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역도선수 이은서 “첫 올림픽서 金 넷 뿌듯”
2023 스페셜올림픽 韓 첫 금메달
2위보다 합계 67.5kg 더 들어올려
지도자 “관중 박수 소리에 자신감
다음에 1kg 더 들겠다 의지 보여”
이은서(가운데)가 21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2023 스페셜올림픽 파워리프팅에서 4관왕에 오른 뒤 시상대에서 두 손을 들며 기뻐하고 있다. 스페셜올림픽코리아 제공
“어? 얘 봐라?”
황희동 울산장애인체육회 역도부 감독(52)은 2018년 신인 선수 스카우트 차원에서 범서고를 찾았다가 깜짝 놀랐다. 이 학교 2학년 이은서(22·한국석유공사)가 하체 힘이 좋아도 너무 좋았기 때문이다. 황 감독은 앉았다 일어서는 동작을 주문한 뒤 이은서가 일어나려고 할 때 순간적으로 어깨를 눌렀다. 이은서는 황 감독의 팔 힘을 이겨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로부터 5년이 지나 이은서는 세계 정상에 올랐다. 이은서는 21일 열린 2023 베를린 여름스페셜올림픽 파워리프팅 여자 52kg급 F04 경기에서 벤치프레스 37.5kg, 데드리프트 110.0kg, 스쾃 90.0kg으로 전 종목 1위와 합계 1위를 모두 차지했다. 이은서는 “처음 출전한 (스페셜)올림픽에서 금메달 4개를 따 너무 뿌듯하다. 생각지도 못한 결과”라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 선수가 금메달을 따낸 건 이은서가 처음이다.
스페셜올림픽은 전 세계 발달장애인이 참가하는 스포츠 축제다. 스페셜올림픽도 지체장애인이 참가하는 패럴림픽처럼 장애 정도에 따라 같은 종목도 등급을 나눠 경기를 치른다. 16회를 맞은 이번 대회에는 전 세계 190개국에서 선수 약 7000명이 참가했다.
이은서는 선천적인 지적장애(3급)로 이해력이 부족하다. 지난겨울 눈길에 미끄러지면서 오른쪽 발목을 접질려 한 달 동안 깁스를 했던 이은서는 완치 후 거의 반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다리를 절뚝이며 걷는다. “이제는 똑바로 걸어도 된다”고 아무리 설명해도 소용이 없다. 보통 지능지수(IQ)가 50∼70 일 때 지적장애 3급 판정을 받는다.
하지만 경기장 안에서는 이해력이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은서는 지난해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서 한국신기록을 3개나 세우며 2년 연속 3관왕에 올랐고, 이번 스페셜올림픽에서도 2위보다 총 67.5kg을 더 들었다. 국가대표팀에서도 이은서를 지도하고 있는 황 감독은 “학창 시절에는 내성적이었던 은서가 관중들 박수 소리를 들으면서 자신감을 키웠다. 이제는 지도자가 요구하지 않아도 ‘다음에는 1kg을 더 들겠다’며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고 전했다.
강동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