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봄날이 곁에 왔지만 인디플러스는 여전히 추웠어요 ㅠ
어쨌든 이른 아침에 만나 진짜 오붓하게 즐겼던 영사모는 포근했지요~
참석자 3명 김평화 최혜경 배은영
아주 특이한 실험적 옴니버스 방 안의 코끼리 감상하고 (상영관 전세 냈구요 ㅎ)
뒷골목 투어 끝에 새로 찾은 맛집에서 푸짐한 점심 먹고~
까페에서 즐긴 뒷풀이까지 무려 다섯 시간의 담화를~ 힘도 좋아라!
오래 놀다 보니 목말라서 혜경씨는 쥬스를 사주고 은영씨는 행상할머니의 빅가래떡으로 보시하고
저는 저녁에 먹을 맛반찬 나눔했답니다..그리고 갖가지 화장품과 과일잼도 주거니 받거니~~
인원은 적었지만 두루두루 풍성했던 작은 영사모! 흥미진진 나무랄 데 없는 시간이었죠? ^^
가슴 깊은 곳에 감춰 두었던 힘들고 내밀한 이야기들을 마음껏 풀어헤친 보람찬 날이었답니다!!
** 방 안의 코끼리 **
싱글즈.. 원더풀라디오.. 관능의 법칙.. 뜨거운 것이 좋아..를 연출한 권칠인 감독
용의자.. 돌이킬 수 없는..죽이러 갑니다..판타스틱 자살소동..을 연출한 박수영 감독
평행이론..어느날 갑자기..숨바꼭질..싸이코메트리..를 연출한 권호영 감독
지명도는 약할지 모르지만 탄탄한 실력을 갖춘 중견 감독 세 명이
전혀 다른 색깔의 에피소드 하나씩을 만들어서 하나로 뭉친 영화예요
세 개의 꼭지에서 공통분모로 나오는 주제가 바로 방 안의 코끼리라는 명제입니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드러내어 마주치기 불편한 또 다른 내면의 자아....를 상징합니다
박수영 감독의 치킨게임에선 뮤지컬 배우..자동차딜러..해결사..
이렇게 세 명의 독특한 캐릭터가 극한의 공간에서 만나 부딪치는 상황을 설정하고
각자가 갖고 있는 목적과 갈등이 교차하면서 빚어지는 블랙코미디의 형태를 취하고 있어요
쏟아지는 대사들..비현실적인 상황설정..한계에 맞닥뜨린 인간군상의 대결이 주를 이루지요
세 사람은 짧은 러닝타임 동안 눈에 띄게 입체적인 인물형으로 변모해 갑니다
그리고 영화의 첫 대목에서 암시하는 닭과 독수리 두 가지 인물형 중에 어느 부류에 속하게 되는지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게끔 흘러가는 스토리가 흥미로웠어요
어느 날 갑자기 직면하게 된 삶의 극점에서 과연 날개 달린 독수리가 될 것인지 추락하는 닭이 될 것인지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은 봉착하게 되는 현실의 딜레마를 보여준 작품입니다
결국 세 사람이 조화를 이루면서 독수리로 승화하려는 순간
진짜 독수리가 나타나 모두를 닭으로 변신시키고 마는..완벽한 추락으로 결론을 내리고 있어요
현실 속에서 정확하게 파헤치고 싶은 정체성에 대한 메타포와 알레고리라고 볼 수 있는데
세 편 중 가장 효과적인 설정이었고 또 가장 재미있는 플롯이었구요
여기서의 코끼리는 세 사람이 감추고 있는 어두운 자아의 실체라고 보면 되겠어요
권호영 감독의 자각몽은 레오나르도 디 카프리오의 인셉션 축소판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비리에 연루된 인물..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선 그의 증언이 반드시 필요한데
교통사고로 의식불명이 되어버린 인물의 잠재의식 속에 잠입해서 상황을 해결해야 하는
특수요원의 이야기입니다...요즘 대세인 인공지능의 테마와도 부합하고
드라마에서 달콤하고 예쁜 역을 많이 했던 연기자 권율의 뛰어난 1인 2역 연기가 정말 돋보인 작품입니다
가상의 세계 ...그것도 남의 꿈속에서 또 다른 자신을 만나 공격을 받으면서 위기에 처하게 된다는 설정
여기서의 코끼리는 드러내고 싶지 않은 주인공의 진짜 내면으로 나옵니다
내 안에 들어있지만 대면하기 불편한 ...그래서 극복하고 수용해야 할 또 다른 정체성이지요
권칠인 감독의 세컨 어카운트가... 세 편 중 가장 영화적이고 감정선이 풍부한 에피소드였는데요
소셜네트워크서비스....모든 상황이 익명으로 이루어지는 현대인의 허망하고 고독한 현실
그 속에서 미람이 연기한 인경이란 여성은 치유하기 힘든 내면의 고독을 지우기 위해서
날마다 분방문란한 원나잇스탠드를 실행합니다..사랑? 그런 감정은 애초부터 배제된 상태
그러나 결국 근원적 외로움을 벗어나는 길은 사랑이며..
진실한 의식의 노력이 없이는 그 사랑은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결론이 내려집니다..
비밀스럽고 공허한 세컨 어카운트의 세계에 진정한 감정과 사랑 따위는 있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배신감을 느낀 인경은 마지막에 가서야 진정한 현실로 돌아올 수 있는 삶의 단초를 발견하게 됩니다
희망적인 메시지가 있어 고마웠고...다분히 에로틱하면서도 빠른 전개가 눈길을 끄는 구성이었어요
미람이라는 신예 여배우의 앞으로의 연기가 매우 기대되는 수작입니다
여기서의 코끼리는 진짜 삶의 현장에선 드러내기 어려웠던 인경의 내면세계..
욕망을 추구하면서도 끝내 정신적 감정적 충족감을 얻어낼 수 없었던..
세컨 어카운트의 카테고리 안에서만 존재가 가능했던 인경의 아이디(별명)...이지요
가볍고 순간적인 클릭 한 번으로 순식간에 존재하지 않는 형태로 변모하는 sns 계정 말입니다...
전혀 다른 색깔의 에피소드들이지만 통일된 주제 속에서 뭉쳐있는 또 하나의 결집이라 보구요
세 편 모두 독특한 재미는 충분했어요...영상미도 모두 훌륭했고요
특히 치킨게임에선 통상적인 cg를 쓰지 않고 배경영상을 찍어 합성하는 reds 기법을 사용해서
아주 멋진 장면을 시종 보여주었답니다..
영화를 보고 나서 곰곰이 생각하게 되는 ..짚어 보고 싶은 화두는..
내 안의 ..내 방 안의 코끼리는 과연 무엇일까? 였고..
지금은 숨기고 있지만 끊임없이 나의 의식을 지배하고 있는
그래서 언젠가는 문을 열고 내보내야 하는 비밀스럽고 어두운 또 다른 나의 존재..
그 이면의 정체성인 코끼리를 어떻게 마주해야 할까? 였습니다..
일년 내내 극장엘 다녀도 좀처럼 만나기 힘든 ...특이한 영화라서...좋았습니다..
신동미 김준배(김태한) 미람 권율...
이런 좋은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를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어 또 좋았고요..^^
** 회계 **
문화비 30000 (3명)
영화 - 4000 ( 2명은 포인트 결제 )
점심 - 21000
커피 - 4500
지출 -29500 잔액 500 총잔액 105400
혜경씨 말대로 강남 한복판에서 만원 한 장으로 이렇게 풍성한 문화적 하루를 보내다니요 ^^
벗들이 많이 오지 않아 조금 아쉬웠지만...
마치 열세 명이 모인 것처럼 시원하고 신나게 즐겼답니다...ㅋ
즐거운 주말 보내시고~ 다음 주 수요일에 만나요...
터키 영화 무스탕: 랄리의 여름을 관람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