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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행복한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들 원문보기 글쓴이: 늘행복지기
한번쯤 돌아보는 부모의 역할에 대하여 |
자식의 일에 자식보다 더 마음고생 하며 기자회견을 했던 중견가수의 모습이 한동안 언론에 오르내렸었다. 특별공채를 실시해 뽑은 단 한 자리에 현직 장관의 딸이 뽑힌 특혜 논란 또한 연일 입방아에 올랐다. 부모로 사는 내 모습은 어떠한지, 앞으로 나는 어떤 부모가 될 것인지 다시금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는 이들이 많다. 힘든 부모 역할, 사회가 만든 것? 중고교 시절부터 부모의 원격조종을 받아온 탓일까? 성인이 되어서도 부모로부터 받는 걸 너무도 당연시 하는 요즘 젊은이들. 아마도 부모의 그늘 안에서 미래까지도 해결하고자 하는 '바라는' 자식 이전에 먼저 '건네주는' 부모가 있지 않을까.
"요즘 대학생들은 부모가 서울에 중소형 아파트까지 장만해 결혼시켜주는 것을 당연한 걸로 알고 있더군요." 대학생을 대상으로 인턴사원 면접을 봤던 면접 담당자의 소감은 이랬다.
물론 자식에게 경제적으로든 환경적인 것이든 줄 수 있는 최대한을 주는 것을 부모의 마땅한 역할이라 여기는 것이 손가락질 받을 일은 결코 아닐 것이다. 부모로서도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사회가 더 잘 알 터.
중고생 자녀를 둔 김연주 씨(44)는 "우리가 살아온 사회 구조가 그래왔다. 그 안에서 힘들게 자수성가한 베이비붐 세대라면 누구나 기득권에 대한 선망이 있을 것"이라 말한다. 그러니 최소한 '중산층'은 확보하고 시작해야 자식 세대는 물론 손주 세대까지도 사회에서 소외되지 않을 거란 생각이다.
요즘 창업 정보를 알아보고 있는 이선영 씨(45)는 "내가 성공해서 자식이 내가 하던 일을 이어서 할 수 있다면 좋겠다. 심각한 취업난 속에서 힘들어하는 구직자들을 보면 이제 일자리마저 부모가 만들어줘야 하는 건 아닌가 싶다"고 했다.
또 중3 자녀를 둔 정은선(가명, 46) 씨는 "입시만 봐도 태생이 평생을 좌우한다는 허탈함이 든다"며 "해외파 자녀들은 외고에 쉽게 입학하고, 수학 공부 안하고 외국어 하나로 대학까지 수월하게 들어간다. 그런 제도를 탓하기 전 내 자식한테는 그런 쉬운 길을 만들어 주지 못한 게 미안하기까지 하다"고 했다.
아이의 삶을 대신 살아주는 건 아닐까?
"중간고사 전이면 신입생의 어머니들한테서 전화가 많이 옵니다. 시험이 어떤 식으로 나오는지, 시험 준비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알려달라는 게 용건이죠."
명문대 학과사무실에서 일하는 어느 조교의 말이다. 엄마가 대학 수강신청을 대신 해준다는 말도 있는 그대로의 사실이라고 했다. 학원을 선택해주고, 학습 자료를 뽑아 대령하고, 학습 스케줄을 짜줬던 중고생 시절의 매니저 역할 그대로 대학에 가서까지도 여전한 엄마들. 대학 졸업을 앞두고는 취업 원서 쓸 곳을 리스트업해 주기적으로 전해주는 역할까지 엄마 몫으로 남아있다고들 한다.
하지만 이 정도의 역할을 하지 않는 엄마가 오히려 '직무유기'에 해당한다는 게 요즘 세태. 갈수록 엄마 역할 범위가 넓어만지는 것은 "어려서부터 일찌감치 계급이 나뉘어지기 때문"일 거라는 게 정현주 씨(39) 생각이다. "유치원부터 고액의 영어유치원이 등장했고, 사립초등학교에 국제중, 특목고까지 소위 말하는 엘리트 코스가 명백해진 상황이다. 누구라도 제자식은 시작부터 달리해주고 싶어하는데, 그 정보력과 경제력은 부모만이 뒷받침해줄 수 있다. 이렇게 부모의 후광으로 성장한 아이들에게 일순간 자립을 강요하는 것은 무리가 아닐까?"
아이 스스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시기부터 부모들은 아이를 치장한다. 사립초등학교에 자녀를 보낸 박민서 씨(가명, 45)는 "부모들이 들이는 공이 상상 이상"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간혹 부모들이 자신의 삶을 사는 것인지 아이의 삶을 대신 살아주는 것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부모 역할, 성장기부터 일관성을 보여야
외국생활 3년 후 귀국해 올해 2학년 자녀를 공립초등학교에 보낸 정민아 씨(46)는 요즘 부적응의 연속이다. "아이들 축구팀 연습을 하는데 엄마들이 일일이 쫓아다니며 간식 챙겨주는 걸 보고 놀랐다. 정작 아이들은 무질서하게 놀고, 엄마들은 아이가 싸움을 하든 쓰레기를 버리든 관심도 없다. 아이를 위한 일정이 아니라 엄마들이 모여 수다를 떨기 위한 시간 같았다." 교육은 없고 열의만 앞서는 엄마들 움직임이 씁쓸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이가 어릴수록 부모는 아이의 손을 놓기가 힘들다. 2년 전 전문직을 그만두고 전업엄마를 택한 최승미 씨(39)는 "일도 하지 않는데 엄마 노릇이라도 제대로 해보자는 오기가 발동하는 게 사실이다. 내가 전력을 기울일 대상이 아이밖에 없으니 아이만큼은 최고의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생각마저 든다"고 했다. 아이와 별개라고 생각은 하면서도 대리만족에서 오는 성취감을 져버리기 힘들다는 것이다.
일찌감치 독립심을 강조해 양육해온 정선진 씨(43)는 10살이 넘은 지금도 엄마가 없으면 아무 것도 못하는 아이들을 보기 답답하다. "아이끼리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엄마들이 나서고, 아이에게 매사를 지시하는 모습도 본다. 스스로 하는 방법은 알지 못한 채 누군가 떠먹여준 밥만 받아먹고 자라는 아이들의 정서가 어떨지 걱정된다."
중고생 자녀를 둔 채수정 씨(45)가 요즘 나름대로 내린 결론은 "부모란 필요할 때 흑기사처럼 나타나주는 존재"다. "고위직의 자녀 특혜를 욕하지만 평범한 부모들도 만일 그 자리에 간다면 그런 욕심이 들 것 같다. 내 아이가 내게 의지한다면 그것이 물질적인 배경이 아닌 마음으로 의지할 수 있는 기둥이 되었으면 한다." 부모는 매니저도 선생님도 아닌 '조력자'가 되어주는 게 정답인 것 같다는 얘기다.
문용린 교수(서울대 교육학과)는 저서 <부모들이 반드시 기억해야 할 쓴소리>에서 '부모의 역할은 아이가 뭘 좋아하는지, 어떤 일을 할 때 행복해 하는지를 알고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주는 것'이라 했다. 아이가 좋아하는 걸 잘하게 해주는 게 가장 좋은 교육이라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아이의 장점은 뭔지, 남들보다 뛰어난 점이 뭔지 알아차리고 재능을 발견할 수 있게 돕는 것이 부모로서의 첫걸음이라고.
부모의 역할은 자녀가 몇 명이든, 몇 년차 부모이든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뭐든 다 해줘야 한다는 의무감에 부모가 먼저 지쳐 그 역할을 놔버리고 싶은 순간이 올 지도 모른다. 자녀가 독립적인 개체로서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해 바람직한 부모의 역할이 무엇일지, 속시원한 정답을 찾지는 못하더라도 나름의 가치관을 정립해보면 좋겠다.
글, 사진ㅣ위민기자 주윤미
출처 : 여성가족부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