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산도에 홍어가 풍년이다. 어획량이 2년 전에 비해 2배가량으로 늘었단다. 덕분에 한때 한마리에 100만원을 호가하던 홍어 가격은 절반으로 떨어졌다. 흑산 홍어는 냉동과 해동, 그리고 푹 삭힌 외국산 홍어와는 아예 맛이 다르다. 입안에 들어가면 차진 맛, 씹을수록 감칠맛이 난다. 흑산도에서만 먹을 수 있는 갓 잡은 홍어 맛은 …. 먹어보지 못한 사람은 말을 마시라.
글=김영주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제철 맞은 홍어 대풍 … 맛 오르고 값은 내리고
지난 20일 오전 전남 신안군 흑산도 홍어 위판장에 나온 ‘암치 2번’ 홍어. 코 부위에 바코드가 부착돼 있다.
지난 20일 오전 7시 전남 신안 흑산도 수협 위판장. 홍어잡이배 한성호 갑판에서 선창으로 퍼올려진 참홍어 100여 마리가 경매에 들어갔다. “암치 1번 한 마리…39만5000원.” 이날 무게 10kg 암홍어 시세다. 암치 1번이란 무게가 8.25kg 이상 나가는 암홍어를 말한다. 최상품을 뜻하고, 흑산도 홍어 시세를 매기는 기준이 된다. 전날에 비해 6만원가량 떨어졌다. 숫홍어는 암컷에 비해 가격이 싸다. 수놈은 보통 암놈보다 무게가 덜 나가고, 육질이 질긴 편이다. 이날 ‘수치 1번(5.25kg이상)’은 12만6000원에 낙찰됐다. 요즘 흑산도에서 경매되는 모든 홍어는 바코드(사진)가 부착된다. 이제 홍어도 진돗개와 한우처럼 ‘족보 있는 고기’가 된 셈이다.
이날 경매된 홍어는 1500만원 상당. 마리당 평균 15만 원 선이다. 한성호 이상수(46) 선장은 “암치 1번 (위판) 가격으로 ㎏당 4만원이면 괜찮은 편”이라고 했다. 박선순(46) 경매사는 “명절 대목과 한겨울 홍어 값이 가장 비싸고, 요맘때는 적당한 편”이라고 전했다. 물량이 안정적으로 공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까지 위판장에 나온 흑산도 홍어는 약 147t. 이미 지난 한 해 출하량을 넘어섰다. 한류성 어종인 홍어는 보통 11월부터 본격 조업에 들어가는데, 이런 추세라면 올해 출하량은 지난해에 비해 20%가량 더 늘어날 전망이다. 한편 흑산도 홍어는 총허용어획량(TAC) 제한을 받는 수산물로 올해 배정된 물량은 170t이다. 20여 년 전, 홍어는 가뭄에 콩 나듯 했다. 한 해에 단 두 마리만 잡히던 때도 있었다. 그러다 쌍끌이 어선을 강력하게 단속하기 시작한 뒤 홍어가 다시 돌아온 것이다.
푹 삭히기보다 잡은 지 10일 지날 때 최고의 맛
잡힌 지 열흘 정도 된 먹음직스런 흑산도 홍어. 몸통 날개 코 등 부위별로 썰린 홍어가 택배용 포장 박스에 담겨 있다. 수협 위판장에서 낙찰된 흑산 홍어는 선창에 늘어선 20여 개의 소매점으로 옮겨진다. 이날 오전 9시 한알수산 앞 작업대, 조향순(64)씨가 큼지막한 홍어를 손질하기 위해 칼을 빼들었다. 조씨는 40년 동안 홍어를 손질한 베테랑이다. 이날 작업해서 서울로 올려보내야 할 홍어는 네 마리. 택배 주문은 대개 4~5kg짜리가 주를 이루며, 가격은 15만~20만원 선이다. 한류성 어종인 흑산 홍어는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제철이지만 올해는 벌써 성시를 이룬다.
“홍어는 여기 주댕이 뼈 빼고는 다 묵어야 돼. 한 개도 버릴 것이 없어.” 조씨는 부엌칼로 홍어의 주둥이 부위를 도려낸 후 칼끝을 배 부위로 옮겨 내장을 감싸고 있는 껍질을 벗겨낸다. 이내 드러난 노란 홍어 간과 붉은 내장 색깔이 찬란할 정도다. “요것이 홍어 애라고 하는 간인디, 이것 묵으라고 홍어 한 마리 잡는다는 말이 있어. 요렇게 기름장에 폭 담갔다가….” 곧바로 기자의 입 앞으로 다가왔다. 살살 녹는다는 말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내장을 몽땅 드러낸 후 홍어를 삼등분하고 껍질을 벗겨낸다. 속살이 드러난 불그스레한 날개 두 쪽과 몸통 살이 군침을 삼키게 한다. “흑산도 사람들은 예전부터 껍질째로 막 묵었제. 서울 사람들은 다 벗겨달라고 한께.” 몸통 부위, 그중 코를 가장 먼저 썰어 스티로폼 박스 안에 먹음직스럽게 담는다. “요 코를 제일로 치는 사람도 있고, 흑산도 사람 중에는 살은 안 묵고 뼈만 골라 묵는 사람도 있어.” 흔히 홍어는 ‘1 코 2 날개’라고들 한다. 코는 시간이 지날수록 “징하게 쏘는 맛”이 일품이다. 날개는 끝부분은 오독오독 씹히는 맛이 좋고, 가운데 부위는 입안 가득한 식감이 좋다. “흑산 홍어는 칠레산처럼 폭 삭히는 것이 아니여. 한 10일 지나면 물이 빠지는데, 이때가 젤 찰지고 맛있제. 뭘 모르는 사람들이 냄새 폴폴 나는 홍어를 찾는당께. 한번 묵어 봐. 막 잡은 홍어는 막 잡은 소고기 맛이 나는 것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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