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성맞춤 ◇
경기도(京畿道)의 안성(安城) 고을은, 옛날부터 유기(鍮器)로 알려져 있다.
그 밖에도 삿갓이나 종이로 안 알려진 바는 아니로되, 특히 유기로 알려져 왔고,
그것을 맞춤으로 할 때는 참으로 일품이었으므로
거기에서 생겨난 말이 "안성맞춤"이라고들 말한다.
그러나 다른 말이 그러하듯, "안성맞춤"이라는 말에다가 안성이라는 고을 이름을 갖다 붙인
민간 어원론이라 함이 더 옳을 것이다.
가령, 전라도(全羅道)에 담양(潭陽)이라는 고을이 있고, 그 곳은 예로부터 죽물(竹物)로 유명한
터이지만, 그렇대서 "담양맞춤"이라는 말은 없지 않으냐 해서 하는 이야기만은 아니다.
"아낙 군수"라는 말이 안악(安岳)이라는 황해도(黃海道) 고을 이름에 빗대어지고,
"행주치마"라는 말이 행주산성(幸州山城)의 싸움과 관련된 듯이 말하여지기도 하지만
사실은 그 땅이름과는 관련이 없는 말이다.
옛날에 안악군으로 새 군수가 부임해 갔는데,
이 친구가 시쳇말로 공처가인가 아내 무섬쟁인가 돼서,
대비(大妃)의 수렴청정마냥 주렴 건너에 앉아 지시하는 아내의 말을 듣고 공사를 처결했다.
거기 연유하여 늘 안방에만 박혀 있는 사내나 아내한테 쥐어 사는 형편에 있는 사내를
"아낙 군수"라 한다는 것이다. "아낙"이나 "안악"이나 소리나기는 "아낙" 쪽이어서의 얘기이지,
안악 고을과 관계있는 것은 아니었다.
"아낙"도 따져본다면 "안"에 "뜰악→뜨락"과 같은 뒷가지 "악"이 붙은 형태라 할 것이다.
그 "아낙"은 부녀자가 거처하는 곳을 이르는데 거기에서 출발한 "아낙네"는
부녀자 일반을 가리키면서 쓰인다.
그렇다 해서 "안악군"과 쉽게 관련지어 버릴 수 없는 것은, 우리 사람들의 말버릇을 살펴볼 때
더욱 그러하다. "아낙" 아래 "군수"가 붙었기 때문에 "안악"과 "군수"를 연관지었으나,
반드시 "아낙 군수"뿐 아니라 관직명(官職名) 같은 것을 끝에 붙여서 어떠어떠한 사람임을
나타내었던 우리말은 한둘이 아니다.
이런 말들에서처럼 안성맞춤을 안성땅과 관련시키는 것은 어학적으로는 무근한 것이다.
*출처:<박갑천의 재미있는 어원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