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밤 / 서형오]
마당에 모깃불이 피고
팥처럼 볕에 그을린 식구들이
삐걱대는 대나무 평상에
둘러앉아
달그락달그락
칼국수를 먹는 밤
어머니가 부채로
평상을 탁 내리치자
공중으로 오르던 연기가
부채 바람에 치여
휘청
매캐한 연기를 마시고
모기도
휘청
문상 갔다가
술에 취한 아버지도
대문간에서
휘청
l해설l
강산을 두 번씩이 바꾼 드라마가 있습니다. 2002년 12월 29일 22년 2개월 동안 총 1088회 방송된 대한민국 역대 TV 드라마 최장수 방영 기록을 남기며 현재까지도 최고의 걸작으로 평가 받고 있는 단 하나의 국민 드라마로 농촌드라마라는 범위를 넘어 아이부터 노인까지 전 세대를 아우르는 수 많은 이야기와 한국의 시대상, 그 시대 속에서 함께 공감할 수 있는 각 세대의 다양한 고민들 사람과 사람간의 관계, 가족애, 인생의 가치와 교훈 등을 작품에 담아 보여줬던 가장 인간적인 드라마였던 전원일기田園日記입니다. 서형오 선생님의 詩 ‘여름밤’을 읽다가 문득 떠오른 드라마 한 편은 1연의 모습과 흡사하고 2연에서 리듬감 있게 구사된 ‘휘청’이라는 시어는 경쾌하고 발랄하여 아이들과 함께 불러도 좋을 동시 같아서 좋습니다. 열대야의 밤을 녹여주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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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태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