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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렁뚱땅 흥신소] 02 - 사건파일 no2 '죽은 자는 수다스럽다'
S#1. 황금빌딩앞(밖/저녁)
경찰차가 서 있는 황금빌딩앞.
경찰차 뒤에 택시가 멈춰서고. 20대 중반의 여자, 은재가 내린다.
은재가 사방을 둘러본다. '기억에 없는 곳인데도 낯설지가 않은 것은 왜일까'
혼란스러움. 의문들...
은재가 황금빌딩의 모퉁이를 돌자 바깥계단이 보인다.
은재는 이 계단이 이곳에 있었음을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은재가 계단을 오른다.
3층턱에서 잠깐 멈춰섰다가 다시 올라간다.
은재가 사라지면 무열과의 말싸움으로 기분 나빠진 장택수가 툴툴대며 내려와 경찰차를 타고 사라진다.
S#2. 황금빌딩 옥상(밖/저녁)
비어있는 옥탑방이 멋없이 솟아있는 옥상.
버려진 화분들, 물건들, 샌드백, 역기등이 되는대로 놓여있고.
빨랫줄엔 태권도복같은 무열의 빨래가 널려있다.
은재가 올라온다.
은재는.....딱히 말할수 없지만 겁에 질려있다.
주위를 둘러본다.
멀리 보이는 덕수궁 불빛...
은재가 휘청인다.
불빛처럼 번득이는 어린시절의 조각난 기억.
(인서트)
-좁은곳에 숨어있는 일곱 살 된 여자아이.
그 아이의 시선으로 보이는 작은 틈. 저 멀리 덕수궁의 불빛이 보인다.
옥상위
은재가 숨을 헐떡이며 덕수궁 불빛이 보이는 난간쪽으로 다가간다.
(은재) : (내면에서 들리는 쥐어짜는듯한) 안돼...
(인서트)
-갇혀있는 여자아이의 시선.
남자의 구두가 보인다.
(은재) : 안돼....
옥상위.
은재가 과잉 호흡을 예방하려고 두손으로 입을 가린채 심호흡한다. 불안하고 거친 숨소리.
(인서트)
-갇혀있는 여자아이의 시선.
남자의 구두가 아이쪽으로 돌아선다. 구두가 다가온다.
(은재) : 안돼...
옥상위. 은재가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는다.
이미 자신을 제어할 수가 없다.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내린다.
(인서트)
-갇혀있는 여자아이의 시선.
여자아이 숨을 멈춘채 다가오는 구두를 바라본다.
구두의 주인이 쭈그리고 앉는다. 무릎에 걸친 그의 손에 들린 나뭇잎모양의 황금!!
여자아이의 시선으로 남자의 얼굴이 막보여지려할때...
(은재) : (발악하듯) 안돼에!!!!!!
옥상위.
은재가 풀썩 쓰러진다.
버려진 화분들, 못쓰는 잡동사니들 틈에 초 부유층이 틀림없는 은재가 기절해있다.
이 이질적인 모습을 관조하듯, 카메라 위에서 지켜보다가 은재를 향해 줌인해들어간다.
화면 일각에 아무것도 모른채 옥상으로 빨래를 걷으러 올라오는 무열이 얼핏 보인다.
은재의 얼굴에서 화면 어두워진다.
----타이틀
용수철에서 찢어낸듯한 종이. 좌측 상단에 '얼렁뚱땅 흥신소'라는 로고.
타타닥 자판 소리와 함께 '의뢰 NO2. 죽은자는 수다스럽다'라는 제목이 뜬다.
S#3. 흥신소(안/밤)
핏기없는 은재의 얼굴에서 줌아웃하면,
무열, 용수, 희경이 기절한 은재를 내려다보고 있다.
용수가 은재의 목에 손가락을 대본다. 경동맥이 느껴진다.
무열 : (흥분했다) 어떡하지? 형 어떡해? 이럴땐 어떡해야 되는거야. 난 기절한 여자 처음 봐... 맞다. 119에 전화해야지.
전화기 어딨어? 119가 몇번이더라...
용수 : 좀 기다려봐.
무열 : (전화버튼을 누르려다 말고) 왜?
용수 : 외상도 없고, 호흡도 정상이고... 경찰오면 귀찮아지기만 하구... 좀 있어봐.
무열 : 그래? (좀 진정했다가 다시 어수선해진다) 그래도 뭔가 해야하는거 아냐? 우와...이쁘긴 진짜 이쁘다.
뭔 여자가 이렇게 이쁘냐? 이런 이쁜 여자가 옥상에 왜...아! 경찰...신고해야지. 강도라도 당한거면...
희경 : (단호히) 그건 아냐.
희경의 단호함에 무열과 용수가 돌아본다.
은재의 핸드백을 살펴보던 희경.
희경 : (자신에 차서 핸드백을 들어보이며) 이게 얼마짜린줄 알어? 내가 강도면 이것부터 챙겼다.
저 구두는 또 얼마짜린 줄 알어? 머리에서 발끝까지 이 여자가 몸에 얼마나 발랐는지 알어?
아무리 나래도 참 계산이 안 나온다.
용수 : (핸드백을 보며) 거기 연락처 없어?
희경이 핸드백을 연다.
용수와 무열이 들여다본다.
화장품들을 하나하나 끄집어내는 희경.
희경 : 이것보라지...내 이럴 줄 알았어. (립스틱 라벨을 확인하며 너무 부러워서 짜증이 나는) 아우...미쳐 미쳐...
무열 : 누나도 이런 거 있잖어.
희경 : (발끈하는) 내건 짝퉁이란 말야.
희경이 지갑을 열어본다.
30대 초반쯤의 남자 사진이 보인다.
용수 : (얼굴 모으며) 애인인가 부다.
무열 : 삼촌이네.
희경 : (단호히) 스폰서야.
무열과 용수가 희경을 본다.
희경 : 저 나이에 지가 재벌집 딸이 아닌 다음에야 명품으로 도밸할려면 스폰이라도 물어야지 안 그래?
무열 : 누나 왜 그래? 기절한 사람한테.
희경 : (단호히) 부러워서 그런다.
(핸드백엔 특별한게 없다. 다시 주워담는데) 쳇...나는 연간계획을 세워야 이거 하나 살까 말깐데...
무열 : (용수에게) 암것도 없는데...어떡하지?
용수 : 핸드폰도 없어? 주머니에 있나? (희경에게) 좀 뒤져봐.
희경 : 내가? ....여자 몸 더듬는 건 찜찜한데...
무열 : (눈을 반짝이며) 내가 할까?
희경 : (무열을 쓰윽 쳐다보고는 주머니를 뒤지다가 옷감안쪽의 라벨을 확인하고) 예상이 틀지질 않는 구만.
희경이 은재의 치마주머니를 확인하려는 순간,
은재가 눈을 뜬다.
희경, 자기는 무죄라는 듯 손바닥을 들어보이며 뒤로 물러선다.
눈을 뜬 은재는 더욱 아름다워서 무열은 자기도 모르게 한숨을 쉰다.
은재가 실내를 둘러본다.
용수 : 아니 그게.... 옥상에 쓰러져 계시길래 (무열을 가리키며) 얘가 발견하고 밑으로...예...
무열, 자기가 했다는 듯 한발 나서며 손을 살짝 들어 보인다.
은재가 일어나려다가 비틀거린다.
무열이 쓰러지는 은재를 받을려고 후다닥 움직이는데,
은재가 스스로 몸을 가눈다.
뻘쭘한 무열의 손...
은재 : 저기... 물 한잔 주시겠어요?
무열 : 아. 물요. 그럼요...
무열이 컵 중에서 깨끗한 걸 골라 냉장고에서 보릿차를 꺼내 따른다.
용수 : 경찰에 신고할까 하다가 무슨 일인지도 모르고 해서...
무열 : (물을 건넨다) 여기..
은재 : (무열과 용수 모두에게 말하듯) 고맙습니다.
은재가 물 마시는 모습을 지켜보는 세사람.
무열에게는 은재의 물 마시는 모습조차 아름답다.
희경, 그런 무열을 흘깃 쳐다본다.
용수 : 이 동네 분은 아닌 것 같고. 가족이나 친구한테 연락 하는게 낫지 않을까 싶은데...
희경 : (무열을 흘깃 보며 놀리듯) 아님 애인을 부른다거나,
무열이 희경을 툭친다.
무열 : 근데 어쩌다가 거기 쓰러져 계셨는지...
은재 : (일어나면서)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은재가 세사람에게 인사를 한다.
갑자기 말을 끊고 일어나는 은재를 쳐다보는 세사람.
은재 : (희경을 보며 곤란한듯) 저기...
희경, 왜 쳐다보나 모르다가, 자기가 은재의 핸드백을 꼬옥 안고 있었던걸 그제서야 눈치챈다.
희경이 아쉬운 듯 손가락끝까지 가죽의 감촉을 느끼며 은재에게 핸드백을 건네준다.
S#4. 황금빌딩 앞(밖/밤)
은재를 태운 택시가 출발한다.
배웅하는 용수, 무열, 희경.
용수 : (멀어지는 택시를 바라보며) 거기 왜 쓰러져있냐니까 말을 홱 돌렸지? 이상하네.
희경 : (역시 택시를 바라보며) 저 어린 것이 온몸이 명품이란 게 더 이상해.
무열 : (택시를 보며 의미심장하게) 정말 이상한건...
용수와 희경이 기대를 품고 무열을 본다.
무열 : 저도 인간인데 어떻게 저렇게 이쁠 수 있냐는 거야. 정신없이 이뻐.
용수 : (무시하고 돌아서는) 신경썼더니 배고프네... 라면 먹을래?
희경 : 계란 풀어서?
용수 : 희경씬 너무 사치스러워.
낄낄대며 안으로 들어가는 세사람.
(f.o)
S#5. 만화가게(안/낮)
손님이 대여섯명.
용수가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붓고 반납기에서 빼낸 만화책을 정리한다.
무심코 책을 후루룩 넘기다가 뭔가를 발견한다.
3만원!!
용수, 나오려는 비명을 삼키며 누가 보나 고개를 드는 순간,
눈앞에서 강모가 빤히 쳐다보고 있다.
강모 : (흘깃 보며 시큰둥하게) 돈이네.
용수 : (변명하듯) 전에 내가 넣어놨던 거야. 비상금...
강모 : (말없이 빤히 쳐다본다)....
용수 : 진짜야...
강모 : 누가 뭐래요?
잠깐의 침묵. 강모는 여전히 그 자리에 서서 이것저것 만화책을 툭툭 건드려본다.
용수 : (결국) ...라면 먹을래?
강모 : (잠깐 계산해본다) 김치 있어요?
영악한 놈이라 생각하면서도 냉장고 문을 여는 용수.
S#6. 희경의 방안(안/낮)
입던 옷이 여기저기 널브러진 방안.
침대와 화장대, 행거와 옷장등 살림은 간소한 편이지만, 정리정돈이 전혀 안돼있다.
전화벨이 울린다.
자동응답기가 돌아간다.
(희경) : (신비모드 음악과 함께) 운명을 알고 싶으십니까? 미래를 알고 싶으십니까? 운명을 아는 자. 아란샤아~!!
삐소리가 나면 녹음하십시오.
삐소리 후
(남자) : 희경씨... 나야 극단 만추 유인찬... 이번에 새작품 들어가거든... 희경씨 아니면 안되는 캐릭터가 있어서....
대사 없이 내면연기를 해야 되는 거라 신인갖곤 안돼.... 희경씨...집에 있지? 있으면 받아라. 제발...
옷더미와 이불에 가려져있던 희경이 끙하고 돌아눕는다.
전화기를 잡는다.
S#7. 황금빌딩 앞(밖/낮)
용수가 재활용 종이 뭉치와 쓰레기봉투를 들고 나온다.
쓰레기를 분리해 버리고 돌아서는데 차려 입은 희경이 나온다. 구두가 눈에 띈다.
용수 : 구두 샀어? 예쁘네.
희경 : (좋아서) 그렇지..
용수 : 옷이랑 안 어울려.
희경 : (급삐지면서) 나도 알어..,아는데 꼭 찍지 마.
용수 : 어디 가?
희경 : 극단에서 섭외가 들어와서...
용수 : 제목이 뭔데?
희경 : 뮤지컬 콩쥐팥쥐
용수 : 콩쥐?
희경 : 아니..
용수 : 팥쥐?
희경 : 아니구...뭐랄까? 주인공을 도와주는 행복 아이템이랄까? 자세한건 죽어도 말 못해
희경이 돌아서다 문득 멈춰선다.
안으로 들어가려던 용수가 무슨 일인가 싶어 돌아본다.
용수와 희경의 어깨 너머로 이삿짐 트럭이 와 멎는다.
누군가 내린다.
용수와 희경의 놀란 얼굴에서 cut to
S#8. 태권도장(안/낮)
애들이 태권도 품새중이다.
아이들 사이를 돌아다니면서 가끔 구호도 따라하고, 추임새를 주면서 '경제난 타개'를 궁리중인 무열.
무열 : 자 배에 힘주고 (아이들과 함께) 태권!!
(무열) : 어떻게 하면 관원이 늘어날까? 아이짱 태권도에서는 한달에 한번 피자를 산다는데... 나쁜 놈들. 상도덕이란게 없어.
무열: 앞지르기
(무열) : 하다못해 난 빵이라도 사야 되나?
무열 : (아이 손을 잡아주며) 주먹에 힘!
(무열) : 차라리 아줌마 반을 만들어볼까?
무열 : (아이들과 함께) 태권!!
(무열) : (창문에 얼굴을 슬쩍 비춰보며) 아줌마한테는 먹히는 얼굴인데...
무열, 무심코 창밖을 보며 스쳐갔다가 다시 창쪽으로 와서 고개를 내민다.
(내려다보면)
위에서 내려다보면
용수와 희경도 멍하니 어딘가를 보고 있다.
이삿짐을 나르는 사람들. (테이블과 옷장 같은 꼭 필요한 짐 서너개)
트럭기사에게 돈을 주고 돌아서는 여자
은재다!!
S#9. 바깥쪽 계단(밖/낮)
태권도복 차림 그대로 무열이 우당탕 계단을 내려온다.
노트북 가방을 들고 올라가던 은재와 마주친다.
무열 : 안녕하세요. 여긴 어쩐일이세요? (은재가 대답하기도 전에) 일루 주세요. 이 무거운 걸.
(생각보다 가벼워서 휘청한다) 근데 어디루...?
(희경) : 옥탑방이요?
S#10. 황금빌딩앞(밖/낮)
희경과 용수가 집주인 할아버지를 잡고 이야기중이다.
집주인할아버지는 집 앞을 쓸러 나왔다.
희경 : 말이 돼요? 저 명품으로 도배를 한 여자가 이 다 쓰러져가는 꾸질꾸질하고...
집주인 : (쓰윽 노려본다)...
희경 : 고풍스러운 옥탑방에 이사 온다는게 이상하잖아요. 신원확인은 하셨어요?
집주인 : 뭔 확인?
희경 : 그렇잖아요. 세 안나간다고 아무나 들여놨다가 할아버지 나중에 큰일나요.
세를 놔도 뭣좀 알아보고 믿을만한 사람인가...
집주인: 나한테 가장 못 믿을 사람은 아란샤 자네야. 월세 내는 날 25일인거 알지? 이번 달도 늦으면 짤 없어.
희경 : (깨갱한다)...
집주인 : (쓰레기를 줏으면서 멀어지며 혼잣말로) 뭐...? 배고파 죽은 애기 귀신...놀구 있네.
희경 : (입을 삐죽거리면서) 귀신이 하나란 법 있나? 애기귀신도 있구 어른귀신도 있고...
집주인 : (홱 돌아보며) 뭐?
희경, 딴데 본다.
은재의 갑작스런 등장이 이상한건 용수도 마찬가지. 옥상을 올려다본다.
S#11. 옥상(밖/낮)
옥상은 지난번보다는 정리되어 있다. 못쓰는 물건들이 한쪽으로 모아져 있고...
뭐, 그래봤자지만.
무열이 엉거주춤 선채로 옥탑방안을 들여다본다.
도배장판이 새로 된 옥탑방.
작고 초라한 방안에 꼭 필요한 물건들이 셋팅되어 있는데
(예를 들면, 책상, 노트북과 부속기기들, 침대, 냉장고, 행거와 행거에 걸린 옷들, 그리고 기니피그 상자까지)
몇 안되는 물건들은 최고급품이다.
은재가 노트북을 연결하다가 무열을 돌아본다.
무열, 애매하게 웃는다.
그 얼굴위로 오토바이 소리 선행한다.
(짱게) : 짜장면이요.
S#12. 흥신소(안/낮)
용수, 무열, 희경이 짜장, 짬뽕, 만두를 먹고 있다.
희경 : (한입 먹고) 이상해. (또 한입 먹고) 이상하지. (단무지 먹고) 너무 이상해.
명품으로 토탈 코디한 여자가 왜 이런데로 이사 왔을까?
용수 : 짝퉁 아냐?
희경 : 짝퉁 인생 30년 내가 보장해. 100퍼센트 진품이야.
용수 : 금 때문 아닐까? 얼마전까지 지하실을 금광이라고 생각한 사람들이 있었잖아.
희경 : 것두 아니야...그 얼굴은 금 숟가락을 입에 물고 태어난 얼굴이야. 관상학적으로 그래.
한푼 벌 줄은 모르면서 쓰는 것부터 배운 날 때부터 부르조아... 부러운 기집애...
그런 기집애가 왜 이런데로 이사 왔을까?
무열 : 난 그 비밀을 알고 있지.
희경 : 뭔데?
용수 : (집중한다)
무열 : (조금 당황한다) 아니 너무 그렇게 집중해주시면 민망한데...
용수 : 말해봐.
무열 : 누나말 대로 얼핏봐도 47평 아파트에 살 것 같은 여자가 화장실도 밖에 있는 왜 이런 데로 이사를 왔느냐?
생각해볼수 있는 이유는 단한가지란 거지!
희경 : 뭔데?
무열 : 거부할수 없는 운명의 이끌림. (자기를 가리키며) 숙명적인 사랑 나를 만나러 왔다라고 밖에는...
희경 : (한숨을 푹 쉰다)...
무열 : 운명을 믿는다며. 아란샤!!
희경 : 여름은 시작도 안했는데 더위부터 먹고 그러냐?
용수 : (하나 남은 만두 찝는다) 내가 먹는다.
(은재) : 실례합니다.
은재가 들어선다.
남은 짜장을 긁어넣던 무열, 갑자기 가슴펴고 배에 힘주고 멜로 모드로 돌변한다.
은재 : 식사중이시면...
무열 : (목소리도 그윽하게) 아닙니다. 다 먹었습니다.
용수가 주섬주섬 그릇을 챙겨 테이블 밑으로 내려놓는다.
무열 : 이쪽으로...
은재 : ...저기... 부탁드릴게 있어서요.
용수 : ...??
은재 : 세분이 발견하신 벽속의 그.... 그 사람 신원을 좀 알았으면 하거든요.
용소 : 예?
은재 : 살아있었을 때 그사람이 뭘 하던 사람인지. 가족은 어떻게 되는지 전과 기록이나 경력같은거랑.
일기장 같은게 있으면 더 좋구요.
무열 : (평소대로) 아니 그런게 왜....? (하다가 멜로모도로) ...뭔가 오해를 하고 계신 것 같은데.
저는 요 옆 태권도장의 사범겸 오너로서 흥신소같은 불법적인 일과는 전혀 관계없는 사람입니다.
무열이 여유있게, 그윽하게 미소짓는다.
희경이 말없이 무열 입가의 짜장을 휴지로 닦아준다. 쓱쓱!!
은재: (핸드백을 뒤지며) 달리 부탁드릴 데가 없어서요. (돈봉투를 꺼내놓는다) 이런 일에 얼마를 드리는지 몰라서...
희경 : (돈봉투를 슬그머니 끌어당기며 안을 확인하면서)
얼마나 마나 우리는 다 각자 직업이 있는 말하자면 개인사업가로서...
희경, 액수를 확인하고는 갑자기 숨을 멈춘다.
용수와 무열이 얼굴을 모으고 수표의 액수를 확인한다.
고개를 끄덕이며 동그라미를 세가는 세사람의 얼굴위로...
창밖에서 들리는 노랫소리. '머니. 머니해도 머니...'
은재가 내민 것은 3백만원짜리 자기앞수표다.
----은재의 브릿지
S#13. 숯불갈비집앞(밖/저녁)
나레이터 모델이 왁스의 '머니'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음악 중간중간에 현란한 멘트를 섞어가며
'오늘 개업을 맞이한 종로 숯불갈비... 열여덟 가지의 무공해 야채와 더불어...'
S#13-1. 흥신소(안/저녁)
3백만원짜리 자기앞 수표....
여전히 얼굴을 모으고 수표를 쳐다보는 세사람.
동시에 침을 꿀꺽 삼킨다.
은재 : (세사람이 말이 없자).... 성공보수는 따로 드리겠습니다.
희경 : 아니 뭐. 그건... 그렇다고 쳐도...
희경, 돈봉투를 다시 테이블에 내려놓는다. 너무 너무 너무... 욕심 나서 시선이 떨어지지가 않는다.
희경 :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까도 말했지만 우리는 다 엄연한 직업이 있는 개인사업가로서...
은재 : 세분이 이 일에 대해서는 가장 많이 알고 있을 것 같고, 또 관심도 있을 것 같아서 부탁드린건데...
제가 잘못생각했나봅니다. 죄송합니다.
은재가 돈봉투를 회수하려는 순간 돈봉투를 탁 잡는 희경....
희경 : (다급하게) 왜 찾는 건데요?
은재 : ...?
희경 : 그러니까 그 벽속의 해골...시체. 아니 그 사람 신원이 왜 궁금하냐구요?
은재 : ...
희경 : 아니 뭐. 이유를 들어봐서 납득할만하다 하면 서로 모르는 처지도 아니고 도와줄수도 있는건데...
우리가 꼭 돈 때문에 움직이는 사람도 아니고... 안그래?
희경, 무열과 용수의 동의를 구하지만 무열, 용수 대답을 피한다.
희경 : 그리고 왜 찾는질 알아야 찾기도 편하고. 단서도 되고...딴델 가도 그건 물어볼 걸요. 왜찾나?
은재 : (잠시 생각하다가) 어렸을때...동생이 유괴됐는데... 벽속에서 나온 시체랑 관련이 있는 것 같애요.
무열, 용수, 희경 놀란다.
은재가 가방에서 뭔가를 꺼낸다. 나뭇잎 모양의 황금이다.
은재 : 벽속에서 나온 황금이랑 같은 모양이죠. 우리 아버지 금고에 남아 있던 건데...
그때 몸값으로 범인에게 준게 아닐까...그렇게 생각이 돼서요.
무열 : 아...그럼 그 동생분은...?
은재 : (작은 한숨과 함께) ........소식이 끊겼습니다.
무열 : 저런 나쁜 놈. 그러니까 벽속에서 죽었지.
은재의 얼굴이 어두워진다.
무열은 그게 동생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무열 : 아우...얼마나 참...속상하고. 아이구...할말이 없네... 긍정적으로 생각하세요. 동생도 어디선가 잘 있을 거예요.
만날 사람은 만난다고...우리 할머니가 늘... (자기 말이 두서없다는걸 알고) 어쨌든 걱정마십시오.
반드시 찾아내서 동생 분을 만나게 해드리겠습니다.
은재 : ...(어두운 얼굴로) 부탁드립니다.
S#14. 옥상(밖/밤)
바깥계단으로 올라오는 은재. 멀리 고궁의 불빛을 본다.
문득 얼굴을 찡그리며 한숨을 쉰다.
S#15. 버스(안/낮)
용수와 희경이 자료를 보고 있다.
신문 스크랩. 벽속에서 나온 시체와 함께 나온 물건들, 허리띠, 라이터, 그리고 반지...
반지의 안쪽면을 확대한 사진에 '1977. 장성탄광 40주년 기념'이라는 글귀가 보인다.
들여다보던 희경.
희경 : (자료에서 눈을 떼며) 아무 멀미 나...아무 토할 것 같애. 무슨 뒷조사를 버스타고 다니면서 하냐.
용수 : 그래도 우등고속이잖어.
희경 : (용수를 보다가) 차암 긍정적이야. 오래 살거야. 암도 안걸릴거야. 아무렴
용수 : 없을수록 밝게 살아야지.
희경 : (금덩어리 사진을 보다가) ...이럴줄 알았으면 양심시민같은거 안하는건데. 양심스럽다고 냉장고 주는것도 아니구.
그 금덩어리 팔면 얼마쯤 했을까?
용수 : 한개당 1430만원. 곱하기 3해서 4290만원.
희경 : (용수를 보다가 배시시 웃으며 쿡 찌른다) 에에이...
용수 : 왜?
희경 : 온갖 양심은 혼자 떨어놓고 벌써 계산해 본거야?
용수 : (스크랩을 가리키며) 여기 나왔어.
희경 : 난 왜 못봤지...근데 용수씨가 왠일이야? 난 안한다 그럴줄 알았는데...
게으르기로 따지면 전국 초 상위권께옵서 몸소 떨치고 일어난 이유가 뭐야?
용수 : (오버하듯) 가족을 잃어버린 아픔이랄까 그런 게 화악 와닿더라구.
희경 : 보도용 말구. 급전이 필요했던거야? 태백에 놀러가고 싶었던거야?
용수 : 둘 다...
용수, 뭔가 다른 이유가 있는듯도 보이지만 희경이 눈치챌정도는 아니다.
S#16. 태백 버스 터미널 앞(밖/낮)
'태백 버스 터미널'간판.
터미널에서 나오는 용수와 희경이 우울해 보이는 태백시내를 둘러본다.
S#17. 태백 탄광 박물관(안/낮)
조잡해서 기괴해보이는 박물관의 광부 인형들.
용수와 희경이 별 열의없이 박물관을 휘 둘러보고 있다.
직원이 들어온다.
직원 : 예 맞네요.
용수와 희경이 돌아본다.
직원 : (용수등이 갖고 있던 반지의 자료사진을 건네며) 1977년도에 회사에서 직원들에게 나눠준 반지 맞습니다.
용수 : 직원 명단 좀 볼 수 있을까요?
직원 : 예?
용수 : 그게 저한테 꼭 필요한건데... 에 왜 필요하냐면. 그러니까 그게...
직원이 빤히 쳐다볼수록 더욱 버벅대는 용수.
(희경) : (너무나 애절한 목소리로) 선생님!!
직원과 용수, 잊고 있었던 희경을 돌아본다.
희경,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애절한 얼굴이다.
직원보다 용수가 더 놀란다.
희경 : 그중에 하나가 저의 아버지거든요.
직원 : 예?
희경 : (절제된 감정연기를 보여주는) 지금으로부터 30년전에
아무것도 모르는 열아홉살 다방아가씨랑 가족을 떠나 탄을 깨러 왔던 광부랑...
아버지는 결국 가족한테 돌아가면서 뭐든 해주겠다 그랬지만. 엄마는 이 반지 하나면 된다구...
직원, 멍해서 희경을 바라본다.
희경 : 엄마는 저를 혼자 낳고, 혼자 키우고...아빠 얘기는 내내 안하시다가, 돌아가시기 얼마전에 이 반지를 보여주시면서,
나한테 아버지가 있다는것만 알아라. 찾아갈 생각은 마라. 가정이 있는 분 곤란하게 하면 안된다고...
용수, 알고보면서도 속을 것 같다.
희경 : (직원의 손을 두손으로 꼭 잡으며) 부탁드립니다. 그냥 나한테도 아빠가 있었구나. 그것만 알면 되요.
그냥 멀리서 한번만 볼수 있게. 예? 선생님
직원 : (눈가의 눈물을 손가락으로 찍어내면서) 알겠습니다.
희경 :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직원 : (자료를 찾으려 돌아서면서) 잠깐만 기다리세요. 복사해드릴게요. 잔산처리를 한다 한다 하면서도...
용수 : (작은 소리로)... 브라보!!
'이쯤이야'...희경, 으슥한다.
직원이 서랍에서 두툼한 직원명단을 들고 온다.
너무 두툼하다.
으슥하던 희경이 놀란다.
희경: 이게 다...
직원 : 예. 그땐 탄광이 최고로 잘나가던때였거든요.
직원이 500명이 넘는데 이중에서 어떻게 찾으실려나...아... 이름은 아시겠구나.
희경 : 예?....
S#18. 태백 탄광 박물관 앞(밖/낮)
두툼한 직원 명단을 든 희경과 용수가 나온다.
배웅하는 직원. 기운내라는 듯 주먹을 쥐어보인다.
썩은 미소를 날리며 돌아서는 희경, 카메라를 향해 돌아서자마자 똥씹은 얼굴이 된다.
S#19. 옥탑방(안/낮)
컴퓨터 모니터.
해골에 점점 살이 붙는 중이다. 골상학을 이용해 해골의 살아있을적 모습을 만들고 있다.
(20퍼센트정도 완성됐다)
은재가 컴퓨터의 작업을 지켜보며 스타벅스 커피를 마신다.
노크소리.
S#20. 옥탑방 앞(밖/낮)
양복을 빼입은 무열이 배에 힘주고 등을 꼿꼿이 펴고 서 있다.
온얼굴 가득 스마일!!
문이 열리고 은재가 나온다.
무열 : 아유. 집에 계셨네요. 더우시죠?
은재 : 예...
무열 : 이제 이웃사촌도 되고, 이거...
무열이 슈퍼타이를 내민다.
은재가 뻘쭘하게 쳐다본다.
무열: 하하. 이게 다 미풍양속아닙니까? 하는일마다 깨끗하게 잘되라고...하하하... 자, 받으세요. 별거 아닙니다.
은재 : 고맙긴 한대요. 집에 세탁기가 없어서...
무열 : 예? 아니 그럼 손빨래를....?
은재 : 세탁소도 있구...
무열 : 아 어쩐지... 두루마리 화장지를 살까 하다가 이걸 사왔는데...
바꿔 달라면 바꿔 준다고 했거든요. 제가 잠깐 가서....
안에서 핸드폰 벨소리가 들린다.
은재 :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저 그럼...
은재가 문을 닫고 사라진다.
배에 힘주고, 등을 쫙 펴고 서 있던 무열이 축 처져서 옥상을 내려간다.
S#21. 3층 계단-복도(안/낮)
계단을 내려오는 무열.
올라오던 집주인할아버지와 이산과 마주친다.
이산 : 안 더워?
무열 : (힐끗 쳐다본다)..
이산 : 여름 시작했는데 겨울 양복입구...
무열 : 춘추봅이예요.
이산 : 뭘? 척 보기에 울이구만.
무열 : (그냥 지나쳐가려는데)...
집주인 : 만화랑 점쟁이 어디 갔어?
무열 : (사라지면서) 월세 떼먹고 도망갔어요.
집주인 : 저런 저...
이산 : 엘리베이터 좀 만들어라 소금쟁아. 올때마다 무릎이 후달거려서 바둑을 둘수가 있나...
집주인 : (기원 문을 따면서) 누가 오랬냐?
이산과 집주인 기원 안으로 들어간다.
S#22. 강원랜드 카지노(안/저녁)
룰렛 테이블.
박수치는 옆자리의 사람들.
딜러가 만원짜리 칩을 네무더기쯤 쌓아놓는다.
희경이 의기양양해서 끌어온다.
희경앞에 칩이 가득 쌓였다.
구경꾼들이 빙 둘러서있다.
희경 뒤에 서 있던 용수가 희경의 등을 쿡 쿡 찌른다.
희경 : (딜러가 판 정리하는걸 지켜보면서) 왜?
용수 : (좋아서 입이 다물어지질 않는다) 얼마냐? 이게
희경 : (역시 좋아죽지만) 계산은 끝난 다음에...
용수 : 더하게? 그만 가자
희경 : 이제 시작인데 어딜 가? 나 오늘 신빨이 제대로 올랐거든 재복신이 왕림하사 횡재수가 범람하리니...
용수 : 그래도 될때 일어나는게...응?
희경 : (조용히 숫자판을 응시한다) 가만 있어봐. 집중하는데...
희경의 타박에 입을 다무는 용수.
희경, 눈에서 불길이 솟는 듯 숫자판을 응시하면, 13이란 숫자가 번쩍하는 듯 싶다.
희경 만원짜리 칩 네무더기를 13에 몰아넣는다.
우와...감탄음.
괜히 으슥하는 희경.
용수는 조마조마하다.
딜러의 'no over bet'선언.
룰렛이 돌아간다.
S#23. 카지노 앞(밖/밤)
하늘을 보고 서 있는 용수와 희경. 그들의 만담이 시작된다.
용수 : 희경씨. 화끈하더라. 질를때 질르는 모습이...
희경 : 내가 그런 면이 좀 있지?
용수 : 오늘 재복신이 바쁘신가봐 오자마자 가셨네.
희경 : 그러게.
용수 : 내가 많은걸 바랬나, 차비는 남겼어야지?
희경 : 말리지 그랬어.
용수 : 내 지갑만은 안된다며 도망가는 날 낚아챈게 누군데?
희경 : 100미터 몇초야? 어떻게 나한테 잡히냐?
용수 : 내 인생 어언 36년. 별의별 일을 다 겪었지만 노숙은 처음일세.
희경 : 경험은 풍부할수록 좋은거야. 늙어서 할 얘기가 많아지잖아.
용수 : (혼잣말하듯) 미안하단 말 하기가 그렇게 어려울까?
희경 : 말 안해도 알잖어.
용수 : 뭐 돈 될만한 거 없나?
용수, 자기 몸을 살펴본다.
문방구에서 팔 것 같은 싸구려 시계. 꺽어신은 구두.
문득 희경의 명품 핸드백으로 시선이 간다.
희경 자기 핸드백을 꼬옥 끌어안는다.
희경 : 내 몸은 팔아도 이것만은 안돼.
S#24. 전당포 골목(밖/밤)
전당포가 다닥 다닥 붙어있는 골목.
그중에 하나로 들어간다.
'tv쇼 진품명품'의 감정할 때 음악이 선행한다.
S#25. 전당포(안/밤)
하얀 장갑을 낀 50대의 전당포주인이 희경의 명품 핸드백을 꼼꼼히 감정중이다.
안을 뒤집어보기도 하고 바닥을 보기도 하고, 속감을 만져보기도 하고, 냄새를 맡아보기도 하고,
희경과 용수가 긴장해도 전당포 주인의 움직임을 눈으로 쫓는다.
전당포 주인이 드디어 고개를 들면 음악 끊긴다.
용수 : 얼마나?
전당포 주인이 씨익 웃는다.
희경과 용수도 따라 웃는다.
전당포 : 가격을 책정할 수가 없습니다.
희경 : 예?
용수 : (너무 좋아서 희경에게) 그렇게 비싼 거였어?
전당포 : (진지하게) 우린 가짜는 취급하지 않습니다.
희경 : 가짜라뇨?
전당포 : (자신의 감정을 불신하는 희경을 쏘아보며) 가짜 맞습니다.
희경 : 이 꼼꼼한 바느질. 선명한 색상. 가죽의 질감. 이게 어딜봐서 짝퉁이예요. 알지도 못하면서.
전당포 : 이 브랜드는 반드시 안쪽 속감 어딘가에 일련번호가 있는데 아무리 찾아도 없더군요.
희경 : ...누가 그래요?
전당포 : 그리고 이건 통가죽이 아니라 짜투리로 이어붙인겁니다.
더구나 안족의 이부분, (바닥을 보인다) 그나마도 여긴 비닐이군요.
용수, 희경을 바라본다.
희경 : (세게 나간다) 장담할 수 있어요? 시골 할아버지가 뭘 안다고...
전당포 : (전문가의 여유를 갖고 씨익 웃더니 라이터를 켠다) 그럼 불붙여볼까요?
가죽이면 무사할테고, 비닐이면 타겠죠.
희경과 전당포 주인의 눈싸움.
용수는 전당포 주인과 희경을 번갈아본다.
전당포주인, 희경을 보면서 웃음을 머금은 채로 서서히 가방쪽으로 불을 가져간다.
마지막 순간,
희경이 핸드백을 낚아챈다.
희경 : 이게 짝퉁이래도 25만원짜리란 말예요. 짝퉁중에 최고가. 거의 진품이나 다름없어요. 라벨만 없다뿐이지...
전당포 : (코웃음을 치며 흰장갑을 벗는다)..
희경 : 내일 와서 찾아갈테니까 10만원만 줘요.
전당포 : 일 없네...어디서 사기꾼 같은 년놈들이...
희경 : 뭐요? 년놈? 어따 대고 욕이예요? 아무리 어려보여도 나도 나이 먹을만큼 먹었어요. 이 아저씨가 진짜...
희경이 방방 뛰지만 전당포주인은 들은척도 안하고 자기 할일만 한다.
장갑을 벗고 테이블 밑에 빼놨던 반지를 다시 끼는데 용수가 전당포 주인의 손을 탁 잡는다.
전당포 : (깜짝놀라 방범벨 쪽으로 손을 가져가면서) 뭐, 뭐하자는 거야?
용수 : 이 반지 어디서 나셨어요?
전당포 : 반지가 왜? 이거 내꺼야.
전당포가 억지로 손을 뺀다.
용수가 가방에서 자료 사진을 꺼낸다. 모양이 같다.
S#26. 전당포 골목(밖/밤)
한눈에도 어깨인 듯 싶은 남자 세명이 걸어온다.
낄낄거리며 서로 어깨를 툭툭 치다가 문득, 길건너 전당포 유리문안으로 시선이 간다.
용수와 희경이 전당포에게 사정중이고, 전당포는 노골적으로 무시하고 있다.
S#27. 전당포(안/밤)
용수와 희경이 전당포 주인에게 사정중이다.
용수 : (명단을 전당포 주인쪽으로 내밀면서) 그때 같이 일하던 사람중에 키가 175센티정도 되고.
나이는 아저씨 또래가 누구누군지 그것만 알려 주세요. 예?
전당포 : (이것저것 닦고 쓸고 들었다 놨다 움직이며 딴짓한다)...
용수 : (그뒤를 쫓아다니면서) 말하기 싫으면 이름옆에 살짝 체크만 해주세요. 점만 찍어도 돼요 예?
전당포 : 남의 영업집에서 이러면 안되지...사람들이 염치가 없을까?
희경 : (혼잣말로 빈정거리는) 장사도 안되면서 바쁜척은...
전당포 : (들었다, 삐졌다) 장사를 하다보면 이상하게 재수옴붙은 날이 있어. 아침에 집 나오는데
개가 앞을 가로막고 지나갈때랑, 쥐죽은거 봤을때랑, '주제파악도 안되는 것이 나이는 먹을때로 쳐먹어놓고서는
자기가 아직도 젊은줄 알고 애들처럼 무릎팍 내놓고 다니면서 짝퉁갖고 박박 우길때!!'
희경 : (욱해서) 뭐예요?
가로막는 용수를 뿌리치면서 희경이 전당포를 향해 다가가려는 순간
(소리) : 뭐하십니까? 형님!!
어깨들이 들어오면서 희경과 용수를 쓰윽 보는데
희경, 용수 움찔한다.
어깨1 : 손님이신가?
전당포 : (의기충전) 손님은 무슨, 어디서 짝퉁 가방 하나 들고 와서... 강원도 핫바지라 이거지. 대놓고 속이려 드는데...나참...
어깨1 : (위협적으로 희경등을 보며) 그래요? 마음 약한 우리형님 얼마나 속상하셨을까? 그럼 안되지...
희경 : (중얼 중얼) 속일라고 그런게 아니라...
어깨1 : 아직도 잘못한걸 모르나 본데요, 형님. (위협적으로 꼬나보며 옆의 의자를 발로 툭찬다)
잘못을 했으면 잘못을 했다구...
용수 : (내내 쫄아있다가 공포를 이기지 못하고 버럭 소리지르는) 잘못했어요...라고 몇 번이나 말했단 말예요....
어깨들이 주춤한 틈을 타서 희경이 용수 손을 붙잡고 후다닥 나간다.
S#28. 태권도장(안/밤)
무열이 '태권도장 전단지'의 잘못된 글자-예를 들면 '부모에게 효도 나라에 충성하는 것을 가르칩니다'라는 문구의
효도가 호도로 되어 있다-를 고치면서 통화중이다.
무열 : 1박 2일 출장에 20만원이면 뒤집어쓰지. 뭔 돈이 더 필요해?
(듣다가) 둘이 정분났어? 호텔에서 잘 거야? 것도 아닌데 왜?
S#29. 전당포 골목(밖/밤)
용수는 통화중이고, 희경은 추위를 이기기 위해 제자리 뛰기중이다.
용수가 통화를 끝낸다.
희경 : 보낸대?
용수 : '이 밤중에 돈을 어떻게 보내냐?' 그러던데...
희경 : 에이... (하다가) 학생도 갖고 있다는 신용카드 한 장이 없어? 그러고도 현대인이야?
용수 : 정지된 카드, 있으나 마나....
희경 : (할말이 없다)
용수 : 뭐? 몸은 팔아도 핸드백은 못 팔아?
희경 : 남이 반성할때는 좀 모르는 척도 해주고 좀...... 아우 추워.
용수 : (짧게 입은 희경을 보며) 태백은 밤 되면 춥다고 내가 그랬잖어.
희경 : (역시 얇게 입은 용수를 보며) 알면서 그렇게 입은 그 배짱은 뭔 배짱이냐?
추위에 떠는 두 사람.
S#30. 전당포 골목(밖/아침)
30대 후반의 입술을 빨갛게 칠한 애교있게 생긴 아줌마가 걸어오다가 문득 멈춰선다.
전당포 앞에 신문지를 덮고 벽에 기댄채 잠 든 용수와 희경. 추워서 꼭 붙어있다.
쯧쯧...혀를 차면서 아줌마가 신문지를 다시 잘 덮어주려는데 용수와 희경 눈을 뜬다.
아줌마, 안쓰럽다는 듯 웃어주고 전당포 안으로 들어간다.
참담한 용수와 희경.
희경 : (슬그머니 일어나면서 머리카락을 매만지는) 알지? 죽을때까지 비밀인거
용수 : 내 말이...
S#31. 전당포(안/아침)
아줌마가 들고 온 보따리에서 찬합을 꺼낸다.
밤을 샌 전당포 주인이 테이블 쪽으로 와 앉는다.
전당포 주인이 밥을 먹으면 아줌마가 반찬을 입에 넣어준다.
전당포, 아줌마 볼을 귀엽다는 듯 꼬집는다.
나름대로 신혼인 두사람. 깨가 쏟아진다.
꼬르륵 소리 선행한다.
S#32. 전당포 앞(밖/아침)
침을 삼키면서 안을 들여다보는 용수와 희경.
희경 : 내 나이 서른. 배고픔을 처음 알았습니다.
용수 : 이 와중에도 나이를 속이고 싶을까?
후식으로 떡을 먹는 전당포 주인, 아줌마에게 직접 떡을 넣어주는데.
갑자기 아줌마가 숨을 못쉰다.
전당포 주인이 어쩔 줄 몰라 한다. 등을 두드려도 보고, 입안으로 손가락을 넣어도 보고...
희경 : 왜 저래?
S#33. 전당포(안/아침)
전당포 주인이 아줌마 뺨을 두드린다.
전당포 : 이것 봐. 여봐, 정신 차려. (어쩔줄 몰라한다) 왜 이래? 이봐...
용수와 희경이 들어온다.
전당포 주인은 벌벌 떨면서 정신이 없다.
희경 : 119. 119!!
전당포 주인, 그제서야 전화기를 든다.
용수, 얼굴이 파랗게 질려 혼수상태에 빠진 아줌마를 바라본다.
(인서트)
서가에 꽂힌 의학만화.
닥터k, 닥터 노구찌, 닥터교토의 진료소, 헬로우 블랙잭, 의룡, 살의 등등...
그중에 하나를 찾아 후루룩 넘긴다.
(용수) : 상복부 압박법....맨먼저...
-전당포
용수 : (아줌마의 뺨을 두드리면서) 목이 막혔습니까? 숨을 쉴수 없습니까?
희경 : (전당포 주인의 눈치를 보면서 말리듯) 용수씨...
용수 : (중얼거린다) 의식이 있는지를 확인한 다음에...
(인서트)
만화책의 한페이지.
상복부 압박법을 실시하는 그림이다.
(용수) : 다리 모양이...
만화속의 다리 모양으로 줌인해들어가면서 디졸브
-전당포
용수가 한쪽 다리를 아줌마 옆에 두고 한쪽다리는 뒤에 둔다.
자신이 없어서 꼼지락 꼼지락 움직인다.
용수 : 허리를 팔에 두르고... (아줌마를 뒤에서 안는다)
전당포 : (전화기에 대고 사고 경위를 설명하며 주소를 대다가) 뭐하는 짓이야?
용수 : (자기 생각에 빠져서) 한쪽 주먹을 배꼽위와 검상돌기에 대고 다른 손으로 감싼다.
전당포가 용수를 떼내려고 하는데 희경이 말린다.
희경 : 잠깐만 있어봐요 좀...
용수 : 빠르게 다섯 번 쳐 올린다.
용수가 상복부압박법을 실시한다.
용수 : (다섯번 실시하고) 의식이 있습니까? (대답이 없자 다시 다섯 번 실시한후) 의식이 있습니까?
다시 다섯 번 쳐올린다. 용수의 앞머리가 땀에 젖는다.
지켜보는 전당포도, 희경도 긴장으로 터질 것 같다.
역시 안되는걸까? 싶은 순가... 아줌마가 기침을 한다.
용수가 아줌마를 안은 채로 축 늘어진다.
전당포가 달려와 아줌마를 받아 앉는다.
아줌마 입에서 떡이 늘어진다.
전당포 주인이 아줌마 입에서 떡을 끄집어낸다.
아줌마의 숨이 트인다.
'수정아!!' 전당포 주인이 아줌마를 끌어안고 소리내 운다.
----용수의 브릿지
S#34. 전당포(안/낮)
전당포주인이 여기저기 전화를 거는 중이다.
용수와 희경은 중국요리를 부지런히 먹고 있다.
전당포 : (전화기에 대고) 그려. 이원복이 이 사람은 죽었고.
또 누구 아는 사람 없어. 조철환이? (반갑게) 그 사람이 왜? 실종됐어?
용수와 희경이 먹던 걸 멈추고 전당포 주인을 바라본다.
전당포 : (실망하며) 아.... 이사갔다고... 그런거 말고. 그때 반지 받은 사람중에 실종된 사람 누구 아냐고?
아는대로 전화 때려보고, 연락 안되는 사람 있으면 연락 줘. (혼잣말처럼) 이거 말이 되나?
암튼....알아들었지? 자세한건 나중에 말해줄게. 으이..끊어.
용수 : (전당포가 전화끊기를 기다렸다가 미안해서) 이거 하루 종일 장사도 못하시고.
전당포 : (버럭) 그까짓 장사...?
중국 요리와 더불어 고량주를 홀짝이던 희경, 움찔 놀란다.
전당포 : 석달 열흘을 문 닫는다고 내가 상관할 것 같어요. (정색을 하고 진지하게) 수정이는.... 내 삶의 의미이자 전부요.
용수: (자기가 무안해진다) 아. 예...
전당포: (수첩을 뒤적이며) 좀만 기다려봐요. 하나하나 연락하다보면 연락안되는 사람이 있을테고.
그러다보면 나오겄지...안그렇소?
용수 : 너무 죄송해서...
전당포 : (버럭) 젊은 사람이 참...왜 자꾸 같은 말을 하게 허요? 수정이는 내 삶의 의미자 전부라니께....
용수 : 예...죄송합니다.
전당포 : 나, 의리의 장칠수여. (다음 전화를 건다) 어이...나 칠수여. 뭣좀 물어볼게 있어서...
S#35. 종로 골목(밖/낮)
노란색 태권도장 봉고차가 멈춘다. 아이들 세명이 내린다.
운전석의 무열
무열 : (건성으로) 태궈언!!
아이들 : (더 건성으로) 태구어언!!
봉고차 출발한다.
S#36. 봉고차(안/낮)
아이들을 모두 내려준 무열이 빈차로 돌아오는 중이다.
반대차선에 택시를 잡으려는 은재를 발견한다.
무열, 급해진다.
깜박이를 넣으며 유턴 차선으로 끼어든다.
S#37. 길가(밖/낮)
은재가 택시를 잡으려고 서 있다.
노란색 봉고차가 은재앞에 선다.
무열 :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며) 아~참...이런 우연이 있나....
은재 : (짧게 아는 척한다)...
무열 : 어디 가세요?
은재 : 예. 좀...
무열 : 타세요. 가는데까지 모셔다드릴게.
은재 : 아니예요.
무열 : 여기 택시잡기 어려운데...
무열의 말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택시가 무열의 봉고차앞에 멎는다.
은재, 꾸벅 인사하고 가버린다.
S#38. 봉고차(안/낮)
앞 유리창으로 은재가 탄 택시가 멀어진다.
무열 : 망할놈의 택시...
S#39. 커피숍 전경(안/낮)
은재가 30대의 학자풍의 남자를 만나고 있다.
남자가 자료를 건넨다.
은재가 봉투안의 서류를 꺼내본다.
남자가 은재에게 인사하고 돌아간다.
S#40. 커피숍(안/낮)
테이블 위의 봉투에 '국립과학 수사연구소'라는 로고가 붙어있다.
은재가 서류를 쭉쭉 읽다가 한곳에서 멈춘다.
S#41. 전당포(안/낮)
말을 너무 많이 해서 목이 칼칼한듯, 흠흠...거리며 목을 푸는 전당포 주인. 계란을 까서 마신다.
용수와 희경, 미안해진다.
희경 : (귓속말로) 디지털 하이테크 시대를 역행하는 아날로그 수작업이 아닌가 싶네.
전당포 : 뭐라구요?
희경 : (아니라는 듯 웃는다)...
전당포 : 좀만 기다리십시오. 내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찾아낼테니께...
용수 : 천천히 하세요. 천천히... (귓속말로) 이러다 못찾으면 의리의 장칠수, 할복이라도 할 거 같지.
희경의 핸드폰이 울린다.
희경, 발신자를 본다. '옥탑방 명품댁'이라고 써있다.
희경 : (조금은 퉁명스러운) 여보세요... 아직 강원도죠. 단서없이 사람찾기가 뭐 쉬운줄 알아요? 뭐요?
S#42. 커피숍(안/낮)
은재 : (전화기에 대고 조금 큰소리로) 벽속에서 나온 시체가 다지증이라구요.
옆 테이블, 바짝 붙어서 사랑을 속삭이던 커플이 시체라는 소리에 스윽 돌아본다.
S#43. 전당포(안/낮)
희경 : (전화기를 막고 용수에게) 벽속에서 나온 시체가 다지증이래. 다지증이 뭐야?
용수 : (전당포주인에게) 이분들 중에 육손이가 있었나요?
전당포주인 : 육손? 아...육손이 조씨... (테이블의 종이들을 헤치고 사진을 꺼내 하나를 가리킨다) 이사람이여.
단체사진속의 한 인물을 향해 줌인해 들어간다.
S#44. 옥탑방(안/밤)
컴퓨터 모니터.
해골에 살을 붙여 얼굴을 만들어내는 작업이 거의 완성단계다.
사진속의 인물과 거의 흡사한 인물의 얼굴이 떠오른다.
(전당포) : 이름만 조만긴데 누가 이름을 불렀나? 다들 육손이 조씨라고 했지.
S#45. 술집(안/밤)
전당포 주인과 용수, 희경이 고기를 구으며 술을 마시고 있다.
전당포주인, 말하는 틈틈이 고기를 궈서 용수앞에 놔준다.
희경이 먹으려는 것까지 새치기해서 용수에게 준다.
희경, 나중에는 고기를 지긋이 누르고 이야기를 듣는다.
전당포 : 손가락 잘라내고 태백을 떠날때까지 그렇게 불렀으니께. (용수에게) 좀 들어요.
용수 : 예...먹고 있습니다.
전당포 : 근디 그 조씨가 재주하난 비상했거든. 땅위에서 길을 찾는 것보다 땅속이 더 훤하다 그랬으니께.
그때가 언제여? 보자 일천구백 칠십구년돈가. 갱도가 무너져서 3일만에 구조된 적이 있었거든.
신문에도 크게 나고 그랬지. 그때 열한명이 갇혔었는디, 조씨아니면 다 죽었어.
조씨가 한참 여기저기를 보더니 이쪽이다. 이쪽으로 구조대가 올거다. 마주 파나가자..그러는거여.
(용수에게) 좀 먹으래니께. 저기 늙은색시가 다 먹네.
희경 : (발끈해서) 얼마 안먹었어요.
전당포 : 농담여 농담... 어디까지 했더라. 이쪽으로 파 나가자. 그랬잖어. 그때 우리가 다 믿었어.
왜냐? 그전부터 귀신같했거든. 재주가 비상해서... 그러고나서 얼마 안있다가 탄광을 떴지.
용수 : 그러구 못보셨어요.
전당포 : 아녀. 한번 더 봤어. 88년돈가...올림픽 허던해.. 탄 캘때보다 더 꾀죄죄하더라구.
그런디도 흰소리는... 술먹으니께 자기가 한강 이남의 무덤중에 80퍼센트는 해먹었다구.. 한소리 하고 또하고..
용수 : 예?
전당포 : 도굴꾼이 된거지... 감옥에도 몇 번 왔다갔다 하고... 재주는 좋았는디 사람이 당최 허황되서...
용수 : 아. 예...
전당포 : 아들자랑도 얼마나 해쌌는지. 반에서 1등이래는둥, 내년에 고3인데 서울대를 보낼거라는둥,
하도 지 자랑만 허니께 나중에 누구랑 싸움 붙어서... 뭐 그러고가 마지막이었지.
용수 : 아...
전당포 : (문득 소주를 들이키며 허무를 담아) 참... 어쩌다 벽속에서 죽었을까?
용수 : 그러게 말입니다.
희경, 전당포 주인 눈치를 보며 한꺼번에 고기 세점을 입에 넣는다.
S#46. 흥신소(안/밤)
용수와 희경이 들어온다.
먼 여행에 지친 듯 털썩 주저앉는다.
희경 : 아, 힘들다. 성공보수는 얼마나 줄까?
용수 : 보통 두배 아닌가?
희경 : (씨익 웃는다)...
용수 : 좋아할 만한 일도 아닐걸
희경 : (쳐다본다)..?
용수 : 유실물 관리법에 의하면, 경찰에 신고하고 1년뒤에도 주인이 나타나지 않을 경우
유실물은 습득자에게 권리가 돌아간다...무슨 만화에서 그랬는데.
희경 : (시큰둥한) 그게 뭐?
용수 : 습득자가 금을 갖는다구.
희경 : 습득자가 누군데...? (뒤늦게) 에? 주인이 안 나타나면 금덩어리가 우리거란 거야?
용수, 고개를 끄덕인다.
희경: 그걸 왜 이제 얘기해? 완전 뻘짓한거 잖아. 4천 2백만원...우와.
용수 : 땅주인이랑 반씩 나눠서 2천 백만원.
희경 : (자기돈을 떼주라는 말처럼 억울해서) 왜에? 땅주인이 한게 뭐가 있다고 반띵이야?
웃겨. 법이 그럼 돼? 있는 것들만 챙기고.
용수 : 만약 주인이 나타나면 1퍼센트 떼주니까 달랑 21만원.
희경 : (신경질낸다) 그러게 몰래 쌔비자니깐...
(무열) : 왔어?
무열이 들어온다.
하얀 바지에 상큼한 셔츠. 무쓰발라 넘긴 머리.
뽀사시 필터처리 속에 무열, f4의 등장같다.
용수 : 누구세요?
무열 : 분위기 쇄신. 박무열 인사드립니다.
희경 : (킁킁대다가) 향수 쏟았어?
무열 : (툭 치며) 누난 참...냄새 어때? 죽이지?
희경 : (눈을 게슴츠레 뜨고) 무열씨...너 솔직히 말해봐. 그 여자한테 반했지?
무열 : (모르는 척) 누구?
희경 : (눈으로 위쪽을 가리키고는) ...맞지?
무열 : (수줍어하는) 에에이...참....
희경 : 맞잖아?
무열 : 뭐가....
희경 : (툭 치는) 에에이. 좋아하면서...남자답게 말해봐. 응? 응?
무열 : (희경이 끈질기게 조르자 큰소리로) 그래. 나 은재씨 좋아한다. 첫눈에 딱 꽂혔어. 됐어?
그순간, 은재가 들어선다.
무열, 순간적으로 정지한다.
용수와 희경도 뜨악한다.
----무열의 브릿지
S#47. 흥신소(안/밤)
은재가 사진과 자료를 보고 있다.
용수, 희경, 무열, 서로 눈치만 본다.
용수 : (어색함을 덜어보려고) 탄을 캐다가 1979년인가 관두고 그때부터 도굴꾼이 됐다는건데....
하하... 도굴꾼이 벽속에서 죽구 참 신기해...그치?
희경 : (억지로 웃어준다)
용수 : 보시면 주민번호가 390118이니까 지금 나이로 예순여섯이죠.
은재가 메모한 자료를 쓱쓱 읽는 동안
무열과 용수, 희경 시선을 교환한다. 난감함. 당혹스러움.
무열 입모양만으로 말한다. '들었을까?'
은재가 고개를 들자 다들 후다닥 시선을 돌린다.
용수 : 부인이랑 아들이 안산에 산다는데 같이 가시든가..
은재 : ...아뇨. 전 됐습니다. 일기나 기록같은게 있으면 구해다 주세요. 그럼... (방을 나간다)
무열 : (작은소리로) 못들은 거 같지?
S#48. 복도-계단(안/밤)
은재가 복도를 빠져나온다.
무열의 고백을 들었는지 못들었는지 은재의 표정만으로는 알수없다.
(희경) : 들었어. 청각장애가 없는 한...
S#49. 흥신소(안/밤)
희경 : .... 어떻게 못들을수가 있냐? 무열씨 니 큰 목소리를...
무열 : 들었으면 누나 때문이야. 책임져.
희경 : 좋아하는 건 옥탑방이구 책임은 내가 지구...삼각관계야?
무열 : (괴롭다) 아직 고백할 준비도 안됐는데...
희경 : (혼잣말처럼) 준비한다고 퍽도 달라지겠다. (용수에게) 내일 몇시 출발할거야?
용수 : (하품을 하며 일어선다) 둘이 갔다 와. 난 방전됐어.
희경 : (일어나며) 며칠 열심히 한다 했다 내가...
무열 : (따라 일어나며) 형은 자기 몸에 너무 오냐 오냐 하는 경향이 있어.
S#50. 복도(안/밤)
흥신소에서 나오는 세사람.
각자 자기 집으로 가는데, 만화가게로 들어가려던 용수가 멈춰선다.
무열, 희경이 돌아본다.
용수 : (혼잣말처럼) 아 뭐지?
희경 : 뭐가?
용수 : 왜 지하철에서 졸다가 뭔가 이상해서 눈떠보면 내려야할 역을 막 지나쳤다든가..그때 그런 기분.
시험볼때 뭔지 모르지만 기분이 찜찜한데 알고 봤더니 답을 밀려썼다든가 왜 그럴때 어딘가 근질거리잖어.
딱 그 기분이거든... 아우...뭐지? 내가 뭔가 중요한걸 그냥 지나치고 있다는 느낌이 확 치밀어오르는데 뭔지 모르겠네?
무열 : 희경이 누나한테 꿔준 돈 받았어?
용수 : 그건가? (희경을 보며) 이제 그만 돌려주지. 3만원!
희경이 무열을 보며 소리없이 욕한다. '나쁜노무새끼'
S#51. 다세대주택 골목(밖/낮)
다닥 다닥 들어선 안산의 다세대 주택.
쓰레기봉투가 전봇대밑에 버려진 그런 곳이다.
그중에 한집으로 들어간다.
S#52. 조호승의 집(안/낮)
15평 남짓한 방 두개에 거실 겸 부엌의 유복하지 못한 살림.
안방에선 다섯 살 정도 먹은 남자아이가 바퀴 빠진 자동차를 갖고 놀고 있다.
70대의 할머니가 두손 놓고 앉아있다. 함지박에 가득 든 마늘..좀전까지 마늘까지 부업을 하고 있었던듯.
그 앞에 희경과 무열이 앉아 눈치를 본다.
막노동꾼의 억센손을 가진 조호승이 서류를 읽는다.
술에 취해 잠들었던 듯 머리도 부스스하고 입술은 갈라져있고 눈은 피곤에 절어있다.
무열 : 경찰에 가셔서 친자 확인하고, 사인하시면, 시체...
희경 : (쿡 찌른다)
무열 : ....아니 유골이랑, 금괴 세 개랑 받으실 수 있답니다.
희경 : (침통한 표정을 만들면서) 물론 부친께서 그런 일을 당하셨으니 애통한 마음이야...
조호승 : (서류를 내려놓으면서 픽 웃는다) 그 인간... 황금 황금... 말도 안되는 소리만 하더니 죽을때 소원성취하셨군.
조호승의 냉담한 반응에 무열과 희경 주춤하고.
70대 할머니는 외면하면서 마늘을 까기 시작한다.
S#53. 다세대 주택앞(밖/낮)
안에서 나오는 무열과 희경.
불청객이었다는 듯 쾅 소리를 내며 닫히는 문.
희경 : (어이없다) 아무리 미운 아버지라도 죽었단 소리 들으면 마음이 짠하고 그래야 되는 거 아닌가?
무열 : 그렇지? 누나도 그렇게 생각했지? 난 나만 그런 줄 알고... 인생 잘못 산 줄 알았다니깐. 아이고 무안해라.
희경 : 고맙다고 돈이라도 주면 그걸 받아야되나 말아야되나 그 고민하고 있었는데...
(할머니) : 저기...
할머니가 주춤거리며 다가온다.
할머니 : 미안하게 됐어요. 우리 애가 워낙 저런 애는 아닌데... 지 아버지가 살아생전 맨 허황되구 빚만 져놓고 가서......
어려서부터 고생만 하는 바람에...
무열 : 예...
할머니 : (손에 쥔걸 억지로 희경의 손에 쥐어준다) 먼데서 왔을텐데...이거 차비라도 어떻게... 얼마 안돼요.
마늘을 까느라고 할머니 손가락 끝이 갈라져있다.
희경 : 아뇨 저기... 이러시면...
할머니 : 고맙고도 미안하고...그럼 잘가요.
할머니, 고개를 숙이더니 서둘러 안으로 들어간다.
희경이 손을 펴본다.
만원짜리 한개와 천원짜리 몇 개가 둘둘 말려있다.
무열이 희경의 손바닥을 쳐다본다.
희경 : (속상하다) 나도 받으려고 받은거 아니다 뭐.
무열 : (역시 속상한) 누가 뭐래...
희경과 무열이 터덜 터덜 걸어간다.
(희경) : 어떡할거냐?
(무열) : 필살 비기 있잖어... 조르기!!
S#54. 주차장(밖/낮/다른 날)
무열이 트럭을 향해 이야기중이다. 아무도 없어서 혼잣말하는 것 같다.
무열 : 그렇게 미운 아버지가 쓰던 물건, 버리는 셈 치고 우리 주면 좋잖아요.
희경은 좀 떨어져서 그늘아래서 지켜보고 있다.
무응답
무열 : (빈정상해서) 돈이 필요해요. 얼마요? 얼마면 되는데요.
그순간, 드르륵소리와 함께 차밑에서 벤치등 공구를 움켜쥔 조호승이 나온다.
무열. 움찔하며 물러선다.
조호승 대답없이 연장함을 챙긴다.
묵묵히 보고만 있던 희경.
희경 : 이쪽은 안되겠다.
S#55. 마을 놀이터(밖/저녁)
놀이터에서 모래장난을 하는 조호승의 아들과 무열
모래산을 만드는데, 무열 굉장히 열심히 놀아준다. 순식간에 엄청난 모래산이 된다.
벤치에 앉아 깔깔 웃는 손자를 바라보고 있는 할머니.
희경이 할머니 옆에 앉아있다.
희경 : 할아버지가 쓰던 일기, 책, 사진...이런게 필요하거든요. 나중에 꼭 돌려드릴게요.
할머니 : ...
희경 : 아드님 말대로 태워버리고 나면 나중에 후회 안되시겠어요?
할머니 : ...
희경 : 할아버지가 왜 벽속에서 돌아가셨는지 이유는 알아야잖아요?
할머니 : ...
희경 : (희경이 핸드백에서 화장품을 꺼낸다) 이거... 지난번에 보니까 할머니 손이 꺼칠하던데.....이거 바르세요.
할머니 : 아유...이런걸 왜...
희경 : 그냥 돌아가신 엄마 같해서 그래요.
할머니 : 그래도...
희경 : 싼거예요.
희경, 억지로 할머니 손에 쥐어준다.
화장품을 받은 할머니, 그걸 내려다보다가 한숨울 푹 쉬더니
할머니 : 우리 아들이 누나들 틈에 막내로 나서...눈물도 많고... 정도 많고 공부도 얼마나 잘했는데...
대학에 합격해놓고도 그놈의 돈이 없어서...아버지란 사람은 어딜가서 죽었는지 살았는지...
차라리 죽었기라도 하면 좋겄다 그랬는데 진짜 죽었었구먼.
희경 : ...
할머니 : 미안해요. 색시. 아들이 반대하는 일을 에미가 할수 있나... (손자를 향해) 승구야...그만 놀구 가자...
할머니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점프)
손자 손을 잡고 걸어가는 할머니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무열과 희경의 뒷모습.
무열 : 그 화장품 말이야. 순수한 마음이었어? 뇌물이었어?
희경 : 2대 8
무열 : 뭐가 8인데...
희경 : 글쎄다...
희경이 돌아선다.
S#56. 경찰서(안/낮)
조호승이 인수증에 사인을 한다.
'금괴'와 반지등. 유골과 함께 나온 물건들을 건네받아 되는대로 가방에 쑤셔넣는다.
S#57. 벽제 화장터(안/낮)
관이 가마안으로 들이 밀어진다.
문이 닫히고 직원이 가마의 온도를 높인다.
조호승은 외면하고, 할머니는 아들 모르게 눈물을 훔친다.
무열과 희경이 좀 떨어져서 보고 있다.
직원 : (조호승에게 다가가) 저기...유골 항아리는 어떤 걸로 하시겠습니까?
주로 도자기를 많이 하시는데 색깔에 따라 청자, 백자가 있구...
조호승 : (말을 자른다) 아무거나 젤 싼 걸루 주세요.
뻘쭘한 직원을 남겨두고 조호승이 밖으로 나간다.
희경이 미간을 찌푸린다.
무열 : 왜?
희경 : 머리 아퍼. 이런 데는 마이너스 파장이 너무 쎄서... 나 좀 나갔다 올게.
무열 : (나가는 모습 보면서) 나한테두 사기를 칠라 그러네. (따라 나간다)
S#58. 화장터 공원(밖/낮)
굴뚝의 연기...
조호승이 시선을 내린다. 가방에서 금을 꺼내본다.
냉소적인 웃음.
(희경) : 가엾은 것...
조호승이 고개를 든다.
희경의 얼굴이 평소와 다르다.
눈동자가 풀린 듯..의지를 잃은 것처럼 몸이 흔들리고 고개가 자꾸만 꺽인다.
조호승 : 뭐요?
희경 : (뭉개지는 듯한 발음으로) 애비가 되서 자식길은 못밝혀주더라도 발목은 잡지 말았어야 했는데.....
조호승 : (자리에서 일어난다) 뭐하자는거야?
무열 : (어느새 다가와) 누나?
희경 : (여전히 무아지경속에서) 내가 봤다. 호승아. 니가 우는 걸 봤구나. 합격통지서 받아들구두 그놈의 돈이 없어서...
구석 구석 숨어서 니가 우는 걸 내가 봤다.
조호승 : (희경을 노려본다)
희경 : 애비같지 않은 애비라두 자식이 우는 것은 뼈가 저리고...살이 아파서... 못 올 길인 줄 알면서도 내가 그길로 갔다.
조호승 : (이를 악문채 으르렁대듯) 개수작 부리지마.
희경 : 가슴에 두고 못한 말이 있어서 20년을 벽속에 갖혀 있었구나.
조호승이 희경을 노려본다. 눈에 핏발이 선다. 금방이라도 희경을 한대 때릴 것 같다.
그러나 희경은 오히려 조호승에게 다가가 조호승의 뺨에 손을 댄다.
감전댄것처럼 움직이지 못하는 조호승.
희경 : (눈에 눈물을 가득담은채로) 미안하다. 아들아. 막내야...나 같은 애비라서...
조호승의 눈에 핏발이 선다. 그가 신음처럼 한숨을 토해내는 순간.
희경이 고개를 뒤로 꺽으며 푹 쓰러진다.
정신없는 와중에도 무열이 희경을 받는다.
무열, 안절부절 못하다가 일단 희경을 안고 봉고차 있는 곳으로 간다.
(점프)
금괴 세 개. 그 위에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조호승이 금괴를 움켜쥔채 울고 있다. 어깨를 들썩이며 흐느껴운다.
-----희경의 브릿지
S#59. 다세대주택앞(밖/낮)
박스를 든 무열이 나온다.
조호승과 할머니에게 인사를 하고 '호돌이 태권도장'봉고차에 싣는다.
차에 타고 시동을 건다.
조수석에 희경이 기절한 듯 누워있다.
S#60. 봉고차(안/낮)
차가 출발하자, 희경이 부스스 일어난다.
무열, 무심코 보다가 깜짝 놀란다.
무열 : 아우...심장이야. 기척 좀 하고 깨나라.
희경 : 넌 일어날 때도 노크하냐? '똑똑 나 일어나요'
무열 : (운전하며 희경을 흘끔 흘끔 쳐다본다)
희경 : (화장을 고치면서) 왜?
무열 : 괜찮어?
희경 : 안 괜찮을 건 뭐야?
무열 : 아까 나도 기절할 뻔 했어. 그 할아버지 귀신 씌워갖고 막...눈 이렇게 뜨고 그럴때...
희경 : 진짜 같지?
무열 : 어.... (하다가 휙 돌아본다) 어?
희경 : 앞에 봐. 앞에...얘는 운전하다가...
무열, 어이없다.
S#61. 황금빌딩 계단(안/낮)
박스를 든 무열과 희경이 걸어온다.
무열 : 그 아저씨 펑펑 울던데...미안하지도 않냐?
희경 : 그래도 아버진데 평생을 미워하면서 괴로워하는거랑 거짓말이래도 아버지 사랑을 확인하고 용서하는거랑
뭐가 해피엔딩일 것 같해?
'그런가...'무열이 박스를 들썩여 고쳐잡는다.
S#62. 흥신소(안/밤)
박스를 열어보는 은재. 앨범, 책, 노트가 몇권 보인다.
노트에는 이것저것 메모가 되어 있고, 토목공사와 관련된 대충 그린 그림도 있다.
희경 : 아들이 대학 시험보던 해에 실종됐다니까 1989년인데 은재씨 동생도 그때 없어졌어요?
은재 : (가방에서 돈봉투를 꺼낸다) 수고하셨습니다.
희경 : (자기 얘기를 무시하자 기분이 상했다) 일기는 바로 복사해서 돌려주기로 했고
나머지도 조사 끝나면 돌려준다고 했어요.
은재 : 예...
은재가 박스를 들고 나가려는데.
용수가 들어온다. 다른날보다 더 부스스하다.
은재, 비껴나가려는데...
용수 : 저기요 잠깐만요...
은재 : 예?
용수 : 어제 저녁에 제가 커피를 마셨더니... 아 우연히 중학교 동창을 만났거든요. 중고등학교 같이 다닌앤데...
걔네 집은 길 건너고 우리집은 여기구... 지금은 분당사는데 우연히 왔대나...술은 못하다고 커피나 마시자길래
오랜만에 카페인이 들어갔더니 잠은 안오고...제가 좀 예민한데가 있어서요.
은재 : (용수가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빤히 쳐다본다)...
용수 : 이것저것 두서없이 생각하다가..뭐 그전부터 이상하다 싶기도 했지만 은재씨 동생 말이예요. 이름이 뭐예요?
(은재를 빤히 본다)
은재 : ...은호
용수 : 아, 은호...은호가 없어진 날 뭐 입었는지 기억 나요?
은재 : ....
용수 : 없어진 날이 언젠지는 기억해요?
은재 : ....
용수 : 뭔가 중요한걸 빼먹고 간다 싶었는데...
(무안함을 감추듯 씨익 웃는다) 동생이 유괴당했다는거... 그거 거짓말이죠?
무슨 말인가 쳐다보던 희경과 무열, 용수의 마지막 질문에 놀라 은재를 본다.
은재가 용수를 빤히 쳐다본다.
용수가 오히려 미안한 듯 수줍게 웃으며 시선을 피한다.
S#63. 번외편(두꺼비의 비애)
우울한 음악. 화단에 등을 보이고 앉은 온몸에 두꺼비 탈을 쓴 누군가...
등이 슬퍼보인다.
카메라 서서히 두꺼비의 앞으로 돌면, 반쯤 먹은 콜라병을 들고, 우울과 허무에 가득찬 눈으로 먼하늘을 보는 희경이다.
희경옆. 벽에 '어린이 뮤지컬 콩쥐팥쥐'라는 포스터가 다닥 다닥 붙어있다.
엄마손을 잡은 아이가 주춤주춤하며 '두꺼비 희경'을 쳐다본다.
하아....한숨을 쉬는 희경. 배우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
(소리) : (신경질적으로) 두꺼비. 두꺼비 어딨어?
희경 : (발딱 일어나며) 네 가요.
희경, 뒤뚱거리며 뛰어간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