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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 앞에 장사 없다더만 그 끝을 모를 듯하던 여름도 9월에 들어서니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을 가져다 주는구만 그랴. 약간은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지만, 9월은 북반구에서는 가을이, 남반구에서는 봄이 시작되는 달이나 출발의 달이라고나 해야 할까...게다가 궁금하면 못 견디는 어떤 사람이 찾아낸 사실 하나, 매년 9월 1일과 12월 1일의 요일이 같다는 거다, 웃기지?
Come September — Billy Vaughn
우리 나잇대의 사람들 치고 빌리본 악단이 연주한「9월이 오면(Come September)」을 들어보지 않은 이들은 거의 없으리라 보지만...빠른 템포에 익숙한 멜로디로 감칠 맛이 절로 나는 빌리본 악단의 연주곡들 가운데 이 곡은 록 허드슨(Rock Hudson)과 지나 롤로브리지다(Gina Lollobrigida)가 주연한 동명 영화(1961)의 삽입곡으로도 유명한데, 특이하게도 영화에는 이 음악을 작곡한 가수 보비 다린(Bobby Darin)도 출연하여 꽤 큰 역할을 담당했단다.
Come September — Natalie Imbruglia
나탈리 임부루릴아(Natalie Imbruglia)가 2001년 출시한「9월이 오면(Come September)」은 알쏭달쏭한 은유(metaphor)들로 가득차 있어서리 가사를 봐도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기 어렵다고 하는데...가사로 유추해 보건대, 화자(話者)는 화려한 신데렐라를 꿈꾸는데 반해 현실은 암울하지만, '9월이 오면 그 모든 잘못된 것들이 괜찮아질 거라(Everything wrong gonna be alwright come september)'고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는 것이리라. 가사로 짐작컨대 9월이 뭐 그리 대단한 달인가 궁금하기도 하지만...가수 임부루릴아가 남반구의 호주 출신잉게 거기의 9월은 만물이 소생하고 희망을 상징하는 봄이라는 거지. 해서리 그녀에게 9월은 지금까지의 모든 근심이나 잘못된 일들이 한꺼번에 해결되는 달을 의미한다는 거다. 물론 이 해석도 일부의 이야기지만...
September When It Comes — Johnny Cash And Rosanne Cash
아부지 조니 캐시(Johnny Cash) 못지 않게 딸 로잔느 캐시(Rosanne Cash) 역시 성공한 음악가라 할 수 있겠는데, 2003년 출시된 이 노래는 아부지와 딸이 듀엣으로 부른 마지막 곡이었다네. 그해 9월에 아부지 조니 캐시는 이 세상을 떠났으니 말이다. 상실과 비탄을 묘사한 이 노래가 출시된 그 해에 아부지가 작고했으니 뭐 자성예언(self-fulfilling prophecy)의 노래라고 봐야 하남? 노래 가사는 화자(話者)의 출생부터 자라는 과정을 담으면서, 실제 녹음에서는 딸의 노래에 이어서 아부지가 들어와 9월이 되면 평안을 찾아 떠날 것을 기대하는 이야기로 끝을 맺는 것으로 보이는데...
9월의 노래- 페티김
어김없이 해마다 9월이면 떠오르는 가요가 페티김의「9월의 노래」아닌가? 옛날 가로수 잎이 노릇노릇해질 이맘 낙원상가 골목을 걸으면 음반가게에서 은은히 들려오는 노래의 마지막 소절은 '그리움에 젖어도 낙엽은 지고 쓸쓸한 거리를 지나노라면 어디선가 부르는 듯 당신 생각 뿐.'이었다. 우리 주인님이 무척 좋아하는 노래이기도 했지.
Try to remember- Brothers Four
미국 대중음악계에서 이 노래만큼 많은 가수들에게 리메이크되고 이 노래만큼 가사가 달콤한 경우도 그리 찾기 쉽지 않을 것이라 보이는데...게다가 우리나라에서 상영된 홍콩영화『유리의 성』에서 주인공 여명이 부른 이 노래가 많은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고들 하더만. 뿐인가, 가사의 여러 곳에서 운률을 맞춘다고 모음 'ou'로 끝나는 형용사, 예를 들면 'mellow', 'yellow', 'fellow(이건 명사로구만)', 'follow(엥?이건 동사네)', 'willow', 'billow' 등의 단어가 사용되었다 하니 우리가 듣기에 얼마나 달콤할지는 물어보나 마나일 터. 9월의 어느 즈음을 돌아보아 이 노래의 가사맹키로 아름답고 달콤한 추억이 있다면 그 얼마나 행복한 삶일까만...
Wake Me Up When September Ends — Green Day
그룹 그린 데이(Green Day)의 2005년 히트곡「9월이 지나가면 날 깨워 주세요(Wake me up When September ends)」는 그룹의 리더 암스트롱(Billy Joe Armstrong)이 열 살 때인 어느 해 9월 1일 아버지의 죽음을 보고 혼자 집에 돌아와 방문을 걸어 잠그자 어머니가 장례를 치른 후 아이의 방문을 두드리자 아이가 한 말이라고 하는데...이게 사실이라면 한 달을 꼬박 방문을 걸어 잠그고 칩거했다는 얘기? 택도 없는 소리다. 하지만 이 곡은 이후 9.11 테러에 의한 뉴욕 무역센터 붕괴(2001), 허리케인 카타리나 피해(2004) 등의 에도행사에서 추모곡으로 단골 연주되었다고 한다.
Un fiume amaro(쓸쓸한 강)-Iva Zanicchi
이탈리아 출신의 가수 이바 자니키(Iva Zanicchi)가 부른 이 노래는 1970년에 출시되었으니 벌써 50년도 훌쩍 지난 곡이구만 그랴. 그런데도 해마다 이 맘때면 이 노래가 문득문득 생각나는 건 나만의 감상은 아닌 듯, 인터넷을 검색해 보면 이 노래에 대한 감상과 추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으니 말이다. 이탈리아어에 문외한이니 영어로 번역된 가사의 첫 부분을 올려 본다. 에공! 이 가을엔 여느 해와는 달리 슬픔 없고 외로움 느끼지 않는 계절이 되었으면 좋으련만...
A Bitter River
It's a bitter river inside me
The blood of my wound
But even more, it's bitter the kiss
That on your mouth, still hurts
내 마음 속에 쓰라린 아픔의 강이 있어요
상처에서 난 피로 얼룩진.
하지만 더욱 쓰라린 아픔은
여전히 상처를 주는 당신의 키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