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6주년 제천고등학교 동문의 날 체육대회 참석차, 행사 전날 밤 10
시 30분경 제천 버스터미널에 도착하였다, 9회 지준일 회장이 마련한
CARA 모텔 전야제에 참석, 대전과 서울에서 온 동문 간에 반가운 만남
의 따스운 손을 잡고, 밤이 이슥토록 막혔던 너스레를 떨다가, 3개의 방
으로 나누어 코를 골았다.
이튿날 아침 8시에 ‘금왕 올갱이집’에서 향토 음식 올갱이국으로 아침
식사를 했다. 고향에 갈 때는 항상 즐겨 먹는 올갱이국은 약간 푸르스롬
하게 우러난 쌉싸름한 국물 맛이 적격인데, 희밀건 국물에 드문드문 섞
여 있는 오늘의 올갱이(다슬기)국은 옛날 그 맛이 아닌 것 싶다.
10시 30분경 모교 교정에 들어서니 식전행사의 고음 스피커 소리는 고
막이 찢어질듯 요란 하다. 귀에 익어 어깨가 들썩이는 신나는 음악이 들
려오는데, 바로 전 세계에 일대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는 싸이의 ‘강남
스타일’을 모방한 모교 재학생들이 불러, 얼마 전 유튜브에 유포 되었던
‘오빤 제천스타일’ 이었다. 노래와 말 춤은 싸이 보다 훨씬 못하다고는
말할 수 없을 만큼 흥미 유발 하는데 손색이 없었다.
제천은 예로부터 수려한 산세와 천혜의 자연환경으로 맑은 물, 푸른 숲
이 어우러진 청풍명월의 본향이며 의병의 고장, 효의고장이라고 불려왔
다. 지리적 배경으로는 백두대간의 소백산맥이 뻗어 내리고, 의림지와 국
민가요 ‘울고 넘는 박달재’ 청풍호 그리고 청풍문화재단지가 관광 명소로
각광을 받고 있다.
9회 동문 26명은 주관기 31회에서 마련한 점심을 즐겁게 나누어 들고
버스 편으로 청풍호로 갔다.
필자는 고향이 제천 봉양이기에 자주 들리는 곳이지만, 가을이 물들기
시작하는 가은산과 금수산 산자락의 붉은 바람이 일렁이는 청풍호가
오늘따라 가슴에 잔잔한 물결을 이룬다.
흐르는 강이 동적이라면, 호수는 정적으로 계절이 바뀔 때 마다 형형색
색으로 변하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청풍호 선착장에서 13시 40분 출발하여 장회나루를 돌아오는 유람선을
탔다. 선상에서 바라다 보이는 청풍대교와 162M의 물을 뿜어 파란 하
늘을 하얗게 적시는 수경분수대, 그리고 번지점프는 청풍호의 아름다움을
대표하기에 충분했다. 유람선 주위로 모터보트 동호인들이 유람선 승선
관광객을 경호라도 하듯이, 떼를 지어 외워 싸고, 굉음 속에 흰 물살을
가르며, 자랑삼아 허세를 부린다.
바다와 접하지 않은 유일한 충청북도의 내륙에 바다 청풍호 유람선에
서 스쳐 지나가는 다른 유람선을 향하여 서로 손 흔들어 주며, 깊어가는
가을의 감동적인 자연경관을 만끽하는, 가슴 뿌듯한 추억을 만든다.
유람선 선장은 운항 중에 주변 경관을 소개하는데, 퇴계 이황과 옥순봉
에 얽힌 사연을 들려준다. 퇴계 이황선생이 단애를 이룬 석벽이 마치 비
온 뒤 솟아나는 옥빛의 대나무 순과 같다고 하여, 옥순봉이라고 불렀단
다. 옥순봉은 행정구역상 제천시에 속하여 제천 10경에 포함될 뿐만
아니라 단양 8경에도 포함되어 있다. 그렇게 된 연유를 인터넷 검색을
하여 보니, 다음과 같이 퇴계 이황 선생과 단양 기생 두향에 대한 이야
기가 전해 내려온다.
“옥순봉은 예로부터 청풍부(현재 제천시)에 속해 있었는데, 단양 관기
두향이 옥순봉의 절경에 감탄하여, 당시 단양군수로 부임한 퇴계 이황에
게 옥순봉을 단양에 포함시켜 달라고 청원했다. 이에 이황이 청풍부사에
게 건의 했지만 허락하지 않자, 옥순봉 절벽에 '단구동문(丹丘洞門)'이라
새기고, 단양의 관문으로 정했다고 한다. 이황과 두향의 플라토닉 사랑은
충주호반의 잔잔한 물결처럼 애잔하게 흐른다. 이황은 단양군수로 부임
한 지 9개월 만에 풍기군수가 되어 단양을 떠나야 했다. 이황을 간절히
사모했던 두향은 매화나무 한 그루를 선물하며, 가슴 찡한 이별시로 인
사를 대신했다. 이황은 훗날 "매화에 물을 주어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눈
을 감았을 정도로 매화를 아끼고 사랑했다. 두향이 선물한 매화는 아마도
떠나가는 사람에게 전하는 애절한 사랑의 징표가 아니었을까? 20여 년
뒤 이황이 숨을 거두자 두향도 이황과 함께 거닐던 강선대 아래 묻어달
라는 유언을 남긴 채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고 한다.“ 두향의 마음이 서린
옥순봉을 뒤로하니 구단봉이 시야에 닿는다. 구담봉은 마치 커다란 거북
이 한마리가 절벽을 기어오르고 있는 형상 같아서 붙여진 이름 이라고
하는데, 왼 일인지 필자의 눈에는 거북이 형상이 그려지지 않는다.
좌측으로 비단옷으로 갈아입는 금수산이 보이고, 호수 양면으로 전개되
는 기암괴석의 아름다움과 겹겹이 둘러친 산등성이들이 저마다 색다른
절묘한 모양으로 한 폭의 동양화를 감상하는 것 같다.
장회나루 선착장에 도착하니 뒤편 제비봉에 119 구조헬기 1대가 제자리
를 맴돌다 구조대원 1명을 내려놓고, 장회나루 주차장에 착륙하여, 그물
망을 달고, 다시 이륙하여 제비봉으로 돌아가, 환자와 대원을 공수하는데,
큰 사고가 난 모양이다.
청풍호 유람선 선착장으로 회귀, 청풍문화재단지를 관람했다. 청풍문화
재단지는 충주 다목적 댐의 건설로 수몰지역인, 제천시 청풍면에 소재한
각종 문화재를 이곳에 모아 문화재 단지로 조성했다.
단지 내에는 선사시대의 고인돌, 선돌 등의 거석문화재와 민가, 향교, 관
아 등을 나누어 복원·배치했으며, 고가(古家) 내에는 생활 유품을 옛 풍속
그대로 전시해놓았다. 일행은 잠시 유홍열씨의 고가 마루턱에 앉아 고인
의 옛이야기도 나누었다. 청풍은 예로부터 남한강 상류 뱃길을 이용하여
중부 내륙의 교역의 중심이기도 했던 곳이기에, 역사 유적이 많은 곳이
다, 청풍의 옛날 화려한 그림자만 전설처럼 남기고, 물에 잠겼으나, 그 옛
날 숨결은 아직도 잔잔하게 느낄 수 있다.
오늘의 일정을 모두 마무리하며, 금성면 소재 청풍호청정한우 식당에서
만찬을 끝으로 돌아올 내년의 만남을 다짐하고, 석별의 손을 흔들었다.
오늘의 행사를 위하여 물심양면으로 수고한 집행부의 열정에 감사의 말
씀을 드리며, 분위기 조성을 위하여, 주접을 떤 것을 용서하여 주시기 바
랍니다. 감사합니다.
윤준섭 글
참고로 퇴계선생의 죽음에 26세의 꽃다운 나이로 생을 마감하면서
쓴 두향이의 이별시를 가슴 저리게 음미해 봅니다.
이별이 하도 서러워 잠들고 슬피우니
어느듯 술 다 하고 님 마저 가는구나
꽃지고 새우는 봄날은 어이할가 하노라.
퇴계가 두향에게 보낸 시
누렇게 바랜 옛 책속에서 성현을 대하며
비어 있는 방안에 초연히 앉았노라
매화핀 창가에서 봄 소식을 다시 보니
거문고 마주 앉아 줄 끊겼다 한탄 말라.
출처:윤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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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감명깊은 글 잘 읽었습니다 고향과 친구들을 무척 사랑하는분 같습니다 나도 제천이 고향이고 제천여고를 나왔기때문에
제천을 사랑하는 글을 보면 마음이 설레입니다
제천에 살면서도 경치좋은 청풍호에 대해 홍보할 줄 모르는데 이미 제천을 떠나신 분 같은데 이렇게 아름다운 글을 보니
기분이 좋아서 답 글을 씁니다 제천에 자주 오세요 그리고 좋은 글 많이 남기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