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영월군의 주천면(酒泉面)은 ‘술(酒)이 샘(泉) 솟는다’는 뜻으로, ‘술(酒)’이 지명으로 들어간 고장이다. 주천은 지금의 영월군 주천면사무소에서 서쪽으로 약 800m 거리에 있는 망산(望山)의 바위틈에서 술이 솟아 나왔다는 데서 유래되었다.
‘망산’은 정상에 오르면 드넓은 주천 평야와 신일리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산이란 의미다. 이 산 기슭에 있는 샘물은 조선 중종 때의 대표적 관찬지리서인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에 주천(酒泉)이라는 이름으로 전해져 온다.
이 샘에서는 늘 술이 분출해 양반이 오면 약주(藥酒, 淸酒)가, 천민이 오면 탁주(濁酒)가 나왔다고 한다. 주천에서 분출한 술이 얼마나 많았으면 망산 앞자락에 흐르는 물줄기 이름이 주천강이 되었을까. 고구려의 주연현(酒淵縣)에서 통일신라 경덕왕 때 주천현(酒泉縣)으로 고쳐 부르게 되었다는 이 샘터에선 지금은 딱하게도 술이 나오지 않는다.
천민 출신인 영월의 한 젊은이가 열심히 공부해 과거시험을 봐 장원급제했다. 과거를 보러 가기 전 주천에서 탁주가 나왔던 것이 억울했던 젊은이는 ‘이제 신분이 높아졌으니 청주가 나오겠지’라는 기대를 가지고 다시 샘터를 찾아갔다. 그런데 이번에도 역시 탁주가 나오는 것을 보고는 크게 화가 나서 큰 돌로 샘을 막아 버렸다고 한다. 주천은 소위 ‘걸레는 아무리 빨아도 걸레일 뿐, 행주가 아니다’라는 근원을 중시한 것일까. 물론 주천에서 술이 분출했다는 것은 ‘전설의 고향’에서나 나옴직한 이야기일 뿐이다.
막걸리와 탁주는 부르기를 달리한 것일 뿐 같은 술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술인 소주와 탁주, 그리고 청주는 같은 재료로 동일한 공정을 거쳐서 만드는 한 뿌리의 술, 즉 부모가 같은 형제 자매간의 술이다.
이 술들은 일반적으로 찹쌀이나 멥쌀 등 곡물을 시루에 찐 고두밥(지에밥)에 누룩과 물을 섞어 발효시키는 과정을 거친다. 발효가 완성되면서 가벼워진 고두밥알이 동동 떠있는 상태의 술이 동동주다.
이 상태를 지나 떠올랐던 고두밥알들이 완전히 발효되어 가라앉은 다음, 거르는 방식에 따라 다시 청주와 탁주로 구분된다. 청주는 발효된 술덧에서 맑게 고인 술을 떠낸 것이다. 탁주는 술덧에서 처음부터 청주를 떠내지 않은 상태의 것, 또는 청주를 떠내고 남은 것들을 체나 자루에 걸러낸 술이다. 소주는 발효된 술을 끓여 기화된 액체를 시루나 소줏고리와 같은 증류기를 통해 냉각한 것으로 알코올 도수가 높고 쉽게 변질되지 않는 저장성이 높은 술이다.
우리의 음주문화는 술을 서로 따라주는 수작(酬酌)의 문화, 즉 혼자 마시기보다는 함께 어울려 마시는 군음(群飮)의 문화다. ‘수작’이란 술 따를 ‘수(酬)’자에 술 받을 ‘작(酌)’자로 술잔을 서로 주고받으며 술을 즐기는 ‘술잔 돌리기’의 의미다. 정감이 통하는 사람들끼리 교감과 공동체 의식을 위한 예(禮)로 정착되었던 것이 언제부터인가 술에 접대문화가 접목되고 ‘수작’이 ‘뇌물공여’라는 이미지로 변질되어 ‘수작부리지 말라’는 부정적 의미의 말까지 생기게 되었다.
다하누 본점3호점&한우마을 숯불구이
실속 있게 구워 먹는 영월 한우
소위 ‘김영란법’이 올해 9월 28일부터 시행된다. 직무와 관련성 있는 것으로 식사 3만 원, 선물 5만 원, 경조사비 10만 원을 초과하면 처벌의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이 법이 시행되면 이제까지의 관행이었던 술 문화의 모습에도 큰 변화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
축산업을 하는 농민의 소득에도 큰 영향이 올 것으로 예상된다. 주천면 중심가에는 현지에서 사육한 한우암소인 ‘다하누’를 판매하는 정육도매센터 점포 여러 곳이 있다. 이곳에선 소고기를 여러 부위로 나누어 포장 판매한다. 입맛에 따라 고기를 구입해 길 건너편의 구이전문점 ‘한우마을 숯불구이(대표 신인순)’로 가면 차림비만 내고 구워 먹을 수 있다.
점심시간, ‘다하누 본점3호점(점장 이명숙)’에는 외지에서 온 손님들이 줄 서서 고기를 구입하고 있었다. 그런데 정육도매센터에 전시된 한우암소고기의 부위별 가격이 만만하지 않다. 김영란법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선물비의 한도액수가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이 법의 시행을 앞두고 축산농가의 볼멘 목소리가 쉽게 이해되었다.
다하누 본점3호점
전화 033-374-2275
찾아가는 길 강원도 영월군 주천면 주천로70
한우마을 숯불구이
전화 033-373-8006
찾아가는 길 강원도 영월군 주천면 주천로63-1
엄니밥상
산꾼 부부가 운영하는 보쌈정식의 명소
영월인구 4만 명 중 10분의 1인 4,000여 명이 살고 있는 주천면은 강원도의 여느 면소재지들과 달리 생기가 넘친다. 1·6일 주천 오일장이 서면 인근 수주면과 한반도면 주민까지 합세, 마을축제 같은 분위기가 난다.
오일장터에 인접한 큰길가의 ‘엄니밥상’은 대도시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을 영월의 모범업소다. 보쌈정식이 주 메뉴로, 소문을 들은 여행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업주 유해룡(兪海龍) 대표는 1986년에 창립해 30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주천산악회’의 맹렬회원이다. 주천산악회는 52명의 회원으로 봄가을에는 정례원정산행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고 했다.
메뉴 보쌈정식, 엄니밥상정식 각 1만2,000원. 제육밥상, 오징어밥상 각 7,000원
전화 033-372-5840
찾아가는 길 강원도 영월군 주천면 도천길18
술샘박물관 주천(酒泉)의 술 향기, 나에게는 어떤 술이 나올까
‘술이 솟는 샘’ 영월의 주천면에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고 색다른 체험을 할 수 있는 박물관이 생겼으니 이름하여 ‘술샘박물관’이다. 이곳에서는 하늘이 내린 자연의 향기와 술의 향기가 하나 되는 곳, 술과 관련된 수많은 자료들을 전시해 놓았다. 술과 자연이 하나 되어 술 향기에 취하고, 천혜의 자연환경에 취할 수 있는 술샘박물관은 네 가지 연(聯, 硏, 演, 宴), 즉 ‘술과 벗이 되는 聯’, ‘술을 연구하는 硏’, ‘술과 통하는 演’, ‘술을 즐기는 宴’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방법이 매우 이채롭고 재밌다. 양반에게는 머리를 맑게 한다는 청주를, 평민에게는 힘을 준다는 탁주(막걸리)가 나온다는데, 나에게는 어떤 술이 나올 것인지 사뭇 궁금하다.
전화 033-370-1313
찾아가는 길 강원도 영월군 주천면 송학주천로 1467-9
제천식당
화전민들의 주식 ‘꼴두칼국수’ 원조집
영월에는 유독 화전민들이 많이 살았다. 화전민들은 산간지대의 초지(草地)를 태운 뒤 그 땅에 원시적인 방법으로 밭농사를 지었다. 전 국토의 70%가 산악지대인 우리나라에서 자신의 땅을 소유하지 않고도 화전을 일구어 농사를 지을 수 있었기에 1960년대까지만 해도 화전농가 수는 매년 5,000호 정도 증가한 것으로 집계되었다.
정부는 1974년부터 1977년까지 산림의 훼손과 북한의 남파간첩들의 거점이 될 수 있는 화전민 마을을 더 이상 방치하지 않겠다는 조치로 산속의 화전민들을 산 아래 마을로 이주시켰다. 지금은 법적으로 화전이 허용되지 않고 실제로 화전이 존재하지도 않는다.
화전민들은 주로 메밀가루로 칼국수를 만들어 먹었다는데, 이 음식을 복원시킨 식당이 있다. 1973년 1월 31일, 제천 출신의 박승옥(80) 할머니가 주천에서 ‘제천식당’을 열고 화전민 시절에 먹던 메밀국수를 재현해 팔았다. 손님들은 “아! 꼴두(도) 보기 싫은 바로 그 메밀칼국수네!” 하면서도 맛있게 먹었다고 한다.
이 소문이 널리 퍼져 이 메밀국수는 ‘꼴두칼국수’라는 별난 별명을 얻게 되었고 제천식당은 번창했다. 지금은 며느리 이경숙씨가 대를 이어받아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메뉴 꼴두칼국수 6,000원
전화 033-372-7147
찾아가는 길 강원도 영월군 주천면 도천길3
등강막국수장어구이
옥수수로 장어를 구워내는 별난 업소
원주에서 버스를 타면 주천에 도착하기 전 들르는 고장이 원주시 신림면 황둔리다. 음식점이 몇 곳 있지만 인구가 적어 한산한 마을 중심부에서 원주 방향 1.5km 지점에 ‘치악산등강막국수장어구이’라는 식당이 눈길을 끌었다.
젊은 업주 이경수씨는 아버지가 하던 식당을 이어받아 운영하게 되었다고 한다. 막국수는 기본이고 장어구이를 별미로 차려내는데, 특이한 것은 장어를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옥수수로 굽는다는 것이다.
이 음식을 주문해서 먹는 손님들이 “장어에 옥수수 맛이라, 참 괜찮네요” 하면서 치하해 주니 업주는 새롭게 개발한 조리법에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메뉴 막국수 6,000원. 장어구이(한 마리) 3만 원.
전화 033-765-6772
찾아가는 길 강원도 원주시 신림면 신림황둔로1107
이인숙표 황둔찐빵 택배로 전국을 누비는 오색찐빵
황둔은 횡성군 안흥과 멀지 않은 지역이다. 안흥 하면 ‘찐빵’을 떠 올리게 되는데, 이에 못지않게 황둔찐빵도 그 명성이 전국으로 퍼져 나가고 있다. 황둔은 인구가 많지 않은 데다 교통도 불편해 이 마을에서 만드는 찐빵은 주로 택배로 판매된다고 한다.
다섯 가지 천연색소로 ‘오색찐빵’을 만들고 있는 ‘이인숙표 황둔찐빵’은 방부제를 전혀 넣지 않고 만들기 때문에 꼭 냉동실에 보관해 두고 먹기를 당부한다. 이 찐빵을 ‘간식이 아닌 주식’으로 먹는다는 고객들이 많다고 한다.
메뉴 참웰빙오색찐빵 20개 1만2,000원
전화 033-764-2056
찾아가는 길 강원도 원주시 신림면 황둔로 1239
영월악우회 현윤기 회장은 영월군에서 발행한 <아름다운 영월의 명산> 저자다. 영월의 26개 명산을 소상하게 소개한 이 책은 저자가 직접 현장을 답사하지 않고는 이루어 낼 수 없는 소중한 결과물이다.
식자들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너무 책을 읽지 않는다는 개탄의 소리를 토해낸다. 사실이 그렇다. 우리나라에서 1만 부 이상 출간된 산악도서가 있는지 궁금증을 갖는 사람들도 많다. 이러한 현실에서 <아름다운 영월의 명산>은 3만 부 이상 배본된 것으로 집계되었다.
현윤기 회장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지역 사진동호인들과 함께 영월의 명산들을 카메라에 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월간山> 사진공모전에서도 입상한 경력이 있는 그는 서울에서 사진전을 열어 영월의 명산들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문의 현윤기 회장 010-3477-8848.
한반도식당
계절 따라 달라지는 메뉴
영월에서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한반도의 모습을 찾을 수 있다. ‘한반도지형’이라 불리는 이곳은 계절마다 특색 있는 경관을 보여 주는 명승지로, 2011년 명승 제75호로 지정되었다. 한반도지형이 유명해지면서 소재지의 명칭마저 영월군 서면에서 ‘한반도면’으로 바뀌었으니 명실상부 영월의 명승지라 하겠다.
이곳이 유명해지면서 한반도면사무소 앞쪽에 있는 ‘한반도식당’도 덩달아 손님으로 붐비게 되었다. 깔끔한 분위기에 주차공간도 넉넉하고 차려 내는 음식도 계절 따라 달라져 관광버스나 전국의 산악회가 단골로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업주 강정옥(姜正玉·57)씨와 딸 민지혜씨는 손님들에 대한 지극정성으로 많은 단골손님과 단체들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한다.
메뉴 물막국수·비빔막국수 7,000원. 감자전 5,000원
전화번호 033-372-6030
찾아가는 길 강원도 영월군 한반도면 서강로 732-1
대흥정육점식당&멧둔재토종돼지
영월 산꾼들의 구내식당과 단골해장국집
산꾼들이 즐겨 찾는 곳을 일컬어 ‘참새방앗간’, ‘우리들의 아지트’, ‘산악회의 구내식당’이란 말을 자주 쓴다. 좁은 지역의 산 친구들이 참새들이 방앗간에 들르는 것처럼 퇴근시간에 약속이라도 한 듯 모인다는 뜻이다.
3일 동안 영월 읍내에서 묵으며 지역 산꾼들의 ‘구내식당’과 ‘아지트’ 그리고 단골 해장국집들을 두루 돌았다. 산꾼들의 구내식당이라는 ‘대흥식당’에서는 삼겹살에 소주를 마셨고, 아침은 ‘멧둔재토종돼지’에서 선지해장국에 영월동강막걸리로 해장했다. 저녁식사를 한 후 찾아간 ‘치맥’집은 ‘후아유’였고, 버스터미널에 붙어 있는 ‘동아파크’에서 잠을 잤다. 이 업소들 모두 산꾼들이 즐겨 찾는 곳들로 업주의 배려가 각별하다.
대흥정육점식당
메뉴 삼겹살 1만2,000원
전화 033-373-4390
찾아가는 길 강원 영월군 영월읍 중앙1로 26
멧둔재토종돼지
메뉴 선지해장국 6,000원. 토종돼지, 돼지갈비 각 1만2,000원
전화 033-375-1515
찾아가는 길 강원 영월군 영월읍 하송안길 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