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천(歸天)
- 천상병 -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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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ck to Heaven
I'll go back to heaven again.
Hand in hand with the dew
that melts at a touch of the dawning day,
I'll go back to heaven again.
With the dusk, together, just we two,
at a sign from a cloud after playing on the slopes
I'll go back to heaven again.
At the end of my outing to this beautiful world
I'll go back and say: It was beautiful. . . .
(Translated by Brother Anthony of Taize / 서강대 안선재 명예 교수)
신부이자 서강대 영어영문학과 교수로 재직해 온 안선재님은 한국에 귀화하셔서, 본인의 이름과 비슷한 발음의 한국명 이름을 가지셨습니다. 불교 경전도 많이 공부하셔서 화엄경에 나오는 진리를 구도하는 '선재동자'의 '선재'와 '안토니(앤토니)'의 '안'자를 따서 지으셨다고 하는군요.
언젠가 김광규 시인의 시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가 안선재 교수에 의해 영역된 시집이 있다는 정보를 접하고 서점에 갔으나 오래 전 책이라 절판되었다고 해서 구하지 못해 아쉬웠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에 들른 서점에서 고은 시인의 시집이 안선재 교수에 의해 영역된 것이 눈에 띄어 대신 사 왔습니다. 살까 말까 하다가 번역이 궁금해서 들고 왔지요.
몇 년 전 문화센터의 연말 행사에 초대된 고은씨가 술에 취해서 행사의 순서를 생각하지 않은 채 자기에게 할당된 시간의 몇 배를(40분 가량이나) 자기 시로 도배하는 바람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 경험이 있기에 고은씨를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해마다 우리나라에서 노벨 문학상 후보로 꼽히기에 한번 읽어 볼까 해서 사 왔습니다.
고은 선생이 술에 취해 제 흥에 겨워 중언 부언하는데도 원로 대접을 하느라 아무도 제지하지 못하고 많은 문화센터 회원들이 그 무례함을 꼬박 견뎌야 했기에, 예전에 그분의 시를 몇 개 읽은 적은 있지만, 그후로는 일부러라도 읽고 싶지 않았지요. 어른은 어른다워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술꾼들의 게걸스러움과 뻔뻔함을 체질적으로 싫어하지만, 또 다른 의미에서 술에 절어 살았던 천상병 시인의 이 시를 읽으며, 소풍(outing) 나와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습과 의미를 두루 생각해 봅니다. 마지막 연의 영어 번역이 특히 멋있습니다.
첫댓글 여기서 안선재교수님 존함을 들으니...반갑네요. 몇년전 서강대 그 분의 연구실에 들러 귀한 차를 대접 받으면서 한영번역에 대한 특강을 들은 적이 있는데...한국 사람보다 더 한국적이다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연구실의 소품들과 분위기를 보면서...!!! 저도 개인적으로 천상병님의 "귀천"이란 시가 좋습니다. 저도 이 다음에 과연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내 삶이 "아름다웠었다"고 말 할 수 있으려는지~~~~???
열심히 외워봅니다.. 북클럽에 가서 꼭 들려주고 싶다는 생각에..
연민과 눈물이 약간 어리게 하는 시입니다 외국인은 어떤 부분에서 그걸 느끼게 될까 궁금합니다
한국어로 읽을 때처럼 아름다움이 조금 느껴집니다. 제 블로그에 저장하고 싶어서 퍼갑니다.
아.. 이런식으로 번역을 하는 거군요... 그런데 천상병 시인도 술을 좋아하셨군요? ㅋㅋ 저도 술자리를 좋아하기에 왠지 반갑게 느껴지는 ㅋㅋㅋ 뭐 너무 많이 마시면 안좋지만 어느 정도의 술은 괜찮지 않나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