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표 도시락
글/이룻
얘들아. 도시락 이야기를 들어 보렴.
도시락? 너희들에게 조금은 낯 설게 들리겠구나.
그러나 그렇게 먼 옛날이야기는 아니란다.
너희들 엄마도 할머니도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니던
그런 시절에 살아 왔었거든.
그러니 가깝게 너희들 엄마의 追憶이라 생각하고 한 번 들어보렴.
지금은 學校에서 무료로 골고루 갖춘 영양 급식을 할 수 있으니
집에 계신 엄마도 편하고 너희들은 참으로 좋은 環境에서 살고 있단다.
“엄마 표 도시락 이야기 들어 보았니?”
내가 이름을 그렇게 붙여 보았단다.
그 시절 엄마가 매일 싸주시던 도시락이 ‘엄마 표’ 도시락이다.
‘엄마 표’ 도시락이라고 뭐 대단한 도시락은 아니란다.
家庭 형편에 따라 조금씩 다르기는 했지만
대부분이 도시락 반찬이라야 쌀 조금 섞인 보리밥에 김치 한 종발
밥 속에 끼워 넣어주면 끝이었단다.
그 도시락을 책보에 싸서 허리에 두르고 달가닥 거리며
신작로 길을 뛰어가면 책보 속에서 범벅이 된
도시락 통에서 피어오르던 김치 냄새가 학교 敎室까지 따라 왔었단다.
김치와 범벅이 된 도시락을 우리는 엄마의 사랑 맛
그때의 ‘엄마 표’ 도시락이라고 하지.
지금도 그 시절 생각하면 가슴이 콩닥콩닥하고 엄마가 그립구나.
겨울이면 점심시간이 더욱 기대 되었지.
우리는 교실에 도착하면 책보에서 도시락을 꺼내 煖爐에
차곡차곡 쌓아놓고는 자리에 가서 앉는단다.
우리는 서로 먼저 놓겠다고 절대로 싸우지 않았지.
얹어 놓기만 하면 선생님이 틈틈이
난로에 가서 알아서 앞뒤로 뒤척거려
우리의 밥이 타지 않도록 해주셨거든.
뛰어 오면서 범벅이 된 도시락 속 김치 냄새가
모락모락 교실에 퍼지면 우리는 침을 꼴깍 삼키며
빨리 점심시간 鐘이 치기를 기다렸단다.
드디어 기다리던 종은 울리고 점심시간이 되면
앞뒤 앉은 친구들과 의자를 돌려놓고
둘러앉아 도시락을 먹기 시작했단다.
요즘처럼 너희들이 좋아하는 소시지 등의 도시락 반찬은
하나도 없고 국물이 줄줄 흐르는 김치에
가끔 달걀부침 하나 밥 위에 척 얹어 주면
아주 특별한 도시락 반찬이 되었지.
형편이 조금 낳은 친구들이 혹시 멸치조림이라도 해오는 날은
서로 생선 한 마리씩 뺏어 먹겠다고
젓가락이 부지런히 친구 반찬 통에 오가며 깔깔대곤 했었지.
조금 잘 산다고 우쭐대지 않고, 못 산다고 기죽지 않았지.
그래서 우리는 학교생활이 메일이 소풍가는 날처럼 즐거웠단다.
비록 가난하고 힘들었던 시절이었지만
그 때의 ‘엄마 표’ 사랑의 도시락은 사랑의 도체(導體)가 되어
지금도 소리 없이 가슴에 흘러들어와 그 시절만 생각하면
마냥 幸福해 진단다.
그 때는 지금처럼 정신이 이상해서 精神病院에 다니며
사람을 이유 없이 죽이는 형들도 없었고.
선생님이 혼내준다고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어
警察署에 고발하는 친구들도 없었고(핸드폰도 없었지만)
엄마 아빠가 꾸중한다고
집을 뛰쳐나가는 친구들도 없었단다.
숙제를 해오지 않아
선생님에게 회초리를 맞으면 징징 울다가도
금방 헤헤 웃으며 선생님 앞에 다가서고
혼을 내셨던 선생님은 눈을 부라린 체
덥석 안아 볼을 비벼 주시곤 했었지.
서로 머리를 쥐어 받고 싸우던 우리도
집에 돌아갈 때쯤이면 어깨동무하고 학교에서 배운 童謠를
마음껏 소리쳐 부르며 집으로 갔단다.
발맞추어 나아가자 앞으로 가자.
어깨동무 하고 가자 앞으로 가자.
우리들은 씩씩한 어린이라네.
금수강산 이어받을 새싹이라네.
하나 둘 셋 넷 앞으로 가자.
두 주먹을 굳게 쥐고 앞으로 가자.
우리들은 勇敢한 어린이라네.
自由大漢 길이 빛낼 새싹이라네.
아! 그 시절 친구들이 그립구나.
배가 아플 때 배를 문질러 주시던 할머니의 약손도,
‘사랑 표’ 엄마의 맛 손 도시락도.
최첨단 스마트한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文明을 마음껏 누리며 사는 너희들을 祝賀한다.
스마트한 세상에서 살고 있다고 스마트폰만 열심히 들여다보지 말고
아이돌이 좋다고 그들의 노래만 따라 부르지 말고
가끔은 학교에서 배운 동요도 같이 부르며 자라주면 더 좋겠구나.
敎師는 교사다울 때, 父母는 부모다울 때, 어린이는 어린이다울 때,
가장 아름다운 세상이란다.
오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
오늘은 어린이 날 우리들 세상.
그래, 그래, 오월은 너희들 세상이다.
푸르른 오월처럼
너희들은 自由大韓民國의 未來요
금수강산 이어받을 새싹들 이란다.
사랑한다. 내 아이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