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영산강가에 피어 있던 엄니 꽃
사람은 누구나 마음속에 한 송이 꽃을 품고 살아간다.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시들지 않는 꽃이다.
누군가에게는 그것이 고향의 들꽃일 수도 있고
어떤 이에게는 어린 시절의 기억일 수도 있다.
그러나 내 마음속에 피어 있는 꽃은
한 사람의 삶에서 피어난 꽃이다.
내가 부르던 말로
엄니였다.
나는 영산강가에서 자랐다.
넓은 나주평야가 끝없이 펼쳐지던 땅,
그리고 그 들판을 끼고 흐르던 영산강.
내 어린 시절의 시간은
그 강물과 들판 사이에서 흘러갔다.
새벽이면
이슬 맺힌 논두렁 길을 따라
어머니와 함께 밭으로 향했다.
들판에는 안개가 가득 깔려 있었고
해가 떠오르면
그 안개는 말없이 물러나곤 했다.
새들이 하늘을 향해 날아오르고
어미소와 송아지가
논으로 나갈 준비를 하던 시간.
그 풍경 속에는 언제나
어머니가 서 계셨다.
어머니의 하루는
그 새벽에서 시작되었다.
논두렁 길,
밭일,
아궁이의 불,
호롱불 아래의 밤.
그 모든 시간 속에서
어머니는 한 번도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이제 안다.
그 침묵 속에
자식들을 향한 사랑이
얼마나 깊이 담겨 있었는지를.
영산강가의 바람과
나주평야의 흙냄새 속에서
어머니는 조용히 살아오셨다.
그리고 그 삶은
어느 날 문득
내 마음속에서 한 송이 꽃으로 피어났다.
화려하지도 않고
눈에 띄게 아름답지도 않지만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사라지지 않는 꽃.
나는 그 꽃을
엄니 꽃이라 부른다.
이 글은
영산강가에서 시작된
한 어머니의 삶과
그 삶 속에서
뒤늦게 사랑을 깨달은
한 아들의 기억이다.
장독대 옆에서 피어 있던 나팔꽃,
논두렁 길의 이슬,
호롱불 아래에서 쓰던 편지,
아궁이 불빛 속에서 이어지던 밤.
그 모든 기억 속에는
늘 한 사람이 서 있었다.
내 어머니였다.
그래서 나는
이 이야기를 이렇게 시작하려 한다.
영산강가에서 피어 있던 엄니 꽃 이야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