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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책: 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원(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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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야: 시황 분석및 전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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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홀로 호황을 구가하던 부동산 경기가 최근 심상치 않다. 아파트 등 분양시장의 초기 계약률이 하락하면서 미분양이 늘어가고 있다.
아직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는 하나, 이러한 미분양은 주택이나 건축물 수요가 비교적 낮은 지방 광역시에서부터 비롯되고 있어 걱정스러운 상황이다. 거기다가 기존 주택의 거래마저 거의 동결되었다.
주택거래신고제 등의 영향도 있겠지만 소비위축이 장기화되고 전세시장이 안정세를 보이면서 실수요자들의 주택구입이 크게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새 아파트에 입주하려는 실수요자들이 기존 주택을 처분하지 못해 발을 동동대고 있다. 전세물량이 풍부하고 가격마저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전세보증금도 되돌려 받는 일이 쉽지 않게 되었다. 그래서 전세보증금을 빼서 새집의 잔금을 치루어야 하는 실수요자들 역시 답답한 심정을 토로하고 있다.
한동안 투자수요를 불러일으켰던 주거용 오피스텔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오피스텔 규제 강화로 추후 주거용 오피스텔 상품이 더 이상 나올 수 없다는 희소성에도 불구하고 분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미 공급된 물량이 워낙 많은 과잉 공급의 원인도 있겠지만 경기가 좀처럼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면서 오피스텔의 임차인을 구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원인이다. 그러다 보니 강남 일부 지역에서는 보증금이 없는 월세방식도 나오고 있다고 한다.
주거용 오피스텔 상품은 분양 당시에 이자 후불제 및 무이자 중도금 대출이 포함되어 판매되고 있다. 그래서 초기에 적은 계약금만 가지고 분양을 받은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러나 이런 금융조달에는 사업시행자의 보증이 포함된 것이다.
따라서 최종적으로 구입자가 중도금 등을 연체하거나 잔금을 치루지 못하면 비단 문제는 수분양자 개인의 문제로 끝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이제 부동산 문제는 부동산 시장의 내부 문제가 아니다. 즉 시장 내적인 요인으로 갈 수 있는 호황 요인은 바닥이 났을 뿐만 아니라 시장 외부의 수요 위축 요인이 너무나 많다.
설비투자 부진, 내수 침체는 물론 정부의 강력한 투기억제 대책도 모두 작동되고 있다. 한국은행의 소비자 동향조사에 의하면 소비침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주택구입의사를 내비쳤던 임차가구의 부동산 구입계획비중이 2분기 들어 큰 폭으로 감소하였다.
즉 시장 전체의 소비심리 위축이 드디어 부동산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투기수요는 정책이, 실수요자는 소비위축이 모두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최근 우리 경제의 장기불황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일본식이냐, 남미식이냐에 대한 논란도 많다. 어느 나라의 장기불황과 비슷하던지 간에 확실한 것은 장기불황이 결코 남의 일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외국의 장기불황시의 대표적인 현상들이 우리에게도 하나 둘씩 나타나고 있다. 소비침체의 장기화로 판매부진, 서비스 활동 위축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고, 수출에 의존한 생산활동 증가도 무한할 순 없다. 그러므로 부동산만이 아직 건재하다고 해서 결코 안심해서는 안 될 것이다.
지금 정도의 부동산 침체라면 올 하반기까지는 시장이 그럭저럭 견디어 낼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아직 우리는 단 기간내 금리인상의 가능성이 낮은 것도 다행스러운 일이다. 가계대출도 작년부터 이미 LTV를 낮추어 가면서 대책을 마련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대책의 효과가 마냥 장기간 지속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부동산 경기 침체의 속도와 폭은 지금보다 심각해 질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이다.
한편, 행정수도 이전 후보지가 결정되면서 투기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아직 부동산 경기를 침체로 보는 것은 시기 상조라는 비판도 일고 있다. 그러나 '행정수도 이전'은 이전 후보지를 중심으로 한 인근의 '그들만의 리그'일 뿐이다.
그러므로 '행정수도 이전'이라는 아주 특별한 개발호재에 가려 시장의 심각한 조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지금 시장 어느 곳에서인가 침체의 골은 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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