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로 보는 2018 뉴욕 마라톤 (위에서부터 참가자수, 평균완주시간, 참가국가, 자선모금액(무려 460억원;;))
새벽 4시로 맞춰둔 알람 소리에 눈을 떴다.
하필 오늘 (11월 3일) 새벽2시에 뉴욕 서머타임이 끝나 한 시간 땡겨져서 알람이 잘못 울릴까 걱정했는데, 핸펀이 자동 보정을 해준 듯. 오히려 덕분에 잠을 한 시간 더 잘 수 있어서 ㄱ이득. 5시 30분 뉴욕 도서관에서 대회장으로 출발하는 셔틀 버스를 탈려면 서둘러야 한다. 어젯밤 딸아이를 포트워싱턴에 있는 사촌집에 맡기고 오면서 기차역에서 사온 햄버거(무려 쉑쉑ㅋ)를 크게 한 입 무니 잠이 번쩍 깬다.
대회 날 현지 날씨 (6~14도 예상)
3도까지 떨어진다고 했는데, 예상보다 조금 더 높다. 문제는 대회장 도착하면 대략 6시 반. 출발할때까지 3시간을 사방 뻥 뚫린 잔디밭에서 버텨야 하는데, 가방도 맡길 수 없으니 무조건 많이 껴입고 가야 한다. 다리는 무릎 보호대에 카프슬리브 있으니 그대로 가고, 위엔 달릴 때 입을 반팔과 클럽 싱글렛, 그 위로 세탁소 비닐, 다시 긴 팔 스웨터를 입고 배번과 함께 들어 있던 1회용 비닐 우의까지 껴 입음. 그리고 역시 한국에서 가져온 휴대용 담요까지 챙겨서 호텔방을 나선다.
호텔 로비에는 대회 참가자들이 간단히 요기할 수 있도록 초콜렛바, 바나나, 이온음료 등이 차려져 있다. 가방을 맡기는데, 오후 3시 이전까지 호텔로 돌아오면 내 방 욕실을 사용할 수 있단다. 오늘 대회 끝나고 바로 체크아웃 하는 사람들에겐 무척 고마운 배려이다. 다만 그 시간 맞출려면 최소 서브-4는 해야 가능해서 난 맘만 받는 걸로..ㅎㅎ 호텔 문을 나서는데 직원이 큰 소리로 화이팅을 해준다.^^
대회장 셔틀을 타는 뉴욕 도서관까진 걸어서 15분. 도서관이 커서 어디에서 탑승을 하나 궁금했는데 쓸데없던 걱정. 벌써 수천명의 사람들이 1km 이상 줄을 서서 탑승을 기다리고 있다. 대회 신청하면서 탑승 시간을 5:30 or 6:00 고르게 되어 있는데 그게 큰 의미가 없는 듯. 먼저 온 순서대로 줄을 서서 탑승하면 된다. 도서관에 5시쯤 도착했는데, 정확히 5시 30분에 승차. 늦게 올 수록 버스 기다리는 시간이 늘어날 듯 싶다. 참고로 버스타기 전 자원 봉사자들이 무료 비닐백을 나눠주는데, 들고 간 소지품 (담요, 먹거리 등등)들을 담아 두었다가 출발전 버리는 용도로 사용하면 좋다.
뉴욕 공공 도서관(NYPL) 앞 도로를 가득 매운 대형 버스들.
일요일 새벽임에도 불야성인 뉴욕 도심을 지나 40여분을 가니 대회 출발 지점인 Staten Island에 도착한다.
대회장 입구의 중무장한 경찰들과 가방 검색대가 "아, 미국에 왔구나~"를 다시 한번 실감케 한다. 검색대에서 배번을 보여주고 입장하면 희미하게 밝아오는 아침해에 군데군데 낮은 건물들이 자리잡고 있는 넓은 잔디밭이 눈에 들어온다. 여기에서 색깔별 Village를 찾아가 출발 게이트(Corral)가 열릴때까지 기다리면 된다.
대회장 입구. 가깝게 보이는 베라자노(Verrazzano) 다리가 출발점.
대기 복장. 저기에 담요를 덮어도 나중엔 조금 춥다.
시간이 많이 남아 이곳 저곳 기웃기웃.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는 곳으로 따라가 봤더니 Free Food Zone. 공짜로 베이글과 커피, 바나나등을 나눠준다. 뜨거운 물도 준비되어 있어 컵라면을 끓여먹는 능력자도 보았다.^^
무료 모자도 나눠주고... 홍차나 핫초코도 준비되어 있다.
커피에 베이글~ 나는야 뉴요커~놀이 ㅎ (아침을 여기와서 먹어도 충분할 듯 싶다.)
끝없이 늘어선 간이 화장실(화장지 비치). 나중에 보니, 모든 칸에 10~20명씩 줄을 섰더라는...^^;;
일찍 도착한 덕분에 빵과 커피로 다시 한번 아침을 먹고, 여유롭게 화장실까지 다녀왔는데도 아직 녹색 D 게이트가 열리기까지는 한 시간이 더 남았다. 가져온 담요를 둘러쓰고 내가 들어가야 할 녹색 D 그룹 (Green Corral D) 입구가 잘 보이는 곳에서 앉아, Wave 1 출발 알림이 있을 때까지 무작정 기다린다. 녹색 D 게이트들이 보이길래, 여기가 Green Village인줄 알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Blue Village 였다는. 꼭 색깔별 지정해준 대기 장소에서 기다릴 필요는 없는 듯.
Green Corral D로 들어가는 문(출발 시간 한 시간 전에 열린다.) 이 와중에 꼭 껴안고 자는 염장 커플^^
허리에 매고 뛸 물건(핸드폰,비상금,지하철카드,파워젤 등) & 양쪽 무릎 보호대
출발 시간. 8시 30분 휠체어 선수들이 먼저 출발. 엘리트 선수들은 9:10부터 여자 먼저 출발
8시 30분이 되니, 멀리서 축포와 함께 휠체어 선수들이 먼저 출발하는 소리가 들린다. 출발 순서는 주최측에서 정해주는데무엇을 기준으로 정하는지는 모르겠다. 난 9시 40분 엘리트 남자 선수들이 출발하는 Wave 1에 속함. 출발점이 있는 베라자노 다리가 2층 구조로 되어있는데, 같은 Wave 1이라도 파란색과 오렌지색 선수들은 윗 교각에서, 녹색은 아랫쪽 다리에서 출발한다. 따라서 초반 5km까지는 달리는 구간도 다르다. 워낙 참가자가 많아서인듯.
드디어 Wave 1 출발 선수들을 위한 안내 방송이 나온다. 녹색 D 문으로 들어가면 다시 대기. 여기에서 몸도 풀고 마지막 화장실도 간다. 출발 시간이 가까워져 오면, 보온용으로 가져온 담요, 겉옷, 비닐옷등을 마련되어 있는 기부함에 벗어 버리면 된다.
녹색 D 문으로 입장하면 나오는 대기 장소. 여기 페매는 풍선이 아닌 330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달린다.
또 다시 어떤 그룹이 출발하나 보다... 축포가 울리고 마라톤 출발 음악으로는 조금 쌩뚱맞긴 하지만, 또 현장 분위기엔 너무나 잘 어울리는... 멋진 음악 한 곡이 흘러나온다~
New York New York - Frank Sinatra -
드디어 우리 차례. 앞 주자를 따라 다리 위 출발 지점으로 이동한다. 쭈욱 입고 있었던 비닐 옷도 벗어버렸는데, 긴장감 때문인지 수많은 주자들의 열기 때문인지 전혀 춥지가 않다.
출발 직전 한 컷 & 문화적 충격 ㅎㅎ
여기서도 대회 앞서 귀빈 소개를 하는 듯 한데, 반응이 많이 썰렁..^^;;
하지만 뉴욕 경찰 헬기들의 축하 비행을 시작으로 하늘에서 형형 색색 스카이다이버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TV에서나 봤던 것처럼 여가수가 직접 미국 국가를 부르기 시작하면... 분위기는 절정에 달한다.
두 발의 축포 소리와 함께, 다시 그 음악이 흘러 나온다.
"~~ I want to be a part of it,, New York, New York~"
자, 뉴욕을 달려보자~
출발.
첫댓글 역시 수현형님은 글로벌하게 뜀박질도 하십니다.
존경스럽고 부럽습니다.^^
역시 규모가 다르네ㆍ대단하구만 ㆍ참 멋지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