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봄날은 오겠지.>
- 2004. 4. 26. 월. 신형호-
온통 초록으로 단장한 산은
싱싱한 연두빛 뿌려 새봄을 자랑하고
며칠 전에 내린 빗물이
신천을 더욱 푸르게 채색하는구나.
강변을 따라 길게 자리한
은행나무의 새잎들은
살랑거리는 아침바람에 춤을 추고
그 연하디 연한 손바닥에선
파란 불꽃이 반짝 피어난다.
저만치 홀로 떨어져서
고고한 기품을 자랑하듯 서 있는
아름드리 오동나무의 겨드랑이에는
보랏빛 꽃망울들이 후둑 거리며
나그네들을 보고 그리움의 손을 흔들고 있구나.
잔물결이 내 가슴에 찰랑거리는 강 중앙에
외로운 섬인 듯 우뚝 솟은 조그만 바위 위엔
새벽잠에서 아직 깨어나지 않은
외로운 백로 한 마리 한 발을 들고
먼 산을 바라보며 사색에 잠겨있구나.
그도 살아가는 것에 대한
무슨 큰 미련이 있는 것일까?
태고적부터 인간의 삶을 지켜보고 살아온
산기슭 절벽 너럭바위 위에는
새파란 이끼가 초록의 봄 정령에 안겨
물끄러미 지나가는 차들을 무심하게
지켜보고 있고
차창위로 통통거리는 게으른 햇살만이
또 하루의 시작을 연주하고 있단다.
그래 네 말대로 모든 게 조용하네.
지금 한국은 모든 것이 가라앉은 상태란다.
극심한 경기침체
샐러리맨은 그렇게 크게 느낄 수 없지만
자영업을 하는 사람들은
장사가 안 된다고 연일 울상으로 아우성이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 긴 터널 속에
모두가 들어와 있는 상태란다.
물론 기득권층이나 부유층은 별개의 문제이나
일반 서민의 살림살이는 날로 추락하고 있단다.
한 번 맛들여진
품위유지나 업그레이드된 생활은
되돌리기가 참 어렵고
카드연체를 위시해 말할 수 없는 도덕불감증
철저한 약육강식의 인간사회...
모두 다 서서히 파멸되어 가는 느낌이구나.
기침감기가 끝이 보이질 않네.
한세월 벌써 다 살았다는 걸까?
그래도 봄날은 오겠지...
<봄이 탄다.>
- 2004. 5. 3. 월. 백장미-
오월이
태양을 부르는가 싶더니
바닷가 경지를 벗어나지 못 해
축축한 날이 먼저 온다.
창문을 닫고
에어컨을 틀면서
웃자란 잔디 냄새를 걱정한다.
분홍빛으로 수놓은
맞은편 집에선
분홍빛 아잘라아 향기가 나고
주황빛으로 수놓은
건너편 집에선
주황빛 나리 냄새가 나지만
보랏빛 난초가 핀
내 마당에선
보랏빛 신비가 온 집을 감싼다.
사랑은
온 마을에서 바닥부터 올라오건만
하늘거리는 뒷마당 꽃가지에선
영원 할 것 같은 꽃비가 내린다.
봄은 타오르고
오월은 열렸어도
밀린 버린 시간 속엔
내 향기가 피어 올라온다.
연두빛 순이 아름다운 날에
갖은 꽃더미에 묻혀
그저
행복함으로 오월을 맞이했다.
달력을 쳐다보며
내일을 인내해 가며
내 이기심의 발로인 가슴을
아무도 모르게 펴 놓는다.
주님은
내 허상 같은 마음에도
색 다른 의미를 부여하시려는지
가슴이 일렁이는 게 요동이 올 듯 하다.
오월은
좀 더 많은 감동으로 다가와서
허무한 희망 같을 지라도
판도라가 열어 본 상자 속에
희망이나마 남은 걸 감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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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 다 낫냐?
요즘은
자주도 문상을 해야 하는 나이로구나.
봉우도 곧 열릴 테고
나도 갈 준비를 해야 하고
또 한 해를 살기 위해
뭔가 부지런히 계획이라도 짜야 할 것 같다.
봄이 너무 아파
너무 열심히 먹은 탓인지
포동포동 살이 올랐네.
좋은 날 되어라.
카페 게시글
메일 보관방
20여 년 전 이메일을 펼쳐보며 211
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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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07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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