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 2005~2020]/정기산행기(2009)
2009-05-10 21:42:03
제목: 제 243차 마대산 산행기 - 한음
< 김삿갓어른을 뵈었소 >
1. 일 시 : 2009년 5월 9일(토) 날씨: 맑고 더움
2. 계획된 산행경로 : 김삿갓묘(노루목)-선낙골 갈림길-와폭-외딴 농가-처녀봉-전망대-마대산-첫 삼거리-김삿갓주거터-김삿갓묘(원점회귀)
3. 참가자: 황문수(산행대장), 모철, 병욱, 승한, 은수, 재일, 택술, 한음(전에 덕영) 총8명
5월초 연휴를 부모유친하며 지내다 보니 무정한 봄날은 그냥 지나간다.
토욜 이른 시간 오전 6시 승한과 함께 대장이 기다리는 보정역으로 간다. 택술이도 도중에 같은 지하철 칸에서 만난다.
황대장을 배알하고 랜드로바에 몸을 싣고 새롭게 화장한 미스 아이와 함께 강북에서 오는 친구들과 여주휴게소에서 도킹하여
영동고속도로에서 중앙고속도로로 옮겨 가다 38번 국도(고속도로 같았음)로 빠져 나와
영월 쪽으로 질주하며 신림 주천 등을 지나간다.
산세가 화끈하고 각선미 있게 어우러지는 강원의 절경이 펼쳐지는 계곡길을 감상하다 보면 김삿갓 유적지 등 ~~~많이 나온다.
마대산 자락에 있는 방랑시인 김삿갓 유적지로 더 유명한지라 산과 삿갓풍월이면 봄날에 딱 들러 맞는 탁월한 선택이다.
황대장 호시절 루어낙시를 즐기시던 영월 제천일대(주천만 생각남)의 관광지나 일련의 산봉우리,
그리고 중요한 맛집기행 등에 관한 썰을 귀담아 들으며 택술이가 모아온 주변 지도도 살펴보며 지리공부를 보충한다.
나중에 하산하여 들러볼 맛집 토론을 하며 도착한 김삿갓 유적지가 오늘 산행출발지역이다.
황대장의 산행코스 브리핑 후 선 김삿갓 풍류 후 산행 주장하는
삿갓어른 친척인 솔욱( 김삿갓 본명 김병연 vs 솔욱 명 김병욱)의 호프사랑에 동조하며
이곳 저곳에 펼쳐놓은 삿갓어른의 풍류와 재치를 감상한다.
11시가 넘어 김삿갓 주거지로 향하여 출발하여 급경사길>마대산 정상으로 오르고 하산은 전망대 처녀봉을 거쳐 원점회기 한단다. 8명이 깔끔하게 한 줄 대열로 출발. 경사길이 나타나기 전 김삿갓 거주유적지가 나온다.
호기심에 생가처럼 생긴 초가를 살피니 하얀 베옷으로 치장하신 분이 방안에서 나와 우리를 반겨주신다.
삿갓어른이 환생이라도 하셨나. 호탕하고 친절하게 맞아주시는 분과 사진을 찍고( 그분과 사진을 함께 찍으면 자식들이 잘된다는 말씀에 아직 무자식 상팔자이신 권박사가 억울하게 사진사가 된다.
권박은 앞으로 낳을 자식이 서울대나 하버드에 간다는 말과 함께 따로 살짝 찍고)
다시 경사길로 접어든다. 30산우회의 특징인 힘들어도 대장의 명 없인 휴식을 못하니 꾸역꾸역 힘들게 올라간다.
그래도 기회는 항시 있는 법, 이제 여름인가하고 산책 나온 살모사인지 꽃뱀인지 하는 놈이 우리를 보고 놀라 산 아래로 스르르 스쳐 지나가는 것을 보며 잠시 걸음을 멈춘다.
짬짬이 토마토 오이 간식도 즐기고 둥굴레를 발견하고 뿌리가 약이 된다는 야생초 공부도 해가며 오르고 또 오른다
12시 30분이 넘어서 갈림길을 지나 마대산 정상(1052M)에 다다른다.
아무도 없는 정상에서 우리들만 정상의 기분을 만끽하고 평편한 자리를 골라 도시락 까묵기와 막걸리 딱 한잔씩 돌리기를 마구
즐겨본다.
처음에는 찬이 많아 보였으나 얼쑤! 모두 게 눈 감추듯이 싸~악 입으로 가며 우리들의 토 달기 언쟁과 여담이 이어지고. 오늘은 점잖은 분들만 오셨는지라 흥미진진한 야담이나 패설은 기억에 없다.
대신 산꼭대기 쪽에는 아직도 진달래가 화사하게 피어있어 봄의 기운을 꼭 잡고 있었다.
포만감 있게 채운 배를 진정 시킬 새도 없이 하산명령이다.
중간중간에 희귀하게 자태를 자랑하는 훤칠하고 수려한 소나무를 와~하고 쳐다보기도 하고, 키 큰 소나무 아래서도 수그리지 않고 꼿꼿이 치솟아 오른 진달래(?)의 도전적 자태가 마음에 든다.
전망대에 도착하니 영월 담양일대에 펼쳐진 내노라 하는 산봉우리들이 줄줄이 펼쳐지고 저멀리 소백산 비로봉도 누가 가리킨다.
다시 내려가다 오르고 하며 총각선생을 앞세우고 처녀봉을 향하여 돌진한다
.
한참 만에 얼떨결에 미확인 처녀봉(?)엘 도착하여 잠시 조우하고 회기 하산에 돌입하며 앞장선 황대장 뒤를 따른다.
한창을 가다 분명 우측으로 내려가야 할진대 낭떠러지 비탈길 뿐이다.
누군가 이거 하산길 맞나? 하는 태클소리에 모두 정지하고 구수회의를 하니 다른 길이다.
돌아갈 수 도 없고 되돌아가는 습성도 없는지라 그대로 Go다.
길게 걷는 것도 하산 후 식욕을 돋우는데 도움이 되겠지 하고 즐겁게 경사진 능선길을 따라 하산.
여기가 어딘가 하고 확인해보니 마대산 북쪽 옥동천 쪽이다.
황대장과 재일이가 지나가는 버스와 인심 좋은 영월 분의 도움으로 차를 가지러 가고
나머지 무리들은 옥동천에서 휴식을 거듭하며 신선놀음을 한다.
솔욱이 개천가 물가에서 자연산 미꾸라지가 떼로 모여있는 것을 발견하여 혹시 오늘 자연산 추어탕을 맞보나 싶었으나
때가 때인지라 그냥 보는 것으로 만족한다.
하산주 행사 가는 도중에 황대장의 안내로 큰바위에 부처를 새겨놓은 요선정에도 들러보고
주천의 자랑 다하누집에 들러 한우의 진미를 맛보고
멋진 이모가 계시는 황둔 막국수를 원 없이 즐기다 보니
어느새 해는 저물어 경성으로 가는 길을 재축하며 미안한 마음으로 살짝 명상을 즐긴다.
모철이 사준 찐빵은 다 먹지도 못하고 남은 선수들끼리 쿠션을 돌리다 즐겁게 안전하게 귀가합니다.
이번에 기회를 놓치신 분들 꼭 한번 가보소.
특히 풍류를 좀 아시는 50대 분들께 자신있게 마대산 등산을 권해봅니다.
이번에 함께 등산하신 분들은 땡잡은 거요.
은수와 황대장의 산행기는 덕영을 한음으로 Name change한 것 홍보도 할 겸 한음이로 지정하여 이렇게 보고합니다.
*김삿갓의 해학시 두편을 소개하며 산행기를 매듭짓습니다
한평생 삿갓을 눌러 쓰고, 이름도 김삿갓이라 하고,
전국 방방곡곡을 떠돌아다니며 방랑생활을 하면서,
그의 천부적인 詩才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어느 날 시골 작은 마을의 서당을 찾아가
요기도 하고, 하룻밤 신세도 질 양으로 서당 문을 열었다.
훈장도 안 보이는 그 서당 학동들은 얼마나 쌀쌀하게 대하던지
시 한 수만 적어 놓고 쫓기다시피 물러 나오는데,
그 詩에 이르기를
書堂來自知이요
房中皆尊物 이라
學生諸未十이요
先生來不謁이라
서당을 내 스스로 알고 찾아왔건만
방안에 있는 것들은 모두 잘난 체 하는구나.
학생은 다 합해 십 명도 안 되는데
선생은 나와 보지도 않는구나.
뜻으로 읽으면 그럴듯한 詩이지만
그 音을 음미해 보면 육두문자 욕이 되는 것이다.
또, 어느 날 경치 좋은 亭子 옆을 지나가는데,
풍채가 좋은 한 스님과 맨상투 바람인 바싹 마른 한 선비가 바둑을 두면서
맛있는 안주와 같이 막걸리를 먹고 있겠다.
배가 심히 고팠던 김삿갓, 다가가 술 한 잔을 청했으나
쌀쌀하게 거절하는 스님과 선비.
화가 난 김삿갓, 또 시 한 수를 써 놓고
살짝 빠져 나와 줄행랑을 쳤것다.
그 詩 에 曰
僧首圓圓汗馬閬(승수원원한마랑이요)
儒頭尖尖坐狗腎(유두첨첨좌구신이라)
중의 머리는 둥글둥글한 것이 땀 찬 말 부랄 같고
선비의 대가리는 뾰족뾰족한 것이 앉은 개 ×같다.
뒤도 안보고 도망쳐 달려가는데,
뒤에서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며 욕을 하는
선비의 모습이 장관이었다.
김삿갓은 이처럼 전국을 방랑하며,
淫談悖說的(음담패설적)인 시도 곧 잘 지었지만
珠玉같은 不朽의 名作도 수없이 많이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