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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크 DNA
네사 캐리 지음 | 이충호 옮김
해나무
2018년 01월 10일 출간
“정크 DNA는 정크가 아니다”
인간의 복잡성을 설명해주는 ‘정크 DNA’
최신 유전학에 대해 알고 싶은 이들을 위한 탁월한 입문서
“자동차 공장을 방문한다고 상상해보라. 여러분은 페라리처럼 고급 승용차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보고 싶어서 공장을 방문했다. 그런데 실제로 멋진 빨간색 스포츠카를 만드는 사람은 2명뿐인 반면,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빈둥거리는 사람이 98명이라는 걸 본다면, 깜짝 놀랄 것이다. 이것은 그야말로 말도 안 되는 상황인데, 그렇다면 우리 유전체에서는 이와 같은 일이 일어나도 괜찮단 말인가? … 자동차 공장 비유에서 더 그럴듯한 시나리오는 실제로 자동차를 조립하는 사람은 2명이고, 나머지 98명은 전체 작업이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나머지 온갖 일을 처리하는 상황이다. 즉, 자금을 조달하거나 회계를 처리하거나 제품을 홍보하거나 지불 수당을 처리하거나 화장실을 청소하거나 자동차를 판매하는 등 온갖 일들을 처리한다. 아마도 이것이 우리 유전체에서 정크 DNA가 담당하는 역할을 더 그럴듯하게 나타낸 모형일 것이다.”_ 본문 중에서
정크 DNA, 아무것도 아닌 것이 아니었다!
쓰레기, 잡동사니, 잉여 취급을 받던 ‘정크 DNA’의 대반전
DNA의 98%를 차지하는 정크 DNA, 과연 무슨 일을 할까? 생명과학자 네사 캐리의 『정크 DNA』(원제 : Junk DNA)는 쓰레기, 잡동사니, 잉여 취급을 받았던 정크 DNA의 놀라운 기능을 상세하게 알려주는 교양 생물학 도서다.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고 손상된 DNA를 복구하고 단백질 생산을 돕는 등 정크 DNA의 다양한 기능을 낱낱이 소개한다. 정크 DNA는 결코 ‘정크’가 아니라는 것. 생명과학 분야의 최신 연구 동향을 설명하면서, 적절한 비유를 활용해 정크 DNA의 A부터 Z까지 차근차근 풀어내는 게 특징이다.
이 책에서 ‘정크 DNA’는 ‘단백질을 암호화하지 않는 DNA’를 뜻한다. 2001년 인간의 유전체(게놈) 서열 초안이 발표된 이후, 과학자들은 30억 쌍의 염기로 이뤄진 유전체 가운데 단백질을 암호화하는 ‘유전자’는 약 2만여 개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단백질을 암호화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에 과학자들은 단백질을 암호화하지 않는 부분을 ‘쓸모없는 것’, ‘정크(쓰레기)’로 간주하면서 정크 DNA를 대놓고 무시했다.
그러면 정말로 인간 유전물질의 98%가 아무 짝에도 쓸모없고, 단 2%만 중요한 것일까? 그러면 인간에게는 정크 DNA가 왜 그토록 많은 것일까?
저자는 이 같은 상황을 ‘자동차 조립’이라는 비유를 활용해 설명한다. 자동차를 조립하는 사람이 2명일지라도 실제로 자동차가 만들어지려면 부품 주문, 자금 조달, 회계 처리, 청소 등 98명의 지원을 받는 것처럼, 정크 DNA도 잘 드러나지 않게 중요한 기능을 수행한다고 말이다.
실제로, 인간의 유전체에 대한 연구가 하나둘씩 진척됨에 따라, 이러한 ‘단백질 암호화 유전자’ 중심의 관점에 큰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정크 지역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의 질병 사례들이 속속 보고되었고, 이 사례들은 정크 DNA가 중요한 기능을 한다는 사실을 시사했다.
지금까지 알려진 것만 따져 봐도, 정크 DNA는 결코 ‘정크’가 아니다. 정크 DNA는 유전자 발현 조절, DNA 손상 복구, 단백질 생산, 단백질 운반 등 굉장히 다양한 과정에 관여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인간의 복잡성을 설명해주는 핵심 지역으로 주목받는 중이다.
인간에게 정크 DNA는 왜 이토록 많은 걸까?
정크 DNA의 염기 서열 오류는 어떤 질환을 낳을까?
어떻게 정크 DNA는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걸까?
그렇다면 정크 DNA는 도대체 어떠한 방식으로 유전자 발현 조절, DNA 손상 복구, 단백질 운반 등등의 기능을 수행하는 것일까?
가령, HOX 유전자의 경우를 보자. 과학자들은 HOX 유전자 지역에서 특정 ‘긴 비암호화 RNA(단백질을 암호화하지 않는 분자, lncRNA)’의 발현을 감소시켰는데, 이로 인해 닭의 사지 발달이 제대로 일어나지 않는 것을 확인했다. 생쥐에게서는 척추와 손목뼈에 기형이 생겼다. 이는 정크 지역에서 발현된 긴 비암호화 RNA가 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연구 결과, 긴 비암호화 RNA 중 90% 이상이 단백질 암호화 유전자의 발현을 직간접적으로 제어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정크 DNA는 DNA 손상을 복구하는 데에도 관여한다. 염색체의 말단에는 ‘텔로미어’가 있는데, 이 텔로미어는 정크 DNA와 단백질 복합체로 만들어진다. 세포 분열이 일어날 때마다 ‘텔로미어’가 짧아지며, 텔로머레이즈 시스템은 염색체 양 끝에 새로운 TTAGGG 모티프를 추가함으로써 정크 DNA 부분을 복구한다. 그리고 이 반복 정크 DNA가 임계 수준 아래로 줄어들면 염색체 말단에 보호 단백질이 충분히 많이 들러붙지 못하게 되고, 이러한 텔로미어의 길이 단축은 세포의 노화를 촉진한다. 반대로, 텔로미어 길이를 늘리면 세포가 노화를 건너뛰어 끝없이 성장한다. 암세포의 경우는 텔로머레이스 활동을 높은 수준으로 발현해 긴 텔로미어를 갖는데, 이는 종양의 공격적 성장과 증식을 촉진한다.
정크 DNA는 세포 분열이 이뤄질 때에도 필수적인 요소로 활용된다. 세포 분열은 수백 가지 단백질의 정교한 협력을 통해 이뤄지는 과정인데, ‘동원체’라는 정크 DNA 지역에 크게 의존한다. 구체적으로 보면, 염색체들을 반대쪽 극으로 잡아당기는 방추체는 CENP-A 단백질에 들러붙는다. 그리고 이 CENP-A 단백질은 염색체의 동원체에 들러붙어 있다. 즉 동원체는 CENP-A와 관련 단백질들이 들러붙는 ‘부착 지점’ 역할을 하는 것이다. 마치 세포 한쪽 끝에 서 있는 스파이더맨이 염색체를 향해 거미줄을 던질 때, 거미줄이 들러붙는 곳이 바로 동원체와 일체화된 CENP-A 단백질인 상황과 같다. 그래서 동원체 활동 오작동 등으로 염색체 분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세염색체증 등이 발생할 수 있다. 대표적인 질병으로는 다운 증후군, 에드워드 증후군, 파타우 증후군 등이 있다.
사실, 정크 DNA를 먼 곳에서 찾을 필요도 없다. 단백질 생산 공장인 리보솜은 mRNA 정보로 단백질 분자를 만드는 곳이다. 리보솜은 전체 구조에서 리보솜 RNA(rRNA)가 60%, 단백질이 40%를 차지한다. rRNA는 한 아미노산의 끝부분을 다음 아미노산의 시작 부분과 연결시키는 화학 반응을 수행해 단백질 사슬을 만든다. 즉 rRNA는 단백질을 암호화하지 않는 RNA이면서도 효소 기능을 가지는 분자라고 할 수 있다. 더욱이 우리 몸속에는 단백질을 암호화하지 않으면서도 아미노산을 리보솜으로 ‘운반’하는 tRNA도 있다.
X염색체가 2개 있을 때, 1개의 X염색체를 비활성화시키는 데에도 정크 DNA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이는 XX 염색체를 가지고 있는 모든 여성에게 해당되는 일이다. 비활성화된 1개의 X염색체에 Xist RNA가 발현되어 활동하는데, 이 Xist RNA는 단백질을 일절 암호화하지 않는다. 즉 Xist RNA는 단백질 생산에 기여하지 않는, 나름의 기능을 가진 RNA 분자인 것이다. Xist RNA는 비활성 X 염색체에 들러붙은 뒤 점점 퍼져 나가 비활성 X 염색체를 뒤덮는다. 이러한 X 비활성화는 정크 DNA에 완전히 의존해 일어난다.
단백질 암호화 유전자가 시작되는 부분에 있는 ‘프로모터’도 정크 지역이다. 프로모터에 전사 인자가 달라붙으면 mRNA가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그러면 프로모터에 문제가 생길 때 어떤 일이 벌어질까? 버킷 림프종이라는 질환은 14번 염색체에 있는 강한 프로모터가 8번 염색체의 한 유전자로 옮겨가는 바람에 나타나는 질환이다. 그런데 하필 프로모터가 옮겨간 유전자가 세포 증식 속도를 높이는 단백질을 암호화하는 유전자여서 심각한 질환을 일으킨다. 프로모터의 세기는 제각각 다르며, 강한 프로모터는 매우 공격적으로 유전자의 스위치를 켜서 mRNA 복제본을 더 많이 만든다.
정크 지역에서, 단 하나의 염기쌍의 변화로 심각한 결과를 낳는 경우도 있다. 정크 DNA 지역에 있는 단 하나의 염기가 C 대신 G로 변하는 오류가 생기면 손가락이 하나 더 달린 채로 태어난다. 전전뇌증의 경우는 정크 지역에서 하나의 염기 C가 T로 변함에 따라 필요한 유전자가 적절하게 발현되지 않아 발병한다.
또 다른 예로 취약뼈 질환은 mRNA에서 단백질로 번역되지 않는 ‘비번역 지역’의 염기 C가 T로 바뀌는 경우에 해당하는데, 정상 DNA 서열이 ACG에서 ATG로 변함에 따라 리보솜이 단백질 사슬을 너무 일찍 만들어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다. 정상 단백질이 시작하는 부분에 여분의 아미노산 5개가 덧붙게 되어 골격에 결함이 생기는 것이다.
정크로 언급되는 것 가운데, 염기가 20~23개에 불과할 정도로 작지만 유전자 발현에 미세한 방식으로 영향을 미치는 ‘작은 RNA(microRNA, siRNA 등의 small RNA)’들도 있다. 이들 작은 RNA는 mRNA를 파괴하거나, 리보솜이 mRNA 서열을 단백질로 번역하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 이 결과로, 특정 mRNA로부터 만들어지는 단백질의 양이 줄어든다.
이처럼 정크 DNA는 유전자 발현 조절, RNA 암호화, 세포 분열, 암, 유전 질환, 노화에 이르기까지, 정크 DNA가 관여하지 않는 곳이 없는데다 생명 현상의 한복판에서 매우 복잡하고 미묘한 방식으로 기능한다.
게다가 유전자 발현 네트워크를 조절하는 데 관여한다고 의심되는 정크 DNA 지역은 수천, 수만 개나 된다. 이것들의 복잡성은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이다. 그만큼 복잡한 방식으로 작용한다. 저자는 이를 연극 대본의 지문으로 비유해서 설명하는데, 그에 따르면 유전자 대본의 지문은 실제 연극 대본의 지문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 저자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곰에 쫓기며 퇴장한다.’처럼 단순한 지문은 꿈도 꾸지 마라. 그것은 ‘만약 밴쿠버에서 [햄릿]을 공연하고, 퍼스에서 [템페스트]를 공연한다면, [맥베스]의 이 대사는 네 번째 음절에 강세를 주어 발음하라. 단, 케냐의 몸바사에서 아마추어들이 [리처드 3세]를 공연하는 동시에 에콰도르의 키토에 비가 내리는 것이 아니라면.’과 같은 지문에 더 가깝다.”
지금, 정크 DNA는 새로운 발견이 쏟아지는 생물학계의 금광이다. 과학자들은 정크 DNA 연구가 ‘인간이 지닌 복잡성’의 수수께끼를 푸는 데 실마리를 제공할 뿐 아니라, 다양한 질병을 치료하는 데에도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해외 추천사]
매력적이고 유익하고 유머가 넘친다. 이 책은 많은 독자에게 흥미로운 책이 될 것이다.
_섀런 덴트(미국 텍사스 대학 MD 앤더슨 암센터 교수)
캐리는 두 가지 사실을 분명히 한다. 하나는 우리의 이해가 잠정적이고 계속 발전하고 있다는 사실이고, 다른 하나는 염색체의 기능이 그 어떤 사람이 생각한 것보다 훨씬 복잡하다는 사실이다.
_퍼블리셔스 위클리
『정크 DNA』는 새로운 발견이 속속 이뤄지고 갈수록 신비로움이 커지는 유전체 정보를 광범위하게 소개하는 안내서이다.
_뉴 사이언티스트
일반인을 위해 이 분야의 전체적 개관을 소개한 최초의 책. 저자는 정크 DNA가 기초과학과 응용과학에서 어떠한 의미를 지니는지 아주 잘 알고 있다. 저자는 비유를 능수능란하게 사용함으로써 복잡한 생화학을 비전문가도 이해할 수 있는 이미지로 바꾸어 소개한다.
_더 쿼털리 리뷰 오브 바이올로지
“자기 분야에 대한 캐리의 열정은 전염성이 있다…. 생물학 핫 이슈에 관한 아주 훌륭한 안내서” _더 레지스터
“유머와 함께 필요한 정보를 잘 정리해서 소개해주는 책. 복잡한 주제를 아주 훌륭하게 일반 독자에게 설명해준다.”
_라이브러리 저널
“『정크 DNA』는 아주 훌륭한 입문서이다.”
_더 사이언티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