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홀이란 카페에서 선배언니의 소개로 처음 그사람을 만났을때 큰키에 약간 마른 얼굴 그리 호감가는 외모는 아니었다.
차를 마시고 이야기를 하면서 헤어질때 명함좀 주실래요 했던게 자기에게 호감있어서 그런줄 알았단다(누굴 만나면 그게 내 습관이었는데) 그뒷날 부터 그사람에게선 하루도 빠지지 않고 전화가 왔고 만나자고 했다. 퇴근을 하면 늘 학원 앞에서 그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난 학원에서 강사를 하고 있었다 중학생 영어수학을 비롯하여 초등학생들 전과목을 다 가르치고있었다. 3년정도 하다 보니 스트레스는 받을대로 받아서.. 어디로든 도망치고 싶었을때였다. 결혼이라도 해서 진절머리나는 직장을 하루빨리 때리치우고 싶었다.
그사람은 대기업을 다녔고 아파트도 있었고 세째 아들이라서 나중에 부모님에 대한 부담도 크게 없는거 같았다. 난 참 현실적인 사람이었다. 그나이에 그런걸 계산하고 있었으니..
어찌됏든 그사람의 강한대쉬에 못이겨 매일만났고 영화를 봤고 차를 마셨고 밥을 먹었다 술은 맥주 한잔도 제대로 마실줄 몰랐던때라 술은 마시지 않았다
그는 내게 가끔씩 장미꽃을 한다발씩 안겨다 주기도 했다. 나와는 반대로 그는 참 분위기 있고 낭만적인 사람이었다. 그를 몇달동안이나 만나면서도 손만 겨우 잡을정도로 난 순진하고 바보였다.
다른건 아예 생각하지도 않았으니까.남자를 너무 몰랐던거 같다.
어느날 커피를 마실려고 들어간 카페에서 그사람이 맥주를 마시자고 했다. 딱 두잔을 마셨는데 어지러워서 밖으로 나가 좀 걷자고 했다. 걸으면서 소설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 책 주인공 이름이 내이름하고 똑같아서 느낌이 참 좋았다고 했다.
한참를 걷다가 갑자기 그사람이 멈춰섰다 그곳이 바로 모텔앞 난 모텔이라는 걸 보고 놀래서 안된다고 거부를했는데 결국은 그 사람의 힘에 못이겨 들어가고 말았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그대로 그냥 돌려 보내버리면 어쩌면 영원히 볼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단다. 아마 내가 바로 헤어지자고 했을테니까..
이왕들어온거 그냥 운명이려니 하고 받아들이자 하면서도 솔직히 어떻게 할줄을몰랐다. 남자와 여자는 정말 다른거 같다. 여자는 첫날밤을 그렇게 구석진 모텔에서 절때로 보내고 싶어하지 않는다. 남자는 불타는욕정에 참을수 없어하고...
정말 처음 대해본 남자와의 관계 무섭고 떨리고 챙피하고 그남자를 정말로 사랑하는지도 몰랐다. 그냥 자상하게 모든걸 다 챙겨주었던 그사람이 편하기는 했지만 사랑인지 어쩐지는 몰랐다
첫경험은 아픔밖에 기억이 없다. 그냥 아퍼서 울었다 너무너무 아퍼서 몸도 마음도.. 혈흔이 침대 시트를 다 물들이게 하고.. 그것에 놀래서 울고 하여간 눈물만 나왔다. 그도 울었다 결혼하면 정말 잘해주겠노라고 하면서 그사람도 울었다.
그리고 그해 가을 92년도에 우린 결혼을 했다. 남편은 날 참 좋아해주고 사랑해주었던거 같다. 결혼식하기 바로 전 내 생일이었는데 그때준 선물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그후로도 남편은 기념일을 한번도 잊지않고 챙겨주었다.
커다란 곰인형을 장농안에 숨겨두고 아주 야한속옷을 내게 선물해주었다 그리고 그걸 내게 입어보라고 했다 챙피했지만 어짜피 결혼할 남자고 이미 다보여주었는데 그사람의 소원대로 그속옷을 입고 한바퀴 휙돌아 주었다 결국 나를 가만두지 않았다 다벗기고 밤새 ...
그날 큰아이가 생겼다 한달후 결혼식을 하면서 입덧이 시작되서 죽는줄 알았다 신혼여행가방도 그사람이 다 챙기고 난 그냥 몸만 따라다니기도 힘들어서..
그렇게 결혼을 하고 신혼생활이 시작되었다. 큰아이를 낳고 연년생으로 작은아이도 낳았고 힘들었지만 남편이 참 많이 도와주었다 퇴근을 하고 집으로 오면 집안일에 아이들 돌보는거까지.. 정말 잘해주었다.
그렇게 자상하던 남편도 가끔씩은 술을 마시고 들어와서 하는말이 당신 나 사랑해서 결혼한거 맞니 하고 물어볼때는 첨엔 별로 할말이 없었다.
왜 그때 사랑해서 결혼했다고 말해주지 못했을까 난 왜 그렇게 사랑에 인색했는지..
그렇게 5년쯤 지나고 나면서 늘 한결같은 남편이 점점 좋아지기시작했다. 이상하게 내 사랑은 결혼하고 5년이 지나면서 부터 시작된거 같다. 점점 남편이 좋아지고 침대에 자고있는 그의 얼굴을 바라보고만 있어도 행복했다.
너무 평온하기만했던 생활이 이상하게 늘 불안하기도 했었다. 착한남편과 아들딸 네가족 정말 이상적인 가정이었다 여행도 정말 많이 다녔었다. (그사람과의 행복했던 여행은 내 가슴속에 가장 아름다운 기억으로 자리하고있다. 봄이면 하얀눈꽃송이처럼 흐드러지게 피어있던 지리산 쌍계사의벗꽃과 맑은계곡물..
여름이면 동해의 푸른 물결과일출 광양백운산의 시원한계곡물 산속의수영장.. 그곳에선 야영도 참 많이 했었다.
가을이면 내장산의 붉은단풍.. 그와 십년을 살면서 해마다 가을이면 갔었던곳이다. 태안반도 안면도의수목원 꽂지바다의낙조.. 서해안은 내가 정말 좋아하는곳이다.
겨울이면 무주리조트 하얀눈.. 콘도에서 스키장쪽으로 바라보면 겨울풍경이 한폭의 수채화 같았던곳이었다. 겨울나그네란 노천카페에서 그와 함께 마셨던 커피...
제주도의 아름다운해변과 한라산 ... 정말 수없이 많이 다녔던 그사람과의 여행이 지금은 그가 생각날때마다 가끔씩 꺼내보는 내인생의 보석같은 추억이다.)
그렇게 일년에 몇차례씩 여행도 다녀오고 결혼 십년쯤 되었을때는 모든게 안정되고 평화롭기만 했다.
그러던 어느 여름날 남편에 사고소식 낚시를 가서 사고가 난 것이다. 바다낚시를 좋아했던 남편이 갯바위에서 실족을해서 그대로 바다에 빠져 파도에 휩쓸려 가 버렸단다.
일주일만에 찾고 보니 시신은 엉망이 되서 볼수도 없었고 난 그렇게 그를 떠나 보내 버렸다. 마지막 작별인사도 못하고 그렇게 허무하게...
한순간에 다 잃어버린것이다.
그렇게 착한남편이 사고로 우리곁을 떠나버리자 우리 세식구는 갑자기 미아가 되버렸다. 늘 우리들에 울타리가 되어주었던 사람
그는 내게 공기같은 존재였다. 그가 떠나버리자 난 숨도 제대로 쉴수 없었다.
날마다 술에취해서 잠들었고 난 점점 미쳐가고 있었다. 답답하기만 했다. . 술에 의지하다보니 생활은 엉망이 되가고 있었다.
다시 일을 시작했다. 첨엔 자영업으로 시작해서 혼자하다보니 너무 힘들어서 다시 교육계로 .. 학교에 자리가있어서 학교로 들어갔다 . 그리고 술도 조금씩 줄여나갔지만 지금도 가끔은 많이 마신다.
이제 그가 떠난지도 6년이 지났다. 그를 추억하면 아픔이다. 맘껏 사랑해주지 못했던것도 늘 이기적이기만 했던 내사랑도 .. 그를 생각하면 정말로 미안하다.
이제는 그가 내게남겨준 소중한 아이들 잘 키우면서 삶이 다하는날까지 아이들과 더불어 행복하게 살고싶다.
첫댓글 기슴찡한 야기 ./ 현실은 아련한 옛추억 .추억으로가는당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