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17_ 알래스카와 캐나다로키 트레킹을 앞두고 아크테릭스 새 신발 내 발에 익숙하게 길들이기
그전에 신었던 등산용 신발이 밑창 갈이까지 했지만, 방수력도 떨어지고 삭아서 더는 신기가 어려울 정도라 새 걸 하나 사려고 맘을 먹었다. 그러던 차에 뜻밖의 일이 생겼다. 작년 두 번째 책 출간 기념으로 제자가 좋은 등산화를 선물하겠다며 거금을 내민다. 받기에 편한 건 아니지만 그저 받는 게 아니기에 내민 손을 부끄럽지 않게 한다는 마음으로 받았다. 이렇게 책 관련한 수입은 그대로 다음 책 출간 비용으로 따로 저금해 둔다.
올해 6월, 두 아들이 나에게 생일 선물로 뭘 원하냐 묻기에 등산화를 얘기했더니 합심하여 선물한 등산화다. 아무리 유명한 메이커이고 가볍고 좋다고는 하지만 방수 등산화가 55만 원, 고어텍스라 하지만 조그만 모자가 15만 원이다. 흔히 가격의 90%는 상표 값이라 하지만 좀 너무한다 싶었다. 평상시 물건을 살 때 남들 열 개 살 돈으로 난 하나면 된다는 소비성향을 가지고 있다. 특히 자주 바꾸거나 잠깐 쓰는 물건이 아니 건 더욱 그렇다. 작은아들이 말하기를, 자기는 절대 사서 신을 수 없지만 엄마는 한 번 사면 마르고 닳도록 쓰니까 아깝지 않단다.
두 아들이 여름 트레킹 여행을 대비해 사서 선물한 건데 본격적으로 등산화를 신을 기회가 없었다. 현관 앞에 내어 두고 오다가다 보기만 했다. 한 번도 안 신고 두 달이 지나고 트레킹할 시간이 다가오니 익숙지 않은 새 신발을 신고 트레킹할 생각에 걱정됐다. 26일부터 트레킹이 있어 새 등산화를 신어봐야 한다는 생각에 무슨 일이 있어도 오늘은 산행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덥고 더운 땡 여름이지만 입추 후 조금은 누그러진 듯한 8월 17일 토요일 아침 8시 40분 광주 산수동 집에서 출발.
오늘 산행 목적은 등산화 길들이기니 많이 걸을 수 있는 코스를 잡았다. 어디로 갈까? 망설이다가 2킬로 걸어야 하는 장원초 앞으로 가서 9시 10경에 1187번 버스를 타고 9시 35분 금곡동 종점에서 내렸다. 원효사 입구에서 산행 시작인데 예전에 없었던 데크가 산행로를 알려준다. 데크 난간에 폰을 세우고 직찍하여 두 아들에게 등산화 길들이기라는 이 상황을 알렸다.
갈림길이 나올 때마다 어디로 산행길을 잡을까? 망설이고 원효사를 지나 늦재 쉼터에서 바람재에 앉아 잠시 쉰다. 바로 내려갈까 하다가 이 정도 산행은 양이 차지 않았다. 바람재에서 너덜재를 지나 백운암터에서 중머리재까지 올랐다.
바로 증심사로 내려갈까 또 망설이다 중머리재에서 새인봉을 향한다. 이 길에서 귀에 익은 목소리가 앞에서 들렀다. 정통님이 산행 중 만났다는 두 여인과 중머리재를 향한다. 그 많고 많은 산길 중에서 아는 사람을 만나다니 조금 신기했다. 난 정말 세상에 알고 지내는 사람이 별로 없는 사람이다. 잠깐 인사 후 각자 갈 길로 산행이 이어진다.
서인봉을 돌아 삼거리에서 새인봉까지 올라서니 그야말로 눈앞에 장관이 펼쳐진다. 참으로 오랜만에 올라온 새인봉을 올라오길 정말 잘했다. 직벽의 바위산에 청풍에 굳건하게 자란 소나무는 암석과 어우러져 참 멋진 곳이다. 직벽의 기암괴석과 아스라이 펼쳐진 무등산 능선들~~ 장불재 너머로 시커먼 먹구름이 쫘악 깔려 있다. 잰걸음으로 증심사로 내려갈 루트를 잡았다.
출발 원효사(9:45) - 늦재 쉼터(9:55) - 바람재(9:10) - 덕산터널(10:28) - 토끼등 - 봉황대(10:42) - 백운터(10:57) - 중머리재(11:10) - 서인봉(11:23) - 새인봉(12:11) - 중심사(13:26) 도착 완료.
하산 버스정류장 부근에서 딱 막걸리 한 잔에 닭발 연탄구이를 먹고 싶었으나 혼자라 꾹 참고 집으로 왔다. 언제까지 이럴 수 있을지 모르지만, 오늘 이런 산행은 덥기도 했지만, 혼자라야 가능했다.
작은아들 말이 지난번 등산화와 모자를 살 때 고객사은품이 떨어졌다며 7월 이후에 방문하면 선물하겠다고 했다. 그 매장을 찾아 스카프와 양말을 선물로 받고 바로 날 기다린 듯 출발을 기다리는 35번 버스로 집 앞까지 하산 완료했다. 잠시 후 정말 우르릉 꽝꽝!! 천둥과 번개가 천지를 뒤흔드는 듯 국지성 소나기까지 난리다.
오늘 처음 신은 이 등산화는 처음 경험하는 만족도 200%다. 맞아~~ 자주 사거나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 좋은 거 사길 잘했다 싶어 두 아들에게 선물에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가볍고 발이 편할 뿐 아니라 이대로 10킬로는 더 걸을 수 있을 정도다. 산행 결과를 보니 11.6킬로, 4시간 걸으면서 20분 쉬었다는. 예전에 지리산 천왕봉 하산길에 앞 발가락이 아파서 징징댔던 걸 생각하니 정말 등산화는 발이 편한 걸 신어야 한다는 새삼 실감한다.
네 시간 산행 내내 초코바 하나, 이온 음료 하나, 냉커피 한 잔. 화장실도 안 가고 오전 9시에 출발하여 오후 2시에 집에 와서 점심을 먹었으니 체력 짱! 이만하면 됐다. 평소 나답지 않은 것이 있다면 소소한 물건이지만 소지품 손수건과 스틱 가방을 잃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