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여론조사 범람 속 ‘여론조사 만능주의’ 경계해야
[팩트 요약]
지난 1일부터 10일까지 10일 동안 대선 후보 지지율과 관련한 전국 여론조사만 무려 40회가 실시됐고, 언론에선 일제히 이를 분석, 보도하고 있다. 일평균 4건의 대선 여론조사가 진행된 셈이다. 여기에 언론 보도와 함께 각종 여론조사를 인용한 사설, 칼럼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차기 대선은 지지율 여론조사 홍수 속에 촌각을 다투는 모양새다.
이에 차기 대선 지형을 점쳐 볼 수 있는 여론조사가 과잉 시대를 맞아 변별력과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일 대상에 대해서도 조사기관마다 지지율이 천양지차인 경우가 흔하기 때문이다.
여론조사 결과는 여야 대선 후보에 대한 유권자들의 인식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만한 잣대로도 활용되는 만큼, ‘여론조사 만능주의’에 대한 비판적 사고로 접근할 필요성이 있다.
본지는 ‘팩트체크’를 통해 주요 조사기관에서 발표되는 대선 후보 여론조사 결과가 왜 차이를 보이는지, 절대적 신뢰 가치가 있는지 등을 알아 봤다.
[검증 내용]
흔히 대선 후보 선호도를 살펴보기 위해 가장 보편적으로 접하는 채널이 여론조사다. 그런데 정작 조사기관과 여론조사 방식에 따라 그 결과는 천차만별이다. 이렇다 보니 유권자들 사이에선 정확하고 유익한 정보를 접했다는 인식보다는 오히려 어느 여론조사를 신뢰해야 할 지 혼란만 가중된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지난 18일 서울시 종로구에 거주하는 한 30대 유권자는 본지 취재기자에게 “여야 진영 논리나 이념을 떠나서 대선 후보들을 바라보는 민심을 정확히 반영한 수치를 알고 싶은데, 여론조사마다 차이가 커서 무엇이 맞는 정보인지 헷갈리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지난 9일 ‘한겨레신문’은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해 <윤석열 46.2%, 이재명 34.2%>라고 보도한 반면, 이날 ‘뉴스1’은 엠브레인퍼블릭 여론조사 결과를 들어 <‘4자대결’ 이재명 30.6% 윤석열 31.8% ‘접전’…당선가능성 李 ‘우세’>라고 보도했다. 해당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같은 날 동일 대상에 대해 실시한 두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이 무려 15%P 이상의 격차를 보였다는 점에서, 여론조사 신뢰도에 의문이 남을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여론조사 결과에 앞서 오차나 표본, 질문 구성 등을 신중하게 살펴봐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부 여론조사 데이터를 인용한 언론들의 단정적 보도를 문제 삼는 시각도 있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한 관계자는 본지와의 취재에서 “우선 여론조사심의를 통과해 공식 등재된 기관들의 여론조사 객관성이나 정확도에는 큰 문제가 없다”면서도 “다만 표본집단 추출이나 유·무선 전화, ARS, 조사 시간대, 주관‧객관식 조사 방식 등이 조사기관마다 다르기 때문에 결과도 다를 수밖에 없다. 투표 의사가 있는 유권자만 대상으로 하느냐, 잠정적 유권자까지 질의 대상에 포함시키느냐에 따라 최종 지지율 산정도 크게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또 이 관계자는 “아무래도 단순 ARS나 유무선 전화를 활용한 여론조사는 대면 조사에 비해 오류 가능성이 높다”면서 “여론조사 신뢰구간 오차범위 95% 수준에 있는 경우도 언제든지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 고려해야 할 변수가 많다는 말이다. 결국 여론조사 결과를 절대적 사실로 받아들이는 것은 위험하며, 말 그대로 참고 자료 정도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여론조사 기관의 전문성 문제도 거론된다.
한국일보는 지난달 8일 <여론조사, ‘민심’ 좌우하는데...절반 이상 업체가 분석전문가 1명뿐>이라는 기사에서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받은 자료를 인용, 지난 9월 기준 선관위에 등록된 선거 여론조사기관 79개 중 45개(57.0%) 업체가 조사분석 전문 인력을 단 한 명만 보유했다고 보도했다. 또 해당 기사에 따르면 분석 인원을 제외하고 상근 직원이 3명 이하인 여론조사 기관이 43개(54.4%)인 것으로 확인됐다.
79개의 여론조사 기관 중 과반수가 불과 1명의 실무‧분석 담당 전문가를 두고 있어 조사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데이터를 도출하기엔 조사 인력이 터무니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현행 공직선거법(8조8항)에 따르면 특정 기관의 여론조사 결과가 신문, 라디오, TV 등 언론에 노출되기에 앞서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접수‧등록이 이뤄져야 한다. 지난 11일 현재 총 81개의 여론조사 기관이 등록돼 있다.
[검증 방법]
- 한국일보, 한겨레신문, 뉴스1 보도 인용
-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취재
- 유권자 대면 인터뷰
[검증 결과]
여야 대선 후보들의 지지율 추이가 연일 보도되는 가운데, 각종 여론조사 기관들의 조사 결과는 절대적으로 신뢰할 만한 정보는 아니라는 것이 결론. 단순 참고 데이터로 활용할 수 있으나, 현 대선 지형을 종합적으로 진단‧반영한 자료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는 전문가 의견이 이를 뒷받침한다.
각 여론조사 기관마다 신뢰수준, 표본집단 추출, 유·무선 전화, ARS, 조사 시간대, 주관‧객관식 조사 방식이 상이하기 때문에 일관성 있는 지지율 통계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도 확인됐다.
아울러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정식 등재된 여론조사 전문 업체들 중 절반 이상이 1명 정도의 극소수의 전문 인력을 운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언론을 통해 노출되는 각종 여론조사 결과가 정확한 분석, 집계로 산출된 데이터인지에 대한 의문도 엄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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