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기술탈취 피해구제 강화 입법 잇따라
연구개발비·인건비도 손해배상에 포함 추진
특허침해소송 변리사, 소속 임직원도 공동대리
중소기업 기술탈취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피해기업의 실질적인 권리구제를 확대하기 위한
법안이 국회에서 잇따라 발의되고 있다. 연구개발비와 인건비를 손해배상 범위에 포함하는
방안부터 증거 확보 지원, 특허침해소송 공동대리 허용, 분쟁조정 절차 개선까지 기술보호
제도를 전반적으로 손질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윤준병 의원 "연구개발비·인건비도 손해배상 반영“
기술유용행위 위탁기업에 최대 50억 원의 과징금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중소기업 기술에 대한 대기업 등의 기술탈취를 방지하고 피해기업
의 실질적인 권리구제를 보장하기 위한 「중소기업 기술보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행법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수탁·위탁거래 과정에서 기술유용행
위를 금지하는 등 다양한 보호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대기업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중소기업의 핵심기술을 탈취하거나 모방하는 사례가 여전히 발생하고 있으며, 피해기업은
손해액 입증이 어려워 충분한 배상을 받지 못한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개정안은 기술탈취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동시에 중소기업이 기술 개발과 확보를 위해
투입한 연구개발비와 인건비 등을 손해배상 산정에 반영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기술유용행위를 한 위탁기업에 대해 최대 5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법원이 손해배상액을 산정할 때 피해기업의 기술개발 비용과 위반행위에
따른 과징금 부과 정도 등을 함께 고려하도록 명시했다.
정동만 의원 "기술탈취 소송, 사건기록 송부 의무화“
지난 1월에는 정동만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현행법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수탁·위탁거래 실태를 조사하고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으며, 기술탈취 손해배상 소송이 제기될 경우 법원이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게 사건기록
송부를 요청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기술탈취 사건에서는 침해 여부를 판단할 기술자료와 거래자료 대부분이 가해기업이나
제3자가 보유하고 있어 피해기업이 증거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특히 장관이 법원의 사건기록 송부 요구에 반드시 응해야 한다는 강행 규정이 없어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었다.
개정안은 법원이 사건기록 송부를 요구할 경우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이에 반드시 응하도록 의무화했다. 이를 통해 피해기업의 입증 부담을 줄이고 법원의
증거 확보 기능을 강화할 수 있다.
김정호 의원 "변리사 공동대리 허용 등 제도개혁 필요“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책자료집을 통해 기술분쟁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했다.
자료에 따르면 기술자산 분쟁을 경험한 기업 가운데 83.3%가 소송을 포기한 경험이 있으며,
기술침해 소송을 진행한 기업의 73%는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증거수집의 어려움'을 꼽았다.
또 한 승소하더라도 법원이 인정한 손해배상액은 기업이 청구한 평균 9억 원의 17.5% 수준인
약 1억4천만 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의원은 기술침해 관련 증거 대부분이 가해기업 내부에 존재하는 만큼 피해기업의 증거
확보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한 현행 제도에서는 특허침해소송의 소송대리인이
변호사로 제한돼 있어 고도의 기술적 쟁점을 재판부에 충분히 설명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변호사와 변리사가 특허침해소송을 공동으로 대리할 수 있도록 하는 변리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와 함께 ▲한국형 증거개시제도 도입 ▲변리사의 특허침해소송
공동대리 허용 ▲기술판사 제도 도입 등을 핵심 제도개선 과제로 제시했다.
오세희 의원 "전문가 현장조사·손해액 평가 도입“
오세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술탈취 소송에서 가장 큰 장애물은 기술탈취 사실 입증과
손해액 산정이라고 지적했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특허를 보유한 중소기업의 10.7%가 기술탈취 피해를 경험했으
며, 피해기업의 43.8%는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대응하지 않은 이유로는
78.7%가 '기술탈취 피해 입증의 어려움'을 꼽았다.
또 한 피해 회복을 위해 가장 필요한 정책으로는 '정부의 기술탈취 피해사실 입증 지원'(70.6%)이
가장 많이 선택됐고, 이어 '징벌적 손해배상 강화'(23.5%)가 뒤를 이었다.
오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미국의 디스커버리(Discovery) 제도와 독일의 전문가 조사
(Inspection) 제도를 참고해 전문가 현장조사 절차를 도입하고, 법원이 기술·발명 평가기관을
활용해 손해액을 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박성훈 의원 "기술분쟁 대리인 자격 법률로 명문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성훈 의원은 중소기업 기술분쟁 조정·중재 과정에서 당사자의
방어권을 강화하기 위한 「중소기업 기술보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행법은 기술침해 사건의 신속한 해결을 위해 조정 및 중재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대리인
자격은 중소벤처기업부 고시로만 규정돼 있어 법적 안정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특히 자금 여력이 부족한 영세 중소기업은 변호사를 선임하기 어려워 임직원이나 가족이
대신 절차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에 대한 법적 근거가 미흡했다.
개정안은 대리인 선임 규정을 법률에 직접 명시해 변호사 외에도 배우자, 직계혈족, 형제·자매,
소속 임직원을 대리인으로 선임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선임된 대리인이 사건에 관한 모든
절차를 수행할 수 있도록 권한을 보장하고, 당사자가 여러 명인 경우 대표자 1인을 선정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했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법무팀이나 고문변호사가 없는 영세 중소기업도 보다 쉽게 가족이나
임직원을 대리인으로 선임해 기술분쟁 절차를 진행할 수 있어 제도 활용도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가 기술보호 제도 전반에 대한 손질에 나서 피해기업 권리구제를 강화하고 있다.
기술탈취 피해기업의 입증 부담을 줄이고 손해배상 범위를 확대하는 한편, 증거 확보와 소송·분
쟁 절차를 개선하기 위한 입법이 잇따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술탈취 사건의 특성상 증거가
대부분 가해기업에 집중돼 있는 만큼 증거 확보 제도와 전문성 강화가 함께 이뤄져야 실효성
있는 권리구제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 국정감사에서 허종식의원은 ”우리나라 화장품 수출이 100 억 달러를
돌파하며 K- 뷰티의 저력이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 며 “K- 뷰티를 이끄는 것은 중소기업이
지만 이들의 기술과 디자인이 대형 기업에 의해 무단으로 모방되고 있다 ” 고 지적했다.
질의 현장에서 한성숙 장관(현 국무총리)에게 중소기업이 만든 퍼프 ( 화장용 스펀지 )
와 다이소에서 판매 중인 퍼프를 직접 비교하며 “ 생김새가 거의 동일하다 ” 며 “ 중소기업은
이 제품을 5 천 원에 팔지만 다이소는 똑같은 제품을 1 천 원에 판다 . 이런 일이 반복되면
중소기업은 버틸 수 없다 ” 고 강조한바 있다.
(환경경영신문 https://ionestop.kr// 박남식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