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터기의 산행기
의상대능선 - 고당봉 - 장군봉 - 계명봉
◎ 날짜 : 2009년 9월 5일(토) ◎ 날씨 : 맑고 더움 / 나홀로 ◎ 경로 : 상마마을 - 의상대 - 원효암 - 고당봉 - 장군봉 - 계명봉 - 계명암 - 상마마을 / 약 5시간 30분(휴식포함) ◎ 세부사항 - 13시 00분 상마마을 주차 후 출발 - 13시 35분 의상대 - 13시 45분 원효암 - 14시 23분 북문 - 14시 51분 고당봉 - 16시 00분 장군봉 - 16시 58분 사배고개 - 17시 24분 계명봉 - 18시 00분 계명암 - 18시 30분 상마마을 도착. 산행 종료
주말, 영남알프스로 달려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예기치 못한 사정으로 인해 포기하고 오후에 금정산을 한바퀴 돌아보기로 하고 집을 나섰다. 금정산은 내게 산행을 알게해 준 곳이며 지금도 먼 곳 산행이 여의치 않을 때 배낭만 울러매면 3분 이내로 산에 접어들 수 있는 가깝고도 고마운 산이다. 금정산을 갈 때는 집 뒤 계명봉으로 올라 장군봉을 거쳐 고당봉을 지난 다음 시간 사정에 따라 바로 범어사 쪽으로 하산을 하거나 원효봉, 의상봉과 4망루를 지나 안부에서 상마마을로 돌아오기도 하고 반대로 상마마을에서 습지로 올라 북문을 거쳐 장군봉으로 갔다가 청련암 쪽으로 내려오는 것이 보통이지만 오늘은 오랜만에 의상대와 원효암을 한번 가보고 싶어서 차를 상마마을 입구에 주차시켜 놓고 원효암으로 오르기로 했다. 그 동안 금정산을 수십번 오르내렸는데 종주를 제외하고는 산행 후기가 거의 없어서 기록을 한번 남겨보고 싶은 마음에서 선택한 코스였다.
< 구글지도 >
범어사 주차장에서 상마마을로 가는 길로 조금 오르면 길 양쪽에 주차할 공간이 있다. 금정산 갈땐 잘 안챙기는 GPS와 디카를 챙겨 넣고 집을 나서서 차를 주차시키고 산행을 시작.
얼마전까지 주차한 곳 바로 뒤로 철조망이 있었고 그 뒷편에 틈새(개구멍)를 통해 의상대 능선으로 올랐으나 철조망은 보이지 않았다. 예전에는 이 곳 틈새 아니면 오동나무집 뒷편으로 오르곤 했다.
얼마를 오르면 범어사 가는 길과 갈라지는 곳이 나온다. 범어사나 원효암은 오른쪽. 예전 범어사에 입장료 낼 때 이 길은 짧은 시간에 무료 입장이 가능했던 몇 곳 중 하나였다. 진행은 왼편.
왼편으로 오르자말자 바위를 지나면 오른쪽으로 능선으로 오르는 길이 시작된다. 예전에는 시그널들도 달려 있었는데 요즘은 거의 없다.
몇 분 오르지 않아 땀이 나고 조망이 트인다. 나중에 하산할 계명봉과 계명암을 한번 보고..
아래 일방통행길과 상마, 하마 마을이 보인다. 멀리 우리 동네 청룡동도 보이고...
남산봉, 밤골, 상마마을.
아기자기한 로프구간도 나오고..
원효암에서 걸어둔 듯한 설명문. '신신당부'라는 말이 눈에 박힌다.
이어지는 바위능선길. 범어사 계곡 일대를 볼 수 있는 멋진 조망이 계속된다. 오르는 도중에 다른 산객들을 몇 명 만났다. 그 동안 여러번 올랐지만 처음 있는 일이다. 철조망이 없어진 탓이 아닐까 생각.
능선을 타면서 바위를 몇 차례 오르내린 다음 갓바위 왼쪽으로 올라간다.
의상대사가 수련을 했다는 의상대에 도착. 글자는 조선시대에 누군가 새겼다고. 사진 찍는 것을 깜빡해서 2005년도 사진으로 대신..
만성암에서 즐겨오르는 매바위가 보인다.
청룡동 남산동 일대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만고 혼자 생각이지만 조용하고 공기 맑고 산 가까워서 무슨 시티니 무슨 파크 안부러운 부산 최고의 주거지라고 생각...-_-;;
철마산 거문산과 그 너머 달음산
고당봉
곧 이어 원효함 사거리. 왼편은 원효암 정문으로 가는 길이고 오른편은 후문으로 가는길. 정문으로 갔다가 후문으로 나오기로 하고 왼편으로 진행.
특이한 모양의 돌탑들. 사리탑이라고 들은 것도 같다.
맞은편 신라말 고려초에 세워졌다는 원효암 동편 3층 석탑. 천년을 이어왔다.
원효함 정문 가는 길
아기자기한 돌계단
원효암 입구
소박하고 깨끗하고 단정하며 요란하지 않은 원효암. 옛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원효암과 너무나 호화롭게 변해 버린 청련암을 혼자서 속으로 비교를 하곤 한다.
왼편엔 역시 신라말 고려초에 세워졌다는 원효암 서편 3층 석탑.
그 뒤로 가면 철문이 굳게 잠겨져 있다. 저 철문을 지나가면 상마마을에서 습지로 오르는 등로와 만날 수 있지만 항상 잠겨 있는 곳.
시원한 약수 한잔 들이키고..
언제 누가 쓴 글씨인지는 모르지만 꽤 유명한 사람이 오래전에 쓴 것은 틀림 없을 것....
추사 김정희가 썼다는 현판. 우측부터 '무량수각'이라고 읽어야 한다. 수덩이님 카페에서 배운 사실들..
예전에는 원효암 후문을 나와서 왼쪽으로 좀 가면 북문으로 바로 오를 수 있는 등로가 있었지만 지금은 이렇게 철조망으로 막혀있다. 사람 왕래가 없어서 나뭇잎들이 수북하게 쌓여있다.
작년 6월에 처음 본 철조망 사진. 아마 이때 철조망을 처음 쳤던지 남은 재료들이 옆에 보였다. 작년 이 철조망을 본 이후 북문으로 가는 거리가 길어져서 의상대 능선과 원효암을 거의 찾지 않았다.
철조망을 뒤로 하고 원효암 사거리로 돌아와서 왼편으로 내려선다. 예전에 비해 북문까지 가는 시간이 좀 늘었다.
범어사 쪽에서 올라오는 길에 있는 입구. 여기에서 북문으로 오른다.
범어사 계곡에서 북문으르는 길과 만남.
북문에 도착 다 되어 갈 때 쯤 출입통제를 한 팻말 뒤로 가서 원효암 뒤쪽으로 들락거리던 철문의 상태를 확인해본다. 물론 예전에는 문을 밀면 열리도록 되어 있었는데 이제는 자전거 도난 방지용 열쇠로 철저히 잠궈놨다.
북문 근처에서는 화장실 공사 중
북문
날씨가 더워서 북문에서 고당봉 오르는데 힘이 들었다. 고당샘 근처에서는 등산로 정비 작업 중이라 우측으로 돌아서 고당봉으로 오르니 목재로 전망대를 만들어 놨다.
주말이라 고당봉엔 사람이 많았다.
사람들은 새 전망대에서 구경하면서 감탄을 연발..
물금과 오봉산, 토곡산 방향... 오봉산 토곡산 종주를 해가 길 때 한번 다녀와야 하는데.. 항상 미루다가 겨울이 되면 포기한지 벌써 4년째.
원효봉, 의상봉으로 이어지는 주 능선.
장군봉으로 가기 위해 늘 이용하는 북쪽 길로 내려왔으나 목책으로 막아서 동쪽 능선으로 내려온다. 고당봉에 십수번 올라왔지만 이 능선으로 내려오긴 처음.
계명봉과 그 너머 철마산 백운산 거문산 달음산
고당봉에서 하산할 때 항상 이용했던 북쪽 길은 이제 사용을 못할 모양..
제법 키 큰 억새가 보였지만 예년에 비해서 듬성듬성한듯..
고당봉을 배경으로 억새를 바라보고..
철탑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을 가다보면 물금과 낙동강을 배경으로 멋진 바위가 보인다. 이름이 있는 바위인 듯 한데 알 수가 없다. 왼편 바위 아래쪽에서는 남녀산객들이 좀 아슬아슬한 위치에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장군봉과 장군평. 왼쪽 제 2장군봉이 더 높아보이지만 GPS로 직접 재어본 결과 장군봉이 몇 m더 높았다. 그 너머는 아직 한번도 안가본 천성산.
미륵불 갈림길을 지나서 장군봉 가는 길은 그늘지고 평탄하고 넓어서 산책하기에 정말 좋은 길..
'준·희' 시그널의 주인공 되는 분이 조성했다는 장군봉 약수터를 지난다.
장군봉 도착. 장군봉도 오랜만.
장군봉에서 바라본 장군평..신불평원이나 사자평에 비할까마는 우리 동네에서 빠른 길로 한 시간거리에 억새를 볼 수 있는 고마운 곳.
장군봉에서 본 고당봉
반짝이는 낙동강
장군평을 지나서 본 장군봉. 올해는 비도 충분히 왔는데 저온 현상 탓인지 억새가 밀도도 낮고 키도 작다.
사배고개로 하산하기 전 720봉
오늘 가야할 금정산 북부 3봉의 마지막인 계명봉. 포토샵 잘하면 철탑을 없애보고 싶다.
사배고개 도착. 계명봉으로 출발..사배고개 고도가 약 400m이고 계명봉이 600m쯤 되니 고작 200m를 오르지만 가파른 능선 때문에 땀이 줄줄 흘렀다. 아침 겸 점심 먹고 난 후 아무것도 먹지 못해서 생긴 배고픔으로 힘이 더 들었다.
땀투성이가 된채 계명봉 도착..한 때 정상비가 있던 곳엔 큰 돌탑이 있었는데..3년 전쯤 돌탑이 없어지고나서 얼마간 썰렁한채로 있다가 저 정상비가 세워졌다. 여기서 염소 떼도 목격했고 언젠가는 몇 명의 개신교인들이 범어사 쪽에 들리라는 듯이 큰 소리로 찬송을 하고 통성기도를 하는 것을 직접 목격한 적도 있었다. 이래저래 추억이 많은 곳이다.
조망이 좋지 않은 계명봉에서 계명암 쪽으로 몇 분을 가면 조망이 탁 터지는 바위가 있다.
덕계 기장 방면
범어사와 주능선이 보이고 의상대 능선도 보인다.
전망바위에서 경동아파트 쪽으로 가지 않고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계명암이 나타난다.
계명암 뒤편에는 대마도와 관련된 탑이 있다. 일본넘들이 대마도가 지네 모양이라서 수탉(암탉?) 바위를 없애서 바위 대신에 세운 탑이라고 들은 것 같다.
법당안에는 절을 하고 있는 신도가 보였다.
얼핏보면 성모마리아랑 닮은 불상..간다라 미술의 영향인가...ㅋㅋ
시멘트 계단길을 내려오면 내원암 청련암과 만나고..
정문을 나와서...
약 6시 30분에 주차한 곳으로 돌아와서 산행을 종료.
약 5시간 30분 동안 10km를 걸었다. 보통 때 보다 시간이 좀 더 걸린셈.
먼곳까지 가는 번거러움 없이 쉽게 다니는 곳이라 산행후기 한 번 제대로 만들어보지 않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좀 함부로 대했다는 생각이 든다. 바쁘고 시간 없을 때 집만 나서면 갈 수 있는 금정산은 참으로 고마운 존재이다. 금정산도 집 근처를 제외하곤 아직도 안가본 곳이 많다. 앞으로 부지런히 다니면서 금정산 이곳 저곳을 좀더 자세히 알아봐야 되겠다.
< 감사합니다. 늘 즐겁고 안전한 산행을 기원드립니다.>
-끝-
|
첫댓글 적막한 까페에 일부러 다녀가신 흔적을 남기신 것 같아 주인으로서 괜히 송구합니다. 그래도 제가 잘 모르는 금정산 코스를 밝혀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예전에 한울타리님이 줄곧 가르쳐주신 의상대 코스건만 아직 한번도 밟아본 적이 없습니다. 저는 '철조망..' 운운하면 지레 피하는 편이라서..... 그런데 저곳 사정도 많이 변했군요. // 모름지기 수행의 바탕에 '정신의 청빈함'이 깔려있어야한다는 옛 선사들의 가르침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남의 인생사에 감놔라 배놔라하는 것도 천한 분별이지만, 단아하고 고즈늑한 사찰이 주는 평온함의 이유가 이에 맞닿아 있겠지요.
기왕 화려하지 않은 절집이 좋다 맞장구를 쳤으니, 과연 제 자신도 청빈한 정신을 가지고 있는 지 스스로 되물어야겠지요. 그래야 공평하니까...... 이전에는 아주 많이 그랬는데...... 나이들어 눈과 정신에 기름 때가 끼지나 않았는지...... 부끄러운 것들이 스멀스멀 살갗으로 기어나오네요.
늘 다른 분 후기들만 훔쳐 읽다가 부족한 후기 한 번 올려봤습니다. 워낙 쟁쟁한 분들이 대간과 정맥들의 후기들을 올려주시는 곳이라 동네 뒷산 산행 후기 올리기가 좀 부끄러웠습니다만 계속 훔쳐 읽는 것만 하는 것도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그런데 불심이 꽤 깊으신 산거북이님께서 원효암을 한 번 안다녀가셨다니 좀 의외입니다. 철조망이 좀 거슬리지만 가보시면 아마 마음에 들어하시리라 생각됩니다.
뭐... 운해님 대간 III 마쳤고, wonho님, 산사랑방님 대간마치고 정맥 중이니 다들 그루터기님과 같죠 뭐.... 저만해도 살살 다니면서 소일이나 하는 편이잖습니까.... 불심을 고이,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러고 보니 간혹 다니던 절구경에 그곳이 빠지긴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