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림, 사랑에 빠진 남자.
지난 겨울을 지나면서
내 일상에 몇 가지 변화가 있었다.
하나는 백일배를 빼먹지 않고 해 온 것이고
하나는 차를 마시기를 꾸준히 즐겨 온 것이다.
백팔배는 건강과 명상에 좋아 시작하였다.
블로그 벗인 차마시는 남자, 그 글을 통해 알게되었다.
그는 매일 백십일배를 한다고 했다.
비록 건달신자이긴 하나 카톨릭에 적을 두고 있는 나는
종교적 색채를 비껴 나려는 뜻으로 백일배로 이름하였다.
백 한가지 묵상집을 꾸준히 만들고 수정해 가면서
매일 새벽 다섯시면 어김없이 묵상과 운동을 했다.
하루도 빼 먹지 않았다.
아! 새벽마다 나 자신을 만나는 명상의 백일배 시간
이제는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시간이 되었다.
무엇보다 매일매일 몸 운동이 되니 더욱 좋다.
또 하나, 나는 차 마시기를 즐긴다.
근무시간 틈틈이 차를 우려 마신다.
요즘은 주로 발효차인 홍차를 마시게 된다.
기문홍차 이홍홍차 금준미와 세심원의 녹차를 마신다.
앞으로는 민들레차 뽕잎차 감잎차 쑥차 등을 만들어 마시고 싶다.
『차나 한잔 하셔!』
이 한마디에 깨달음을 얻었다는 선사들...
이제 어렴풋이 그 깨달음의 소이를 알 것 같다.
밥 먹는 순간, 일을 하는 순간, 차를 마시는 순간
운전하는 순간, 걷는 순간, 대화하는 순간,
그 어떤 사소한 일상일지라도
매 순간 몸과 마음은 온전히 거기에 있어야 한다.
어느 다른 목적지를 향해 달려갈 필요는 없다.
우린 이미 가장 좋은 곳에 도착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먼 어느 곳에 도착하려고 애쓸 것도 없고,
이것 저것 분별하고 깨달으려고 애쓸 것도 없고,
이 힘겨운 세상 잘 살아 보려고 아둥바둥 할 것 없이
매 순간 하늘에 도착해 마친 것임을 알면 된다.
그랬을 때, 더 없이 자유롭고 평화롭고 향기로울 수 있고
일상생활 낱낱의 소소한 모든 움직임이
그대로 좌선이고 명상이며 깨어 있음이 된다.
<옮겨서 수정한 글>
청담 선생 내외와 우리 내외가 마주하고 차를 마셨다.
사모님께 말했다.
「저는 절하는 남자, 차마시는 남자」랍니다.
나는 좋은 사람 만나면 이 두 가지를 자랑을 하고파 못 견딘다.
어딘가 모자란 사람이 자랑을 일삼지만 그래도 할 수 없다.
그만큼 절하는 시간, 차 마시는 시간이 내게는 그대로 하늘나라다.
청담 부인께서 나한테 이렇게 말했다.
「한 가지 더 좋은 것 하셔서 세 가지로 하세요.」
백일배 절을 올리며 나머지 하나가 무엇일까 묵상했다.
딱 생각이 났다.
사랑에 빠진 남자.
그렇다.
가족에 대한 사랑
일에 대한 사랑
이웃에 대한 사랑
분별하지 않고 마주하는 사랑.
그래, 사랑에 빠진 남자가 되어 보자.
휴림의 소나무판재에 써보았다. 송진향이 방안에 가득하다.
첫댓글 선생님 정말 멋있습니다. 인생을 즐기는 모습을 보며 많은 것을 배웁니다. 휴림을 찾아주셔 친구가 되어 주신거 정말 감사드립니다 ^^* 평안한 밤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