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상포교 13년 기쁨정사 주지 지인 스님
환우들의 또 다른 의사 ‘영적 돌봄 보살’
처음 떠난 봉사만행에서 평생화두 받아
소록도 병원서 영적 돌봄, 병원포교 원력
서울의료원· 일산병원서 환우영적 돌봄
2014년 CPE센터 개설… 50여 명 배출
전국 비구니회 CPE센터 열고 원력 다져
2016년부터 BBS ‘거룩한 만남’을 진행
오랫동안 병원 환우들을 위한 영적돌봄 활동을 펼쳐온 지인 스님은
구랍 15일 전국비구니CPE센터를 열고 영적 돌봄 전문가 양성에 더욱 매진하겠다는 각오로 신년을 맞이했다.
“우리 불자님 빨리 쾌차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몸으로 들어가는
모든 약은 약사여래의 약이 되기를 바라며, 마음은 관세음보살의 손길로 치유될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불교법당 지도법사 지인 스님〈사진〉은
병상에 누워있는 환우의 손을 잡고 간절한 기도를 올린다.
스님은 병마와 힘겹게 싸우고 있는 환우들을 찾아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들이 부처님 말씀으로 평온을 찾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일명 ‘영적 돌봄’이라고 한다.
아울러 스님은 자신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는 스님들을 양성하기 위한 교육에도 많은 힘을 쏟고 있다.
영적돌봄 전문가 교육은 한국CPE협회
산하 센터에서 하고 있으며 지인 스님은 수퍼바이저 과정 중이다.
구랍 12일 지인 스님은 전국비구니회와 함께 전국비구니회CPE센터를 열었다.
새로운 원력으로 신년을 맞이하는 지인 스님을 만난다.
봉사만행을 떠나다
스님이 병상을 찾아 영적돌봄 활동을 하게 된 인연은
2006년 능행 스님을 만나면서부터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스님은 당시 선방에서 안거를 하고 싶었지만 시기를 놓쳐 방부를 들이지 못했다.
스님은 그동안 자신의 공부만을 위해 살아왔다는 생각에 선방 참선 대신
세상 속으로 들어가 세상공부를 하기로 했다. 스님이 생각하는 세상공부는 ‘봉사’였다.
스님이 봉사만행을 시작하기 위해 처음 찾은 곳은 능행 스님이 계신 정토마을이었다.
스님은 그곳에서 새로운 것들을 알게 됐다.
환자의 마음에서 불안과 두려움을 효과적으로 덜어주기 위한,
일명 ‘영적 돌봄’의 체계적인 공부, CPE(Clinical Pastoral Education)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스님은 100일 동안 5명의 임종환자를 돌보면서 난생처음 임종간호라는 병상봉사를 체험했다.
5명의 환우를 떠나보내면서 스님은 생사에 대한 많은 것들을 새삼 공부했다.
새로운 경험은 새로운 생각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새로운 실천으로 이어졌다. 스님은 다시 새로운 곳을 찾아
봉사만행을 떠났다. 소록도였다. 스님은 국립소록도병원으로 향했다.
한센병 환자를 위한 국립소록도병원, 그곳엔 ‘불교’가 없었다.
의료진과 봉사진 그리고 환자들까지 모두 타종교 일색이었다.
믿을 수 없는 현실이었다. 늘 “포교, 포교”하면서 우리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스님은 한동안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기왕 나선 길이었기에 스님은 마음을 가다듬고 무언가 해야 할 일을 생각했다.
그 때 환자 한 명이 스님을 찾아왔다. 불자였다. 유일한 불자였다. 그 환자는 승려였다.
출가한지 얼마 되지 않아 한센병을 앓게 되어 소록도에 온 것이다.
그 스님은 이미 스님의 신분이 아니었다. 정식으로 환속을 하지는 않았지만 승려로서의 삶은 어려웠다.
그는 그 안에서 그저 ‘아저씨’였다.
지인 스님도 그 스님을 “아저씨”라고 불러야 했다.
지인 스님은 아저씨가 그동안 타종교 일색의 병원에서 얼마나 힘들고 외로웠을까 마음이 아팠다.
아저씨는 지인 스님이 너무나 반가웠다. 왜 아닐까.
아저씨는 지인 스님의 존재만으로도 큰 위로를 받을 수 있었다.
며칠이 지나고 아저씨가 지인 스님에게 물었다. “스님, 업이 무엇입니까?”
그것은 자신이 출가자로서의 길도 제대로 가보지 못하고 이렇게 병원에
와 있게 된 업이 도대체 무엇이냐고 묻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인 스님이 아저씨에게 해 줄 수 있는 말은 책에서 읽었던 ‘업’ 밖에 없었다.
아저씨의 질문이 위로를 원하는 질문이었음을 지인 스님도 알고 있었지만
스님은 앵무새처럼 경전을 읽고 있었던 것이다. 지인 스님의 답은 아저씨를 전혀 위로할 수 없었다.
그때 지인 스님은 환자를 돌본다는 것,
환자의 마음을 돌본다는 것에 대한 깊은 생각을 하게 됐다.
스님은 책 속에 있는 글이나 읽어줘서는 환자의 마음을 돌볼 수 없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
환자의 곁에 있기 위해선 스님이 아닌 환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진정한 위로, 진정한 돌봄이라는 것은 과연 어떻게 하는 것일까.
선방에 방부를 들이지 못했던 스님은 처음 떠난 만행길에서 평생 화두를 받았다.
영적 돌봄 전문가 양성 CPE
정토마을로 돌아온 지인 스님은 2008년부터 한국CPE협회 소속 센터를 찾아 CPE 기본과정을 시작했다.
그것은 봉사 만행 길에서 받은 화두였다.
병상의 환자를 찾을 땐 진정한 환자가 되기 위해서였다.
환자가 되는 길을 찾아 나선 것이다.
한국CPE협회는 2007년 위기에 처한 사람들에게 효과적인 영적 돌봄을 제공하기 위해 설립됐다.
2004년 가톨릭 신부가 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 임상사목교육센터를 열면서 시작됐다.
한국CPE협회는 영적돌봄에 관심을 가진 다양한 전문인들과 종교인들이 함께 모여
영적돌봄의 전문성을 키워나가고 있다.
전문적인 교육을 위해 전국 주요 도시에 CPE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영적돌봄과 관련한 다양한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하고 있다.
영적돌봄에 필요한 사람이 각자의 종교적 정체성을 가지고 자신과 타인을 이해하고
돌보는 방법들을 익히는 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
지인 스님은 “CPE는 임상의 현장에서 위기에 직면한 중생들의 영적돌봄을 교육하는,
다시 말해 아픈 영혼을 돌보는 보살을 길러내는 전문교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고 말한다.
CPE과정에는 기본과정과 전문가과정 그리고 SIT(Supervisor-In-Training)과정 프로그램이 있다.
슈퍼바이저는 스님들과 신부, 수녀, 목사, 전도사 등 종교인이어야 하고,
교육을 받고자 하는 사람들은 병원의사, 간호사, 복지사, 교사, 학생 등
전문성을 익히고 싶은 사람이면 누구나 가능하다. 지인 스님은 현재 SIT과정이다.
나의 법당 나의 병상
지인 스님은 2014년 8월 30일 한국CPE협회 소속 한마음CPE센터를 열었다.
의미 있는 회향이었다. 자신이 받은 교육을 널리 알려야 했다.
스님은 병상을 찾아 환자를 만나는 일 못지않게 영적돌봄 전문가를 양성하는 일,
즉 보살을 길러내는 일도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아울러 영적돌봄 인프라가 타종교에 비해 많이 뒤쳐져 있다는 현실이 또 하나의 이유일 것이다.
아직도 ‘영적돌봄’과 CPE라는 단어 자체가 생소한 현실을 생각하면 늦었지만 기쁜 일이었다.
지금까지 스님이 양성한 영적돌봄 전문가는 출재가자를 합쳐 50여 명에 이른다.
지인 스님은 이제 다시 병상으로 본격적인 만행을 시작한다.
2015년 스님은 서울로 자리를 옮겨 서울의료원불교법당의 지도법사를 맡아 환우들의 영적돌봄을 이어갔다.
그리고 2017년 현재 맡고 있는 일산병원불교법당 지도법사로 자리를 옮긴다.
“병원법당은 사찰이라기보다 환자들을 돌보는 곳으로,
곧 ‘돌봄’이 전법이 되는, 찾아가는 전법의 장소라고 생각해요.”
현재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정상적으로 영적돌봄 활동을 할 수 없지만
스님은 그동안 매일 병상을 찾아 환우들을 만나왔다. 자원봉사자들이 병실을 돌며
불자들을 찾아내면 스님은 그 환우들을 만나러 간다.
“어느덧 올해도 달력 한 장만을 남겨놓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정신없이 1년을 어떻게 지냈는지도 모르게 한 해를 보내게 되는 것 같다.
1.5단계에서 2단계로, 그리고 다시 2.5단계로 위험수위가 격상되면서 병원에 입원한 환자들과
그 가족들의 생이별과 같은 고통은 이산가족의 상황을 방불케 한다.”
지인 스님은 지난해 1년 동안 本紙에 ‘병상포교일기’를 연재하며 병상포교의 생생한 이야기들을 전했다.
또한 2016년부터 현재까지 BBS불교방송의 이웃돕기 라디오 프로그램인
‘거룩한 만남’을 진행하며 병원 환우들의 인권과 복지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스님의 마음속엔 ‘환우’들 뿐인 것 같다. 부처님께 귀의한 출가자가 중생의 아픔을 돌보는 일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당연한 일을 당연하게 실천하는 일이야말로 어려운 일이 아닐까.
아픈 사람을 돌보는 일이 의사만의 일이 아님을 실천하고 있음이다.
또 하나 회향, 영적돌봄 전문가 양성
“저는 병원법당 지도법사 스님들의 그룹을 활성화시키는 것이 큰 원입니다.
병원의 시스템을 익히고 영적돌봄의 전문성을 갖춘 전문가 스님들을 육성하고
더불어 그런 전문가 스님들이 경제적 안정 속에서 자비수행을 실천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또한 저의 커다란 원입니다.”
서두에 밝혔듯이 구랍 12일 전국비구니회관에서는
한국CPE협회 산하 전국비구니회CPE센터 개원을 알리는 현판식이 있었다.
전국비구니회장 본각 스님의 적극적인 동참으로 이뤄졌다.
앞서 말했듯 지인 스님은 타종교에 비해 많이 뒤쳐진 불교계 영적돌봄 전문가 양성에 많은 정성을 쏟고 있다.
스님은 “코로나 사태로 인해 얼마 전부터는 환우들을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적어졌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또 하나의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환우들을 만나지 못함으로써 얻은 시간을 영적돌봄 전문가를 양성하는 일에 쓸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지인 스님은 신년에 새롭게 매진할 불사를 위해 스님 6명과 재가자 3명으로 구성된 승가결사체
‘자비실천병원포교단’을 만들었다. 결사체는 CPE센터의 교육비를 지원하는 등
영적돌봄 전문가를 양성하는 데 기여하기 위한 결사체다.
코로나로 모두 힘겨운 시절에 ‘아픔’은 너 나가 따로 없는 일이 되었다.
환우들의 아픈 마음을 조금이라도 덜어주는 일 역시 이제 너 나가 따로 없는 일이다.
지인 스님의 영적돌봄 불사가 원만회향하기를 바란다.
구랍 12일, 전국 비구니회 CPE센터 현판식 모습.
지인 스님이 환우를 찾아 영적돌봄을 하고 있다.
지인 스님은 2016년부터 불교방송 ‘거룩한 만남’을 진행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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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인 스님은
청암승가대와 동국대학교 불교학과를 졸업했다. 동 대학 대학원 불교상담학 석사를 마쳤으며
현재 한국CPE협회 슈퍼바이저 과정 중이다.
한국CPE협회 기획운영위원장을 역임했으며 한마음CPE센터와 전국비구니회CPE센터장을 맡고 있다.
서울의료원불교법당 지도법사를 지냈으며 현재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불교법당
지도법사와 기쁨정사 주지를 맡고 있다. 2014년부터 KINHA(HIV/ AIDS를 위한 한국 범종교 모임)
운영위원과 부회장을 맡고 있다. 지난해 불교사회복지 유공자로 선정돼
조계종 총무원장 표창을 받았다.
2020. 12. 31
출처 : 현대불교신문