은 가장 보편적이고 그걸 누가 몰라 싶은 게 베스트죠.
쇼핑은 진짜 필요한 걸 목록화해서, 그것만 딱딱 사는 것입니다.
이게 귀찮고 재미없으시다면.
자, 제 추천은 이렇습니다. 가상의 소씨를 데리고 다니는 거죠.
이봐 소씨, 저 상품 저거 괜찮지 않은가??
그럼, 소씨가 답해 올 겁니다.
이보게. 예전에 내가 살던 마을에 수공예바구니를 팔던 정씨란 사람이.......
-끝, 더위야 물러가랴, 훠이훠이-
※ 무명자 블로그 http://blog.naver.com/ahsune
첫댓글 머리보다 몸이 먼저 알고있는 내용이네요 ㅋ
자봤습니당
ㄹ
잘 보고 갑니다^^
유명한 격언이 있죠. '어머 이건 사야 해!' 라고...
흥미롭게 잘 봤습니다. 공감가네요 ㅎ 식전 마트쇼핑은 정말 피해야 함.
이게 웃긴것이, 많은.업체들이 정가를 터무니없이 높혀서 출시를 한 다음에 365일 할인정책을 펼칩니다. 그럼 소비자들은 세일상품을 득템했다고 생각을 하는거죠. 자기가 구매한 상품의 구매주기가 길수록 이런 현상이 심합니다. 이미 구매한 상품은 세일의 지속여부 혹은 세일폭에 대해서 관심에서 멀어지거든요..예를 들어 패밀리레스토랑은 kb헤븐과 달리 미칠듯한 가격을 책정하고, 매달 프로모션을 합니다. 베니건스는 가끔 먹지만, 김밥이나 라면은 자주 먹는 음식이거든요. 물론 메뉴의 차이가 있으나 감자튀김이 마늘을 발랐다고 만원주고 사먹을 음식은 아니니까요. 알면서도 속는 쇼핑의 세계라고 밖엔..ㅎㅎ
현명한 소비자 되기가 참 어렵네요ㅎ
항상 감사히 잘보고 있습니다~~
마트는 정말 식후에 가야져^-^ ㅋㅋ 배고플때가믄 이거저거 다 땡김
인기녀의 마음을 빼앗는 방법에 대하여 강의 부탁드립니다 -_-;;;;
저도 좀 알고 싶네요 그겈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요새 인기녀와 썸씽이???? ㅋㅋㅋ
궁금해서요 그녀의 심리가 ㅋㅋ
이제서야 이 글을 보게되었네요ㅎㅎ여전히 뛰어난 필력이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