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국회에서는 투자를 늘리기 위하여 법인세를 낮추어야 한다는 주장과 법인세를 낮춰도 투자가 늘어나지는 않으니 재원 마련을 위하여 법인세를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대립된다. 그런데 이 논쟁을 볼 때마다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법인(주식회사)은 주주가 주인이므로 최종적으로 주주에게 분배되는 이익이 늘어나야 주주가 투자하기로 결정할 텐데, 왜 단순히 법인세를 낮추려고만 하고 주주에게 배당될 때 부과되는 소득세를 함께 낮추려고 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우선 법인세부터 세율이 낮은 나라에서 높은 나라 순서로 한국이 OECD 36개 회원국 중 몇 위를 하는지 살펴보자. 우리나라 법인세 최고세율인 27.5%(지방세 포함) 대신 중소·중견기업에 해당하는 과세표준 2억원 초과 200억원 이하에 적용되는 22%로 비교해보면 15위로 중간은 된다. 그런데 법인세와 배당소득세를 합친 세율은 52.56%로 32위로 떨어진다. 최근 발표된 세제개편안에 따라 소득세가 46.2%에서 49.5%로 오르는 것을 반영하면, 법인+배당소득 세율은 55.42%로 35위가 된다. 기업활동으로 주주가 부담하는 총세부담이 OECD 2위인 셈이다.
여기서 50%가 넘었는지는 심리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돈을 벌었는데 50%가 넘게 세금이면, 누구든 그런 상황은 피하고 싶어진다. 근본적으로는 세금부담이 작은 다른 나라로 가서 사업을 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
가까운 싱가포르는 법인세 17%만 내면 배당 시 소득세는 없고 상속세도 없다. 다른 나라로 가지 못하면 어떤 행태를 보일까? 우선 투자해서 돈을 벌어도 세금을 빼면 남는 돈이 절반도 안 되므로 투자를 꺼릴 수밖에 없다. 돈을 벌어도 번 돈을 배당하지 않고 법인에 남겨둔 채 법인으로부터 누릴 수 있는 각종 부가혜택을 누리려고 할 것이다. 이 혜택은 당연히 대주주 몫이고 소액주주는 소외된다.
다른 나라들은 어떻게 할까? 호주는 법인세가 30%이고 소득세는 47%로 둘 다 우리나라 현행 세율보다 높지만, 그 합은 47%로 우리나라 52.56%보다 낮다. 호주는 주주가 배당받을 때 내는 소득세에서 법인이 납부한 세금을 모두 세액공제해주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주주 입장에서 법인세를 절세하거나 탈세할 필요가 없어진다. 법인세를 줄일수록 개인이 부담하는 소득세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미국의 법인+배당소득세 47.47%는 우리나라보다 이미 낮지만, 법인세는 내지 않고 소득세 43.7%만 내는 제도(파트너십, S법인)가 활성화되어 법인세를 내는 사업자 비율이 순이익 기준 27%에 불과하다. 배당에 대하여 낮은 우대세율을 적용하는 등의 방법으로 법인+배당소득 세율이 소득세율보다 낮은 나라가 OECD 36개국 중 18개국이나 되고 양자가 같은 나라가 3개국이다. 소득세율이 50% 이상인 나라는 13개국이나 되지만 법인+배당소득 세율이 50% 이상인 나라는 7개국이다. 자본은 노동에 비하여 국가 간 이동이 용이해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법인+배당소득 세율을 낮추면, 법인세를 투자를 늘리기 위해서 낮춰야 하는지, 재원 마련을 위해서 올려야 하는지 논쟁할 필요도 줄어든다. 법인+배당소득 세율 52.56%가 인하되어 배당이 늘어나면 종전 세금은 법인세 22%만 걷히던 것이 배당소득세까지 걷히게 되어 세수가 2배 이상 늘어나게 된다. 주주 입장에서도 세율이 인하되면 수익률 증가로 투자 결정이 늘어나 고용도 늘어나게 된다. 고용이 늘어나면 임금도 올라가는 선순환이 될 수 있다.
자료 : 매일경제 [안세준 변호사·전 조세심판원 심판관] 2020.08.17. 오전 1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