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수락산 코끼리바위, 한 암벽꾼이 올라갔다
두어 마장을 지나오니 산이 모두 둥글게 품어 안아 골짜기를 이루었는데 냇물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구름과
노을과 푸른 산이 맑으면서도 깊고 밝으면서도 짙푸른데 바위 또한 이따금 그 기괴함을 드러냈다. 여러 겹으로
접혀서 아름답게 우뚝 선 것이 있으니 병풍바위(屛巖)요, 서린 듯 누워서 평평하게 펼쳐진 것은 마당바위(場巖
요, 날아가는 오리며 걸터앉은 호랑이라 하는 것이 모두 그 이름과 닮았다. 이곳을 지나면 물은 더욱 맑게 내달
리고 바위는 더욱 희게 닮았고 골짝은 더욱 깊고도 밝아진다. 비탈진 돌길은 구불구불 얽히어 산을 따라 숨었
다 나타났다 하고 물을 따라 넓게 트였다가 좁아졌다.
ⓒ 연세대학교 국학연구원 | 이지양 (역) | 2015
―― 미산 한장석(眉山 韓章錫, 1832~1894, 「수락산유람기(遊水落山記)」에서
▶ 산행일시 : 2022년 8월 13일(토), 흐리고 비
▶ 산행코스 : 상계역,불암계곡,깔딱고개,불암산,덕릉고개,도솔봉,수락산 주봉,홈통바위 우회,거문돌계곡,
천문폭포,흑석초소,배벌 버스승강장
▶ 산행시간 : 6시간 34분
▶ 산행거리 : 이정표 거리 12.2km
▶ 갈 때 : 4호선 전철 상계역에 내려 재현중학교 옆의 불암계곡 쪽으로 감
▶ 올 때 : 배벌 버스승강장에서 버스(1-8번) 타고 4호선 전철 당고개역으로 옴
▶ 구간별 시간
06 : 36 - 상계역 1번 출입구, 산행시작
06 : 52 - 불암계곡
07 : 30 - 깔딱고개
07 : 50 - 불암산(佛岩山, △509.7m)
08 : 29 - 410.5m봉
08 : 53 - 덕릉고개
09 : 36 - △372.6m봉
10 : 10 - 도솔봉(538.5m)
10 : 58 - 620m봉, 철모바위 삼거리
11 : 05 - 수락산(水落山, △640.6m)
11 : 15 - 607.9m봉, 홈통바위(기차바위) 우회
11 : 40 - ╋자 갈림길 안부, 오른쪽이 거문돌계곡, 흑석초소 가는 길
12 : 23 - 천문폭포(天門瀑布)
13 : 10 - 배벌 버스승강장, 산행종료
13 : 30 - 당고개역
2. 산행지도, 수락산 거문돌계곡 부분(국토정보지리원 지형도, 성동 1/25,000)
▶ 불암산(佛岩山, △509.7m)
악우들과 만나면 얘기의 주제는 언제나 그렇듯 산이다. 수락산에 대해 얘기하다 보면 예전에는 손맛을 짭짤하
게 보곤 했던 슬랩과 암릉이 지금은 온통 데크계단으로 덮어버려서 아무런 재미가 없다는 등, 천문폭포 또한
아는 사람이 드물어 거기서 알탕을 즐기기가 그만이었는데 지금은 대중탕으로 변해버렸다는 등 푸념일색이다.
그런데 나는 아직까지 천문폭포는 말로만 들었지 가본 적이 없어 악우들의 얘기에 소외감을 느끼기 일쑤였다.
수십 년만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늦장마가 소강상태인 오늘에야 천문폭포를 보러가자 하고 작정했다. 그
간 잦은 비로 수량이 좀 많을 것이라 폭포가 꽤 볼만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 전철을 타려고 아침밥도 거르
고 집을 나선다. 운이 좋다면 불암산 정상에 올라 운해에 잠긴 노원들판 혹은 망망대해의 고도일 도봉산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혹은 석장봉에서 일출을 배광한 불암(佛岩)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상계역 가는 전철은 나 말고
도 배낭 멘 등산객들이 많다.
상계역 1번 출입구를 나와 대로 건너서 먹자동네를 직진한다. 김밥집은 이른 아침 일하러 나가려는 손님들로
붐빈다. 재현고등학교 정문 앞에서 직진 길이 막혀 왼쪽으로 방향 튼다. 언덕바지 오르막이다. 예전에는 불암산
자락이었다. 먼발치로 보면 대로가 재현중학교 정문에 막힌 것처럼 보여도 다가가면 재현중학교 울타리 왼쪽
으로 돌아가는 소로가 있다. 약간 내려 불암계곡을 건너면 배드민턴장이 있는 근린공원이 나오고 등산안내도
와 이정표가 불암산을 자세히 안내한다.
능선 길과 계곡 길이 나뉜다. 능선 길은 불암정을 올라 석장봉 쪽으로 이어진다. 오늘은 계곡 길로 간다. 계곡
길도 능선 길 못지않게 가파른 오르막이다. 계류는 제법 큰 소리 내지르며 흐른다. 불암폭포이리라. 수렴 사이
로 계류가 암반을 훑다가 직하하는 물줄기가 보였으나 오가는 여러 사람들의 눈총을 받으며 목책을 넘기가 부
담스러워 그냥 지나친다. 못내 아쉽다. 대로가 끝나고 울퉁불퉁한 돌길 등로는 주계곡을 굽이굽이 돌아 오른다.
주계곡이 마침내 밭을 듯 보잘 것 없어지고 깔딱고개가 시작된다.
깔딱고개가 싱겁다. 긴 데크계단을 오른다. 그래도 가쁜 숨 깔딱거려 고갯마루에 오른다. 수락산과 마찬가지로
불암산도 예전에 손맛 보던 암릉과 슬랩 0.2km는 데크계단으로 덮어버렸다. 재미없다. 많은 사람들이 아침 일
찍부터 불암산을 올랐다. 그들의 슬리퍼나 맨발의 간편한 차림에 비해 에베레스트라도 오를 듯 중무장한 나의
형색이 쑥스럽다. 불암산. 삼각점은 2등이다. 성동 24, 1994 재설. 사방 연무가 가득하다. 근경조차 흐릿하다.
운해에 잠긴 노원벌판을 보려고 했던 기대는 무참히 깨졌다.
시원한 바람이 분다. 정상 바로 아래 암반에 앉아 샌드위치로 아침요기 한다. 보이는 가경이 없으니 독작하는
탁주가 입에 쓰다. 청음 김상헌(淸陰 金尙憲, 1570~1652)의 「유서산기(遊西山記)」에 보인 불암산을 실경과 견
주어 본다. ‘천지는 잠시 머물러 가는 주막인 거려(蘧廬)이고, 희서(羲舒)는 비탈길에 굴러 가는 구슬’이라는 대
목이 마음에 썩 와 닿는다. 희서(羲舒)는 해를 몬다고 하는 신인 희화(羲和)와 달을 몬다고 하는 신인 망서(望舒)
로, 세월을 뜻하는 말로 쓰인다.
“불암산(佛巖山)은 푸른빛으로 서 있는데 바라보니 손으로 움켜잡을 수 있을 것처럼 가깝게 보였다. 바위 봉우
리가 빼어나게 솟은 것이 예사로운 모습이 아니었다. 만약 왕실을 가까이에서 보익하여 동쪽의 진산(鎭山)이 되
어 서쪽과 남쪽과 북쪽의 세 산과 더불어 우뚝 솟아 있었다면, 실로 도성의 형세를 장엄하게 했을 것이다. 그러
나 멀리 서울을 수십 리 벗어난 곳에 있어 마치 거친 들판으로 달아나 있는 것처럼 보이는바, 조물주가 사물을
만든 뜻이 참으로 애석하였다.
아, 조석으로 생활하면서 아무런 생각도 없이 접하던 산을 태어난 지 45년이나 지난 오늘날에서야 비로소 한
번 올라 보았다. 천지는 잠시 머물러 가는 주막인 거려(蘧廬)이고, 희서(羲舒)는 비탈길에 굴러 가는 구슬과 같
은바, 부생(浮生)의 백년 세월은 이 우주에 잠시 몸을 의탁한 것이다. 그리하여 정처 없이 떠다니는 것이 마치
바람 속의 물거품과 같아 멀리 떠가거나 가까이 있거나 흩어지거나 모이거나 하는 것을 모두 자기 마음대로 할
수가 없다.”
(佛巖翠色。望之可挹。石峯秀拔。非尋常面目。若近輔京室。作爲東鎭。與西南北三岳共峙。則岩岩之䠨。實壯
國勢。迺遠在郊外數十里。若遯于荒野者然。天公造物之意良可惜也。噫。以朝夕起居之所常接者。生四十五
歲。始得一登。穹壤蘧廬。羲舒坂丸。浮生百年。寄形宇宙。泛泛若風中之漚。或遠或近。或散或聚。皆不能自
由。自今餘生。未知幾歲。)
ⓒ 한국고전번역원 | 정선용 (역) | 2007
3. 불암계곡, 불암계곡 오르는 대로도 상당히 가파르다
4-1. 거북바위, 깔딱고개 지나 불암산 슬랩 오르는 길에 있다
4-2. 석장봉(470m), 불암산 정상에서 내려다본 모습이다
5. 수락산, 앞은 도솔봉으로 뒤의 왼쪽은 곰봉이다
6. 석장봉과 수락산
7. 석장봉 다람쥐광장에서 바라본 불암산
8. 석장봉 암릉에서 바라본 불암산 북벽
▶ 수락산(水落山, △640.6m)
불암산 정상에서 데크계단 한 차례 뚝 떨어져 내리면 석장봉 다람쥐광장이다. 불암산의 가장 불암다운 아름다
운(?) 모습은 석장봉 암반의 끄트머리 절벽 위에서 볼 때다. 제아무리 연무가 짙어도 이 진경을 가리지는 못한
다. 불암의 옆모습(북벽)을 보려고 석장봉의 암릉을 오른다. 길지 않지만 드문 세미클라이밍 코스다. 가까이
하기에는 무척 어려운 엄격한 불암의 모습을 본다. 암릉 날등을 살금살금 내려 부드러운 주등로와 만난다.
긴 내리막은 410.5m봉에서 잠시 멈칫한다. 등로 약간 벗어난 410.5m봉을 오른다. 암봉이다. 슬랩을 한 차례 납
작 엎드려 사족보행하여 오르면 석장봉을 껴안은 불암산을 볼 수 있다. 오늘은 이나마도 연무에 가렸다.
410.5m봉을 내려 공터 지나고 가파른 내리막을 덮은 긴 데크계단을 연속하여 내리면 덕릉고개 생태이동통로
다. 덕릉고개(德陵--)는 선조(宣祖, 1552~1608)의 아버지인 덕흥대원군(德興大院君, 1530~1559)의 묘소인 덕릉
이 이 고개 동쪽에 있는 데서 유래한 이름이다.
나는 불암산과 수락산을 연계산행 할 때 늘 가장 지루하고 따분한 구간을 이 덕릉고개에서 수락산 도솔봉을 오
르기 시작하는 △372.6m봉까지를 꼽는다. 도상거리 불과 1.8km, 잰걸음 40분 남짓이지만 무척 길게 느껴진다.
깊은 굴곡의 오르내리막은 없지만 군부대 철조망을 도는 긴 길은 퍽 지루하고 낮은 고도의 바람 없는 숲속에
준동하는 모기떼와 하루살이는 성가시기 그지없다. 땀난다. 도리 없지만 상당한 인내가 필요한 구간이다.
송전탑 지나 슬랩 잠깐 오르면 널찍한 암반의 노송 그늘진 쉼터가 나온다. 국토지리정보원의 지형도에는
△372.6m봉으로 삼각점(성동 409, 1994 복구)이 있다. 전혀 산봉우리 같지 않은데 왜 삼각점을 설치했는지
의문이다. 절벽 위 암반은 명당이자 경점이다. 비록 흐릿하지만 불암산의 연봉을 한 눈에 볼 수 있고 시원한
솔바람까지 부니 탁주 맛이 각별하다. 오늘은 나 혼자서 오붓이 이 모든 것을 보배인양 보고 즐긴다.
본격적으로 도솔봉을 오르는 길이다. 도솔봉은 노원역 가는 도중에 전철 창밖으로 바라볼 때는 또 다른 첨봉의
모습이었다. 가파른 오르막이다. 그 턱 밑에서는 곧바로 치고 오르지 못하고 오른쪽 사면을 길게 돌아 오른다.
등로를 왼쪽으로 약간 벗어났지만 당연히 들른다. 가파른 바위 슬랩 기어올라 정상이다. 아담한 오석의 정상 표
지석이 있다. 나는 도솔봉에서 바라보는 수락산의 모습을 감히 수락산 제2경이라고 꼽는다. 제1경은 수락산
철모바위 아래 암봉에서 코끼리바위와 도솔봉, 불암산을 아울러 보는 경치다.
제2경에서는 가야 할 봉봉이, 제1경에서는 지나온 봉봉이 눈 감아도 선연히 떠오르는 자랑스러운 모습이다.
도솔봉을 내려 한동안 수림에 들었다가 치마바위 직등하고-그 위 좌판은 한여름 오아시스다-하강바위는 그 밑
의 왼쪽 슬랩을 돌아 넘는다. 도중에 뒤돌아보는 도솔봉과 불암산이 가경이다. 코끼리바위는 얌전히 데크계단
으로 돌아 넘는다. 이 다음 철모바위까지는 암릉을 직등한다. 배낭을 벗어놓고 둥그런 암반에 앉아 나의 수락산
제1경을 보고 또 본다.
철모바위 삼거리에서 수락산 주봉 가는 길은 여태와는 다르게 많은 등산객들이 오간다. 예전에 오르곤 했던
슬랩과 침니를 다 놔두고 데크계단 오른다. 수락산 주봉은 등산객들로 빼꼭히 찼다. 창바위 흘깃 보고 곧장
내린다. 한 피치 길게 내려 금류동계곡 갈림길 지나고 607.9m봉이다. 홈통바위(기차바위)는 밧줄이 훼손되었다
며 가지 말고 우회하라고 안내하고 있다. 밧줄이 없어도 내릴 만한데 어찌된 영문인지 궁금하다. 금줄 넘는다.
홈통바위 시작시점 슬랩까지 100m 거리다.
홈통바위에 드리웠던 밧줄을 모두 철거하였다. 홈통을 타고 내릴 법한데 잔뜩 낀 이끼가 무척 미끄러울 것 같
다. 어느 해 겨울에 홈통에 들어가서 양다리를 넓게 벌려 홈통 양벽에 제동하면서 내리기도 했다. 그러나 오늘
은 못 보는 재주할라 참는다. 뒤돌아가서 우회 길로 간다.
9. 수락산 도솔봉 오르는 길의 전망 좋은 쉼터에서 바라본 불암산
10. 도솔봉에서 바라본 수락산 중심부
11. 오른쪽부터 하강바위, 코끼리바위, 배낭바위, 오른쪽 뒤가 수락산 주봉이다
12. 내원암 뒤쪽에 있는 463.4m봉(미륵봉이라고도 한다)
13. 도솔봉, 도솔봉은 노원역 가는 전철의 창밖으로 바라볼 때가 가장 아름답다
14. 도솔봉과 불암산
15. 앞에서부터 코끼리바위, 도솔봉, 불암산, 나의 수락산 제1경이다
▶ 천문폭포(天門瀑布)
홈통바위 오른쪽 사면을 길게 돈다. 나 말고도 여러 오가는 사람들이 그러하니 적이 마음이 놓인다. 홈통바위
1단과 2단의 내리막을 통째로 돈다. 이제 천문폭포 가는 길을 잘 찾아야 한다. 지형지세를 두루 살핀다. 야트막
한 안부 지나고 조금 더 내린 ╋자 갈림길 안부에 이정표가 있다. 오른쪽이 흑석초소 가는 길이고, 직진은 도정
봉 850m다. 지형도를 보면 도정봉에 올라 그 동릉을 타고 내려도 계곡에 닿으니 천문폭포를 볼 수 있을 것 같
은데 불안하다.
곧장 거문돌계곡 흑석초소 방향으로 간다. 나는 처음에는 흑석과 거문돌을 다른 말로 알았다. 흑석보다는 검은
돌이, 검은 돌보다는 거문돌이 얼마나 더 정겨운가! 부슬비가 내린다. 우장을 준비하지 않았다. 풀숲의 소로를
내린다. 풀숲 헤쳐 앞서 온 비까지 맞으니 금방 옷이 다 젖는다. 계곡은 며칠 전의 큰 비의 흔적만 뚜렷할 뿐 오
래도록 말랐다. 계곡 갈림길이 나오고 무지개다리 아래에서 물놀이를 즐기는 등산객들을 만난다. 천문폭포를
아시나요? 나는 모르는데 저쪽 계곡에서 내려오는 사람들에게 물어보세요.
내가 내려온 계곡보다 수량이 더 많고 더 넓은 계곡이다. 잘난 등로 따라 오른다. 옥계암반에 비 가리는 타프 치
고 잔치(?)하는 등산객들이 있다. 그들 앞에는 제법 볼만한 여러 물줄기의 폭포가 흐른다. 저게 천문폭포인가
요? 아니요, 이름 없는 폭포입니다. 그러면 이 아래에도 폭포가 있나요? 이 아래에는 폭포다운 폭포가 없고, 더
올라가면 혹시 천문폭포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조금 더 올라간다. 일단의 등산객들이 물속에서 괴성을 지르고
있다.
천문폭포다. 굳이 묻지 않아도 알겠다. 천문 너머로 굵고 세찬 물줄기가 포말을 날리며 떨어지고 있다. 언뜻 보
면 2단인데 옆으로 비켜서 보면 그 위에 1단이 더 있다. 폭포의 전체 모습을 사진 찍으려고 물놀이 하는 그들에
게 잠시만 비켜달라고 양해를 구하자 쾌히 응낙한다. 미산 한장석(眉山 韓章錫, 1832~1894)의 「수락산유람기
(遊水落山記)」에서도 천문폭포는 명소였다. 미산은 천문을 ‘큰 바위가 그 꼭대기에 시렁을 얹은 듯 들보 모양’이
라고 알기 쉽게 설명한다. 다음은 미산이 천문폭포를 본 대목이다.
“골짝을 벗어나 몇 리쯤 가니 흑석촌(黑石村)이었다. 무성한 숲은 푸르고 초가집은 그림 같은데 산골로부터 흘
러나오는 물소리가 차츰 들리더니 눈발이 날리듯 옥구슬이 부딪듯 언뜻 가리웠다 언뜻 나타났다 하며 굴곡이
천변만화하여 점점 아름다운 운치를 지니고 있었다. 계곡을 끼고 들어가 또 몇 리를 가니 은은하게 산골짜기를
흔드는 소리가 있고, 길이 끝나려 하는 곳에 바위 병풍이 우뚝 솟아 마치 성가퀴 모양처럼 그 삼면을 둘렀고 입
을 벌린 듯 가운데는 트여 있었다.
큰 바위가 그 꼭대기에 시렁을 얹은 듯 들보 모양을 하고 있고 높이는 십여 장(丈) 될 만한데 세찬 폭포가 걸려
있었다. 햇빛이 투사되고 마른 우레와 보랏빛 안개 때문에 간신히 지명할 수 있을 정도였다. 바위가 그 끝에 자
리하고 있는데 속이 깊숙이 움푹 파여 밝은 해가 바다에 잠긴 듯했는데 음산한 바람이 불어서 굽어 살펴 볼 수
없었다. 험한 여울은 여기에 이르러 기세가 줄어들어 쌓였다가 새어나가고 그 나머지는 바위 밑으로 숨어 흐르
다 여러 번 꺾인 후에야 평평하게 흘러간다.”
천문폭포 위쪽에 있는 은선동폭포도 보고 싶었다. 이곳 지리에 밝은 중년 등산객에게 물었다. 여기서 한 20분
정도를 올라가야 하는데 낙차가 겨우 1미터 정도에 불과하여 볼품이 없으나 그 아래 소가 아름답다고 한다. 이
비를 맞으며 보러 갔다가는 크게 실망할 거라고 한다. 그 말씀을 존중하여 발길 돌린다. 여러 와폭을 지나며 계
류와 함께 내린다. 그러다 볼 사람이 없고 큰 바위가 가린 여울에 나도 첨벙하고 뛰어든다. 살갗에 닿은 물살이
부드럽다.
등로에 올라서고 곧 흑석초소다. 비었다. 등로는 계곡을 멀찍이 벗어나 임도로 이어진다. 비는 오고 점심을 걸
러(우중이라 먹을 마땅한 장소를 찾지 못했다) 배는 허기지고 흠뻑 젖기까지 하여 춥다. 대로와 만나고 배벌 버
스승강장이다. 당고개역 가는 버스에서도 그렇고, 전철에서도 그렇고, 에어컨이 빵빵하여 나만 달달 떨며 간다.
16. 코끼리바위
17. 코끼리바위
18. 앞이 사패산이다
19. 거문돌계곡 천문폭포 아래
20. 천문폭포, 천문 안으로 들여다보았다
21. 천문 안으로 들여다본 천문폭포
22. 천문폭포 아래
23. 천문폭포 아래
첫댓글 예전 갓 결혼후 근처에서 살때 와이프랑 가끔가던 산이었는데. 악수형님 덕분에 그 기억 다시 살아납니다.
그러시다면 무불 님도 바위 좀 타시겠네요.
좋은 동네서 사셨습니다. ^^
불암산 수락산은 언제 봐도 아름답습니다.
구경 잘 했습니다.
바위 타던 옛기억이 자꾸 나네요.
지금은 이 산들을 데크계단으로 다 버려 놓아서...ㅠㅠ
못푼 숙제 하나를 해결하셨네요,,,형님덕분에 근교의 암릉산을 모처럼 구경하네요. 한여름에 추위에 달달떠는 기분이 묘했겠습니다^^
불암폭포를 다가가서 보지 못하고 그냥 지나친 게 서운합니다.^^
멀리 안가셨네요. 산행 끝나시고 연락 주셨으면 제가 저녁을 대접했을텐데요~~~ 천문폭포는 저도 가보지 못한 곳이라 한번 가봐야겠습니다.
요즘 개인적인 사정으로 산에 못가고 잠시 쉬고 있습니다.
점심을 집에 가서 먹었답니다.
천문폭포와 그 위 은선동폭포도 가보시기 바랍니다.
오가는 교통편도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