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인연이란
옷깃을 스치는 그 마저도
하늘이 정해 주신 것임을
서로서로
모자란 것 주고받으며
서로서로
공평하게 살라는 것임을
서로 다르게 받은 보화들을
서로가 나눔으로
서로에게 풍요로운 삶이 되는 것임을
서로의 기쁨과 슬픔을
서로 함께 나누는 삶 안에서
서로가 행복한 세상 되는 것임을
사람의 인연이란
하늘의 질서에 따라 사는 것임을
지금 생각해 볼 때, 아마 내가 하느님 신앙 안에서 활동을 안 했더라면 지금 이런 글도 못 썼을 것이다. 나는 빈첸시오 활동을 하면서 한 소녀 가장을 만났다. 열네 살인 그 여자 아이는 지체장애 엄마와 초등학교 5학년 여동생을 부양하면서 검정고시로 고등학교 과정 공부를 하고 있었다.
그 소녀는 스웨타 짜는 기계 아래서 라면 등으로 끼니를 때우며 제대로 못 먹어서 그런지 폐결핵 3기인 그 아이를 광탄에 있는 시몬의집에 데려다 주고 왔더니, 아내는 조심스러운 억양으로 나에게 검정고시 공부를 권유했다. 사실 신혼시절 아내는 학벌이라고는 초등학교 3학년이 전부였던 내게 검정고시 권유를 했다가 내 열등감 발동으로 애꿎은 아내에게 불같이 화를 냈었고, 그런 홍역을 치른 다음부터 아내는 내게 공부 이야기는 입 밖에도 꺼내지 않았던 터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내의 검정고시 권유를 들으면서 ‘그래, 그 아이도 그 열악한 환경 안에서 공부를 했는데 나도 한 번 해볼까’ 하는 생각이 솔깃이 든다. 그래서 교리 신학원을 목표로 검정고시에 도전하여 6 년 만에 모두 다 마쳤다. 그리고 성서 영성학과 공부를 하는 중에 모 대학 (교리 신학원 선배) 교수님을 소개 받아 글 쓰는 지도를 받은 덕분에 이만큼이나마 글 쓰는 시늉이라도 하게 되었으니, 다시 생각해봐도 하느님의 섭리는 놀랍기만 하다. 나는 그 소녀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도움을 주었을 뿐인데, 그 당연한 일에 대한 보답으로 소녀에게 학업이라는 선물을 받앗으니 말이다.
한편 내가 교리 신학원 졸업반이던 그 해의 어느 날 참으로 반가운 사람이 우리 점포 뒷골목으로 이사를 왔는데, 그는 다름 아닌 몇 년 전에 동사무소 사회복지사로서 총각이었던 그가 어느새 결혼하여 두 남매 가장이 되어 나의 이웃으로 돌아온 것이다.
그의 아내는 처음 이사 와서 이웃들과 생소하던 차에 자신의 남편에게 우리 부부를 소개 받고는 시간이 날 때면 우리 가게에 자주 들려서 내 아내와는 언니 동생처럼 허물없는 사이가 되었으며, 나 역시 그를 만나면 예전에 그와 함께 서로 다른 도움 등을 주고받으며 함께 했던 활동에 대한 이야기들을 나누다 보면 자연스럽게 종교에 관한 이야기까지 연결되어 마침내 그들 부부를 교리반에 데리고 나갈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그때 마침 행운인지 불행인지 양 어께에 퇴행성 관절염이 와서 부득이 과일가게를 치킨가게로 업종변경을 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 가게는 버스종점을 끼고 있기 때문에 장사는 항상 새벽까지 해야만 했다. 물론 손님들 술시중에 힘든 점도 있었으나 어쩌다 가게가 한산할 때면 점잖은 손님들과 종교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한 편으로는 위로도 되었다.
손님들 가운데 가끔 새벽 두시쯤이면 찾아주는 젊은 부부가 있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들 부부는 시내에서 음식점을 하면서 부인은 주방을 맡고 남편은 홀 써빙을 맡아 하면서 시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아주 금술이 좋은 부부였다. 가끔씩 손님이 뜸할 때면 그들 부부와 우리 부부는 치킨 한 마리 튀겨 놓고 마주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끝에 가서는 거의가 종교 이야기에 빠져 새벽을 환하게 밝히기도 했었다. 그런 자리를 여러 번 하면서 여자들이 먼저 쉽게 친해져서 어느새 나는 그 젊은 부인의 형부로 불리게 되었다.
그런 인연으로 그들 부부도 교리반에 초대하게 되었는데, 그 해의 성탄절을 앞두고 영세 받을 날이 다가오면서 우리 부부에게는 행복한 고민거리가 생겼다. 그 고민거리란 다름이 아니라 앞에서 말한 사회복지사 부부와 이 젊은 부부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우리 부부가 대부 대모를 서 주지 않으면 세례를 안 받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니 고민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 부부는 의논 끝에 서로 다른 자리에 있지만 서로 비슷한 지향점을 갖고 있는 사회복지사 부부의 대부 대모를 서 주기로 하고, 한 때나마 교육자가 되고 싶어 했던 그 젊은 부부에게는 동네에서 학원을 운영하는 학원 원장 부부를 대부 대모로 엮어 주면 서로서로 교류가 잘 되겠다 싶어 그렇게 일단락 짓고 나서 한 해를 돌아보니, 몸은 고생스러웠어도 행복한 한 해였다.
지금도 그 시절을 생각하면, 절로 미소가 떠오른다. 한 자리에서 오랜 세월 가게를 하다 보니 애써 선교 대상을 찾아다니지 않아도 우리 부부에게 먼저 손을 내미는 소중한 인연들을 종종 만날 수 있었는데, 이 엮시 하느님께서 사람들을 당신 교회로 부르시려고 우리 부부를 써 주셨던 것이 아닌가 싶다. 그들을 만났기에 우리 부부의 삶이 더욱 풍요로워졋음은 물론이다. 그리고 내 인생의 고비, 고비에서 소중한 인연들을 맺어 주신 하느님께 정말 감사드린다!
첫댓글 참으로 훈훈한 하느님께서 보내주신 이웃들입니다. 바오로님의 열심히 사는 모습에 하느님의신뢰를 얻은 것이지요. 세상 온갖 평지풍파를 두루 겪으신 다양한 경험의 소유자이시니 어떤 상황에서도 도전정신이 살아나는 것이겠죠. 참 하느님과 친하셔요....그죠??
예, 풀밭 누님! 하느님께서는 제 삶이 서툴러서 제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늘 새로운 삶으로 이끌어 주셨답니다......
우리에게 일어난 모든 일들은 우연이 아니라 그분의 섭리였음을 깨닫습니다.
그렇게 보아 주시니 참으로 고맙습니다! 가을 선교사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