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닉스가 최근에 다시 기세가 한풀 꺾이고 있습니다. 2월 한 달 동안 NBA를 휩쓴 제레미 린 광풍도 다소 잠잠해졌고 닉스에 대한 시선에도 다시 우려가 섞이고 있는 듯한 모습입니다. 플레이오프를 어찌어찌 가기는 하겠지만 닉스의 투자 비용과 언론의 설레발을 감안하면 지금의 닉스는 분명 기대 이하이며 획기적인 개혁이 없는 한 여기서 크게 좋아질 가능성 또한 높지 않아 보입니다.
이러한 닉스에 대해서 많은 말들이 오가고 있지만 저는 근본적인 점을 한 가지 짚어보고자 합니다. 바로 카멜로 앤써니 문제입니다. 다른 선수도 아니고 왜 카멜로 앤써니가 근본적인 문제가 될까요? 부상 여부는 두 번째 문제이니 그의 몸 상태를 특별히 언급하지는 않겠습니다. 각설하고 두 가지 측면에서 살펴보죠.
첫째, 멜로의 플레이 스타일은 댄토니 시스템과 상극에 가깝습니다.
댄토니가 추구하는 농구는 간략하게 정의하자면 '포인트가드를 중심으로 공간을 최대한 넓게 쓰는 농구'입니다. 수 년 전 피닉스 선즈를 되돌아보면 이를 금방 파악할 수 있습니다. 탑에서 내쉬가 공격을 시작하고 하이포스트에 있는 아마레가 스크린을 서서 2대2 픽앤롤 플레이를 펼치는 모습이 바로 떠오르실 겁니다. 이 때 나머지 3명은 최대한 밖으로 빠져 있습니다. 2대2를 통해 바로 득점이 가능하도록 공간을 최대한 넓힌 거죠. 자연히 수비를 하는 입장에서는 수비에 신경쓸 범위가 넓어져 로테이션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게 됩니다. 파고드는 아마레를 막자니 와이드 오픈 찬스가 나고 3점슛을 막자니 아마레가 패스를 받아 바로 2점을 넣어버리는 상황이 벌어지는 겁니다.
그 나머지 3명 중 1명은 로 포스트를 파고들어 컷인 득점을 노릴 수도 있습니다. 선즈에선 이 역할을 매리언이 해냈습니다. 하이 포스트에선 아마레가 파고들고 90도에서는 매리언이 잘라 들어오기 때문에 수비에 균열이 생기게 되고 내쉬는 이러한 균열을 놓치지 않고 패스를 연결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줬습니다. 4번을 보는 매리언은 상대 빅맨보다 발이 더 빠르기 때문에 수비 미스는 날 수밖에 없습니다. 선즈에서 2,3,4번의 역할은 대부분 와이드 오픈 3점을 노리거나 90도로 파고 들어 이지 바스켓을 노리는 일이었습니다.
그 시스템을 댄토니는 고스란히 뉴욕으로 가져왔습니다. 당연히 멜로의 스타일과 충돌이 생깁니다. 댄토니 감독이 멜로 영입을 반기지 않았던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아이솔레이션이 주특기인 스윙맨이 하이포스트 픽앤롤 중심의 팀에서 크게 빛을 볼 가능성이 낮았기 때문이죠. 그러한 점은 멜로 영입 직후부터 지금까지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멜로는 션 매리언이나 테디어스 영처럼 오프 더 볼 무브를 통해 순간적으로 미스매치를 일으켜 득점하는 선수가 아닙니다. 매리언처럼 유사시에 하이포스트에서 스크린을 걸어 2대2를 시도할만큼 2대2가 뛰어난 선수도 아닙니다. 자신이 45도에서 공을 잡고 아이솔레이션을 해야 하는 선수입니다. 멜로가 중심이 되는 팀에서 포인트가드가 할 일은 공격의 모든 것을 지휘할 만큼 임무가 많지 않습니다. 포스트업을 시도하는 멜로에게 안정적으로 엔트리 패스를 주는 것, 멜로가 만든 공간을 득점으로 연결하는 것만 해도 나쁘지 않은 편이죠. 굳이 올스타급 가드라면 득점력이 좋은 가드가 더 어울린다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이렇게 팀을 꾸리면 포인트가드 중심인 댄토니 시스템에서 포인트가드의 역량을 다운시킬 가능성이 큽니다. 멜로 한 명 살리려다 팀 시스템이 통째로 죽는 상황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크죠.
그렇다고 멜로에게 스팟업 3점과 컷인 득점만 하라고 롤을 제한해 버리면 이는 멜로의 역량을 죽이는 일이며 결과적으로 선수 낭비가 됩니다. 올 시즌 18.5밀의 연봉을 받고 다음 시즌부터 매년 20밀이 넘는 연봉을 받는 선수를 그 정도에만 쓰는 건 과잉 투자입니다. 그리고 멜로를 닉스 시스템에 꾸역꾸역 끼워 맞추려다 멜로의 리듬이 완전히 깨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워싱턴으로 팔려간 뒤 리그 최악의 먹튀로 전락한 라샤드 루이스처럼 되지 말란 법은 없습니다.
멜로와 아마레가 둘 다 결장했을 때 닉스가 엄청난 상승세를 기록한 건 단순히 분위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제레미 린을 중심으로 피닉스 선즈 런앤건의 마이너 버전을 보여주며 댄토니의 색깔이 나온 점이 더 크게 작용했죠.
스티브 노박은 린이 만들어준 공간을 여지없이 3점으로 연결했고 챈들러는 리그 최고의 스크리너답게 스크린으로 공간을 창출했으며 이만 슘퍼트는 린 옆에서 적극적으로 움직이며 '매리언 가드 버전'처럼 뛰었습니다. 선수들의 네임밸류는 떨어질 지언정 댄토니 시스템에 맞게 라인업이 구축된 덕에 닉스가 댄토니의 색깔을 오랜만에 제대로 냈고 그게 닉스의 상승세를 이끌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멜로와 아마레가 차례로 돌아오자 그 색깔이 도로 지워지고 있습니다. 우연이라고 보기에는 어렵다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그 필연의 뒤에는 근본적인 스타일의 상충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둘째, 멜로는 아마레, 챈들러와 직접적으로 시너지를 낼 수 없습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챈들러가 닉스 이적을 확정했을 때 기대를 했으리라 생각합니다. 맨 파워로는 리그 최고의 프론트코트 라인업이 결성되었기 때문이죠. 심지어 마이애미 빅3에도 견줄 수 있다는 의견도 제가 얼핏 봤습니다. 하지만 이 조합은 시너지를 내기 어려운 측면을 결성 때부터 내포하고 있었습니다. '셋 중에 누가 플레이를 주도할 것인가'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죠.
챈들러는 더 말할 것도 없고 멜로와 아마레 모두 뛰어난 볼 핸들러도 아니고 뛰어난 패서도 아닙니다. 멜로는 45도 아이솔레이션 비중이 많은 선수이지만 그렇다고 드리블이 매우 뛰어나다고 보기도 어렵고 자신이 직접 게임 메이킹을 할 수 있는 역량이 되지 못합니다. 아마레도 마찬가지고요. 보스턴 빅3는 폴 피어스가 리딩을 분담해 주고 케빈 가넷이 포스트업을 통해 백코트의 리딩 문제를 해결해 왔습니다. 이건 둘다 동 포지션에서는 뛰어난 볼 핸들러이자 패서였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마이애미 빅3의 경우 르브론 제임스가 1번부터 4번까지 소화하며 전 공간을 커버하는 동시에 게임 리딩까지 도맡습니다. 드웨인 웨이드도 이 역할을 어느 정도 분담해 줄 수 있고요.
하지만 닉스의 빅3는 서로 공간을 만들어주는 데에 한계가 있습니다. 3명 중 2명이 스크리너이고 나머지 1명 또한 게임 리딩이 그리 뛰어나지 못합니다. 그러다보니 서로 발맞춰서 뭔가 만드는 데에 불협화음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멜로가 둘 중 한 명의 픽을 이용한 2대2를 하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멜로는 1대1 능력에 비해 2대2는 처지는 편입니다. 자연스럽게 결론은 이 3명을 활용할 수 있는 포인트가드의 문제로 귀결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닉스의 초반 부진도 이러한 점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었죠. 3명이서 찬스를 만들어내지 못하니 이들이 찬스를 만들어내도록 도와줄 가드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가드가 없다보니 순위가 쭉쭉 처졌습니다. 그러다가 뜻밖에 제레미 린을 건져내서 한숨 돌리긴 했습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챈들러의 활약이 빛을 발했죠. 그러나 닉스 빅3 간의 시너지 문제는 전혀 진전이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이 3명은 포인트가드의 도움이 꼭 있어야 한다는 게 여실히 드러났죠.
이렇듯 멜로의 입지는 닉스에서 확고하기보다는 어정쩡하다는 느낌을 더 많이 주고 있습니다. 언젠가 멜로가 닉스의 트레이드 매물로 올라갈 거라는 루머를 본 적도 있는데 신빙성이 전혀 없는 얘기는 아니라고 봅니다. 그만큼 닉스의 스텝업에 있어서 멜로가 확실한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죠.
감독이 새로 부임해서 모든 걸 뜯어고친다고 하면 또 모를까, 적어도 현재의 닉스 시스템에서 멜로는 딜레마라고 봐도 될 만큼 애매해졌습니다. 이대로 가면 아무리 몸 상태가 좋아진다고 한들 팀이 올라가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고 그 과정에서 멜로는 또 유니폼을 갈아입어야 하는 상황이 올 지도 모르겠습니다.
첫댓글 현재 상태론 멜로보다 감독을 교체할 가능성이 높겠죠. 멜로가 부상여파가 쭈욱 이어져 일시적으로 폼이 떨어진 상태인지 아님 영구적인지 확실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올 시즌은 두고보겠지만 멜로 같은 스타를 그동안 원해왔던 닉스입장에선 멜로를 매물로 내놓는 용단을 내놓긴 어려울 겁니다. 차라리 감독을 바꾸고 시스템을 손보는 게 더 손쉬운 일이죠.
그러기엔 현재 마땅한 대체자를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재야에 제대로 된 명장이 없죠. 그렇다고 래리 브라운 데려오자니 멜로와 사이가 안 좋은데다 뉴욕과의 안 좋은 추억이 있고요. 어시스턴트 코치를 맡고 있는 우드슨도 감독으로는 능력이 좋다고 보기 힘들다고 생각됩니다.
레리브라운은 이미 닉스에서 내쳐진적이있어서 불가능하고.
제가 현지에서듣기론 희박하지만.. 필잭슨이 만약에 감독으로 컴백할용의가 있다면 닉스가 될 확률이 있다고도 합니다
단 그러기 위해선꼭 카멜로나 아마레 챈들러 이런 스타급 선수들이 있어야 한다고 하더군요 (필잭슨을 영입하기 위해선
정말 애매하네요. 린만 믿고 멜로를 트레이드하자니,,, 하지만 수년간 피닉스 응원해온 저로선 닉스가 플레이오프에 나갈경우 멜로의 힘이 꼭 필요할거 같습니다. 또 맬로를 트레이드하느니 감독교체가 더 빠를거 같네요. 린-00-멜로-아마레-챈들러 라면 런앤건이 아니라도 충분히 강력한 라인업이니까요.
감독을 바꾸겠지만 아쉽내요
이럴땐 만만한게 감독이죠. 뭐 감독짜른다고해도 카멜로앤써니를 코어로 대권에 도전하긴 어려워보이네요.
물론 상황은 조금 다르지만, 바클리-피펜-올라주원이 한팀에서 뛰던 휴스턴이 생각납니다. 아무리 폼이 떨어졌어도 분명 엄청 강해야 되는데.. 강할 수 밖에 없는데 시너지는 안나고 돌아가면서 부상당하던 모습이 지금 뉴욕에 보입니다. 젊은 선수들이니만큼 멜로를 파는 한이 있어도 조금 템포를 빠르게 가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정말 공감가고 수준높은글 잘봤습니다 그렇죠 감독을 자르겠죠 댄토니농구의 한계는 수비입니다
생각해보십쇼 PG와 3명의 외곽슈터 그리고 2:2에 능한 스크리너&인사이드득점원 이 말은 결국
4-5번중 한명은 3점을 쏴야한다는건데 그런빅맨중에 수비능한 빅맨이 조쉬스미스,라마오돔 정도고
5번이 하워드가 아닌이상은 수비가 약할수밖에요 그래서 항상 수비가약할수밖에요 댄토니농구는
한계가 있습니다 하긴 듣고보니 멜로가 2:2에 능하지는않고 뛰어난 패서도 아닌듯하네요 멜로는
포기못하겠죠 데려오면서 뜯긴게 얼마이고 또 마케팅측면도 있으니 감독교체로 갈듯할것 같습니다
선수단전체를 가는것보단 감독교체가 쉬우니까요
팀케미와 시너지가 참 중요하군요.. 잘 읽었습니다. 좋아하는 선수들이 많이 모여있는 닉스인데 잘 풀려갔으면 좋겠네요.
좋은 글 잘 봤습니다
세세한 분석글 잘 읽었습니다. 덴버시절의 멜로를 보다 현재의 멜로를 보니, 마음이 아프네요..
멜로가 훌륭한 선수지만. 댄토니시스템이랑은 안 맞죠.
참 아쉬운부분입니다.
좋은글입니다
여기서 분석한것과 너무나 흡사하게 wfan 조 버닝고,에반 쇼에서도 호스트들이 분석하더군요
미국 현지 전문가들도 비슷한 견해를내놓고있습니다
잘읽었습니다. 분명히 시너지창출이 쉽지않아보이는건 사실입니다. 일단 롤문제와 시너지문제이전에 멜로 마레가 제컨디션인 상태의 경기를 치루어보고싶습니다. 댄토니감독은 분명히 어느정도 변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피닉스때와는 조금 달라지고 있죠. 슈퍼스타 두선수의 폼이살아난후 경기를. 봐야될거 같습니다. 린과 멜로 아마레와 챈들러 린과 아마레. 과정상 분명히 전 가능성있다고 봤습니다. 문제는 메이드가 전혀 안되고있죠. 시스템이전에 선수자체의 폼저하가 더 문제라고봅니다. 경기보면 마레와 멜로에게 공간날때 많습니다. 패스가 뿌려지질않거나, 볼이 돌아서 찬스가 났을때 메이드가 안됩니다. 답답합니다
일단 카멜로가 슛을 넣을수 있게 되면 다시 이야기를 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지금 가장 큰 문제는 시너지 이전에 카멜로가 그냥 농구를 잘못하는거라고 봅니다. 노마크 슛도 못넣는데 전술이 무슨 소용이 있나요.
다시한번 느끼지만 멜로 트레이드가 앖았고 작년 로스터에 챈들러만 추가되었다면 뉴욕은 훨씬 강했을 겁니다....
아 피어스님 질문있는데요 만약 피어스님이시면 어떤감독이 현재 닉스에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되시나요?
잘 봤습니다^*
이래서 농구가 재밌으면서 복잡한거 같아요. 슈퍼스타가 있다고 해서 꼭 강한것도 아닌게...ㅡ.ㅡ;
글제목이 슬프지만 적절한 제목입니다ㅠㅠ Let's Go Knic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