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기차 여행(3) - <오수역>, <임실역>, <남원역>
1. ‘전주역“에서 <오수역>으로 이동했다. ’오수의 개‘로 유명한 이 곳은 역 앞에도, 마을에도 온통 ’오수의 개‘가 중심적 이미지로 자리잡고 있다. 역과 마을중심지는 약 10분 정도의 거리다. 역은 이제 절대적 고독이라는 위치에 서있다. 역 이외 주변 어떤 시설도 없는 곳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때론 KTX가 정차하는 역도 그렇다. 정겨운 역 주변의 풍경이 소멸되고 있는 것이다. 그 적막의 공간을 지나 ’역과 읍‘ 사이 마을과 하천을 천천히 걸었다.
2. 오수가 속해있는 ‘임실면’의 중심인 <임실역>으로 이동했다. 역을 지나 군청과 학교를 만나고 임실의 평야도 바라본다. 길과 길의 연결 속에서 마을과 마을이 만들어지고, 그 속에 일상적이고 표준적인 시설이 건설되면서 사람들은 살아간다. 장소는 다르지만, 특별한 시설이 없으면 많은 곳의 인상은 점점 비슷해진다. ‘임실’ 또한 그런 곳 중 하나였다. 어쩌면 이번 여행의 목적 중 하나는 ‘역 인문학’을 하기에 좋은 장소를 발견하고 싶은 것도 포함된다. 하지만 지방으로 가면서 그런 입지는 점점 찾기 어려워진다.(아직 발견하지 못한 것이지만)
3. 임실역을 떠나 오늘의 숙소가 있는 <남원역>으로 갔다. 남원역에서 광한루 주변에 있는 남원 켄싱턴 리조트까지는 1시간 이상 제법 오랜 시간이 걸렸다. 남원의 인구는 점점 줄고 있다지만, 건설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현재 만들어진 아파트에 사람들이 모두 입주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든다. ‘남원’은 광한루라는 아름다운 시설 때문에, 광한루와 얽힌 ‘춘향전’의 전설 때문에 유명해진 곳이다. 과거에는 스쳐지나가던 장소를 오늘은 천천히, 자세하게 살펴본다. 광한루의 아름다운 자태를 제대로 영접하는 기분이다. 오랜 시간 속에서 만들어진 세월과 혼유된 현재의 모습은 차가운 기운 속에서도 도도하게 서있는 춘향의 기개를 닮아있다.
4. 남원 켄싱턴 리조트는 이번 여행 숙소 중 가장 비싸고 고급스러운 시설이다. 인터넷에서 발견했고, 생각보다 비싸지 않다는 생각(약 10만)에 예약했다. 숙소는 4-5명이 사용할 수 있는 약 25평 아파트와 유사했다. 텅 빈 공간에 혼자 있으니, 오히려 공간의 남는 부분이 부담스러운 느낌을 준다. 자신에게 맞는 적절한 공간과 물질적 자산의 필요성을 자각한다. 그래도 이번 숙소의 좋은 점은 단독여행이라는 이유로 요금에 포함되지 않은 아침 뷔페를 제공받은 것이다. 호텔에서는 아침 뷔페의 즐거움이 크지 않은가? 더구나 최근 3년간 코로나 때문에 뷔페가 사라졌는데, 이번에 정말 오랜만에 아침 뷔페의 행복을 가질 수 있었다.
첫댓글 - 기차역과 인문학의 스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