丁巳冬宿友人家(정사동숙우인가)
장현광(張顯光:1554~1637)
본관은 인동(仁同). 자는 덕회(德晦), 호는 여헌(旅軒)
시호는 문강(文康)이다
저서로는 『여헌집』· 『용사일기』 등이 있다
겨울밤 괴로움은 끝날 줄 모르고
冬夜苦漫漫 동야고만만
하늘과 땅 사이에 어찌 새벽은 더디 오는지
天地何遲曉 천지하지효
쥐는 무리 지어 평상 가에서 날뛰고
群鼠亂床邊 군서란상변
하룻밤 묵는 나그네는 잠을 이루지 못하네
宿客夢自少 숙객몽자소
*
겨울밤에 벗을 찾아가 하룻밤 묵으면서 쓴 시다.
양란은 겪은 뒤, 1617년 광해 9년 곤궁한 삶을 살아가는
벗의 살림살이는 오죽하겠는가?
먹을 것도 없는 밥상머리를 쥐떼들이 서성거리고
황소바람이 드나드는 방에서 쉬이 잠이 오지 않는다
천장에서도 쥐 소리 밤새 들리고
옷에는 이와 빈대가 극성을 부린다
겨울밤은 얼마나 길고 긴지
새벽이 빨리 오기를 기다리는 그 심정을 십분 알 것 같다
어쩌면 이 시는 자신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 당시, 시대상을 노래한 것 같다
지금 우리는 세상 잘 만났다는 생각이 든다
과잉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만족을 모른다
그것이 불행의 전주곡처럼
나도 남아도는 사람들 중에
한 사람이 아닐까, 의구심이 든다
하루하루 허투루 살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